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화
한수호는 며칠 동안 최지혁을 관찰했다.
역사관 건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는 3월의 마지막 날에 벌어졌으니 아직 20여 일의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최지혁을 관찰하며 그가 왜, 무슨 이유로 자살 폭탄 테러를 일으키는지 알아내려 했다.
그런데 관찰을 시작하자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지혁 또한 알게 모르게 한수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교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체력 단련실에서 훈련을 빙자한 미션을 수행하고 있을 때도.
하다못해 수업 중일 때에도.
최지혁은 늘 한수호를 몰래 지켜봤고, 항상 근처를 배회했다.
숫기 없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보이는 최지혁이 어째서 자신에게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걸까?
한수호는 그것이 궁금했고, 결국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혹시라도 최지혁에게 다른 숨겨진 신분 같은 게 있다면 빠르게 밝혀낸 뒤 주변에서 치워버려야 했으니까.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수요일 오후 수업이 마침 체력 단련실 내에서 마나력 제어구를 착용하고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것이었다.
수업을 맡은 교수는 마공 교수들 중에서도 체술에 일가견이 있는 이재준 교수였다.
“…. 준비되었으면 각자 배운 대로 상대와 대결을 시작하도록. 대련이라고 대충대충 하다가 걸리면 감점 1점이다!”
교수의 엄포에 찔끔 놀란 학생들은 평소 친분이 있는 상대를 골라 합을 맞춘 대련을 시작했다.
그런데 양소혜가 돌발 행동을 보였다.
“장태산. 이 누나랑 한판 붙어보는 게 어때?”
근육을 꿈틀대며 한수호에게 다가선 양소혜는 마나력 제어 마법이 걸려 있는 몸통 보호대와 헤드기어를 쓰고는 히죽 웃어 보였다.
한수호는 그런 양소혜를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휙 돌아섰다. 그리고 최지혁에게 다가갔다.
“야! 너 지금 내가 여자라도 무시하는 거야? 얼굴 좀 반반하게 생겼다고 사람 우습게 보고 말이야!”
그녀의 말을 일절 무시한 채 최지혁 앞에 선 한수호는 자신도 보호대와 헤드기어를 착용했다.
“가볍게 어때?”
툭 던지듯 한 말에 최지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음, 어…. 나랑 대결하면 실망할지도 모르는데….?”
“마나력 없이 하는 건데 뭐. 나도 몸 쓰는 일은 그다지 잘하는 편이 아니거든.”
“그, 그럴리가. 소문…. 들었어. 졸업반 선배를 두들겨 팼다면서?”
“그거 헛소문이야. 신입생이 가당키나 하냐? 아무튼, 살살 부탁할게.”
한수호가 자세를 취하자, 최지혁도 마주 서서 자세를 취했다.
겉으로는 부끄럼을 타는 듯 보이지만 할 때는 또 군말 없이 한다.
참으로 이상한 성격.
그때,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이재준 교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한수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장태산 학생. 아무리 연습 삼아 하는 대련이라도 손발에 차고 있는 액세서리는 빼고 해야겠지?”
이재준은 한수호가 팔목과 발목에 걸고 있는 알록달록한 고리들이 액세서리라고 생각했다.
얇고 납작하며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금속이어서 팔찌나 발찌 같은 액세서리로 여기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건 당연히 액세서리가 아니다.
하나당 5킬로그램의 무게가 나가며 웬만한 충격엔 흠집도 나지 않는 강력한 특수재질의 금속으로 제작된 봉인구였다.
한수호는 이 봉인구를 섬에서 10년 동안 쭉 차고 있었던 터라 벗어야 한다는 생각도 미처 하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한수호는 목에 늘 걸고 있는 주태란의 미니어쳐 토템을 꺼내 봉인구에 가까이 댔다.
티잉. 티딩.
봉인구는 맑은 쇳소리를 내며 틈을 벌렸다.
단련실 바닥에 네 개의 봉인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자 그제야 이재준이 뒤로 물러섰다.
“어디, 우리 D반의 최고 기대주들의 대련을 감상해 볼까?”
그런 이재준에게 양소혜가 슥 접근했다.
“저기, 교수님. 애석한 일인데 말이죠. 저랑 파트너가 되어줄 녀석이 이 D반엔 없는데 어떡하죠? 교수님이라도 제 상대가 되어주시면 안 될까요?”
