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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8화 (18/375)

18화

유적지에는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무수히 많이 쌓여 있었다.

신전으로 향해 가는 길목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뼈들이 그 증거였다.

대부분은 정체를 가늠하기 힘든, 이상한 형태의 두개골과 뼛조각이었지만 드물게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백골도 보였다.

‘뉴에르다에 정말로 인간이 살았던 모양인데?’

이 유적지가 세상에 공개되면 큰 파장을 몰고 올 게 분명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백골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이 큰 도시에 사람이 살았다면 적어도 만 명 이상은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백골 숫자로 계산해보면 천 명도 안 될 것 같았다.

‘10분의 1 수준인데…. 몬스터의 침입을 받고 대부분은 이곳을 떠났다는 건가?’

거대한 지하 도시. 그곳에 사는 수많은 인간들. 그런데 몬스터의 대규모 공격을 받게 되어 대부분은 살기 위해 도시를 버렸다?

이런 이야기가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직, 몬스터들이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거지.’

한수호는 느끼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유적지 곳곳에서 은밀하게 움직이는 몬스터들의 기척을.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놈들은 한수호를 공격하려 들지 않고 다른 곳으로 열심히 이동 중이었다.

놈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조금 따라가 보니 유적지 한쪽에 거대한 수로가 만들어져 있었고, 몬스터들은 그 수로에 뛰어드는 중이었다.

숫자는 상당했다.

대형견 크기의 소형 몬스터부터 3미터나 되는 중형 몬스터까지.

유적지 곳곳에 둥지를 틀고 있던 놈들이 한결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수로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그 모습은 뭔가에 부름을 받고 모여드는 군상과 같았다.

‘각성석 때문이구나!’

주둔 부대의 중대장이 각성석을 섭취한 게 분명했다.

그래서 게이트 내의 몬스터들이 섭취자를 향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리라.

‘돕기를 잘했네.’

솔직히 한수호도 이 정도로 효과가 좋을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만약 그들을 도와 고블린들을 해치우지 않았다면 여기서 많은 몬스터들과 고된 전투를 치러야 했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저곳의 수로가 밖으로 나가는 출구라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나갈 방법에 대한 걱정이 없어진 한수호는 가뿐한 걸음으로 신전에 진입했다.

그리스에 있는 신전들을 생각나게 하는 웅장한 건물.

50개 정도 되는 계단 위로 3미터 이상 굵기의 기둥들이 세워져 커다란 지붕을 떠받치고 있다.

기둥들에는 여러 모양의 동상들이 조각되어 있었는데, 뉴에르다의 몬스터 백과를 보듯 현존하는 몬스터가 모두 그곳에 있었다.

고블린과 노옴부터 시작해 오크와 오거, 샤크라이, 라이칸에 웨어울프까지 없는 게 없었다.

‘진무현은 이런 유적지를 혼자 경험해 놓고 세상에 단 한마디도 풀어놓지 않았던 거구나.’

심계가 깊은 자였다.

어쩌면 일부러 거짓 소문을 퍼트려 수많은 마공사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도 실수가 아닌, 의도된 계획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수호는 서둘러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텅텅 비어버린 거대한 신전.

안쪽에도 굵은 기둥과 많은 몬스터 동상들이 가득했다.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은 오랜 시간이 지나 탁하게 변했고, 여기저기 찢기고 바스러져 있었다.

신전의 끝에는 누군가가 앉았을 화려한 의자가 놓여 있다.

‘이게 끝?’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뒤쪽으로 통하는 비밀 문이 있는 것도 아니요, 다른 어떤 구조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덩그러니 의자 하나만 놓여있는 게 다였다.

‘이럴 리가 없는데?’

한수호는 주변을 한 번 더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 의자 주변에서 기이한 소리를 들었다.

‘바람 소리?’

어디선가 미세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좇아보니 의자가 놓인 바닥에 사각형 모양의 아주 얇은 틈새가 있었다.

소리는 그 틈새에서 나왔다.

‘이 아래 뭔가 있다.’

한수호는 바닥을 눌러도 보고, 그 위에서 뛰어도 봤지만 아무 변화가 없었다.

