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홍염의 성좌-65화 (65/174)

제64편

덫사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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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지만 이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제복에 계급장까

지 싹 갖추고 왔는데 말이다.

이건 거의 하극상을 능가한다. 예의 차리기는커녕 시늉조차 하지 않

으며, 말 그대로 길가다 들른 놈팡이나 건들거리며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는 동네 개 취급이다. 특무부가 다른 부대와 매우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바였지만, 그래도 헨리 카밀턴

은 전시에는 특무부에 대한 지휘권까지 가지고 있는 장성이다. 또한

어느 부대의 입구를 가던 그 부대의 사령관까지 정성과 존경을

다해 맞이해야 하는 제국의 영웅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제도 특무부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부터 분위기가 싸늘

해지기 시작하더니 현관을 통과한 뒤에는 가히 얼어 죽을 지경이

었다. 입구의 경비병은 극진한 존경을 표했지만, 단지 그뿐. 특무부

대 내부로 들어가자 그곳 장교들의 살벌한 눈초리는 둘째치고라도,

바위 같은 무관심과 냉대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 감정 자체가 힘든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일으키는 사태가 그들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그런 것이다.

안내도 없네요, 하고 유릭이 중얼거리자 카밀턴이 당장에 험악하게

말했다.

“안내? 바랄 걸 바래야지. 즉각 대령? 그것도 바랄 걸 바래야지!! 다

섯 시 넘으면, 아마 퇴근시간이라고 안 만나 줄 걸!”

“아무리 그래도 기다리는 동안 물 한잔도 없......”

“물은 셀프입니다.”

서른 정도 되어 보이는 장교 하나가 그리 툭 던지고는 특무부 부대

상징인 갈라진 십자가와 평화의 잎을 번쩍이며 지나갔다. 카밀턴은

대기실 의자에 앉아 심드렁하게 한숨을 내 쉬었다.

“오실 때마다 이럽니까?”

“그래도 나아지는 군. 프리델라와 이혼한 직후에는..... 특무부대원 파

견문제로 왔다가 이상한 저주에 걸렸지.”

“이상한 저주요?”

“응, 아주 이상한 저주. 한달 가더군.....뭔지는 묻지 마.”

유릭은 대강 ‘밤일’과 관련된 거라 예상은 했지만 카밀턴의 체면을

고려해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건, 중요한 것은 지금 둘은 대기실에 앉아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

이라는 것이다. 다른 부대라면 사령관도 당장에 만날 수 있건만,

지금 카밀턴은 중령인 뷰겐트를 만나러 와서 ‘기다리는’ 중이다. ‘일

이 바쁘시니 한 시간 가량 기다려 달라 하십니다!’ 하고 그 부관이

전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어디에서 기다리라는 말도 하지 않

고 부관은 돌아갔고, 카밀턴은 늘 겪는 일인 듯 대기실로 ‘알아서’

가서 ‘알아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허름한 차림새의 일행

이 웅크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복차림의 카밀턴이 나타

나자 드디어 누군가가 온 줄 알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들

과 ‘함께’ 기다리기 시작하자 아주 당황했다.(반 시간 가량 지나자,

일행 중 하나인 노부인이 다가와 감자 과자를 내밀며 좀 드셔

보시구랴, 하고 권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가고 한 시간 반이 되어가자, 방금 전에 그들

더러 기다리라 했던 뷰겐트의 부관이 다시 나타났다.

“중령께서 ‘바람둥이 각하께 여기로 오라 해라.’ 라고 전하셨습니다.”

카밀턴이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부하였으면 당장에 영창이다, 너.”

카밀턴은 지팡이로 그 부관을 팰 듯이 가리키고는 대기실을 나갔다.

여태까지의 냉대를 모두 합쳐도 뷰겐트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뷰겐트는 책상에 발을 얹고, 제복 상의는 저 편에 내팽개쳐두고 금방

이라도 싸울 듯 셔츠 단추까지 풀어 헤치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카밀턴이 들어오자 장성을 영접하기 보다는 차라리 한판 붙자고 덤비

기 전에 보일 법한 살벌한 미소를 보이며 팔뚝을 보였다. 팔뚝의

십자문신이 제법 살벌하다.

“어서 오십시오, 각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카밀턴이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한대 맞으십시오, 각하. 라고 하면 딱 좋겠군.”

“이곳은 다른 부대도 아닌 특무부입니다. 다른 부대에서처럼 특권의

식을 가지고 이곳의 장교들을 대하면 안 됩니다. 이런 말도 있습

니다. 특무부의 계급은 따로 외워둬라, 하고.”

“나도 들었지. 조폭 비슷한 녀석들이니 사람 취급 하지 말라고.”

