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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42화 (42/375)

42화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은 단순하지만 바쁘게 흘러갔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지는 수업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었고, 수업이 끝난 후 미션 수행도 꼬박꼬박 챙겼다.

그렇게 거의 20일이 지났다.

그 사이 한수호와 최지혁은 마치 단짝이라도 된 것처럼 딱 붙어 다녔다. 거기에 양소혜까지 끼어들면서 D반 삼총사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남들이 보기에 세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가까운 사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한수호가 어딜 가면 최지혁이 항상 따라붙었고, 그가 따라가면 양소혜도 덩달아 들러붙어 강제로 동행했던 것뿐.

양소혜는 자신이 끼어드는 걸 무마하려고 각종 먹거리와 놀거리를 자신의 돈으로 제공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그 덕분에 한수호도, 최지혁도 양소혜의 참견을 거부하지 않았다.

세 사람 사이에 대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수호는 그들이 있건 말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착실하게 해 나갔다.

이미 회귀 전에 습득한 이론을 한 번 더 숙지함으로써 마공사로서의 지식을 더욱 방대하게 넓혔고, 실전 수업을 통해 기술을 깊이 있게 갈고 닦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최지혁의 심리상태라든지, 그의 스승으로 예상되는 인물이 누구일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소홀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귀 전, 그 사건이 터진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최지혁은 뭐 하나 달라진 게 없었다.

특별히 아카데미 내의 누군가와 가까이 지낸다거나 몰래 누구를 만나는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스승으로 예상되는 김무성의 위치는 알아낼 수가 없었다.

“이걸 들고 제대로 좀 휘둘러 봤으면 좋겠는데….”

한수호는 방에서 라뮬과 그랑, 로크를 꺼내 놓은 뒤 정성을 들여 닦는 중이었다.

오늘은 토요일.

3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아침 일찍 오늘의 미션, ‘가로로 매달리기 2시간’ 미션을 무사히 완수하여 포인트를 획득한 결과 그동안 쌓인 NP는 6.2였고, LP는 460이었다.

그동안 기대했던 특별 미션은 그림자도 안 비쳤다.

‘그나저나 최지혁이는 어떻게 된 거지? 당최 이유를 모르겠네.’

회귀 전과 동일하다면 내일 이 시간대에 아카데미 역사관 1층 로비에서 최지혁이 폭탄을 온몸에 두르고 자폭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최지혁이 그럴 가능성은 제로였다.

혹시나 싶어 스승 부부에게까지 연락해 황도13궁이 무슨 음모 같은 걸 꾸미지 않는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런데 스승 부부는 이미 황도13궁과 완전히 손절 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쪽 사정을 알기 힘들다는 대답을 내놨다.

그들은 한수호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가 아카데미에 입학하자 미련 없이 조직을 나왔고, 섬에 머물며 쾌검과 뇌전을 가다듬는 일에 푹 빠져 산다고 했다.

게다가 황도13궁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사제의 연을 맺었던 이현승, 조훈, 안서윤과도 관계를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한다.

한수호는 그들이 너무 고마웠다.

회귀 전처럼 악인으로 변하지 않은 것도 고마웠고, 황도13궁과의 관계도 빠르게 정리한 것도 너무 감사했다.

그 덕에 한수호가 훗날 황도13궁을 없애버리는 과정에서 스승 부부와 부딪칠 일이 없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한수호는 스승 부부를 위해 혈맥보존공을 멋지게 수정했다.

마나 공법의 책자 명도 혈맥보공법으로 고치고, 그 안의 내용도 아무 탈이 없는 정상적인 것으로 전부 갈아엎었다.

그걸 스승 부부가 차근차근 익힌다면 쾌검에 뇌전을 싣는다는지, 뇌전을 쾌검처럼 부리는 일이 가능해지리라.

물론, 한수호는 이미 그런 기술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른 상태였다.

‘마나 공법만으로도 그런 위력이라니…. 특성으로 각성하지 못한 게 조금 아쉽네.’

정말 아쉬웠다.

한수호가 지닌 세 개의 특성 중, 개조나 광폭화는 버프 형태의 규격 외 특성이었다.

최근에 얻은 얼음불이 그나마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공격형 특성이었는데, 쾌검에 뇌전을 싣는 기술은 특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위력이 얼음불에 맞먹었다.

얼마 전 기숙사 뒤쪽의 정원에서 늦은 밤에 몰래 이 기술을 사용했다가 마른하늘에 벼락이 일곱 번이나 떨어지고 그가 움직인 경로에 따라 바닥이 뜯겨 나가는 일이 발생했었다.

다행히 한수호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흔적이 남지는 않아서 이해 불가의 자연현상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 이후로 남들 눈에 띌 수 있는 오픈된 장소에서는 가급적 수련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라뮬, 그랑, 로크를 제대로 사용해 보지 못한 채 이렇게 묵혀만 두고 있는 실정이었다.

