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홍염의 성좌-141화 (141/174)

제141편

요정의 공주#2

*****************************************************************

“어쩌면 그렇게 무례한 말을! 어쩌면, 어쩌면!”

“에니, 진정하렴! 제발, 진정해!”

공연 잘 하고 나와서 불침을 맞아버린 에닌은 그대로 호텔의 자기 방

에 처박혔다. 트레비스는 버럭 버럭 악을 써대며 화를 냈으며, 카

밀턴은 그 앞에서 ‘지루하긴 지루했지...’ 하고 투덜대다가 트레비스

의 방에서 걷어차여 쫓겨났다.

11시 경, 에닌의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로웨나는 딸을 달래다

지친 마델로 부인에 의해 소환되었다.

“뚝 그쳐, 이 바보야!”

로웨나는 오자마자 빽 고함을 질렀다. 에닌은 훌쩍거리며 로웨나를

바라보다가, 아직도 불안해하는 어머니 마델로 부인에게 말했다.

“어, 엄마.....로이하고 단 둘이 같이 있고 싶어요.”

“그래, 그러마. 그리고 에니, 그 불한당이 한 말은 신경 쓰지 말 거

라. 알겠지? 세상에나, 너보다 노래 잘하는 애가 어디 있다고!”

“괜찮으니까 나가 주세요, 엄마. 제발요.”

마델로 부인은 그래도 딸이 걱정되어 몇 번이나 안쓰러운 눈으로 돌

아보다가 자리를 떴다. 마델로 부인이 나가자 에닌이 훌쩍거리며

물었다.

“내, 내가 그렇게 형편없었니?”

로웨나는 당장에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형편없었던 건, 그 남자라고! 그 잘난 체 하는 꼬락서니라니!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요건 요렇고! 자기가 무슨 바티스타의

작곡자라도 된다는 거니, 뭐니? 하여간, 생긴 것도 이상해서는!”

“하지만 누트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셨잖아! 평소보다 못한 건 사실이

라고!”

“선생이 있건 없건 간에, 여주인공인 주제에 못하면 어쩌자는 거야,

넌! 그냥 내일 똑같이 부르라고. 오늘 부른 대로 내일도 부르란 말

이야. 어설프게 바꿔보려고 하면 더 안 된단 말이야.”

에닌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는 없어! 그러니 도와줘, 로이.”

“도와줘? 무슨 말이야, 너.”

“나 혼자서는 못하겠어. 네가 도와줘야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로

이, 제발 도와줘. 내일 그 사람이 또 나타나서 똑같이 말한다면 어

떻게 해. 그건 너무 싫어. 무서워.”

“흐유-”

마델로 부인이 와 달라고 할 때부터 이리 될 줄 알았다. 결국에는 임

시 가정교사 노릇이다. 로웨나는 이마를 짚고 끄흥- 하고 한숨을 내

쉬고는 말했다.

“알았어. 악보나 가지고 와.”

“고마워!”

아아, 결국 밤새도록 시달릴 것이다. 차라리 푹 자고 내일 아침에 하

는 게 더 나을 텐데, 그리 생각하며 로웨나는 자리에 풀썩 앉아 에

닌의 화장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런데, 화장대 거울이 비추는 호텔 문이 살그머니 열렸다. 마델로

부인이 돌아 왔나, 그리 생각했기에 로웨나는 고개 돌리지 않고 거

울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문틈으로 들어오는 것은 장밋빛 원피스를

입은 소녀였다. 로웨나로서는 처음 보는 소녀였다. 은빛 머리카락에,

파란 눈동자, 눈송이처럼 뽀얀 얼굴을 가진 예쁜 소녀였다. 저

계집애는 또 뭐야, 로웨나는 유심히 바라보았다.

소녀는 방안을 조심스레 살피더니, 들어와 문을 닫았다.

“에니 언니, 저 왔어요.”

에닌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블랑쉐! 어서 오렴. 오늘은 늦게 왔네.”

“백작님과 하사님께 놀아달라고 했거든요. 하지만 결국 쫓겨나 버렸

어요. 언니는 나를 쫓아내지 않겠지요?”

“물론이야, 블랑쉐. 이리 와.”

에닌이 두 팔을 벌리자, 소녀는 달려와 에닌의 목을 끌어안고 볼에

입 맞추었다. 그리고  로웨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에니 언니, 저기 저 언니는 누구죠?”

왠지 클로디유 비슷한 느낌이군, 로웨나는 이 소녀가 단번에 아주 마

음에 안 들게 되었다. 에닌이 로웨나를 소개했다.