“밖에 나가서 특무부는 조폭이다, 한번 외쳐 보시죠. 이제부터 사람

취급 안 하겠다고도 외치시고요. 아마도 사람이 아닌 상태로 만든

뒤에 밖으로 던져 드릴 겁니다.”

“아, 할 이야기나 하지.”

카밀턴이 그리 말하자, 뷰겐트는 발을 당기고 제대로 앉았다. 유릭이

의자를 가져오자, 그제야 카밀턴도 앉았다. 뷰겐트가 먼저 말을 꺼

냈다.

“이야기는 일전에 유릭에게 대강 들었습니다. 각하를 암살하려는 자

가 흑마법사라는 것. 그런데 각하께서 이리 몰래 몰래 찾아오신

것은, 그 일을 극비리에 맡길 생각이기 때문인 듯 한데요.”

“하지만 자네 표정은 어째 ‘그냥 죽이게 내 버려두고 싶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나?”

“바람둥이는 남자의 적이니, 그냥 조용히 사라지시는 편이 더 좋죠.”

“바람을 피던 말든 내 사생활이네. 자네 마누라에게 껄떡대지 않는

한 상관할 바 아니라고. 그리고 사적인 감정을 들이대며 공적인 일에

임하는 건 아주 좋지 못한 자세라고 보는데, 중령.”

“지나치게 부도덕한 사생활은 제재를 받아야지요.”

“인기 없는 남자의 가소로운 질투로 밖에는 안 보이네만.”

“상대방을 비하하는 것은 좋은 예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비하해도 될 정 도로 유치하고 치사하게 군 건 중령인데.”

유릭은 두 분다, 두 분이 이끄는 부대와 군단이 울적해 질 정도로 유

치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싸움들 그만하시고, 일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지요.”

그리고 살벌한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끝난 다음에 싸우든 메치든 마음대로 하시면 될 것 아닙니까.

심판 정도는 봐 드릴 수 있습니다.”

둘 다 상대를 험악하게 노려보고는 고개를 픽 돌렸다.

유릭은 집무실 안의 커피 포트를 찾아 필터를 끼우고 커피를 넣은 후

에 물을 부었다. 잠시 기다리자, 삐익- 소리와 함께 걸러진 커피라

포트로 졸졸 흘러내렸다. 유릭은 잔을 꺼내와 그들 앞에 하나하나

놓았다. 집무실 안으로 커피향이 퍼지자, 분위기도 조금은 부드

러워졌다. 유릭은 그 잔을 모두 채운 뒤에 말했다.

“지난주에 뵌 후에 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홀라그

로 성으로 제가 간 것부터 이야기해야겠군요.”

“말해!”

유릭은 한숨이 나왔다.

칼 뷰겐트가 프리델라가 파난에 도착하는 그날로 그녀에게 반했다는

건 아는 사람만 아는 바였고, 카밀턴은 바람피다가 프리델라에게

상처를 주고 이혼했다는 건 알려진 바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면 좋은 일 벌어지기 어렵다는 건 유릭도 충분히

예상하던 바였으니, 별로 당황하지도 않았다. 그랬기에 중간 중간에

두 사람이 티격태격 하던 살벌한 눈초리를 보내건 전혀 상관하지

않고 할 말만 했다. 그럭저럭 보고가 끝나자, 칼 뷰겐트는 그 곰

앞발 같은 팔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요약하면......지금 온 제도를 들쑤시고 다니는 전설의 괴도양반이 우

리 바람둥이를 노리고 있고.”

카밀턴은 아주 우아하게 턱을 괴며 답했다.

“우리 미련 곰탱이 중령님이 나서주면 좋겠다는 거지.”

다시 둘이 서로를 쏘아보았다.

유릭은 그들을 무시한 채로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간단하다면 간단하지만, 생각만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말씀 드렸

듯, 흑마법사 뒤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는 듯 하고 중요한 건 그들

입니다......사실, 그는 잡히지 않았다기보다는 잡지 않았다, 라고 말하

는 게 나을 겁니다. 지난번에 정보 보관실에서 알아보니, 전임 치

안청장인 워튼 경 역시 돌비체 수상이 임명한 사람이더군요. 좌천

되었다고는 하지만 지난번에 정보 보관실에서 알아보니 루게나의 치

안청장이 되어 있더군요. 좌천이 아니라 휴가라고 불릴 만한 인사였

습니다. 그리고 임명된 것이 역시나 수상의 인맥이라 할 수 있는 그

레이브 경. 게다가 그는 이 일을 특무부로 넘긴다고 할 때 과민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본인의 딸까지 불러 모욕을 주어 어떻게든 저

를 이 일에서 떼어내려고 했지요. 물론 방법이 별로 좋지는 못했고,

썩 효과적이지도 못했지만 말입니다.”