아무튼 새롭게 완성된 혈맥보공법은 예쁘게 포장하여 스승 부부가 사는 섬으로 발송했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분실이나 기타 다른 문제가 발생할 일이 없는 안전한 택배업체를 이용하는 건 당연했다.

‘그분들이 혈맥보공법으로 1년만 꾸준히 수련하면 원하는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겠지?’

아마도 그땐 진급이 아니라 궁급에 이르러 있을 터.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가족을 찾아 나선다면 위험할 일도 크게 없을 것 같았다.

그때였다.

삐리리리리

벨소리에 깜짝 놀란 한수호는 후다닥 일어서 인터폰을 받았다.

“네, 장태산입니다.”

이제는 장태산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게 매우 자연스러웠다.

-어, 장태산 학생! 프론트로 나와주겠나? 자네 앞으로 택배가 왔는데, 뭐가 이렇게 커? 아무래도 직접 가져가야겠어.”

사감의 연락이었다.

“아, 그래요?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한수호의 얼굴에 급 화색이 돌았다.

그는 누가 택배를 보낸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사기환.

대전에서 친분을 다지게 된 사기환이 한수호에게 멋진 선물을 보내온 것이다.

‘흐흐. 이제 마음껏 라뮬을 휘두를 수 있겠어!’

생각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았다.

얼마 전 오랜만에 사기환과 통화를 했을 때,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그가 각성한 이후로 몬스터 봇 개발 능력이 갑자기 크게 성장해서 놀라운 기능을 현실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몬스터 봇의 아크로를 이용한 ‘전투 영역’ 전개 기능이었다.

몬스터 봇을 이용해 실전과 같은 훈련을 하려면 튼튼한 바닥으로 이루어진 크고도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그런 공간이 준비되었어도 특급에서 진급에 이르는 마공사들이 몬스터 봇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면 주변 사물이 파손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몬스터 봇 자체는 내구성이 굉장히 좋고, 자가 수복 능력도 있어서 큰 문제가 안 되지만 공간 자체가 늘 문제였다.

바닥이 꺼지고, 부서지고, 파헤쳐지는 건 일상다반사에 준비된 공간을 벗어나는 마공사들의 움직임 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사기환은 그런 문제를 이 전투 영역으로 완전히 해결했다.

전투 영역이 전개되면 몬스터 봇이 타겟으로 삼은 사람과 함께 일종의 결계공간으로 옮겨진다.

결계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이기에 마음껏 능력을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사기환은 아직 테스트 단계라고 했지만, 한수호는 그걸 자신이 테스트 해주겠다며 전투 영역 기능이 이식된 몬스터 봇을 하나 보내 달라고 했던 것이다.

이게 가능했던 건, 그의 정보 수집 특성 덕분이었다.

어느새 2단계로 성장한 그의 특성에는 결계, 아공간과 관련된 정보까지 수집해 내는 효과가 있었고, 그 정보를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전투 영역이었다.

기숙사 1층 로비에 내려가자 사감실 바로 앞에 사람 키만 한 상자가 위풍당당하게 세워져 있었다.

“이거, 뭐 이상한 그린 거는 아니지?”

통통한 얼굴에 안경을 쓰고, 살집도 꽤 잡힌 30대 사내는 묘한 눈빛을 보이며 한수호를 응시했다.

“이상한 그런 거요?”

“아니, 그런 거 있잖나. 실제 사람처럼 만든 성인돌…. 같은 뭐 그런 거.”

사감은 한수호가 성인돌을 구입한 거라고 생각 한 모양.

어처구니없는 생각이지만 상자 규모나 모양이 하필 딱 오해받기 십상이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아무튼 챙겨주셔서 감사드려요.”

한수호는 만국 공통으로 사람 기분을 흡족하게 만드는 치트키를 사용했다.

사감은 주머니에 슬며시 찔러준 돈을 알아보고는 금세 헤실거렸다.

“택배 같은 거 또 있으면 얼마든지 나한테 말해. 다음부턴 내가 직접 가져다줄 테니까.”

“말씀만으로도 고맙네요. 그럼 전 다시 올라갈게요!”

한수호는 꽤 무거워 보이는 상자를 두 손으로 턱 집어 들더니 아무렇지 않게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 * *

한수호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상자부터 깠다.

무게는 대략 60킬로그램으로 꽤 무거웠지만 한수호에게 그 정도 무게는 별것도 아니었다.

상자를 열자 안에는 파손 방지를 위한 두툼한 스티로폼으로 둘러싸인 150센티 크기의 고블린 봇이 들어 있었다.

지난번에 받은 고블린 봇은 외형도 엉성하고 기능도 별것이 없었는데, 상자에서 나온 고블린 봇은 아카데미에 배치된 것보다도 훨씬 사실적인 모습이었다.

