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1화 (1/375)

1화

“미친 새끼.”

한수호는 잘려나간 왼팔을 부여잡은 채, 눈앞의 사내를 노려봤다.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믿음직한 동료이자 친우였던 사내, 이대성.

그의 배신은 한수호를 충격 속에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마공특무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지내 온 지가 벌써 3년이다.

그 시간 동안, 한수호과 이대성은 게이트를 폐쇄하기 위해 수십 번이나 함께 생사를 넘나든 특별한 전우였다.

아카데미에서의 인연까지 따지면 무려 7년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이렇게 비극을 맞이하고 말았다.

게이트가 열리고 세상이 멸망으로 치닫기 시작한 지 벌써 35년.

지금껏 얼마나 많은 마공특무부 요원들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던졌던가.

한수호도, 이대성도 바로 그런 특무부 요원이었고 언제든 국가를 위해, 시민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아니지. 내가 왜 저 새끼 손에 죽어야 하는데!’

분했다. 그리고 원통했다.

차라리 몬스터의 손에 갈기갈기 찢겨 죽는 게 낫지. 동료였던 자의, 믿었던 친우의, 시민들에게 칭송받는 영웅의 손에 죽는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데, 내가 좀 미친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큭큭. 너도 미쳤어, 이 병신아. 곱게 죽을 것이지, 자기 살자고 동료를 이렇게 처참히 죽여? 괴물 같은 새끼. 어쨌든 넌 이제 끝이다.”

이대성도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지만, 이미 승리한 자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대성이 한수호를 죽이고자 들인 공이 얼마였던가?

한수호가 가진 특성만 흡수하면 이대성의 앞날은 자갈돌 하나 없는 꽃길이었다.

이미 마공특무부 최강의 요원으로서 국민적인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이대성이었지만, 그런 그에게도 한수호의 특성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한수호의 특성, 광폭화.

단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최소 1.5배에서 최대 5배까지 힘을 폭발적으로 높여주는 엄청난 특성이었다.

3배 이상을 높이면 특성 사용 시, 이지력을 잃는 페널티가 있긴 해도 이 특성은 언제든 불리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운터 펀치나 다름이 없었다.

이대성은 약탈 특성을 얻은 이후, 가장 먼저 광폭화 특성을 빼앗고자 한수호를 죽일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이번 게이트 폐쇄 작전에서 그 계획을 실행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다만, 함께 한수호를 죽이는 일에 동참했던 동료 다섯이 모두 불귀의 객이 돼버린 것이 계획에 없던 일이었을 뿐.

그만큼 한수호의 광폭화는 엄청났다.

고작 2배에 불과한 광폭화를 사용했음에도 여태껏 살아 숨 쉬고 있다.

시작부터 3배를 사용했다면 어쩌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건 이대성,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놈이 게이트 내의 몬스터를 처리하기 위해 2배 광폭화를 사용한 직후에 계획을 실행한 것이 주효했다.

비록 돈과 마나석으로 끌어들인 동료 다섯이 죽긴 했지만, 이대성 입장에서는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가 최근에 얻은 약탈 특성은 상대의 특성을 완벽하게 빼앗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는 반드시 죽어야 했으니까.

죽어버린 동료들의 시신에서 뽑아낼 특성들을 생각하니 이대성의 기분은 날아갈 듯 좋아졌다.

“이대성, 너 이 새끼. 이유나 묻자. 날 죽여서 얻는 게 대체 뭐냐?”

한수호는 더는 힘이 없는 듯, 나무 둥치에 등을 기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유? 어차피 죽을 놈이 그런 거 알아서 뭐 하게? 내가 그거 설명하는 동안 힘 좀 모아서 발악이라도 하려고? 내가 병신인 줄 알아?”

“겁쟁이 자식. 이 꼴로 내가 뭘 더 할 수 있다고…. 됐다, 씨발. 죽이려면 죽여라.”

한수호는 하나 남은 손으로 들고 있던 무기마저 내던졌다.

“새끼, 끝까지 쿨한 척은…. 하여튼 꼴 좋구나, 한수호. 아니지, 어차피 마지막인데 코드네임으로 불러주랴, 777? 난 항상 네놈이 마음에 안 들었지. 고작 지원 요원에, 보조형 특성을 가진 별 볼 일 없는 새끼가 남들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꼴이라니…. 그게 얼마나 꼴 보기 싫었는지 알기나 해?”