“대체 무슨 일을 벌였길래.”

“더 묻지 말고 그냥 넘어가 주십시오, 중령님. 당사자의 사생활과 명

예 문제니. 결론은 그레이브 청장이 아주 싫어하더라, 이거지요.”

“하지만 수사를 맡으려면 위로 보고를 올려야 하고, 그리 되면 그레

이브 청장도 알게 될 거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수상이나 추기경

쪽에서 ‘상관없으니 손떼라’ 하고 말하면 아무 소용없어. 애송이

추기경 예하가 설쳐주면 우리로서는 속수무책이다.”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괴도수사는 저희들과 아무 상관없고, 모두

치안청일입니다. 저희들이 찾아 잡아야 하는 것은 카밀턴 각하의

암살미수범입니다. 물론 프리델라 님의 도움이 조금 필요할 테지만

말입니다.”

카밀턴이 피식 웃었다.

“그냥 잡는 것만으로는 안돼. 아주 공개적인 자리에서 생포해야 하네.

모든 사람들이 목격할 수 있는 곳에서, 그 자식이 나, 헨리 카밀턴을

노리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한 뒤에 체포해야 한단

말이야.”

뷰겐트는 그를 꽤나 달갑잖다는 듯 보았다.

“일단 체포한다면, 족쳐서 알아내는 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들 전

문이니.”

“뷰겐트 중령, 그런데 자네는 이 사건이 정말 중요하다는 건 알고는

있나?  암살미수 사건이 가진 정치적 성격은 아주 민감하고 예민하

다네. 이러면 결과가 전혀 엉뚱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고.”

뷰겐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각하가 바람둥이라는 것과는 별도로, 각하의 위치가 이 제국에서 어

떠한 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말하기 싫지만, 프리델라

님께서 벌써 서로 서로 사이좋게 도우라 말씀하셨단 말입니다.

유릭이 왜 일 터지자마자 저를 찾아 왔겠습니까.”

“프리델라가?”

뷰겐트가 이를 내 보였다.

“행여나 뭘 기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람둥이 각하. 프리델라 각하

께서는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는 듯 합니다. 전, 혀.”

“강조해 줘서 고맙군.”

카밀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니, 그리 오래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유릭이 보기에, 그는 지금 ‘지금 막 생각해 낸 척’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것뿐이었다. 역시나 사소한 것에서 으스대고 싶

어 하는 버릇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다.

“중령, 만약 그 놈이 나타난다면 간단하게 체포할 수 있나?”

“장담할 수는 없지만, 놓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누가 그 배후이던 간

에, 우리는 일단 체포는 할 수 있습니다. 유릭이 말한 대로 ‘핑계’도

충분하니 말입니다.”

카밀턴은 유릭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크로반 하사. 자네가 방금 전에 분명 말했었지. 그 놈은 나서

기 좋아하는 ‘애송이’라고 말이야.”

“네.”

“물론 애송이니까, 이 헨리 카밀턴을 직접 노리는 대범한 짓을 할 수

도 있겠지. 어지간한 프로라면 추적당할 일 때문에 손도 못 댈 테

니까, 말이야. 배후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배후’의 힘을 과신하

는 건 아직 생각이 모자란다는 증거이기도 해.”

유릭은 슬슬 카밀턴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짐작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조금 더 으스대고 있는 걸로 보아, 제정신을 차리고 있기도

했다)

“하사, 중령. 나는 아주 궁금해지는 게 있어. 이 괴도인지 뭔지 하는

놈이 하는 짓이 과연 사람들의 이목을 분산시키기 위해 추기경과

수상이 벌이는 파렴치한 쇼인지, 아니면 정말 서민들의 영웅이 될만

한 그런 거사인지. 전자라면 반드시 밝혀야 할 테고, 후자라면 오

해를 풀어야 할 테지.”

“무슨 생각 하시는 거요?”

뷰겐트가 묻자 카밀턴은 가볍게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간단하지. 나도 쇼를 보여주어야지, 아주 굉장한 쇼를 말이야. 이리

저리 도망 다니는 것도 질렸고, 사문회 끌려 다니는 것도 피곤하고

하니, 지금 내가 알게 된 사실을 충분히 활용 해 볼 생각이네.

앉아서 다 처리해 볼 거야.”

“쇼?”

“그렇지, 중령. 어이, 하사, 중령. 둘 중 누가 글을 더 잘 쓰나?”

