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편
재회와 귀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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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오는 브란 루게나의 호텔은 떠날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
다. 프론트의 직원은 유릭이 카드를 보이자마자 고개를 휙 돌리며
알아서 하라는 듯 행동했으며, 유릭은 별 어려움 없이 최상층의 귀
빈실로 향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떠날 때와는 달리 아주 말끔하게 정돈되
어 있었다. 유릭의 핏자국이 있었을 현관 근처는 깨끗하게 닦여
있고, 유릭의 탄환이 꿰뚫은 벽 역시 흠 하나 없다. 유릭은 현관 옆
의 벽을 손끝으로 쓸어 보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가 묶던
침실을 살피기 위해 오른쪽을 돌아보았을 때, 카밀턴 경이 머물던
방문이 활짝 열려있고 그 주변에 웃옷 한 벌이 던져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유릭은 허리 쪽으로 손을 가져가며 조심스레 방 쪽으로 갔다. 푹신한
카펫 위라 조심하지 않아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차가운 아침 햇살이 방 안으로 비껴들고 있다. 금빛햇살이 바닥과
벽, 가구위로 부닥치며 흩어진다. 그리고 사람 그림자가 문 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문지방을 밟는 순간에 그 그림자가 뒤척였고, 유릭
은 바닥을 차며 총을 뽑았다.
“이보...”
상대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총구가 상대의 이마에 닿았다. 놀란
상대가 뒤로 물러나다가 의자에 부딪혔고, 그 의자를 짚으려다가
의자 다리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그가 발을 뽑으려 했지만 의자는
그대로 넘어가 버렸고, 그 의자가 침대 쪽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매트릭스에 퉁겨 올라 상대의 무릎을 후려쳤다.
“읏-!”
상대는 신음을 삼키며 무릎을 감싸 쥐려 했지만, 그러다가 이번에는
테이블 모서리에 허리를 부딪쳤다. 무엇이 더 아픈지 그도 판단하기
힘들었으리라.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신음만 으흐...흘리고 있을
뿐이다.
유릭은 더 확인하지 않아도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순
식간에 방안의 가구 배치 구조를 바꾸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하나 뿐이며, 둘이라면 좀 난처하다.
“괜찮습니까, 카밀턴 경.”
“아흐....괘, 괜찮네. 으......”
유릭은 주인보다 먼저 침대에 누운 의자를 집어 바닥에 놓고, 반쯤
돌아간 테이블을 돌려놓았다. 그리고 아마도 유릭이 오기 전에 쓰
러뜨렸을 것임에 분명한 옷걸이를 세워 놓고, 흰 발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는 정장 상의를 집어 걸어 놓았다.
“언제 돌아오신 겁니까.”
“오늘 새벽. 조사할 거 끝났다고 하면서.......가라던데. 후우, 그런데
자네는 잘 지냈나?”
유릭은 그렇게 말하며 웃는 카밀턴 경을 보니, 측은한 생각부터 들었
다.
열흘 동안의 구금 동안, 그는 정말 초췌해져 있었다. 머리카락은 감
지도 못해 끈적거리고 있고, 눈빛은 퀭했다. 면도는 당연히 하지
못해 비죽 비죽 튀어나온 수염이 햇살에 모래알처럼 반짝거리고 있
었으며, 그 수염이 덮은 볼은 푹 꺼져 있었다. 유릭은 나른히 한숨을
내 쉬고는, 책상으로 가 첫 번째 서랍에 있는 면도칼을 꺼냈다.
“면도부터 하셔야겠군요.”
“아, 응. 그....그래. 그래야지.”
카밀턴은 거친 턱을 쓱 문질러 보고는 침대위에 앉았다. 유릭은 의자
를 가져다가 그 앞에 놓은 후에 등밪이를 탁탁 쳤다.
“거기서는 저도 못 깎습니다. 여기로 오세요.”
“아, 음? 아니......뭐, 그렇겠지. 아니, 나중에 해도 돼. 수염이란
거.......뭐.....늘 자라는 거니까......이참에 길러볼까?”
언제나 어수선한 사람이 지금은 더 어수선해서 거의 신산스러울 지경
이었다. 카밀턴 경은 연신 턱을 긁적거리다가 망연하게 책상을 바
라보았다. 심장이라도 도둑맞은 사람 얼굴이다.
유릭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 지 알아챘다.
“그곳에 넣어 두셨던 수첩은 제가 챙겨놨습니다.”
카밀턴 경의 눈빛이 밝아졌다.
“정말인가? 맙소사,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아하, 정말 온 방을
다 뒤질 뻔 했지 뭔가......”
