소설리스트

홍염의 성좌-59화 (59/174)

제58편

재회와 귀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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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괴도의 예고장은 이루어졌다.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치안청

소속경찰이 성에 수백 명 깔려 있었어도 그가 어디로 어떻게 들어가

어디로 도망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는 건 분명했고 문제는 그것

이었다.

어이없게도 도둑은 성에서 ‘보호’되고 있던 ‘숙녀분’(그녀의 소속이

그러하다고 동의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의 방으로 들어왔고, 분명

경찰이 방문을 지키고 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발생하자 제

일 먼저 달려갔던 것은 성의 ‘손님’인 유릭이었다.

즉, 지금 이마에는 찬수건을 얹어 놓고 소파위에 나른히 늘어져 있는

이 ‘손님’이 모든 일을 해결한 것이다.

로웨나는 창백한 얼굴로 찬수건을 내리는 유릭에게 물었다.

“이제 괜찮아?”

“그럭저럭.”

유릭은 한숨을 내 쉬었다.

지금은 그들 모두 알렉산더의 응접실에 있었다. 유릭은 오터를 부축

했고, 그 즈음에 알렉산더가 모두 응접실로 오라고 했다. 그렇게

응접실로 모두가 오자, 알렉산더는 하인 하나를 시켜 의사를 불러 오

게 했다. 그러나 그는 로웨나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 묻지 않았고,

한참이나 뒤에 사태 수습을 위해 도착하게 된 브랫 키저 역시 로웨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브랫 키저는 유릭을 무관심하게 보고,

오터가 치료를 받는 것도 묵묵히 본 다음 성주인 알렉산더에게

정중하게 사과했다.

“제 불찰입니다.”

알렉산더는 바로 답하지도 않았다. 상처를 치료받는 오터를 바라보다

가, 돌아보지도 않고 안정(을 핑계로 딸기 케이크를 얻어먹고 있는)

중인 로웨나를 가리켰다.

“저 숙녀분이 할 말이 많은 듯한데.”

브랫 키저의 얇은 눈썹이 가운데로 살짝 몰렸다. 움직이는 것조차 귀

찮아할 듯한 사람답게, 로웨나를 상대하는 것을 아주 귀찮아하는

기색이었다. 유릭은 여전히 누워 무언가를 생각하는 중이었고, 로

웨나는 시위라도 하듯이 그의 옆에 붙어 있다가 브랫이 쳐다보자

케이크를 마저 먹어 치우고는 고개를 팩 돌렸다.

“나한테 할말 있어, 아가씨?”

“할 말이야 많지요. 분명 경께서 ‘저를 보호하기 위해’ 제 방문 앞에

병사님을 두 분이나 배치하셨는데, 정작 그 흉악범이 제 침실을 침

입하여 난폭하고 흉악무도한 짓을 하려 할 때 아무도 없더군요. 어떻

게 된 건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오터가 켈록 기침을 했다. 유릭마저도 잠시 생각을 멈추고 로웨나에

게 ‘정말?’ 어쩌고 혼잣말 하듯 말하다가 발등을 밟혔다. 알렉산더도

허어- 하고 한숨을 내 쉰다.

그 중 가장 기가 막힌 사람인 브랫은 입술을 살짝 치켜 올리며 말했

다.

“오터가 아가씨를 지키기로 했기에 내 부하들을 철수시켰던 거라고.

그리고 경이라 부를 필요 없어. 나는 귀족이 아니니까.”

“오터 씨는 평범하고 무력한 시민이라고요. 그런 힘없는 분께 모든

책임을 떠넘기시다니. 정말 무책임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오터가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알렉산더가 참 측은하다는 듯이 그

런 오터를 보았고, 유릭마저도 동정어린 시선으로 그를 보아야 했다.

사람 속 뒤집는 것도 참 가지가지다.

브랫은 뜨거운 한숨을 내 쉬고는 말했다.

“.....사죄하지.”

“좋아요, 지금은 받아들이지요. 하지만 이러실 거면 애당초 저를 보호

한다니 뭐니, 하는 말은 하지도 마세요. 아시겠죠?”

“다음부터는 최선을 다하겠어.”

‘최선’이라는 말에 유달리 힘이 들어간 것 같다. 그 의도를 모를 로웨

나가 아니다.

“어머나, 그 흉악범이 내일 또 온다고 예고장이라도 날렸나 보군요?

다음부터 최선을 다하신다고 하시게. 백작님, 또 예고장을 받으셨

나요?”

“아니.”

로웨나는 방긋 웃으며 브랫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다음 기회 같은 건 없네요. 그래도 저를 지키기 위해 부하

들을 보내시겠다면, 저한테 관심 있어서 직권 남용하는 거라 판단

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치안청장 각하께 직--접 말

씀드리겠어요. 어머나, 각하의 충직한 부하께서 별 볼일 없는 오페

라 가수에게 치근덕대는 군요, 하고요.”

유릭은 브랫의 입술이 더욱 치솟아 오르는 것을 보았다. 화를 참기

위해 서인 듯 그는 이마를 꾸욱 짓누르더니, 이까지 살짝 보일 정

도로 싸늘하게 말했다.

“그만 입 닥치라고, 꼬마 아가씨.”

마음 약한 꼬마였다면 주눅 들고 울먹였을 테지만, 로웨나는 아니었

다. 로웨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쏘아보듯 브랫 키저 경위를

바라보았다.

“지금 저한테 윽박지르시는 건가요? 그건 여자한테 매우 인기 없는

건달이나 쓰는 방법인데요. 어머나, 불쾌해.”

