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39화 (39/375)

39화

‘이건 어쩐다?’

한수호는 튜토리얼 중에 자신의 몸에 부착되어 있던 보디캠에서 뽑아낸 칩을 쥐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교수들에겐 일부러 녹여 망가뜨린 캠장비를 보여주었지만 영상이 담긴 칩은 미리 빼돌린 상태였다.

이건 아카데미에서 성유준의 보디캠 영상을 무시해 버릴 것을 대비한 비장의 수였다.

다행히 성유준의 보디캠 영상만으로 일은 잘 처리가 된 모양이니 굳이 이 칩을 오픈할 필요는 없었다.

이 칩의 영상에는 성유준이 어떻게 튜토리얼에 끼어들었고, 왜 팔이 잘렸으며, 어째서 죽음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지가 모조리 담겨 있었다.

‘일단 봉인해 놓지 뭐. 언제고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한수호는 목에 걸고 있던 주태란 사모의 토템을 열어 그 안에 칩을 숨겼다.

사모와 똑 닮은 토템을 보자 그동안 잊고 있던 물건 하나가 번뜩 떠올랐다.

‘아, 맞다. 혈맥보공법!’

개자식 이현승이 스승 부부에게 넘겨준 얇은 쇠 상자.

한수호는 방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상자를 꺼내 들었다.

‘과연 이 안에 들어 있는 게 평범한 혈맥보공법일까? 아니면 다른 걸까?’

묘한 호기심이 든다.

이 쇠 상자에 든 것이 무엇이든 간에 스승 부부는 이 물건 때문에 황도13궁의 후예를 제자로 삼았고, 그로 인해 악인으로 변질 됐다.

‘사람을 심마에 빠지게 만드는 약이라도 담긴 거 아니야?’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수건을 물에 적신 뒤, 코와 입에 약간의 공간만을 남기고 밀착시켜 묶었다.

그리고 쇠 상자의 자물쇠를 오른손으로 꽉 쥐었다.

‘이 정도는 내 열화기 기술로 충분하지!’

불의 마나 공법에 맞춰 마나력을 운용하자 손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화아아아악-

채 1할도 안 되는 마나력에 자물쇠는 너무도 쉽게 녹아버렸다.

곧이어 녹아내린 부분을 왼손바닥으로 덮은 뒤 얼음불을 일으켰다.

치이이익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며 뜨거웠던 열기는 금방 차갑게 식어버렸다. 순간,

타캉

굳게 잠겨 있던 자물쇠가 부서지며 쇠 상자가 덜컥 열렸다.

한수호는 혹시 몰라 목장갑까지 착용한 상태로 조심스럽게 상자 안의 물건을 꺼내 들었다.

‘열화기도 그렇고, 빙염기도 장난 아닌데?’

자신의 속성 능력에 만족감을 느끼며 한수호는 손에 든 책자의 제목을 읽었다.

“혈맥보전공?”

책자의 제목부터 혈맥보공법과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책자를 넘기며 내용을 살폈다.

저자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뇌와 쾌의 속성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있는 마공사가 쓴 건 틀림없어 보였다.

육체에 뇌의 기운을 담을 때, 가장 상처 입기 쉬운 혈맥이 어느 곳인지. 그리고 쾌를 위한 마나 공법을 혈맥에 운용하려면 어떤 루트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까지 자세히 기록되었다.

하지만, 비돈귀살을 스승으로 두고 그들로부터 파랑격과 벽력권의 묘리를 배운 한수호가 봤을 때, 이 책자의 내용은 수박 겉핥기였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대단한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수호에겐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이런 걸로 스승님들을 속이려고 했다고? 말이 안 되는데?’

책자를 빠르게 뒤로 넘기자 그 이유가 나왔다.

후반부에는 마나력을 오버히트 시키더라도 혈맥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특별한 마나 공법이 기술되어 있었다.

한수호도 그걸 보고 꽤나 놀랐다.

그 내용대로 마나력을 운용하면 정말로 벽력권과 파랑격을 동시에 사용해도 혈맥이 터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게다가 시너지 효과가 있어 보유한 마나력을 뛰어넘는 강력한 파괴력까지 갖출 수 있었다.

하지만 한수호의 눈에는 그 마나 공법의 심각한 문제가 보였다.

‘마나 역류?’

한수호는 마나 공법에 대한 이해도가 전문 마나 공법 연구가 이상으로 넓고도 깊었다.