“로웨나 그린, 내 친구란다. 같은 오페라 단이지. 로이, 이 아이는 블

랑쉐 페인. 알렉산더 백작님의 양녀야.”

“양녀?”

로웨나는 소녀의 새빨간 드레스를 흘끔 보았다. 주름이 곱게 잡히고

프릴이 화려하게 달린 눈 휘 둥그레지는 고급드레스다. 좋겠네, 어

렸을 때부터 저렇게 치장시켜주며 돌봐주는 갑부도 만나고. 괜히

질투가 난 로웨나는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 사람의 양녀가 왜 여기 있는 거니?”

에닌이 사정을 설명하자, 로웨나는 짜증을 냈다.

“정말 골치 아픈 사람이네. 어린여자아이가 군인 옆에 있는 건 안 되

고, 결혼도 안한 아가씨들에게 애 맡기는 건 되고? 솔직히 말하라고

해. 애끌고 이상한 데 놀러 다닐 수 없으니 등 떠밀어 보낸 거라

고 말이야!”

“로이! 백작님은 그런 분이 아니셔. 그리고 너도 아이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면 안돼. 아이들은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야.”

“천사는 무슨. 애들이 천사라는 말은 애 엄마아빠에게 뭔가 팔아먹으

려는 사람들이 아부 떨 때나 쓰는 말이라고! 나는 애 싫어! 밤낮

떼쓰고, 안 해주면 발랑 뒤집어져서 찡찡 울기나 하고!”

그리고 로웨나는 블랑쉐를 못마땅하다는 듯 쏘아보았다.

“어쨌든, 저 아이더러 여기 계속 있을 거라면 얌전히 있으라고 해.

너, 연습해야 하잖아.”

블랑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백작님이, 에니 언니는 브란 카스톨에서 가장 유명한 오페라 가수라

던데...... 대체 왜 연습을 해야 하는 거죠? 여왕은 여왕인 거에요.

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죠.”

“요 꼬맹이, 왕이 언제나 왕이면 좋겠고 여왕이 언제나 여왕이면 좋

겠지만, 방심하면 반란이 일어난단다.”

“그리고 그 반란군은 여왕의 목을 베고 왕의 심장을 찌르죠.”

“흥, 잘 아네. 그러니까 얌전하게 있는 거다?”

에닌이 당황했다.

“로이, 아이에게 그렇게 매정하게 대하면 안돼.”

“아이라니, 아아 에니. 열세 살은 족히 되어 보이는데, 꼬맹이는 무슨

꼬맹이. 호텔 서재로 가서 책을 읽던가, 본인이 정말 아이라고 생

각하면 아이답게 일찍 자던가 하라고 해.”

블랑쉐가 말했다.

“혹시 오늘 일 때문에 그런 거라면 걱정 마세요, 에니 언니. 백작님이

그러셨어요, 이곳 파난의 가난한 사람들은 에니 언니의 아버지를

무척 싫어한대요. 그래서 에니 언니도 싫어해서, 에니 언니더러 일부

러 형편없다고 하는 거래요.”

에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에닌의 아버지, 살비에 마델로의 악명이

야 로웨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로웨나가 보기에, 대

부분의 귀족부호들도 같은 짓을 한다. 살비에 마델로가 유독 욕을 먹

는 이유는, 그가 평민 출신이기 때문이다. 귀족들은 평민출신이니 별

수 없다고 경멸하고, 평민들은 살비에가 귀족보다 만만해서 비난한다.

“그건 그렇고.......... 언니들, 저하고 같이 나가지 않을래요? 아주 중

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로웨나가 더욱 얼굴을 찌푸렸다.

“이봐 꼬맹이, 지금은 자그마치 열한시라고. 여자 셋이서 어디를 가자

는 거니?”

“시곤 항은 안전해요. 게다가 이 근방에는 군인들이 와서 지키고 있

잖아요. 위험해져도 그 사람들이 구해줄 거에요.”

“세상에나, 역시나 애는 애로구나. 그 사람들 수고하는 건 생각 안하

니? 얌전히 처박혀 있으면, 그 사람들이 애써서 수고할 필요도 없

잖아.”

블랑쉐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갑자기 구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로

웨나는 점점 이 여자애에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할 수만 있다면

엎어놓고 엉덩이를 휘갈겨 주고 싶었다. 에닌이 블랑쉐의 볼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왜 그러는 거니, 블랑쉐.”

“오늘 너무 너무 가엾은 아주머니를 봤어요. 빵을 가져다 드리기로

했는데, 제가 가지 않으면 아주머니가 무척 실망하실 거에요. 아주

머니께는 아이도 있는데, 어쩌면 좋아.”