둘의 눈이 파편이라도 튀어 오를 듯이 험악하게 마주쳤다. 유릭은 로

웨나와 브랫 사이로 손을 밀어 넣어 그 둘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그만해 두자. 그만해 두지요, 브랫 키저 경감님. 그리고 경감님, 말

씀드릴 것이 몇 가지 있는데요.”

“해라. 그리고 그 전에 내가 할 일을 대신 한 것에 대해 감사하지.”

그 말에는, 이상하게도 자기 일을 채갔다는 것에 대한 분노는 조금도

없어보였다. 유릭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다는 듯, 마치 남의 일

이라는 듯이 무관심하다. 유릭은 이마를 가볍게 문지르고는 자리에

서 일어났다.

“우선 의사 분은 나가게 해 주십시오.”

알렉산더가 명령하자 의사는 금방 나갔다.

“경감님, 그 도둑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진척되어 있는 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담당하는 일이 겹치는 경우에 어느

쪽으로 수사권이 넘어가는지, 그 서열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제

가 그러하듯, 당신 역시 전문가이니까요.”

“물론 알아.”

“그 서열에 따라 정보공유를 요청할 수 있거나, 그 요청에 따를 의무

가 있다는 것 역시 아시리라 믿습니다.”

브랫의 눈이 커졌다.

유릭은 품 안으로 손을 밀어 넣어, 권총집에 넣어 두었던 총을 꺼내

책상위에 얹었다. 그 총신에 그려진 붉은 드래곤이 램프 불에 번쩍

이듯 드러났다. 알렉산더가 흥미가 이는 듯 그것을 바라보았다. 브

랫 역시 어깨를 살짝 으쓱하며 웃었다. 꽤 신기한 것을 발견한 아

이 같은 표정이었다.

“흑마법 관련의 모든 사건의 수사권은, 소속된 지역과 상관없이 특무

부 관할입니다. 그리고 사건의 경중에 따라, 특무부에는 수사의 독

점권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치안청 담당이고, 근 1년 가까이 치안청에서 맡아 왔다.

이제 막 수도에 도착한 식민지 애송이에게 맡길 일이 아니란 말

이다.”

“언제 제가 한다고 했습니까. 제 옛 상관이자, 현재 제도 특무부 소속

이신 칼 뷰겐트 중령님께 오늘 부로 보고하겠다는 말입니다. 수사를

독점하실 지, 경감의 도움을 요청하실 지는 그 분 소관이지요.”

“야, 너--”

잠시 둘의 눈이 마주쳤다.

유릭은 현기증 치미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브랫을 바라보고 있었고,

브랫은 유릭을 다 파먹어 버릴 듯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러더니, 그는 그 눈빛과는 달리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

“크로반 하사, 내가 직접 치안청장 각하를 모셔오도록 하겠다. 그분께

직접 말해라. 나는 어차피 대리. 이 사건에 총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은 그분. 직접 말하는 것이 도리겠지.”

로웨나가 기겁했다.

브랫 키저는 그런 로웨나를 가리켰다.

“로웨나 츠에슬린 그레이브 양, 아버지께 영애가 목격한 것을 아주

상세히 말해 주기를 바래.”

로웨나의 떨리는 어깨와 하얀 얼굴을 보며, 브랫 키저는 덧붙여 말했

다.

“물론 걱정 안 해도 돼. 그레이브 부인과 그 딸인 글로리아 양은 없

을 거야. 그러니 아버지께 솔직히 보고해 주면되는 거라고.”

로웨나는 입술을 꾹 물었다.

브랫은 백작에게 양해를 구한 후 응접실을 나갔다. 그가 사라지자,

로웨나는 가만히 눈썹을 찌푸리며 입술위에 손을 가져갔다. 간신히

자제하고 있었다. 유릭은 그런 그녀의 팔목을 톡톡 치며 말했다.

“나가 있어. 내가 알아서 설명해 줄게.”

“젠장, 싫어! 그 아버지인지 뭔지 하는 자식이 뭘 어떻게 말하든 이

자리에 있을 거야. 도망치지 않아. 절대.”

“나도 동의한다, 그린 양. 그 청장....은 평소에는 나긋나긋 하다가도,

제대로 열 받으면 정말 석 달 굶은 곰처럼 사나워 져.”

느닷없이 알렉산더가 끼어들자, 로웨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오터

역시 꽤나 놀라, 그 검은 눈을 깜빡이며 입을 벌렸다. 유릭은 할

말도 못하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벽을 가리켰다.

“하녀에게 말해 둘 테니, 저 옆방에서 쉬고 있어. 그레이브가 너를 꼭

만나야겠다고 하면, 자는 중이라고 말해주겠다.”

“어머나, 웬일이세요? 저한테 다 친절하시고.”

“그린 양에게 친절한 게 아니야. 성질 오른 고양이 한 마리와 늙은

곰의 싸움은 도저히 볼거리라 할 수 없고, 그 꼴이 내 집안에서 벌

어지는 건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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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잡설: 그러며 로웨나를 슬쩍 치워버리는 백작님. 아힝, 엉큼해.

<-네가 미쳤구나!!

하루 늦은 이유? 롤리를 환생시켰습니다. 친구 S양이 내가 다 알아서

키워 줄테니, 맡겨주셈, 하기래......환생카드 한 장 맡기고 출근했습

니다. 그리고 퇴근해서 돌아오니............. 커헙! 커헙, 커헙! 도저히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장 아장 조르르 걸어 다니는 10살짜리

미소녀의 압박은, 저로서는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여

러분, 만돌린에서 환생한 롤레인을 보시거든 인사해 주세요. 그렁

그렁한 검은 눈에 긴 머리카락을 가진 미소녀랍니다! 귀엽다고 해

주세요, 이쁘다고 해 주세요! 아아, 아직도 눈앞에서 어른거립니다!

일단은 계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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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의 성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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