카밀턴은 웃었다. 너무나 안도하는, 부드럽고 편안한 웃음이었다. 유
릭이 말했다.
“침입자가 들어왔었습니다. 저도 다쳤었죠........경의 수첩은 정말 얼결
에 챙긴 겁니다.”
카밀턴의 눈이 커졌다.
“암살자...인가?”
“극장에서 경을 공격했던 그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확신하나.”
“흑마법사니까요.....흑마법사들은 쓰는 힘이 몇 가지로 한정되기 때문
에, 같은 느낌의 힘을 쓴다면 다른 사람일 수가 없습니다. 같은 사
람입니다.”
카밀턴의 얼굴이 굳었다. 턱을 꽈악 물었고, 이마에 힘줄이 돋아 올
랐다.
“하사, 혹시 다른 일은 없었나. 어차피 나야 사문회 지하실에 처박혀
있었다지만, 자네는- 그리고 그린 양은....아무 일 없었나?”
유릭은 고개를 저었다.
“로웨나를 공격하지는 않았습니다. 무시한 것이겠죠. 어차피 평범한
소녀이고, 그런 소녀가 흑마법사를 알아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
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게다가 제가 바로 옆에 붙어 있으니, 섣불리
나타나 정체를 들키느니 차라리 아예 나타나지도 않은 거지요.”
“지금 그린 양은 어디에 있나.”
“자기 집에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시를 붙여
두었으니, 위험이 있다면 저는 물론이요 특무부의 칼 뷰겐트 님께도
즉각 연락이 갑니다. 조금이라도 상식이 있는 흑마법사라면, 섣불
리 로웨나를 건드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상식이 있다는 전
제하이지만 말입니다.”
“상식이 없다면?”
“섣불리 건드릴 것이고, 즉각 체포될 겁니다. 어느 쪽이든 나쁠 것 없
고, 로웨나가 위험해 질 일도 없을 겁니다. 뭐, 며칠 같이 지내보니
위험해 져도 잘 빠져나올 위인이던걸요.”
카밀턴은 피식 웃었다.
“그 소녀와는 잘 지냈나 보군.”
“뿐만 아니라 덕택에 몇 가지 이상한 일이 있었고, 그 이상한 일 덕
에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성과도 얻었습니다. 우연인지 덫인지 알 수
없지만, 달리 선택할 것도 없는 이상한 성과지요.”
“그럴 거면 계속 그곳에 있지, 뭐 하러 돌아왔나. 더 알아낼 일이 생
길 지도 모르는데....나야 트레비스에게 자네가 어디 있는지 물어
보면 금방 찾아갈 수 있었을 텐데.”
유릭은 가만히 웃기만 했다. 카밀턴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어쨌건 말 해주게나.”
유릭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참이나 면밀히 살펴본 후에 ‘정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분명 확인하게 되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최근 1년 간 수도를 떠들썩하게 했던 괴도 사건에 대해 경도 잘 아
시리라 믿습니다.”
“잘은 몰라. 그냥 신문에서 불러 주는 대로 알고 있었을 뿐이지.”
“어제 밤에 그 도둑이 홀라그로 성, 즉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의 저택
에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오늘 아침에 보도될 테지요. 정확히 보도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음?”
“각하께서 잡혀 가신 후에, 저는 로웨나의 집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로웨나 앞으로 백작의 파티 초대장이 왔었습니다. 저는 수
락했고, 백작은 놀랍게도 제 앞으로 마차까지 보내주며 융숭히 대접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부하를 통해 제게 접근해 왔습니다. 손잡
을 생각이 있느냐면서.... 저에 대한 조사도 미리 해 두었더군요.
제 아버지, 제 동생, 지금 저의 상황까지. 그 모든 것을 한번에 해결
해 줄 테니, 니콜라스 추기경의 편에 들어올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뻔한 방법 아닌가?”
“저를 지나치게 우습게 알았던가, 그냥 놀린 거겠지요. 하지만 진짜
중요한 일은 그 다음입니다. 그날 저택으로 괴도의 예고장이 날아
왔고, 백작은 치안청을 상대로 내기를 걸었습니다. 그리고....저에게
도 그 내기에 참여 하라고 했습니다. 내기의 말로써, 말입니다. 제
가 잡으면 자기가 이기는 거고, 치안청이 잡으면 치안청장 그레이
브가 이기는 셈 쳐서요.”
“수락했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사고가 생겨서, 별 수 없이 그
성에 머물게 되었다는 건 말씀 드려야겠군요.”