“자선사업은 낮에 해라, 블랑쉐. 지금은 캄캄해서 그 아주머니를 찾지

도 못할 거야.”

그런데 그렇게 말하던 로웨나는 아무래도 분위기가 수상해졌다. 설마

설마 하며 에닌을 돌아보니, 에닌의 눈빛이 벌써 달라져 있었다.

에닌이 로웨나에게 다가와 그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가 보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 지금 얼마나 위험한 지 알기나 해?”

“잠깐이면 되잖아. 블랑쉐의 얼굴을 보라고.”

“위험하다고!”

“어쩌면 그렇게 이기적일 수 있니. 저렇게 어린 아이도 다른 사람을

도우려 하는데, 네 몸만 걱정하다니.”

로웨나는 기가 막혀서 푸하, 하고 웃어버렸다.

“위험하다면 위험한 거야! 제발 에니, 차라리 내일 날 밝는 대로 나

가. 지금은 너무 위험해.”

그런데 블랑쉐의 얼굴이 더욱 침울해졌다. 로웨나는 점점 더 그 꼬맹

이가 가증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약속했는걸요, 로웨나 언니.”

“그 약속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백작님이랑 가던가.”

에닌이 말렸다.

“로이, 그만해. 그리고........ 만나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험하다느니,

섣불리 판단하여 오해하는 건 나쁜 거야. 블랑쉐는 그저 약속을 지

키려는 것 뿐이잖아. 불쌍한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것뿐이라고.

그렇게 이기적으로 거절하다니.”

로웨나는 화가 있는 대로 치밀었다.

“에니, 나는 네 친구고, 너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거야! 내 충고보다,

저 꼬맹이의 황당한 말이 더 중요하다면, 나는 이번에는 네 어머니를

부르겠어! 정 가고 싶다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아주머니가

허락하신다면, 그러면 나도 동의하고 같이 가 줄게!”

로웨나는 블랑쉐를 쏘아보고는 고개를 팩 돌리고 호텔방을 나갔다.

정말 마음에 안 드는 계집애다.

어렵사리 찾은 마델로 부인은, 로웨나의 이야기를 듣자 당연히도 기

겁했다.

“세상에나, 대체 무슨 생각이라니, 에니는! 나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

구나!”

“제 정신이 아닌가 보죠. 같이 가요.”

마델로 부인은 당황하며 로웨나와 함께 에닌의 호텔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돌아와서 문을 돌려보니, 문이 잠겨 있었다. 이거 좀 이상

하다, 싶어서 열심히 문을 두드리며 에니, 에니! 하고 소리쳤음에도

문은 꼭 잠겨 있을 뿐이다. 마델로 부인이 자신의 열쇠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은 텅텅 비어 있었다.

“......!!!”

로웨나는 호텔 로비로 뛰어 내려갔다. 로비의 직원에게 두들겨 팰 듯

이 맹렬한 기세로 묻자, 겁먹은 호텔직원은 방금 전에 에닌과 어떤

꼬마 소녀가 외출복 차림으로 나갔다고 전했다. 먹을 것을 가져다

달라기래, 1층 식당에서 가져다주었다는 말도 했다.

로웨나는 입을 딱 벌렸고, 뒤따라 달려온 마델로 부인은 그대로 주저

앉았다. 맙소사, 에니! 로웨나는 호텔 현관을 나서, 근방을 순찰하던

젊은 군인을 붙잡고 늘어져 혹시나 소녀와 어린아이 한명이 외출하

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아, 그게.... 방금 전 저 쪽으로 갔습니다. 위험하다고 경고해 드렸는

데, 괜찮다고 하시면서........... 어이, 아가씨! 거기는 위험하다니까!”

로웨나는 군인이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갔다. 아아, 바보 녀석! 누가

에닌 마델로 아니랠까봐, 또 사고다. 자선사업 한다는 사기꾼에게

걸려든 것만도 몇 번이던가.

아무리 달려도 에닌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서서 돌아보니, 호텔과는

멀어져 있었다. 좁은 골목길 끝으로 호텔의 현관이 자그마하게 보

였다. 앞을 보니, 그곳은 빈민가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을린 듯

시커먼 벽에, 흐릿하게 불빛이 스며 나오는 더러운 창문이 뚫려 있었

다. 그 너머로 사람 그림자가 오락가락 했다. 배수구 옆에 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로웨나가 나타나자 황급히 숨었다.

“이 계집애, 찾기만 해 봐라!”

로웨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토끼굴처럼 골목길이 늘어져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쉽게 정하기 어려웠다. 로웨나는 골목길을 살폈다.