유릭이 뷰겐트를 가리켰고, 뷰겐트는 자신을 가리켰다. 카밀턴은 그

의 산적 같은 몸매를 보며 영 못 믿겠다는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유릭에게 맡기자니, 그가 그런 쪽으로 전혀 소질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지라 불안하기도 했다.

“내가 글을 어마어마하게 못 써서 그러네만, 나대신 좀 써 주겠나. 쓸

내용은 조금 적어 줄 테니, 하고 싶은 만큼 실컷 ‘문학적인 글’을 써

주게나. 표제는 괴도 박쥐, 시골에서 갓 올라온 따끈한 촌놈에게

깨지다, 정도가 좋겠군. 그리고 써 준다면 나는 의문의 제보자가

되어 그 원고를 내가 잘 아는 타블로이드 기자에게 넘겨주겠네.”

“그렇게 되면 기사의 성격상 내일 아주 대서특필되겠군요.”

그제야 카밀턴의 의도를 알아챈 뷰겐트가 얼굴을 구기며 험악하게 말했다.

“타블로이드 제보기사 같은 비문학적이고 천박한 글을 쓰란 말입니까!

제가 쓰는 글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아주 시적인 글이란 말입니다.”

“내가 언제 기사쓰랬나. 자네의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소설’을

써 보면 되는 거야. ‘문학적’이면 문학적일 수록 좋네. 어차피 그

신문사 놈들은 사람들을 흥분시키고 잘 팔리는 글을 좋아하지, 사실에

입각한 딱딱한 글은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 그리고 마음에 안 들면 그

쪽에서 알아서 뜯어 고쳐줄 테니 걱정 안 해도 되고.”

“가져다준다고 믿어 줄까요?”

유릭의 말에 카밀턴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자네는 아직도 신문이 이 제국의 시민들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미안하지만 기자들에게건 신문들에게건

뉴스는 사실이 아니라 상품 그 자체야. 그 상품을 실어서 더 중요한 상품

인 신문을 어떻게 파느냐, 중요한 건 그것뿐이지. 아무리 사실이라도

상품 가치가 없으면 실리지 않고, 아무리 거짓이라도 가치가 있으면 확인

도 안하고 실어 버리는 게 신문지야. 그러니 꽤나 엉터리 같은 제보를

해도 상품 가치가 충분하면 실어 줄 거라고. 특히나 진실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아도 되는 타블로이드 지라면 말이야.”

유릭은 펜과 종이를 뷰겐트 앞으로 밀어 넣었다. 뷰겐트가 유릭을 노려

보았지만, 유릭은 좀 더 깊숙이 종이를 밀었을 뿐이었다.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싫어, 닥치고 하시지 못하겠습니까? 오냐, 알았다. 제길!

나중에 보자, 너. 어차피 이제는 중령님 부하도 아닌 걸요. 유리 크로반!

“자극적일 수록 좋네. 최대한 박쥐인지 두더쥔지 하는 녀석은 자네 마음

대로 씹어 대. 자네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그 대상이라 생각하여 실컷

감정 이입시키고-”

“각하를 생각하도록 하지요.”

“.....도움이 된다면 그리 해도 좋네.”

유릭이 말했다.

“지나치게 자극하신다면 과격하게 나올 지도 모르는데요. 어차피 그는

경이 어디로 가든 경을 노리기 위해 나올 겁니다. 꼭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데요.”

카밀턴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가만히 기다려도 달려올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시끄럽게 설

칠 이유를 마련해 주는 게 더 좋겠지. 또, 그 모든 것이 돌비체 수상과

니콜라스 추기경이 대국민 서비스로 벌인 짓이라면 그의 명예는 충분히

엿 먹어 둘 필요가 있네.”

카밀턴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눈 안에서 벼락이 치듯이 열기가 번득였다.

“하사, 나는 근사한 무대를 준비하고 싶어. 그리고 이 무대로,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다 초대해 볼 생각이네. 내 오랜 벗인 렌든, 니콜라

스 추기경, 그레이브 치안청장, 등등. 그들의 눈앞에서, 그리고 다른

모든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이 부리는 검은 개를 잡아 매 달

거야. 서부 전선, 성도 탈환의 헛된 명예의 자리에서 젊고 가엾은 병사

들이 죽어나갈 때 뒤에서 이런 천박한 쇼를 벌이며 사람들의 눈을 가리는

그들 모두에게 경고할 거네. 이제 그들에게 농락당하는 시기는 지나갔

다고. 그리고 나를 농락하던 그 가증스런 영광의 시기 역시 지나갈 거

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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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잡설: 어머나, 카밀턴 장군;; 장군스럽다고, 자네! 이런 일 처음이야!

일단은 계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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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의 성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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