“잔말 말고 그냥 죽여. 시끄럽다.”

한수호는 듣기 싫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씨발! 얼마나 많은 전투 요원들이 네놈 때문에 비교당하고, 비웃음거리가 됐는데!”

이대성은 한수호에게 악감정이 많았다.

총 7개의 부서로 이루어진 마공특무부(마나공법 특수무력 부대).

그 특무부에서도 지원 부서에 해당하는 숫자 7에, 요원 고유 번호인 7,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조형 특성을 지녔다는 의미인 7이 합쳐진 코드네임 777의 소유자, 한수호.

그는 원래 현장에서 거리가 먼 서포터 개념의 요원이었다.

하지만 한수호는 777이라는 코드네임을 가지고도 철저히 현장에서 뛰었다.

오히려 전투 요원을 능가하는 피지컬에, 놀라운 전투 감각을 지닌 그는 게이트 파괴자라는 별명까지 얻었고, 마공특무부 안팎에서 줄곧 회자될 정도로 유명했다.

수많은 마공특무부 요원들에게 777요원은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더불어 여자들에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이미 영웅 대접을 받고 있던 이대성이지만 사람들 앞에서 자신보다 튀는 놈을 그냥 두고 본다는 건 너무도 수치스러웠다.

“그래서, 뭐? 날 죽여서, 네가 최고라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은 거냐? 어차피 얼마 후면 이 세상도 멸망할 텐데 날 죽이고 그딴 명예를 얻어서 뭘 하겠다고. 병신 같은 새끼.”

“병신? 그래, 나 병신이다. 하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넌 곧 죽을 몸이고, 난 네놈한테서 빼앗은 특성으로 세계 역사에 길이 남을 대영웅으로 거듭날 거다. 세계 멸망? 큭큭큭. 그따윈 나완 아무 상관없어. 악몽급 게이트가 폭주한다고 해도 난 살아남을 자신이 있거든. 최후의 최후까지 말이야.”

이대성이 무심코 흘린 말에 한수호의 눈썹이 꿈틀했다.

‘특성을 빼앗는다고?’

그러고 보니 최근 이대성이 한수호의 특성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했었다.

광폭화 특성은 어떻게 발휘되는 것인지, 어떤 위력을 보일 수 있으며, 페널티는 어떤 내용인지를 끊임없이 캐물었다.

친했던 사이고, 믿었던 전우였기에 한수호는 중요한 몇 가지를 빼고는 모두 알려주었다.

‘하. 알고 보니 내가 병신이었구나….’

괜히 웃음이 나온다.

이대성을 병신이라고 욕할 게 아니라, 사람의 본성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자신을 탓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죽어주는 건 너무 억울했다.

“하다 하다 이젠 머리까지 제대로 맛이 갔구나? 뭐, 특성을 빼앗아?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이왕 죽게 된 것, 어떻게 된 일인지나 알아보려고 슬쩍 자극해 봤다. 하지만 이대성은 녹록지 않았다.

“왜, 내가 네 특성을 정말로 빼앗아 갈까 봐 걱정되나 보지? 어차피 넌 빼앗기는 것도 모르고 죽을 테니까. 걱정 말고 이제 그만 죽기나 해라.”

이대성은 말을 아꼈다.

손에 들고 있는 검을 더욱 굳게 거머쥐었다. 그리고 잘린 팔에서 피를 줄줄 흘려내고 있는 한수호에게 바짝 다가섰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이대성이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 웃음은 한수호가 지금껏 보아온 그 어떤 몬스터 보다도 흉측한 것이었다.

“지옥에서 또 보자, 새끼야.”

한수호는 남은 한 손의 중지를 힘껏 치켜세우며 피식 웃었다.

푸욱

검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차가운 검날이 살가죽을 뚫고 심장으로 파고드는 느낌은 너무도 섬뜩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굉장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고통스럽지가 않다. 한수호는 알 수 없는 기이한 느낌에 가슴을 내려다봤다.

검이 가슴을 1센티 정도 파고든 상태로 멈춰있었다.

이대성도 마치 마네킹이라도 된 것처럼 딱 멈춰서 움직이질 않는다.

시간이 멈췄다.

하지만 한수호만은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자유로웠다.

손을 뻗어 이대성의 검을 밀어내자 뒤로 슥 밀린다. 가슴에 살짝 박혔던 검도 밖으로 빠져나왔다.