지평학 교수가 말한 마공서고의 도움이 굳이 필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회귀 전에 마나 공법을 파고든 시간이 무려 7년. 회귀 후에도 지난 10년간 단 하루도 마나 공법에 대한 걸 머릿속에서 놓아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개조 특성 덕분에 정신 스탯에도 6이라는 수치가 달리게 되며, 이해력이나 분석력이 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그래서 이 혈맥보전공의 책자 후반부에 기록된 마나 공법이 교묘하게 위장된 역천의 공법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마나 역류법은 스스로의 신체를 망가뜨리면서 오로지 파괴력과 살상력만을 높이는 것으로, 사악한 마공사들이 최후의 순간에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사용하는 공법이었다.

이 혈맥보전공은 한순간에 파괴력을 얻는 건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운용할 경우 마나 역류로 뇌를 계속 자극하여 평정심을 잃게 만들고, 살심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지녔다.

만약 스승 부부가 이 혈맥보전공을 익힌다면 한두 달 내로 심성이 사악하게 바뀔 것이라는 의미였다.

‘역시, 이거였구나.’

회귀 전의 스승 부부는 바로 이 혈맥보전공을 익혔기 때문에 악인으로 변했던 것이다.

‘이따위 걸로 스승님들을 악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려 하다니!’

한수호는 황도13궁의 악독한 술수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더불어 이 책자를 아무렇지 않게 넘겨준 이현에 대해서도 살심이 피어올랐다.

놈이 열쇠를 뭉그러뜨린 건, 오히려 이 책자가 진품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한 할리우드 액션이었다.

악몽급 게이트가 발발하기 전에 황도13궁부터 처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한수호.

그는 이 가짜 혈맥보전공을 활활 불태워 버리려다가 멈칫했다.

‘잠깐…. 그러고 보니까 이거 광폭화 특성의 마나 공법과 유사하잖아?’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마나 역류법이 광폭화 특성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잘하면 광폭화 특성을 훨씬 효과적으로 바꿀 수가 있겠는데?’

한수호는 곧바로 마나 공법 수정 작업에 돌입했다.

광폭화 특성의 마나 공법을 백지에 상세하게 기록하고, 거기에 마나 역류법을 가미해가며 조금씩 수정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마나 역류법 자체가 역천의 공법이라서 조금만 잘못해도 심성을 타락시키고, 신체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완벽하게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몇 번의 실패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 끝에 결국 광폭화 특성을 효과적으로 수정하는 데 마침내 성공하고 말았다.

광폭화 3단계부터 나타나는 이지력을 상실하는 디버프.

그걸 살심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경했고, 특성 사용 후 정신을 잃게 되는 페널티도 2시간 동안 마나력 50%가 감소 되는 것으로 수정시켰다.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디버프와 페널티를 이 이상으로 축소하거나 약하게 변경하면 뇌에 자극을 주는 반응을 없앨 수가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살심이 증가하는 건 의지력으로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었고, 마나력 50% 감소 역시 감수할 수 있었다.

이로써 광폭화는 전과 비할 바 없이 엄청난 효율을 지닌 특성으로 변모했다.

한수호가 완전히 달라진 광폭화 특성의 설명창을 뿌듯한 눈으로 바라볼 때였다.

귀가 아닌 머릿속으로 띠링 하는 벨소리가 울리더니 메시지가 불쑥 떠올랐다.

>>’히든피스: 특성 개조하기’가 충족되어 LP 포인트가 활성화됩니다.

>>미션 완료 시 NP와 LP를 동시에 획득합니다.

‘뭐냐, 이건?’

뜬금없는 알림 메시지.

그런데 내용이 상당히 놀랍다.

한수호는 서둘러 개조 특성에 대한 설명을 확인했다.

[특성: 개조]

-1일 1회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하여 NP와 LP를 모으고, 그 포인트를 스탯에 분배하여 육체를 개조하거나 특성을 진화시킵니다.

정말로 바뀌었다.

미션 수행으로 획득하는 포인트가 NP와 LP로 분리되었다.

LP를 어떻게 얻는 건지 몰라 답답했는데, 이제 LP를 획득할 방법이 생긴 것이다.

‘와, 시발. 특성을 내가 직접 개조해야 활성화되는 포인트였다니.’