‘혹시…?’

의자에 앉아 이리저리 흔들어 봤다. 그러다 의자 등받이 쪽으로 힘을 주었을 때.

달칵

뭔가가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의자를 포함한 바닥 전체가 아래로 꺼져버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나선형의 계단.

비밀 통로였다.

한수호는 계단을 내려갔고, 아래에서 큼직한 문 하나를 마주했다.

[시련의 방]

딱 봐도 안에 들어가면 뭔가 힘든 일이 생길 게 뻔했다.

‘여기서 무슨 시련을 거쳐야 라뮬을 얻을 수 있나 보네.’

바로 감이 왔다.

어떤 시련이 주어질지는 모르지만 진무현이 이겨냈으니 한수호라고 이겨내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라뮬 검을 반드시 얻어내겠어!’

마음을 굳게 먹은 한수호는 굳게 닫힌 문을 힘차게 열었다.

문이 열리고 보인 광경은 실망스러웠다.

무척이나 좁은 통로.

사람 하나가 어깨를 펴고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통로가 20여 미터쯤 쭉 이어지고 있었다.

통로를 향해 한 발을 내딛자마자 문이 쿵 하고 닫혔다. 그리고 누군지 모를 사람의 음성이 귀로 파고들었다.

놀랍게도 그 음성은 영어였다.

특무부 요원으로 활동하려면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음성이 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집념.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인간의 집념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는 없다. 그 집념으로 견디고 버텨라. 그러면 집념의 검, 라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

그 음성의 끝에 라뮬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는 순간,

화아아아아악

엄청난 열기가 통로를 가득 메웠다.

뜨겁다.

아니, 뜨거운 정도가 아니라 몸이 녹아버릴 것만 같다.

벌써 몸을 감싸고 있던 옷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불꽃만 보이지 않다 뿐이지 불꽃보다 강한 열기가 한수호를 집어삼키려 했다.

저벅

어렵게 한걸음 옮긴다.

저벅

두 번째 걸음을 옮기자 이제는 불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타버렸고, 눈썹이, 피부에 자라나 있던 모든 털들이 한 줌 재로 화했다.

“끄으으으….”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피부가 녹는 느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고통은 그때보다도 훨씬 더 강렬했다.

한수호는 마공 요원으로 활동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국내 최강의 악인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해친 전적이 있는 사대광마 중 극마 박준규의 세력과 정면으로 충돌한 적이 있었다.

다른 사대광마들은 세력이 크지 않지만 극마 박준규의 세력은 범상치 않았다.

박준규를 따르는 자들 중에는 특급 마공사가 수두룩했으며, 그들이 지닌 파급력은 국가를 위협하기에 충분할 만큼 무섭게 커져갔다.

심지어 단순한 국내 세력을 넘어 국외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었기에 시급한 처리가 필요했다.

박준규를 추종하는 마공사들 중, 화염 특성을 지닌 자가 있었는데 한수호는 그자를 쓰러뜨리기 위해 피부가 녹아내리는 화상을 감수해야 했었다.

그때의 고통은 지금과 비교했을 때, 애교 수준이다.

화염 특성에 의한 열기가 가스레인지 불꽃 위에 손을 올려놓는 정도였다면, 지금의 열기는 화염 방사기를 코앞에서 방사해 온몸을 지지는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한수호는 걸음을 내디뎠다.

한발 한발.

발바닥이 녹아내려 피부가 벗겨졌고, 바닥 위에 서 있기도 힘들었다.

미끄덩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진 순간.

치이이이익

바닥을 짚고 있는 손이, 무릎이 타들어 갔다.

한수호는 기었다.

서있을 수가 없으니 손과 무릎을 이용해 기고 또 기었다.

고작 20미터가 이렇게나 멀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았다.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또 지르면서도 계속해서 기었다.

입을 열면 목구멍이 타버리기에.

이를 악물고.

손톱이 빠지도록 손을 움켜쥐면서.

영겁과도 같은 시간을 끝끝내 버텨가며 결국, 도착했다.

통로의 끝은 그냥 벽이었다.