그녀는 한수호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생들한테도 거절당했다.
사실 D반의 46명 학생을 통틀어 그녀보다 체격이 좋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매일 저녁 체력 단련실에서 엄청난 무게의 역기로 벤치프레스를 하는 걸 본 터라 다들 겁부터 집어먹은 것이다.
“파트너가 없다고?”
이재준 교수가 주변을 둘러보니 학생 모두가 멀찌감치 물러나서 자기들끼리 열심히 대련하는 척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오늘 한 학생이 배탈이 나서 양호실로 직행하는 바람에 짝이 안 맞기도 했다.
“학생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 줘야지.”
“오! 감사합니다. 여기, 보호구 착용하셔야죠.”
양소혜가 보호구를 건네자 이재준은 피식 웃었다.
“1학년 학생을 상대로 내가 보호구를 찰 필요는 없….”
말을 하다가 우람한 양소혜의 체격을 다시 한번 살피더니,
“… 는 게 아니라, 규정 때문에라도 착용해야겠군.”
“네. 그럼요. 규정은 반드시 지키라고 존재하는 거니까요. 헤헤.”
그렇게 한쪽에서는 이재준 교수와 양소혜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한편, 최지혁은 한수호가 바닥에 내려놓은 네 개의 쇳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중이었다.
“저거…. 꽤 무거워 보이는데?”
쇳덩이가 놓인 바닥이 푹 내려앉은 걸 보고 무게를 대충 짐작한 것이다.
“보기에만 저렇지 별로 안 무거워. 근데 오랜만에 풀어서 그런지 몸이 굉장히 가벼워진 느낌이 들긴 하네.”
한수호는 몸이 날아갈 듯 가벼운지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몸을 풀었다.
총 20킬로그램의 쇳덩이가 몸에서 떨어져 나가니 굉장한 해방감도 느껴졌다.
“그럼 나도….”
최지혁이 우물쭈물하면서 허리에 차고 있던 혁대를 풀어 바닥에 내려놨다. 그런데 혁대가 놓인 바닥도 푹 꺼졌다.
적어도 10킬로그램 이상은 되는 무게.
혁대엔 1센티 간격으로 열 개의 납작한 주머니가 달려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안에 쇳덩이가 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이것 봐라?’
한수호는 적잖이 놀랐다.
최지혁도 자신처럼 실력을 상당 부분 숨기고 있었다.
개조 특성으로 신체 수치를 다시 확인해 보니, 모든 부위의 수치가 15씩 올랐다.
최지혁은 평균 64나 되는 특급 마공사였다.
머리, 가슴, 배 부분의 수치가 다소 낮은 대신, 두 팔과 두 다리의 수치가 상당히 높다.
‘이 녀석 가문이 소리비도문 이었던가? 거기서 둘째고.’
소리비도문.
수많은 대한민국의 마공 가문들 중에서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평범한 가문이었다.
그런 가문의 차남이 베테랑 마공사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녔다는 건 꽤나 의외의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런 실력자가 아카데미 역사관에서 자신의 신세를 비통해하고, 세상을 원망하며 자살 폭탄 테러를 한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냥 보고만…. 있을 거야? 먼저 하자고 한 건, 너잖아.”
최지혁이 자기 뺨을 긁적이며 한 말에 한수호는 정신을 차렸다.
‘일단 손을 섞어보면 뭔가를 더 알게 되겠지.’
한수호는 회귀 전, 수많은 마공 가문의 무술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연구했고 어떤 가문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지닌 상태였다.
때문에 누가 되었든 손을 섞어 대결해 보면, 그가 지닌 기술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한수호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앞으로 성큼 나섰다.
그 한 걸음에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고 있던 5미터의 거리가 순식간에 지워졌다.
훅 하는 바람과 함께 코앞에 나타난 한수호는 정직한 정권 지르기를 펼쳐냈다.
맞받아치기엔 이미 늦은 터라 최지혁은 손날을 세워 권을 바깥쪽으로 밀어 쳤고, 무방비 상태의 옆구리를 향해 무릎을 올려 쳤다.
신속한 반응에 한수호의 동공이 살짝 확장했다.
옆구리를 파고드는 무릎을 왼손으로 찍어 누른 뒤 방향이 틀어진 오른 팔꿈치를 꺾어 아래에서 위로 힘차게 올려 쳤다.