이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특성 개조는 한수호가 혈맥보전공을 직접 분석하고, 거기서 광폭화 마나 공법과의 유사성을 찾지 못했다면 절대 행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기가 막힌 일이지만, 그만큼 이 개조 특성의 효과가 엄청났기에 크게 불만을 가질 수는 없었다.

‘개조 특성이 좋긴 참 좋단 말이지.’

한수호는 혼자 히죽거리며 인체 해부도를 띄웠다.

총 7개 부위로 나누어진 투박한 형태의 인체 해부도.

이틀 전, 마나력 측정을 할 때 가슴 부위의 스탯 58을 빼서 두 팔에 배분한 탓에 수치가 좀 이상하게 변해 있었다.

[머리] : 99

[왼팔] : 89

[오른팔] 89

[가슴] : 41

[배] : 99

[왼발] : 99

[오른발] : 99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가슴의 스탯은 마나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그 수치가 오르면 마나력도 함께 오른다.

반대로 가슴 스탯을 낮추면 마나력도 같이 떨어지게 된다.

가슴의 수치가 99인 채로 측정이 됐다면 한수호의 마공사 등급은 진급(최상)으로 나올 것이기에 스탯 조정은 필수였다.

측정이 끝난 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려다가 일단은 그대로 놔둔 상태.

언제 또 마나력을 측정한다고 할지도 모르고, 상대의 마나력을 읽어내는 특성을 지닌 마공사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지금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고 낮춘 수치만큼 마나력이 확 줄어든 건 아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마나력은 줄어든 것이 맞지만, 가슴 스탯을 정상으로 돌리면 마나력 또한 되돌아오기에 문제 될 것이 하나도 없었다.

스탯 이동을 위한 쿨타임 24시간만 주의하면 말이다.

아직은 신체 외부 수치를 최고치까지 올리지 못해서 신체 내부의 스탯은 죄다 6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만 LP 수급 방법이 생긴 이상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어찌 됐건 며칠 사이 한수호는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튜토리얼로 강제 각성을 하게 되면서 특성을 하나 더 얻었고, 그 특성 덕분에 라뮬과 그랑의 숨겨진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10억이 넘는 거금을 손에 쥐었으며, 광폭화 특성을 훨씬 효과적으로 개조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성 진화에 꼭 필요한 LP를 얻을 방법도 생겼다.

‘이제 앞으로 벌어질 주요 사건들을 잘 따라가면서 내가 얻어야 할 것들을 착실하게 챙겨 먹으면 되겠구나.’

한수호는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어 침대에 드러누웠다. 맞은편 벽에 붙은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2시다.

‘어우. 수면 부족으로 다크서클 생기겠네.’

딱히 봐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수호는 탱탱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서둘러 취침에 들었다.

* * *

다음 날.

수업을 위해 강의실로 향한 한수호는 문 앞에서 검문을 받아야 했다.

튜토리얼을 통과해 특성을 얻은 학생은 강의실로 입장이 가능했지만, 포기한 학생은 다른 곳으로 재배정 됐다.

그렇게 해서 강의실에 들어오게 된 학생은 총 46명.

그중에는 첫 수업 때부터 지평학 교수의 눈길을 끌었던 최지혁과 양소혜도 있었다.

학생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튜토리얼에서 목숨을 잃은 친구들을 떠올리며 자신들도 언제든 그들처럼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것이다.

마공사가 수많은 학생의 꿈과 희망의 직업으로 자리 잡은 지 35년.

그동안 수많은 영웅 마공사들이 활약했고, 희생해 왔다.

마공사의 자격을 얻은 직후부터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수행해야 하지만, 죽음을 각오할 담력과 적당한 실력만 있으면 상상도 못 하는 부와 명예가 뒤따른다.

그렇기에 튜토리얼 중에 죽을 것을 알면서도 차마 포기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것도 매년.

도전자의 20%에 가까운 숫자가 같은 선택을 하고, 죽어간다.

학생들은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며칠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돌아올 것이다. 언제나처럼 죽은 자는 잊혀가고, 산자는 앞을 바라보고 또 달려가게 될 테니까.

잠시 후, 강의실 문을 열고 지평학 교수가 들어섰다.

그는 46명으로 확 줄어든 학생들과 일일이 시선을 맞추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선, 마공사의 길을 걷게 된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을 전한다. 여러분들이 각성한 특성의 등급과 신체 등급, 그리고 마나력을 종합적으로 평가되어 마공사 라이선스가 곧 발부될 것이다. 지금은 등급이 낮다고 해도 매년 마공사 승급 시험이 있으니 더욱 학업에 매진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도록. 알겠느냐?”