“무슨 사고?‘
“젊은 날에 자주 터지는 사고입니다.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릴 게요.”
“어쨌건 계속 말 하게나. 어서.”
카밀턴은 지친 기색도 없이 유릭의 말에 귀를 기울었다. 유릭은 성까
지 간 과정을 설명한 후에, 밤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동화 듣는
아이 같은 카밀턴 경의 표정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유릭은 설명
을 마쳤다. 카밀턴이 박수를 보냈다.
“굉장한 밤을 보냈군, 자네.”
“네...... 하지만 더 굉장한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더 놀랄 일이 뭐 있겠나. 유릭 크로반 군이 괴도와 맞섰다니. 거,
참. 뒤에서 구경한 그린 양이 부러울 지경이군. 나도 한번 구경해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게다가 그레이브 청장이 헛물 킨 건 정말
속 시원하군.”
“흑마법사였습니다.”
“응?”
“그 괴도, 박쥐라는 촌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는 그 연쇄 절도범. 그는
흑마법사였고, 저와는 처음 만나는 사이도 아니었고요......저도 알
아봤고, 놀랍게도 로웨나 역시 그를 알아보았습니다. 로웨나가 확인
도 해 주었고, 그 괴도인지 뭔지 하는 녀석은 여태까지 안 잡힌 게
신기할 정도로 즉각적이고 단순한 반응을 보여주더군요..... 바로 로
웨나를 공격했습니다.”
카밀턴의 얼굴이 다시 창백해졌다. 유릭은 나른히 의자에 기대앉으며
말을 이었다.
“모두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각하의 첫 번째 암살자, 두 번째 암살자,
이 방의 침입자, 그리고 그 괴도까지.”
“첫 번째 암살자라면, 그 섬에서의 그 일 말인가.”
유릭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첫 번째 시도는 그의 힘만은 아니었습니다. 흑마법사들
끼리는 가끔 자신들의 마령을 바꾸거나 빌려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완전히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흑마법사들은 자신의 것이 된 마
령에게 자신의 상징을 인장으로 박아 넣습니다. 한번 박힌 인장은 굉
장한 성력을 가진 사제가 아닌 이상 지울 수 없으므로, 그 흑마법
사가 죽거나 마령에게 먹히지 않는 한 영원히 그의 것입니다. 하지
만 잠시나마 그의 명을 따르라는 명령 정도는 내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에 대한 시험이 목적이었는지,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사
람의 마령을 빌려 썼습니다. 그랬기에 매개체가 필요했고, 그 때의
매개체는 바로 그 책이었던 거죠. 서재에서의 책만큼 눈에 안 뜨이
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 일도 괴도 박쥐의 짓이라는 건 확신할 수 있나?”
“마력. 그것은 지문 같은 것이기도 하고 체취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그 무엇으로도 속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고 한숨을 내 쉬었다.
“물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어제 홀라그로
성에 왔던 그 자가 가짜 괴도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시
기가 너무 공교롭지 않습니까. 경께서 이 수도로 돌아오셨고, 그것
은 이 카스톨을 흔들기에 충분한 사건입니다. 그런 경에게 암살 시
도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랜든 경께서 암살 시도 자체가 거짓이라 우
겨도, 치안담당인 그레이브 경이 모르는 척 해도, 어떻게든 소문이
나게 되어 있습니다. 경과 돌비체 수상, 니콜라스 추기경의 관계
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 소문이 일단 퍼지기 시작한다
면, 그저 퍼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억측도 같이 불러일으키
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억측은 대중들에게는 진실보다 더 효과적
입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 그들이 ‘괴도’라는 쇼를 벌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건 굉장히 선정성 높은 쇼이니, 사람들의 시선이 단번
에 쏠리게 되지요.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다른 일에 신경 쓸
수 없게 됩니다. 아니, 이성적인 사람은 언제나 이성적일 수라도
있지요. 하지만 동의를 구하고 같이 행동할 사람들이 늘 이성적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휩쓸리게 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고장
이 날아간 것도 추기경의 측근 중의 하나이자 제도의 화제의 중심
중 하나인 알렉산더 란슬로 백작의 성. 어제 찾아온 도둑이 진짜인지
아닌 지는 그 괴도 본인만이 알고 있는 일이겠지만, 어쨌건 그
쇼 덕에 암살 미수 사건자체는 묻혔고, 경의 체포 역시 아무도 모르고
있으니, 돌비체 수상 쪽을 일단 한숨 돌렸겠지요.”
“하지만 나는 오늘 나왔어.”
