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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2화 (12/375)

12화

한수호는 고민에 빠졌다.

5분 전, 개조 특성의 일일 미션을 확인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입학 테스트를 시원하게 끝마쳤으니 이제 한 사람을 찾아가야 했다.

그래서 이 시점에 그자가 머물고 있을 만한 대전시를 찾아가기 위해 고속버스에 올랐다.

2시간 정도면 도착하겠지만 잠시나마 눈을 붙이려던 그는 오늘 아직 일일 미션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걸 떠올렸다.

그래서 미션이 뭔지나 확인할 생각으로 개조 특성 창을 열어봤다. 그런데.

-보유 포인트: 1NP

갑자기 보유 포인트가 1이나 생겨 있었다.

‘도대체 이 포인트는 어디서 나온 거냐고.’

그것이 한수호의 고민거리였다.

하루 전, 한수호는 모든 포인트를 써서 신체 능력을 올렸다. 단 0.1포인트도 안 남기고 깡그리.

오늘은 아직 미션 수행을 하지 않았으니 0포인트여야 정상.

그런데 난데없이 1포인트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으니 황당하다.

‘뭐지? 뭘까? 어떻게 아무 이유도 없이 5일 치 포인트가 갑자기 생겨날 수 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1만 LP가 생겼을 때처럼 이유라도 설명해주면 좋으련만, 이번엔 힌트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놈의 개조 특성은 뭐가 이리 불친절한지….’

이유도 없이 갑자기 봉인이 해제됐느니 어쩌니 하면서 툭 튀어나오더니 관련된 현상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안 해준다.

‘이유야 어쨌든 공짜 포인트가 생겼으니 좋은 거지, 뭐.’

일단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공짜로 얻은 건 빨리 써버리는 게 좋다고 했으니 바로 사용했다.

현재 신체 스탯은 왼팔이 43, 오른팔이 44.

균형을 맞추자는 생각에 왼팔에 1포인트를 배분했다.

사이좋게 두 팔의 수치가 똑같아지니 뭔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오늘 미션은 쉽지가 않은데?’

오늘의 미션은 손가락 세 개로 팔굽혀펴기 1만 회 성공하기였다.

그냥 1만 회 하는 것도 어려운데 손가락 세 개만 쓰라니.

하지만 못할 것도 없었다.

‘이건 대전에 도착하면 숙소부터 잡아놓고 처리하자.’

그렇게 일일 미션까지 확인해놓자 이제 슬슬 졸리다.

오후 5시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졸린 이유는 너무도 안락한 좌석 때문이었다.

혼자서 뒹굴며 놀아도 될 만큼 넓고 푹신한 의자.

한수호는 창문에 커튼을 치고 등받이를 뒤로 쭉 눕힌 다음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잠이 오질 않는다.

방금 전까진 졸려 죽겠더니 막상 누우니 잡생각이 많아졌다.

그 생각의 중심엔 사기환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지금 한수호가 대전에 가서 찾아야 할 사람은 사기환이다.

그는 한수호가 회귀 전에 이름만 들어서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를 설명할 표현은 한 단어로 족하다.

‘정보통’.

정보 수집이라는 특성을 각성한 마공사이지만, 그 어디에도 소속되기를 거부했던 독특한 성격의 사내였다.

누구든 그의 시야에 들어가게 되면 그에게 모든 정보를 읽힌다.

그자 앞에서는 이름과 나이, 각성한 특성이 뭔지까지 낱낱이 까발려지게 되며, 지닌 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마나 측정기보다도 정확하게 읽어낸다.

이건 그가 가진 특성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누군가 찾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의 인상착의와 특징 같은 것만 알려줘도 반경 1천 킬로미터 내에서는 무조건 찾아낼 수가 있었다.