“으윽….”

고통이 찾아왔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데 더 이상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일어나서 방금 내던진 검을 집어 들어 이대성의 목을 치고 싶었지만, 가슴에 박힌 검을 10센티 정도 뒤로 살짝 밀어내는 것이 다였다.

그 이상의 움직임은 허락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변화가 생겼다.

갑자기 한수호의 눈앞에 뜬금없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히든 피스: 죽음의 순간’이 충족되어 광폭화의 파이널 이펙트가 잠시 활성화됩니다.

>>광폭화의 쿨타임이 초기화됩니다.

>>파이널 이펙트 효과로 신체에 가해진 모든 제약이 해제됩니다.

>>봉인되었던 특성 ‘개조’가 해제되었습니다.

>>2분간 시간이 정지합니다.

>>2분 내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세요.

[00:01:32]

갑자기 봉인이 풀렸다면서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게다가 이미 28초가 지나가버렸다.

한수호는 당황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숫자가 0이 되기 전까지 지금 처한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하면 멈춰버린 시간이 다시 움직이게 될 것이고, 그럼 한수호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

‘시발! 개조 특성이 뭔데?’

한수호는 알지도 못하는 특성이다. 그런데 그 특성이 봉인되어 있었고, 갑자기 해제됐단다.

도대체 언제 이런 특성을 얻었으며, 누가 왜 이 특성을 봉인한 것일까?

한수호가 무심결에 개조 특성에 대한 걸 떠올리자, 그에 대한 설명이 바로 등장했다.

[특성: 개조]

-1일 1회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여 포인트를 모으고, 그 포인트를 스탯에 분배하여 육체를 개조합니다.

-특성 단계: 1단계(1/5)

-1단계 효과: 기본 개조에 해당하며, 신체 외형을 부분별로 특정하여 스탯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3회 한정으로 상대방 스탯 조정이 가능합니다. 쿨타임 10년

-보유 포인트: 0

-2단계 업그레이드 포인트: 10,000LP

<오늘의 미션 확인>

괴이한 설명과 함께 시야에 떠오른 건 엉성한 인체 해부도였다.

사람 형태의 그림이 총 7부분으로 구분되어 깜빡거렸다.

머리와 두 팔, 가슴, 배, 두 다리.

그리고 그 각각의 부위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머리엔 77, 왼팔엔 76, 오른팔엔 73, 가슴엔 65, 배에는 61, 왼 다리와 오른 다리는 각각 72와 74였다.

그건 한수호의 육체가 가진 힘을 숫자로 표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어느 정도의 힘을 나타내는 것인지 자세히 살필 여유는 없었다.

한수호는 가장 아래에 보이는 미션 확인을 빠르게 눌렀고, 그 즉시 눈앞에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다.

[오늘의 미션]

-팔굽혀펴기 10,000회

-획득 포인트: 0.1

‘이걸로 뭘 어쩌라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당장 검에 찔려 죽을 판인데, 팔굽혀펴기 10,000회를 해서 포인트 0.1을 얻고, 그걸로 뭘 하라는 말인가?

뭔가 있다 해도 1분도 안 남은 시간에 미션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한수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상대방 스탯 조정도 가능하다고 했지?’

개조 특성의 설명 중, 3회뿐이지만 상대방 스탯 조정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있다.

쿨타임은 10년.

하지만 어차피 죽을 판인데 긴 쿨타임이 뭐가 중요할까?

‘여기에 광폭화 특성 3단계를 함께 쓴다면…?’

이대성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광폭화 특성은 3단계부터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도 사용할 수가 있었다.

광폭화를 타인에게 걸면 적이 미쳐버려 스스로 죽음에 이를 가능성이 꽤 높다. 물론 그렇게 되면 한수호의 몸에 주박이 걸려 도망칠 수 없게 된다.

이른바 동귀어진의 수법.

한수호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었으니 상관없었다.

그는 서둘러 카운트다운을 확인했다.

[00:00:18]

멈춰버린 시간이 다시 돌아가기까지 18초.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한수호는 눈앞의 이대성에게 광폭화 3단계를 걸어버렸다.

더불어, 개조 특성을 이용해 이대성의 인체 해부도까지 불러들였다.

그런데 이대성의 인체 해부도는 세 가지로 등장했다.