“아무 일도 없었다면 경이 나오는 일 자체가 굉장한 일이 될 것입니
다.”
카밀턴은 납득했다.
“나는 그냥 후자라고 믿고 싶어지는 군. 그 괴도가 의적이라고 믿고
싶단 말이야. 수상의 하수로 온 국민을 현혹시키기 위해 만든 가짜
라면, 정말 실망인데.”
그 아이 같은 말에 유릭은 웃고 말았다.
“같이 빌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어쨌건, 중요한 것은 정리 된 셈
입니다. 경을 노리는 것은 흑마법사이고, 다른 흑마법사들과의 교
분이 있는 자입니다. 하지만 경력이 오래된 자는 아닐 것이며, 분명
젊은 사람일 것입니다.”
“젊다는 근거는?”
“마법을 쓰는 방식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통제력도 자제력도 현
저히 약했습니다. 물론 이것도 제가 어리기 때문에 갖는 편견일 수도 있지
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놈, 잡을 수 있겠나?”
“그는 젊고, 강하며, 자신을 과신하는데다가, 약간의 허영까지 있는 자
입니다. 그는 반드시 제 앞에 다시 나타납니다. 그리고 동시에 경을 노릴
것이며, 반드시 성공시키려 할 것입니다. 제가 이기면 잡을 수 있겠지요.”
“이길 자신은 있나.”
“가 봐야 아는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확신해 드릴 수 없습니다.”
“배후는 캘 수 있을까.”
“그것도 일단 생포해 봐야 알겠지요.”
카밀턴은 잠시 턱을 툭툭 치더니, 눈썹을 흘끔 밀어 올리며 말했다.
“대체로 사건이 이렇게 전개되면 이 일을 맡기 위해 나서는 패거리....들
이 있지 않나.”
목소리가 아주 불만스러웠고, 정말 생각하기 싫어하는 눈치다. 유릭은 고
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빨리 칼 뷰겐트 님께 보고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순서지요. 아니,
되도록이면 지금 당장 가야 합니다. 이곳에 온 이유 자체가, 그자가 남긴
흔적을 좀 더 조사한 뒤에 뷰겐트 님께 보고하러 가기 위함이었으니까요...
물론 경을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같이 가야...하는 건가?”
“당연합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은 다름 아닌 경과 관련된 일입니다. 경
께서 빠지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
카밀턴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경?”
“어이, 크로반 군. 난.....그곳에 가면 굉장히 난처한 일을 당한다네. 정
말 굉--장히 난처한 일이야.”
“그곳에도 렌든 경 같은 분들이 있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 거기 장교 대부분이 프리델라의 옛 동료거든. 내가 가면,
아마도 다들 날 씹어 먹으려 덤빌 거야........어쨌건 나를 아주 나쁜 놈으
로 생각하고들 있으니까.....내....말 뜻 알겠지?”
유릭은 칼 뷰겐트를 떠 올렸다. 단언컨데, 그도 상당히 열성적으로 덤빌 것
이다(그리고 그가 열성적으로 덤비는 것은, 보통사람이 목숨 걸고 덤비는
것과 매우 비슷한 효과를 낸다). 카밀턴은 이제 흙색이 다 된 얼굴이 되어
중얼 거렸다.
“하지만 뭐....쩔 수 없겠지.....가야 한다면....지금 당장 가세......”
카밀턴 경은 일어났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한 걸음을 떼는 동시에 미끄러지
듯 쓰러졌다.
“카밀턴 경!”
놀란 유릭이 달려오자, 그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잠시...뒤에 가야 겠군.....사흘.....아니....나흘....아냐
......잡혀가고 한숨도 못잤.........쿨......”
그리고 완전히 곯아 떨어져 버리더니, 잠시 뒤에 도롱 도롱 코까지 골기
시작했다.
“.......”
유릭은 카밀턴을 잡아 일으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그와 같이 지내며 거
의 매일 하던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신발을 벗기고, 상의와 셔츠를 벗기
고, 바지까지 벗겨 옷걸이 위로 던졌다. 그리고 옷장을 뒤져 잠옷을 찾은
뒤에 입히기 시작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난 그는 어찌하여 자신이 잠옷
으로 갈아입고 있는 지, 절대 물어보지 않을 것이다. 열흘 중 칠팔일을
그렇게 자고도 한번도 묻지 않았던 위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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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잡설: 버, 벗겼다.
드디어 장군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뭔 짓을 할 지는 5일 후에!
p.s http://bh21.net/ <- 여기에 겨울키의 출판 공고가 났군요;;
일단은 계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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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의 성좌]
제17장 덫사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