가히 첨단 내비 시스템이요, 인간 색적 장치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사기환은 수많은 조직들의 1순위 타깃이 되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극악한 테러범들이나 납치, 감금, 고립된 고위급 인사들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그의 힘이 필요했고, 반대로 쫓기는 자들 입장에서는 그는 반드시 죽여야 할 인물이었다.

이를 잘 아는 사기환은 그 어떤 조직에도 몸담지 않고 수시로 신분을 세탁해가며 세상에서 도망쳤다.

하지만 결국 그는 27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특무부 데이터상에는 2054년에 죽었다고 했지?’

지금부터 고작 3년만 더 살다가 죽는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그가 특성을 각성하는 건 2051년, 바로 올해였다.

이미 각성을 했을 수도 있고, 아직 안 했을 수도 있다.

그는 매우 드문 케이스로, 벼락에 맞아 자연 각성을 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정확한 자료는 남아있지 않았다.

다만, 그를 죽인 자는 범죄 조직의 암살자가 아니라 그가 가장 믿고 의지했던 절친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사기환의 마공사 라이선스가 발급된 곳이 대전이었으니 분명 그곳에 머물고 있을 거야.’

한수호는 사기환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그의 능력을 이용해 가족을 찾을 계획을 세웠다.

직접 움직이다가는 가족을 죽이려는 자들에게 발각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기환의 도움은 필수였다.

‘그나저나 그 큰 대전시에서 사기환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찾아야 하나….’

이름과 얼굴만으로 누군가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대전시를 돌아다니면서 수소문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 필요했다.

‘일단 사기환이라는 이름으로 SNS 싹 뒤지고, 동사무소까지 돌면서 사기환이라는 이름을 전부 찾아봐야겠어.’

한수호에게 주어진 여유 시간은 불과 14일.

오늘은 이미 다 지나갔으니 13일 내로 사기환을 찾고, 이대성을 잡아 죽인 뒤, 진무현의 무기까지 선점해야 했다.

‘빠듯하네.’

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불가능할 정도로 여유가 없는 건 아니었다.

* * *

대전에 도착한 후, 6일이 훅 지나갔다.

번화가 모텔에 숙소를 잡고 사일 동안 온 동네 동사무소를 뒤지고 다녔지만 사기환이라는 이름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 정도면 대전시는 사기환의 주민등록지가 아닌 셈.

‘하루만 더 찾아보자.’

더 이상 대전시에만 머무를 수는 없었다.

그나마 6일 내내 일일 미션을 수행해 1.2포인트를 추가로 벌었기에 그저 시간만 낭비한 건 아니었다.

저녁 때마다 근처 공원에서 남들에겐 미친 짓거리로 보일 정도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했던 탓에, 일주일 만에 유명세를 탔다.

방금 전에도 온몸 비틀기를 1초에 하나씩, 무려 5천 회를 1시간 반 만에 완료해버리자 유격 콘텐츠 스트리머냐며 사람들이 몰리기까지 했다.

게다가 깊게 눌러쓴 후드티 속에 숨겨진 한수호의 얼굴을 훔쳐본 여학생이 아이돌이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 했다.

몰려드는 인파를 간신히 물리고 숙소로 돌아온 한수호는 일기 예보를 확인했다.

혹시라도 벼락을 동반한 폭우라도 쏟아지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

사기환이 각성하게 된 원인이 벼락이었으니 날씨로라도 접점을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내일도, 모레도, 일주일 내내 대전의 하늘은 맑음이었다.

‘하아…. 할 수 없지. 딱 내일까지만이야.’

지금은 만나지 못할지라도 나중엔 꼭 사기환을 찾아야 했다.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다시 모으기 위해선 사기환의 능력이 꼭 필요했으니까.

다음 날 아침.

한수호는 오늘의 미션을 확인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미션은 뭔가가 달라졌다.

[오늘의 미션]

-특별 미션

-백만 볼트 전압 견디기

-획득 포인트: 10

갑자기 특별 미션이다.

‘백만 볼트 전압?’