“네!”

모든 학생이 힘차게 대답하자 강의실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좋아. 먼저…. 지난번 나와 내기를 해서 이긴 학생들에게 보상을 주도록 하마.”

보상을 언급하자 학생들은 최지혁과 양소혜, 한수호를 향해 시선이 쏠렸다.

“최지혁. 넌 비도술과 관련된 특성을 얻겠다고 했고, ‘관통비검’이라는 특성을 얻었구나. 매우 훌륭하다.”

“가, 감사합니다.”

시선을 못 맞추고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러워하는 최지혁.

그 모습에 양소혜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사내자식이 왜 그렇게 소심하냐? 교수님이 칭찬하면 가슴 딱 펴고, 사내답게 눈 부리부리하게 뜬 다음 상큼하게 웃어드려야 할 거 아니야?”

“어…. 그래야지. 미안.”

“자식, 네가 왜 나한테 미안한데? 거참 숫기 없는 놈이네.”

양소혜는 키 181cm에 90kg이 넘는 큰 덩치를 가졌다.

팔뚝도 웬만한 사내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두꺼웠고, 온몸의 근육이 고루 발달되어 보기만 해도 위압감에 주눅이 든다.

“양소혜. 네 녀석은 괴력에 관한 특성을 말하더니 정말 괴력을 얻었더구나. ‘진천무가’의 근육강화술을 토대로 괴력 특성이 만들어졌으니 네 가문에서도 자랑스러워할 게다.”

“다 교수님 덕분입니다. 헤헤.”

양소혜는 진천무가의 막내로 보기와는 다르게 집안에서 애지중지하며 키워진 딸이었다.

진천무가의 가주, 양정태는 아끼는 딸이 위험한 마공사의 길을 걷지 않길 바랐지만 그녀가 워낙 강경하게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카데미에 입학시킨 거였다.

“마지막으로, 장태산. 네가 말한 건 불과 얼음의 속성이었는데, 아쉽게도 불의 특성인 ‘열화기’만 얻었다고 했지? 그래도 쉽지 않은 걸 해냈으니 너 또한 보상을 주도록 하겠다.”

“그래 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한수호는 보상을 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바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너희들 폰 번호로 업적 수치를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문자로 보내주도록 하겠다.”

지평학은 교단에 서서 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러자, 세 명의 폰에서 동시에 메시지 도착 알림이 울렸다.

한수호는 자신의 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마공 서고의 사서에게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였음을 증명하라.]

매우 간단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글귀였다.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면 업적 수치를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건가?’

하지만 내 육체의 한계가 어디까지이며, 그걸 극복했다는 건 또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 걸까?

수초 후 메시지는 폰에서 자동으로 삭제됐다.

“내가 알려준 방법대로 하면 빠르게 업적을 올려 마공 서고에 들 수 있는 자격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말에 다른 학생들은 부러운 표정이 되었다.

꿈의 마공 서고.

그곳에 들 수 있는 최소 자격인 업적 수치 1천 달성은 그들에게 너무나도 먼 곳에 존재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해 보도록 할까?”

지평학은 태블릿을 칠판에 연결해 홀로그램 형식으로 띄웠고, 그곳에 마공학과의 기본 커리큘럼을 빼곡하게 채워 넣기 시작했다.

마나 공법의 기초.

마나 공법에서 파생되는 생활의 편의성.

게이트 역학.

게이트가 지구에 발생하는 이유.

몬스터의 종류.

마공사의 구분.

마공학과의 역사.

특성의 이해.

….

수많은 카테고리가 학생들의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오늘은 간단하게 이 정도만 접하고 넘어가도록 하지.”

생각보다 훨씬 빡빡한 수업에 학생들이 한숨을 내쉴 때, 한수호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칠판에 떠 있는 ‘마공학과의 역사’라는 문장이었다.

그 문장을 접한 순간 그동안 완전히 잊고 있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회귀 전, 2051년 3월의 어느 날.

서울 마공 아카데미의 역사관 건물에서 벌어진 자살 폭탄 테러 사건.

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무려 26명이다.

그중에서도 단 한 명. 확실하게 기억나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

최지혁.

어쩐지 낯설지 않았던 그 이름의 주인공은 바로 테러 사건의 희생자이자 테러범 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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