그 벽에 흐물거리며 녹아내리는 손을 턱 하고 가져다 댔을 때.

슈욱

김이 빠지는 소리가 짧게 들리더니 주변이 확 달라졌다.

한수호는 방에 있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네모난 방.

더 이상 그 어디에도 열기는 느껴지지 않았고, 고통도 없었다.

손을 보니 피부도 옷도 모두 그대로다.

머리카락은 단 한 올도 타지 않았다.

‘모든 게 환상이라고?’

그렇게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생생했다.

‘마나력으로 만들어진 마법이었나?’

마나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고, 마나공법을 잘만 이용하면 진짜와 다름없는 환상을 겪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번 다신 겪고 싶지 않구나.’

정신을 차린 한수호는 맞은편 벽을 바라봤다.

그곳엔 진열장이 있었다.

붉은 조명 아래에서 반짝이고 있는 물건 하나.

검집도 붉고, 손잡이도 붉기만 한 50센티 길이의 비교적 큰 단검이었다.

검의 형태는 굉장히 화려했다.

불타오르는 불꽃처럼.

폭발하는 화산의 용암처럼.

화려한 문양과 형태를 지닌 진홍빛 단검이었다.

그 단검이 놓인 붉은색 천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한수호는 그 글자를 알아볼 수 있었다.

‘라뮬!’

전설의 검, 라뮬.

진무현을 영웅으로 탈바꿈시킨 최강의 무기.

라뮬을 향해 저절로 손이 움직였다.

손이 가까워지자 라뮬 검이 미세하게 진동을 일으켰다.

새로운 주인을 만나 반가워하는 건지, 아니면 본래의 주인인 진무현이 아니어서 거부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네 주인은 나다!’

한수호는 라뮬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 순간, 손아귀로 후끈한 열기가 전해졌다.

불꽃의 화신이라는 별명답게, 라뮬을 쥐기만 해도 손이 타버릴 것 같다.

한수호는 검 따위에게 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제야 라뮬의 열기가 다소 사라졌다.

‘이게 창으로도 변한다 이거지?’

라뮬을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어떤 다른 장치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한수호는 무심코 손잡이를 쥔 손에 마나력을 일으키며 검을 뽑았다.

스릉

검집에 날이 스치는 맑은 소리. 그런데.

화아악

뽑힌 단검은 불타고 있었다.

검날은 50센티 정도지만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은 그보다 10센티는 더 길었다.

‘그냥 뽑은 것만으로 이런 불꽃을 뿜어내다니….’

과연 명검은 명검이었다.

한수호는 여기서 넋 놓고 단검을 감상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다시 검집에 검을 꽂았다.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기만 하면….’

고개를 돌려 들어왔던 입구를 향하려는데, 그의 눈에 또 다른 문이 보였다.

라뮬이 놓여 있던 진열대 바로 옆으로 직사각형의 틈새가 새겨져 있었다.

보지 않았다면 모를까 무심결에라도 그걸 보았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문의 손잡이가 있어야 할 장소엔 기이한 모양의 홈만 파여있는 직사각형의 문.

그 홈을 자세히 보니 라뮬을 꽂으면 딱일 것 같은 형태였다.

‘라뮬이 열쇠인가?’

한수호는 이 또 다른 방에서는 무엇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진무현도 이 방을 거쳤을까?’

더 이상의 정보는 없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물러날 수는 없었다.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라뮬을 구멍에 꽂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 상태로 손잡이 방향을 돌리니.

달칵

뭔가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있던 문이 스르륵 열렸다.

촤아아아아아

안에서 거센 바람이 몰아닥쳤다.

‘차가운데?’

한겨울의 바람처럼 꽤 차갑다.

그 바람을 헤치며 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 또다시 누군가의 음성이 머릿속으로 직접 파고들었다.

[희생.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세상 그 무엇보다 숭고하고 거룩한 희생. 내가 살고자 타인의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 아니면 나를 희생하여 타인을 구할 것인가? 인내하고 결정하라. 그 결과는 오롯이 너의 업보이니.]