서로 바짝 밀착된 상태에서 벌어진 공방이라 두 사람의 움직임은 짧고 빨랐다.
머리를 뒤로 젖혀 공격을 피한 최지혁.
그는 아예 상체를 뒤로 넘기며 백 텀블링을 했고 상대의 추격을 방해하기 위해 날카로운 올려 차기를 시원하게 펼쳐냈다.
촤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굉장히 날카롭다.
한수호는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고 뒤로 가볍게 물러났다.
그리고 턱을 슬슬 매만지는 최지혁을 응시했다.
그의 턱이 빨갛다.
최지혁이 얼얼한 턱을 쓰다듬다가 피식 웃는다.
빠른 반응으로 팔꿈치 공격을 피하긴 했는데 살짝 스친 것만으로도 이 정도라니.
“좋은 수법이다.”
최지혁이 처음으로 더듬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너도 꽤 하네.”
담담하게 한마디씩 주고받은 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박.
파앙.
멀어졌던 두 사람이 순식간에 중간 지점에서 격돌했다.
손과 발이 허공에 난무하며 근육과 근육이 맞닿는 소리가 격렬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마나력을 끌어올리지 않았기에 강력한 파괴력이나 화려한 임팩트는 없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마치 치고받는 동선을 미리 짠 것처럼 정확하고 빠른, 그리고 조금의 빈틈도 없는 공방을 펼쳐냈다.
파바바바바박
손과 손. 발과 발이 허공에서 격돌하는 탁한 소리는 주변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대결 중이던 학생들이 하나둘 멈춰서서 한수호와 최지혁의 대결을 멍하니 바라봤다.
양소혜와 이재준 교수도 대결을 멈춘 지 오래.
그 어떤 대결보다도 치열한 두 사람의 공방에 단련실의 모두가 넋을 잃고 말았다.
서로 단 한 번의 유효 타격도 나오지 않았다.
올려 치고, 피하고, 꺾고, 되치고, 휘돌리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던 대결은 한참이 지나서야 잠깐 멈췄다.
서로 4미터가량 떨어진 상태로 두 주먹을 꽉 말아쥐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근육을 수축시킨 두 사람.
최지혁은 자신과 호각을 이루며 싸울 수 있는 상대를 처음 만났기에 이 대결에서 꼭 승부를 내고 싶었다.
그가 스승에게서 14년간이나 배워온 권술.
그것도 가문의 소리비도술은 우습게 깨부술 수 있는 강대한 위력을 품은 파괴적인 권술이다.
그 권술을 자신의 몸에 맞춰 개선한 이 기술을 버텨낸 상대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최지혁은 꽉 말아쥔 주먹에 의지를 불어넣었다.
마나력이 아닌 불끈거리는 근육의 힘을 한껏 끌어내 자신만의 권술인 ‘나선용권’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상대를 바라봤다.
장태산.
자신보다 한 살 어림에도 불구하고 스승으로부터 세계 멸망의 시나리오를 비틀어낼 열쇠로 인정받은 인물.
‘내 일권을 받아낸다면 널 지켜내기 위해 진심을 다해주마!’
최지혁은 그런 각오를 마음에 심었다.
그 즉시 상대를 향해 크게 한발 내디뎠다.
콰직
최지혁이 발을 내디딘 바닥이 박살 나면서 깨져나간 수많은 부산물이 회오리처럼 휘돌며 그의 다리와 몸통을 휘감았다.
몸통을 지난 회오리는 어깨를 지나 뱀처럼 팔을 타고 뻗어나갔다.
그대로 한수호를 향해 뿜어진 주먹.
주먹으로 뭔가의 형상이 덧씌워졌다.
그것은 용이었다.
쩍 벌린 입으로 상대를 찢어내기 위해 날아가는 용의 형상이 내뿜는 위용은 엄청났다.
이를 마주한 한수호의 대응은 간단했다.
그 또한 근육을 응축시킨 강력한 힘을 주먹에 담았고, 그 힘이 적지 않았던 탓에 공기 중에 떠도는 마나를 저절로 끌어당겼다.
끌려든 마나의 힘이 스스로 전격을 발동시켰다.
빠지지짓
주먹 위로 뇌전이 올라탔다.