뜬금없이 등장한 특별 미션도 놀랍지만, 미션 내용이 벼락과 관련된 거라 더욱 놀랐다.

‘내가 처한 상황이나 내 바람이 미션에 적용되기라도 하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고전압을 견디라는 미션이 우연하게 등장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한방에 10포인트.

오늘은 왠지 느낌이 좋다.

‘하지만 백만 볼트 전압을 어디서 얻으라고? 설마, 벼락을 맞으라는 소리야?’

정확하진 않지만 벼락의 전압은 최소 1천만 볼트 이상이라고 들은 것 같다.

살다 살다 벼락을 맞아야 할지도 모르는 미션이라니.

오늘 내로 사기환을 못 찾으면 근처 발전소라도 찾아가서 맨손으로 고압 전선을 잡아 쥐기라도 해야 할 판이다.

‘오늘까지 쳐서 7일을 날린 셈이니 이거라도 챙겨야 하나?’

정말 고압선을 쥘 생각을 하던 한수호는 또다시 동사무소를 찾아 움직였다.

하지만 여전히 별다른 성과 없이 오전이 지났고, 어느덧 오후도 절반이 지났다.

오늘만 일곱 번째 동사무소를 찾아갔는데, 어째 동명이인조차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

실망한 채로 터덜터덜 동사무소를 걸어나올 때, 묘한 기운이 한수호의 감각에 걸려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살이 조금 통통하게 오른 사내가 등장해 있었다.

그는 감기라도 걸렸는지 쿨럭 기침을 해대면서도 한수호를 빤히 노려보고 있었다.

통통한 얼굴에 쑥 들어간 눈. 그 아래로 다크써클이 진하게 자리 잡았다. 그런데, 얼굴을 자세히 살피니 그 위로 누군가의 얼굴이 겹쳐진다.

‘사기환?’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기환이 몸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얼굴이 사진과 너무 다르다.

회귀 전에 본 사기환의 사진은 해골처럼 깡말라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얼굴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사기환은 피곤해 보이긴 해도 통통한 편이었다.

그런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거기, 당신. 날 왜 찾아다니는 겁니까? 대한맹하고는 두 번 다시 거래 안 한다고 했을 텐데요?”

사기환이 갑자기 대한맹 타령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앞에 나타난 자가 사기환이라는 게 중요했다.

“사기환 씨. 맞죠?”

“다른 쪽하고는 거래할 생각 없으니까 그냥 가시죠. 여기 CCTV 많으니 위협할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손을 휘휘 젓는 사기환. 그런 그를 향해 한수호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혹시 각성할 생각 있으세요?”

한수호는 단번에 사기환의 신체 상태를 파악했다.

머리와 배, 두 팔은 일반인 수준인 3 정도. 하지만 두 다리와 가슴 부분은 20이 살짝 넘는다.

두 다리와 가슴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사기환은 아직 각성하지 않은 게 확실했다.

한수호의 질문이 놀라웠는지 사기환이 움찔하며 뒷걸음쳤다.

“대한맹에서 나온 게 아닙니까?”

“제가 아직 학생이라서요.”

한수호는 후드를 벗으며 사기환을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주변이 환히 빛나 보일 정도로 잘생긴 한수호의 앳된 얼굴을 확인하자 사기환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한맹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만, 학생이면 더더욱 그냥 가는 게 좋아. 나랑 엮여서 좋은 꼴 보는 사람 없거든.”

왠지 맥이 풀린 목소리. 눈빛도 한없이 어두웠다.

한수호는 그 이유가 각성에 있다고 생각했다.

“저라면 사기환 씨의 각성을 도울 수 있습니다. 밑져봐야 본전이잖아요.”

“내 각성을 돕는다고? 대한맹이 게이트 진입을 꽉 틀어막았는데 무슨 수로.”

알 수 없는 말을 했지만 그냥 물러날 수는 없었다.

“이걸 보여드리면 이야기가 좀 빠르려나?”