첫 번째는 신체를 일곱 부분으로 나눈 해부도였고, 두 번째는 심장, 폐, 위, 시각, 청각, 후각으로 구분된 해부도였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정신, 감지, 면역으로 다소 이상하게 구분 되어 있는 해부도였는데, 공교롭게도 한수호의 의도에 딱 맞는 게 있었다.

‘정신을 최소로 낮춰버리자!’

타이머가 2초 남은 순간, 한수호는 이대성의 정신 스탯을 8에서 1로 확 낮춰버렸다.

최소 수치가 1인 것인지 그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동시에 타이머는 0을 가리켰다.

>>시간 정지 종료.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릅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멈췄던 모든 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욱

뒤로 밀려났던 검이 다시 한수호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윽!”

좀 전보다 더욱 화끈한 고통.

개조 특성과 광폭화 특성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지만 검에 꿰뚫리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수호가 원하는 건 자신의 생존이 아니었다.

“혼자는…. 못 죽지, 시발.”

한수호는 몸이 옆으로 쓰러지는 와중에 한없이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점차 흐릿해지는 눈앞으로 과거의 악몽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 악몽이 이대성이 갑자기 발작을 시작하는 장면 위로 겹쳐졌다.

일말의 자비심도 없이 부모와 형제자매를 무참히 죽여버리는 가면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가족들의 비명, 고통에 찬 몸부림. 그런 것들이 이대성의 괴성과 뒤섞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악!”

이대성은 머리 가죽이 뜯겨나갈 정도로 거칠게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성을 질러댔다.

눈은 새빨갛게 변했고, 몸 근육은 울룩불룩 부풀어 올라 점차 커졌다.

산발한 머리에 새빨간 눈으로 주변을 훑던 그는 동료들의 시체를 보더니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시체의 머리가 날아가고 팔다리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한수호는 피와 살점이 비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보며 자신이 한 일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대성은 미쳤다.

개조 특성으로 정신 능력이 1로 떨어진데다가 광폭화 3단계에 걸려 이지력을 상실했다.

놈은 기존의 3배에 달하는 힘을 얻었지만 이지력을 상실한 터라 더 이상 인간으로 볼 수 없었다.

특성 광폭화의 3단계를 타인에게 사용하면 끝은 죽음뿐이다.

점점 미쳐버려 결국엔 자해하게 되고, 스스로 죽음의 길을 걷는다.

그는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걸 파괴했다.

나무를 부수고, 돌을 박살 냈으며, 땅을 파헤쳤다.

시체들을 산산조각 낸 뒤에는 한수호에게 달려들었다. 검으로 한수호의 다리를 잘라내고는 목을 콱 움켜쥐었다.

붉게 번들거리는 눈빛은 광기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런 이대성을 보며 한수호는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너도…. 나랑 같이 죽는 거다, 개새끼야. 크큭.”

한수호는 웃었고, 그 웃음이 미쳐버린 이대성을 더욱 자극했다.

갑자기 한수호를 바닥에 집어 던진 이대성.

그가 정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콰우우우우우

허공에 검은 구체가 나타났다. 그 구체는 맹렬하게 회전했고, 그 회전에 주변의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건 한수호도 처음 보는 현상이다.

그 구체가 갑자기 어떻게, 왜 생겨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구체의 흡입력은 엄청났다.

돌과 흙, 나무와 풀까지 모든 걸 빨아들였다.

급기야 피를 철철 흘리며 바닥에 나뒹군 한수호까지 끌어들이고 있었다.

콰르르르륵

하나 남은 손을 땅바닥에 찍어 버텨보려 했지만, 흡입력은 무시무시했다. 한수호는 한 손으로 버틴 상태로 몸체가 완전히 떠올랐다.

그 바로 뒤에서 이대성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광분하고 있었고, 그의 몸도 구체에 점점 빨려들고 있었다. 그걸 본 한수호는 땅을 움켜쥔 손에서 힘을 뺐다.

지탱해 주는 힘이 사라지자 한수호의 몸은 그대로 구체를 향해 날아갔다. 그 와중에 뒤에 있던 이대성의 멱살을 콱 움켜쥐었다.

“혼자 가면 심심하잖냐.”

“크아아아악!”

한수호가 히죽 웃으며 하는 말에 이대성이 몸부림치며 괴성을 내질렀을 때, 두 사람의 몸은 구체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슈우우욱

잠시 후 구체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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