사방으로 전격의 힘을 줄기줄기 내뿜으며 날아가는 주먹엔 앞을 가로막는 건 그 무엇이라도 박살 낼 정도의 강력한 힘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 다 마나력을 담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의 마나가 그들의 집중된 힘에 끌려들어 스스로 마나력을 형성시켰다.
이를 본 이재준 교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들의 대결을 말리려 했다.
살짝 느껴지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주먹에서 뿜어지는 마나력은 엄청났다.
이 상태로 격돌하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크게 다친다.
어쩌면 부상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반드시 멈추게 해야 했다.
“둘 다 멈춰!”
그가 온몸에 마나력을 끌어올리며 격돌의 중간에 끼어들려는 순간,
턱
양소혜가 교수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말리면 교수님이 죽어요!”
그녀 역시 두 사람의 공격에 담긴 힘을 알아봤고, 아무리 보호구를 착용했다고 해도 이재준 교수의 힘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확신했다.
하여 그의 참견을 막았다. 그리고 그때, 두 사람의 주먹이 격돌했다.
꽈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격돌의 공간이 터져나갔다.
후끈한.
그리고 숨 막힐 듯한 기운이 사방을 훅 훑었다.
촤아아아아아
최지혁이 폭발의 화염 속을 꿰뚫으며 한수호를 끝없이 밀어냈다.
바닥에 두 줄기 골을 파내면서도 두 다리로 굳건하게 버텨내고 있지만, 누가 봐도 한수호가 밀린 상황.
결국 한수호는 단련실 벽까지 밀리다가 한쪽 다리로 벽을 짚은 뒤에야 멈춰 섰다.
치이이이익
한수호의 손이 새빨갛게 변한 상태에서 하얀 수증기를 뿜어냈다.
쭉 뻗어내고 있는 최지혁의 주먹.
그런데 그 주먹을 막아내고 있는 건 한수호의 주먹이 아니라 손바닥이었다.
한수호는 주먹과 주먹이 격돌하는 순간, 주먹을 풀었고 최지혁의 주먹을 손바닥으로 받아냈다.
권과 권의 대결에서 한쪽이 권을 포기한 순간, 승패는 이미 갈렸다.
공격 대신 방어로 돌아서자마자 나선용권의 모든 파괴력이 고스란히 한수호의 손으로 집중된 것이다.
승자는 최지혁이었다.
하지만 최지혁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내가…. 진 거다.’
최지혁이 보기에 대결의 승자는 그가 아닌 한수호였다.
두 주먹이 격돌하기 직전, 최지혁은 자신의 나선용권이 상대의 전격에 잡아 먹히는 걸 분명히 느꼈다.
그때 이미 질 줄 알면서도 힘을 되돌릴 수 없어 억지로 공격을 이어갔지만 상대는 달랐다.
분명 상대가 이기는 싸움이었는데, 오히려 공격을 풀고 수비로 돌아섰다.
그 짧은 시간에.
그 엄청난 힘의 집중을 거스르고도 멀쩡히 나선용권을 받아냈다.
‘그 상황에서 날 봐줬다고?’
최지혁은 한수호가 자신을 봐줬다는 걸 깨달았다.
그대로 격돌했으면 피를 뿌리며 튕겨 나간 건 자신이었을 텐데, 한수호는 역풍에 의한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을 거둬들였다.
‘나보다…. 강하다!’
최지혁은 처음으로 상대를 인정했다.
속으로 크게 감탄했지만 표정에는 아무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자세를 풀고 주먹을 회수했다.
“장태산. 이 대결은 내가 졌….”
“어이구야. 엄청나 권법이구만. 사정을 봐줘서 고맙다, 최지혁. 덕분에 이 정도로 끝났어.”
한수호가 손을 탈탈 털어내며 최지혁의 말을 가로챘다.
“무슨….?”
“좋은 대결이었다. 그리고….”
한수호가 씨익 웃으며 최지혁을 스쳐 지나갈 때, 아주 작은 목소리로 한마디 더 속삭였다.
“정말 멋진 화룡인 이던데?”
화룡인이라는 말에 최지혁은 숨을 크게 크게 들이마셨다.
그사이 저만치 멀어진 한수호는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나선용권을 막아낸 손을 쥐락펴락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손바닥엔 입을 쩍 벌린 붉은 용의 얼굴이 문신처럼 팍 찍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