한수호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고, 마나력을 끌어올려 손에 집중시켰다.

빠지직

순간, 손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그것도 잠깐이 아니라 수 초간 지속되는 스파크.

그걸 본 사기환의 눈에 빛이 번쩍했다.

“너…. 마공사구나?”

“차 한잔하면서 이야기 좀 할까요?”

사기환에게 벽력권의 뇌전을 보여준 게 주효했다.

사기환이 벼락에 맞아 각성했을 정도였으니 왠지 뇌전과 관련이 깊을 것 같아서 해본 행동이었다.

“잠깐. 잠깐만 시간을 줘.”

사기환은 휴대폰을 꺼내서 급히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

잠자코 기다리자 사기환이 한수호를 불렀다.

“근처에 내 작업실이 있다. 거기 가서 이야기하지.”

사기환은 한수호를 데리고 자신의 작업실로 향했다.

* * *

사기환의 작업실은 그냥 허접한 창고였다.

그런데 창고 곳곳에 설치된 장비들은 전혀 허접해 보이지 않았다.

CCTV는 고성능이었고, 침입자 발견 시에 자동으로 작동되는 테이져 건도 부착되어 있었다.

창고 안은 더 기가 막혔다.

보기보다 넓은 장소엔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바닥이 깔려있었는데, 그 위에 무려 세 기나 되는 몬스터봇이 설치되어 있었다.

작은 고블봇에 2미터 크기의 오크봇, 거기에 3미터의 거구인 오거봇까지.

며칠 전 아카데미에서 본 오크봇에 비하면 외관이 지저분하고 로봇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나긴 했지만 알맹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직 작동시키기도 전인데 모든 부위가 평균 15나 될 정도로 강하다.

“저거, 마나 하트로 만들어진 몬스터봇이 아니군요?”

“마공사라 그런지 바로 알아보는구나. 맞아. 저것들은 다 내가 직접 제작한 몬스터봇이라 마나 하트가 없지. 대신, 내가 개발한 아크로로 움직여.”

아크로.

사기환의 설명에 의하면 이 아크로에 열흘 정도만 전기를 충전시키면 최대 출력으로 천만 볼트의 전력까지 만들어낼 수가 있다고 한다.

즉, 이 몬스터봇들은 마나 하트가 아닌, 전기로 움직인다는 말이었다.

“대단하시네요. 몬스터봇을 직접 만드실 수 있다니.”

이건 한수호도 몰랐던 사실이다.

사기환의 정보가 워낙 적기도 했지만, 기재된 내용도 조금씩 달랐다.

우선, 사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천양지차다.

눈썰미가 좋은 한수호가 아니었다면 사기환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

다음은 그의 직업이다.

기록상에는 대학 중퇴 후, 떠돌이 생활을 했다고 되어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엄연한 대전 과학기술 대학교의 학생이었다.

더군다나 몬스터봇을 직접 만들어 특무부에 팔 정도로 놀라운 기술력까지 지녔다.

더욱 놀라운 건, 사기환이 몬스터봇을 직접 제작하는 이유였다.

“아크로로 작동하는 몬스터봇을 팔고, 그걸로 번 돈으로 각성석을 사서 계속 섭취해 왔다는 거네요?”

“대한맹이 게이트에 들여보내 주질 않으니까 내가 직접 튜토리얼을 진행해보려는 거지.”

사기환은 미쳤다. 하지만 천재이기도 했다.

몬스터봇을 만들어 자금을 확보하고, 그 자금으로 암시장에 나온 각성석을 고가로 매입한 뒤 섭취.

그리고 자신이 만든 몬스터봇을 이용해 생사가 갈릴 정도의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튜토리얼을 수행해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각성을 못 했다는 건.

‘몸에 문제가 있거나, 몬스터봇의 난이도 설정에 문제가 있거나겠지.’

한수호는 전자에 비중을 뒀다.