웅크리고 자는 거지가 있고, 벌거숭이 아이와 함께 있는 비쩍 마

른 거지 여자도 있고, 깡통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나누어 먹는 떠

돌이 소년들도 있었다. 술 취한 남자들도 있다. 혹시나 잘 차려입

은 여자와 소녀가 지나가지 않았느냐고,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자에게

묻자, 그녀는 더러운 손을 들어 골목길 하나를 가리켰다.

“고마워요, 아주머니.”

“그 아가씨에게 고맙다고 해 줘요. 정말 천사 같은 아가씨야. 우리 아

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불리 먹었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포근하게 잠든 아이를 기뻐하며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호텔방에서 바락 바락 악을 쓰며 에닌을 말리던

자신이 좀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로웨나, 자신만 나쁜 역을 맡은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 칭찬이라도 해 줘야겠군, 그리 생각하며 로웨

나는 여자가 가리킨 골목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들어가는 순간, 골목길 끝에서 컴컴하고 큰 그림자가 성큼 나

타났다.

“!”

남자다, 라는 생각이 들자 뒤돌아 도망치는 게 낫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컴컴한 가운데, 체구가 제법 건장한 남자들이라 로웨나와는 상대조차

되지 않아 보였다.

남자 하나가 킥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웬 아가씨람?”

그 남자는, 키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그림자로 보아 다리는 굉장히 길어

보였다. 목소리는 아주 크고 울림이 깊었다.

“비켜 주세요.”

“통행세 내야지.”

“뭐로 내 드릴까요?”

“흠- (남자는 로웨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차림새를 보니 부잣집에

서 곱게 큰 아가씨 같지는 않은데.....알지, 뭐 해달라는 건지?”

로웨나는 단칼에 말했다.

“안 낼래요.”

“그럼 못 지나가.”

“안 지나가면 되잖아요. 다른 여자 오면, 그 여자하고 협상하든지

말든지 해요. 그리고 이봐 총각들, 자기 길도 아닌 곳에서 진치고 통행세

내라고 하면서, 그렇게 엄청난 바가지를 씌우는 건 횡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바가지라니, 이것 참 알뜰한 아가씨일세.”

“손 한번 잡아 보는 것도, 미안하지만 부당한 바가지라고요. 저는

다른 길로 돌아갈 테니, 이만 안녕.”

그리고 손을 흔드는데, 남자가 갑자기 로웨나의 손을 당겨 골목길

뒤쪽으로 내던졌다.

“어라?”

“난 자진납세만 받는다네, 레이디. 내기 싫으면 그냥 가.”

“고맙네요, 흥.”

로웨나는 골목길을 지나갔다.

길을 나와 보니, 그곳은 좁고 더러운 곳이었다. 달빛 비껴드는 그곳에,

누더기를 걸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쭈그려 앉아 자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무언가를 허겁지겁 삼키는 사람, 모여서 무언가를 나누는

사람, 대부분이 남자였다. 진한 여름의 더위에 짓눌린 악취가 주변에

가득했다. 음식 만드는 모닥불도 켜져 있었으며, 그 위에는 커다란

냄비가 걸려 있었다.

로웨나는 에닌을 찾았다. 로웨나가 나타나자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을 경계하며, 에닌이 대체 어디로 갔나 찾았으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잘못 온 걸까-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다가, 로웨나는 골목길 후미진 곳에 서 있는

에닌을 발견했다.

“에니!”

에닌은 바닥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비쩍 마른 여자가

벌벌 떨며 누워 있었다. 로웨나가 보기에, 그 여자는 브란 카스톨

빈민가에서도 흔히 보는 마약 중독자중 하나였다. 아편굴에서마저도

쫓겨난 듯 끔찍한 몰골이었다. 머리뼈에 얇은 가죽을 뒤집어 씌워

놓은 듯 했다. 눈은 썩은 생선처럼 흐리멍덩했다. 눈두덩은 그을린

듯 시커멓다.

로웨나는 달려가, 에닌의 손을 붙잡아 끌었다.

“가자, 에니.”

“로웨나...?”

당황하는 에닌에게, 로웨나는 달래듯 조용하게 말했다.

“어서 와, 에니. 아주머니가 걱정하셔.”

“로이, 나는 여기 남을래....”

“무슨 소리야, 너!”

에닌이 울먹이며 말했다.

“가, 갈 수 없어! 정말 갈 수 없어! 미안, 하지만........지금은

갈 수 없어!”

****************************************************************

작가잡설: 자, 다시 프릴 스커트를 알아보러...

다음편은 3일 뒤에!

일단은 계속입니다. ^^

*******************************************************************

[홍염의 성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