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홍염의 성좌-101화 (101/174)

제101편

구원의 악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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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이 아니잖아!”

소령도 기겁했다.

검은 늑대는 바람처럼 거리를 가로질렀다. 길 앞으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부관 옆에 있던 유릭이 총구를 들었다. 그리고 괴물이

늑대를 공격하려는 순간에, 방아쇠를 당기며 외쳤다.

“히게아!”

푸른 섬광이 터지고, 그것이 붉게 젖은 허공을 뚫었다. 괴물 앞으로

마법진이 꽃처럼 펼쳐졌다. 괴물이 주춤하는 순간에, 그 마법진 안

에서 붉은 화염이 폭발하며 괴물을 휩쓸었다. 비명과 울부짖음이

터진다.

부관도 소령도, 이렇게 생각했다. 제길, 나도 한번 저런 거 써 보고

싶다!! 적어도, 조금만 쓸 줄 알았다면 어제 새벽처럼 그런 처참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악마자식 어쩌고 욕해도, 그래도

‘힘센’ 것 하나만큼은, 그리고 어제 자신들의 무능력을 처절하게

통감했던 만큼, 너무도 부러웠다. 파난 유배지 최하층 감옥 같은 생

활을 하든 말든, 지금만큼은 저렇게 할 수만 있다면 100년이고 그리

살 수 있을 듯한 기분이었다.

유릭이 외쳤다.

“카바냐 중위! 준비 하십시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크리스펠로와 에바 말고 또 있었던 거냐! 괴

물 같은(그 중 하나는 정말 괴물이고) 놈이 하나 더 따라왔다, 그리

생각하며 소령과 부관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제 모였는지, 병

사들은 부상당한 사람이건 멀쩡한 놈이건 상관없이 필사적으로 몰려

들어 뭉쳐 있었다. 그들 모두 구세주 만난 어린 양 같은 눈빛이었다.

“시작 시간은?”

여자 목소리, 그것도 태어난 지 2분 정도 된 병아리 울음처럼 앙증맞

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에, 몸상태가 어떤

병사건 상관없이 ‘여자다!’ 라고 외치는 듯 번쩍이는 눈을 획 돌렸다.

부관과 소령은 다 죽어가면서도 태어난 이유만큼은 절대 잊지

않는 그들을 저주했다.

“크리스펠로 대위가 돌아오는 즉시.”

카바냐는 옅은 금발머리에, 밝은 다갈색 눈동자를 가진 젊은 여자였

다. 눈이 크고, 얼굴 이목구비는 작고 오밀조밀했다. 얼굴도 귀엽고

예뻤지만, 그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는 참담한 전장을 잠시나마

천국으로 바꾸어주었다. 그러나 아무리 귀여워도 몸을 감은 제복은

분명 장교복이고, 가슴과 어깨의 계급장은 중위의 것.

그리고 무엇보다, 정체모를 단봉을 앞에 세우고 도심을 노려보는

그녀는 특무부, 방금 전의  괴물청년과 괴물급 소년과 유령보다 더

유령같은 사제 에바의 동료인 것이다. 암사자가 예쁘면 뭐하나.

“에바, 구역 정해!”

카바냐가 허리에 찼던 검은 단봉을 세우며 외쳤다.

에바는 투란바코스를 더 높이 띄웠다. 시청과 군인을 중심으로 하여

거대한 원이 그려졌고, 그 원안에 있는 마물들의 사체들은 모조리 타

증발했다.

잠시 뒤, 지평선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크리스펠로-또는 검은

늑대- 였다. 그는 노을을 등지고, 몸에 휘감긴 쇠사슬을 쩔렁이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의 등에 사람들이 매달려 쇠사슬을 꽉 잡고

있었다.

“서두르십시오!”

유릭이 외쳤다. 검은 늑대가 속도를 내어 달려왔다. 그 등에는 소년

한명과 지친 청년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에바가 정한 구역 바깥에

이르자, 검은 늑대는 바닥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와아악--!”

늑대의 육중한 몸이 병사들 위를 가로질렀다. 병사들이 일제히 비명

을 지르며 엎드렸다. 늑대가 사람이 없는 공터에 착지했다. 동시에

그의 등에 탔던 사람들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유릭은 달려가

그 중 어린 소년을 받아 안았다. 다른 청년 두 사람은 모두 바닥에

굴렀다. 소년은 상처투성이였고, 겁에 질려 덜덜 떨고 있었다. 며

칠을 굶었는지 눈도 퀭하고 얼굴도 창백했다. 유릭은 다리도 제대로

못 가누는 소년을 병사들 쪽으로 던졌고, 병사 중 한명이 그 소년을 받았다.

검은 늑대가 몸을 돌리더니 시청의 정면을 바라보았다.

“시작.”

시작해도 된다, 라고 해석하면 될 것이다. 늑대의 모습이 크리스펠로

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의 모습은, 떠날 때 그랬듯 말끔한 제복차

림이었다.

유릭이 외쳤다.

“에바!”