지금 딱 보기에도 사기환은 몸 상태가 안 좋았다.

말을 하다가도 계속해서 기침을 해댔고, 종종 머리를 흔드는 걸로 봐서는 빈혈도 있어 보인다.

“잠시 몸을 좀 살펴봐도 될까요?”

“난 괜찮다. 그러니 네가 날 어떻게 각성시킬 수 있는지, 그것부터 말해봐. 시간이 얼마 없어.”

“시간이 없다니요?”

“후우. 사실 내 여자친구가 동사무소에서 근무하거든. 며칠 전부터 날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는 걸 알고도 나한테는 비밀로 했더라고. 오늘 일 때문에 동사무소 찾아갔다가 다른 직원한테 네 이야길 들었지.”

“사기환 씨가 걱정돼서 숨겼나 보네요.”

“아니. 내 생각엔 그게 아닌 거 같아. 내가 왜 그걸 숨겼냐고 따지니까 네가 대한맹 사람이라서 내 안전을 위해 말하지 않았다더군. 이제 와서 대한맹 사람이 날 찾으러 동사무소를 도는 게 이상하다 싶었지. 그래서 직접 널 만나러 나간 거고.”

확실히 이상했다.

사기환이 말하길, 몬스터봇은 원래 특무부와 정의국, 대한맹 모두에게 골고루 판매하려 했는데 모두 거절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특무부와 연결이 돼서 그들과는 거래가 성립되었는데, 다른 두 곳은 끝끝내 거래가 불발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정의국과 대한맹에서 계속해서 사람을 보내 사기환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몬스터봇에 사용되는 아크로 설계도를 팔라는 협박이 계속됐고, 그런 이유로 사기환은 학교도 잠시 휴학하고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대한맹 사람이 동사무소를 돌면서 사기환을 찾는다?

그 거대한 조직이 그렇게 한심한 방법으로 사람을 찾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정의국이나 대한맹과는 직접 거래를 진행했나요?”

“내가 낯가림이 좀 있고, 어려운 자리에서는 말도 조리 있게 못 하는 편이라 그런 자리엔 항상 민경이가 대신 나갔지.”

“민경이라는 분이 여자친구죠?”

“그렇지. 성은 이 씨고.”

여기서 왠지 감이 왔다.

이민경이라는 여자가 중간에서 사기환을 가지고 논 것 같은 느낌.

그게 돈 때문일지, 아니면 다른 이유일지는 확인해봐야 했다.

“일단 몸 상태 먼저 살필게요. 그리고 여자친구한테 연락해서 여기로 와달라고 해주시겠어요?”

“민경인 왜?”

“각성하려면 그분도 필요하거든요.”

거짓말이지만 그녀를 직접 만나 확인을 해야 사기환의 각성을 도울 수 있는 건 사실이었다.

“너랑 같이 있는 걸 알면 화낼 텐데? 민경이가 알기 전에 널 보내려고 서두른 거거든.”

“그럼 저도 도울 수 있는 게 없네요.”

한수호가 일어나서 나가려고 하자 사기환이 붙잡았다.

“알았다. 바로 와달라고 할게. 대신 내가 널 데려온 게 아니라 네가 직접 여기로 찾아온 걸로 해줘.”

“그 정도야 얼마든지요.”

한수호는 씨익 웃어 보이고는 사기환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마나력을 이용해 몸을 샅샅이 훑었다.

이건 스승 부부에게 배운 신체 점검법이었다.

먼 과거엔 이 방법으로 병도 고치고, 더 강한 신체를 만들 수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몸 어디가 안 좋은지, 무슨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를 살피는 정도가 다였다.

그런데, 사기환의 몸을 살펴보니 확연히 드러나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뭐야? 기력이 완전히 빨렸어?’

심장 활동은 남들에 비해 굉장히 느리고, 혈맥의 흐름 또한 활력이 없다.

누군가가 사기환의 기력을 빨아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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