웅장함이 느껴지는 음성과 함께 문이 꽝 닫혔다. 그리고 살이 에일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무섭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방에 들어선 이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눈앞은 온통 검은 공간뿐.

거기서 불어닥치는 뼛속까지 시린 칼바람.

앞으로 두어 걸음 나아가자 세상이 눈보라로 가득 찼다.

폭설이 쏟아져 내리고 순식간에 한수호의 몸을 눈으로 뒤덮었다.

피부가 얼었다.

눈꺼풀은 딱딱해져서 감는 것도 힘들어졌고, 숨을 내쉬면 바로 얼어버려 입을 굳게 했다.

정신이 아득했다.

이건 불지옥을 경험했을 때와는 또 다른 고통이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얼어붙은 피부가 깨지며 피가 흘렀다. 그 피는 다시 얼었고, 움직임에 의해 다시 깨어졌다.

피부가 박살이 나고 뼈가 드러났다.

뼈를 훑는 칼바람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용솟음쳤다.

‘시발…. 내가 질 것 같냐!’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못 버틸 것 같았다.

그때, 한수호의 눈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간신히 몇 걸음 나아가니 눈보라 속에서 이쪽으로 손을 뻗은 채 얼어붙은 9살의 남자아이가 보였다.

얇은 홑옷만 걸친 채 고드름을 줄기줄기 달고 있는 아이는 오래전에 얼어붙어 죽은 것처럼 보였다.

아이의 손에는 보기만 해도 열기가 풀풀 느껴지는 따뜻한 외투가 들려있었다.

‘나에게 이걸 주려다 얼어 죽은 거야?’

아이는 간절한 눈빛으로 한수호를 바라봤다.

마치 이 옷을 입어서 시련을 이겨내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손을 뻗는다.

아이가 손에 쥔 옷을 잡고 자신도 모르게 힘껏 당겼다.

퍼석

아이의 손이 산산이 부서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손목에서 핏방울이 떨어졌지만 금세 얼어붙었다.

‘피?’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면 피가 흘러선 안 된다.

한수호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번개가 쳤다.

‘아직 살아있어?’

눈동자마저 움직임이 없는 아이였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

‘희생….’

갑자기 떠오른 단어, 희생.

과연 이 아이는 자신의 희생으로 타인을 구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타인의 희생으로 자신이 살고자 하는 것일까?

‘아니. 희생은 이 아이의 몫이 아니야.’

한수호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아이의 손에서 가져온 옷을 도로 내밀었다.

‘희생은 나의 몫. 누구도 강요할 수 없고, 강요받아서도 안 되는 내 스스로의 결정이다.’

얼어붙은 발을 움직이자 발목이 바스러지고 무릎이 깨어졌다.

기어서 아이에게 다가간 한수호는 옷을 펼쳐 아이를 덮었다. 그리고 두꺼운 외투를 가슴 앞에서 잘 여며주었다. 순간.

스르륵

아이를 뒤덮은 서리가 녹아내린다.

서리는 물이 되어 바닥에 흘러내리고 아이는 한수호를 향해 방긋이 미소를 그려주었다.

쑤아아아악

모든 것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눈보라도, 살을 에는 바람도, 방긋 웃는 아이도.

대신 그 자리에 진열대가 나타나 있었다.

새파란 손잡이에, 파란빛의 조명을 받으며 단아한 모습으로 천 위에 올려진 단검 하나.

라뮬과는 색상만 다를 뿐, 길이와 모양이 완전히 똑같은 단검이었다.

“그랑?”

이번에도 한수호는 알 수 없는 글자를 자기도 모르게 읽어냈다.

처음 보는 단검이지만 이 또한 평범하지 않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라뮬과 그랑.

한수호는 두 번째로 얻은 그랑을 품에 꼭 안았다.

‘넌 엄청 차갑구나.’

라뮬은 뜨겁고, 그랑은 차갑다.

색과 손잡이에 새겨진 문양만 다를 뿐 생김새는 쌍둥이처럼 똑같다.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한수호의 눈에 또 다른 문이 보였다.

‘또?’

세 번째 방.

이 두 번째 방도 전혀 들은 바가 없었는데, 세 번째 방까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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