그들을 둘러싼 빛의 원, 바로 바깥에서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솟구쳤

다. 유릭이 방아쇠를 당겨 그것을 쏘아 맞췄다. 그것은 돌덩이처럼

바닥에 툭 떨어졌고, 그 순간 원위에 우우빛 뿌연 장막이 펼쳐졌다.

검은 그림자들이 그것에 타서 증발했다. 완전히, 하얗게 타서

사라진다.

“시작하십시오, 카바냐-!”

카바냐가 단봉을 바닥에 꽂으며 외쳤다.

“드류벨다--!”

카바냐를 중심으로, 엄청난 마법진이 핏줄처럼 펼쳐졌다.

그것은 바닥을 휩쓸고, 우유빛 장벽을 통과하자 엄청난 속도로 뻗어

나갔다. 온 바닥을 수놓았다. 그녀가 쥔 단봉을 따라 수 십 개의

문자가 휩쓸 듯 스치고 지나갔다. 빛이 짙은 명암을 드리웠다. 분명

노을 젖은 저녁이었건만, 그 순간은 날카롭고 잔인한 음영의 세계였다.

카바냐가 손을 놓으며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에, 온 땅이 울렸다. 휩

쓰는 마법진의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지고 깨어지며, 도

시의 건물들이 모조리 주저앉기 시작했다. 검은 그림자들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유릭과 크리스펠로가 남과 북으로 각자 달려갔고,

두 사람 다 각자의 무기를 꺼내었다. 뿌연 장막 너머였지만, 그

둘은 그림자들을 정확하게 겨냥했다. 유릭의 총구가 푸른 섬광을 뿜

고, 크리스펠로의 활에서 붉은 섬광이 솟구쳐 검은 그림자들을 꿰

뚫었다. 그것에 맞을 때마다 검은 그림자들은 산산이 부서졌다.

카바냐가 봉을 들었다. 에바의 이마 위에서 빛나던 투란바코스가 서

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뿌연 장막이 사라지고, 그 위로 노을 젖은

붉은 하늘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유릭과 크리스펠로는 각자가 맡

은 지평선을 노려보다가, 더 이상 아무것도 없자 각자 활과 권총을

내렸다.

소령은 얼빠져 있다가 털썩 주저앉았다. 부관은 어이가 없어서 멍하

니 지평선을 바라보았고, 병사와 장교들 역시 그렇게 서 있거나 주

저앉아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도시가 서 있던 그곳에, 굵은 바윗덩어리와 철근이

널브러진 황야가 펼쳐져 있었다. 남은 것은 아예 없었다. 거인이

잘근 잘근 밟아댄 듯, 완벽한 폐허였다.

“소개도시 전파완료.”

에바가 그렇게 말하며, 투란바코스의 십자가를 잡고 이마와 어깨위로

성호를 그었다. 단 네 명이 단숨에 즉사시킨 도시를 향한 기도 같아

보였다.

유릭이 소령에게 말했다.

“완료되었습니다.”

“뭐?”

“일 끝났다고요. 저희는 이대로 사령부로 복귀하겠습니다.”

소령이 멍하니 바라보자, 유릭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유릭은 이마에 손을 대었다 떼고는 돌아섰다. 그리고 도시하나를 단

숨에 박살내어 황무지로 만들어 놓은 그들은, 유릭이 “자, 집합입

니다.” 하고 부르자 모두 손을 탈탈 털며 그를 따랐다.

“다음은 어디야?”

카바냐가 투덜거리며 묻자, 유릭은 웃으며 그들 모두를 기쁘게 했다.

“없습니다. 사령부로 복귀합니다.”

“졸려.”

크리스펠로가 말했다.

“돌아가면 따끈한 코코아 한잔 타 드리지요. 푹 주무세요.”

“근방에서 한숨 자고 가자....... 나흘이나 한숨도 못 잤다고. 이러다가

는 가다가 지쳐 죽어버릴 거야.”

“........늦으면 프리델라 님께 맞아 죽습니다.”

더 이상 아무런 불평도 들리지 않았다.

에바가 기도치고는 좀 살벌하게 무언가를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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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잡설: ................특수무적부대.

......................................

이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시도하기도 전에 프리델라에게 맞아

죽겠지요. -_-;;;

다음편은 5일 뒤!

p.s 계급건은........전적으로 제 실수입니다;;;;;;;;;;;;;;;

어제 새벽에 비몽사몽 올리다 보니, 고치는 걸 잊었군요. 처음에

지휘관을 소위, 로 설정해 놨다가..... 병사수 늘리느라 계급을

올렸거든요. ^^;;(고민2분만에 결정된 눈부신 진급) 그리고 좌악 수정

을 하다가(일명 찾아바꾸기), 저 문단을 고치는 걸 잊었지 뭡니까;;

너그럽게 봐주세요. ^^

치안군 지휘자 분은 소령, 카바냐는 중위. 즉 소령>중위가

맞습니다. 이건 한국군이랑 같아요. -ㅅ-;;

일단은 계속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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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염의 성좌]

제28장 광산의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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