추레한 얼굴. 배만 볼록 나온 체형. 다리는 비교적 짧고 팔이 긴 형태의 그것은 고블린 그 자체와 다름없었다.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너무 사실적이라 섬뜩하기까지 하다.

‘기환이 형 제작 능력이 엄청 늘었는데?’

아무리 마공특무부에서 별도의 연구실을 제공해 줬다고는 해도 사기환 성격상 몬스터 봇 제작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릴 일은 없었다.

더군다나 이건 전투 영역 기능의 테스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기밀 유지를 위해서라도 혼자서 모든 걸 손봤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완성도가 너무 좋다.

고블린 봇의 바지춤에 손바닥만 한 설명서가 끼워져 있었다.

한수호는 그걸 꺼내 천천히 읽어봤다.

‘SGH.GB.V-3.0?’

고블린 봇의 정식 명칭이 설명서 가장 위에 기재되어 있다.

SGH는 사기환의 이니셜이었고, GB는 고블린 봇을 의미한다. 버전 3.0이라는 건 사기환이 3차례에 걸쳐 업그레이드를 시켰다는 뜻.

이어지는 내용을 보니 추가된 기능이 한두 개가 아니다.

수련급부터 진급까지 난이도 설정이 가능한 건 그대로였지만 등급 하나하나를 좀 더 세분화해서 디테일한 훈련이 가능하게 되었다.

게다가 급속 충전기능이 있어서 완전히 방전되더라도 6시간 동안 휴식기를 주면 100% 자력 충전이 가능했다.

무기 기능도 추가되었는데, 놀랍게도 고블린 봇 등 쪽에 실물과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진 몽둥이, 낫, 활과 화살, 거기에 창, 도끼, 마체테 같은 무기까지 잔뜩 달려 있었다.

심지어 고블린들이 애용하는 독침까지도 손목에 앙증맞게 장착되어 있었다.

지금 이 상태로 출시되어도 엄청난 이슈몰이를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아마도 부르는 게 값일 정도의 인기를 끌지 않을까 싶었다.

한수호가 가장 궁금해하는 전투 영역 전개는 목뒤에 숨겨진 작은 패널로 작동이 가능했는데, 현재는 10분 동안 유지하는 게 최대였다.

‘10분이라도 그게 어디야.’

이게 솔직한 감상이었다.

10분 동안만이라도 다른 누구의 눈치를 전혀 볼 것 없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런데 이 작은 녀석이 충격을 잘 버텨낼 수 있으려나?’

사기환의 말하길, 이번 버전부터는 그만 아는 특별한 금속을 섞어 제작되었기 때문에 전보다 두 배 이상의 내구도를 지니며, 아크로가 파괴되지만 않으면 웬만한 고장은 한나절 정도면 충분히 자가복구가 된다고 했다.

‘이러다 정말 병기까지 개발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네.’

한수호는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고블린 봇의 현 상태를 개조로 측정해봤다.

‘와, 씨. 뭔 놈의 고블린 봇 신체 수치가 죄다 50 이상이냐?’

내구도가 확 올랐다더니 정말이었다.

기본 수치가 이렇게 높으니 난이도를 조정해서 수치를 낮춘다고 해도 유효 타격 판정만 나올 뿐, 고블린 봇 자체에는 실질적으로 타격이 없다는 말이 된다.

즉, 최소 특급 이상의 마공사가 전력으로 후려치지 않는 이상은 고블린 봇이 망가질 걱정은 전혀 없다는 것.

‘괴물은 이놈이 아니라, 이걸 만든 기환이 형이었어.’

다른 일을 제쳐놓고 사기환부터 찾아가 그를 구해 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당장 시험해 봐?’

한수호는 먹음직한 먹이를 눈앞에 둔 승냥이의 눈을 뜨고는 고블린 봇과 라뮬을 번갈아 돌아봤다.

그런 한수호의 손은 어느새 고블린 봇의 뒤통수에 달린 스위치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뻬레레레레레. 빼레레레레레.

책상 위에 올려둔 공법폰이 괴상한 소리를 질렀다.

‘에이 씨, 하필!’

1분만 늦게 울렸어도 이미 전투 영역에 들어가 있었을 텐데, 타이밍이 참 뭐 같았다.

한수호는 누구 전화인지만 슬쩍 확인해 봤다.

[순둥이]

최지혁이었다.

최지혁의 평소 품행이나 말투, 성격등을 종합해 본 결과 한수호가 내린 결론은 그가 상당한 순둥이라는 것.

그래서 폰에도 그의 이름을 순둥이로 저장해 뒀다.

‘갑자기 뭐야? 설마 점심 같이 먹자는 건 아니겠지? 그건 좀 소름 돋는데….’

그동안 몇 번 같이 식사를 하긴 했지만 그건 순전히 최지혁이 한수호를 스토킹한 결과로 벌어진 일이었다.

혼자 교내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으면 귀신처럼 나타나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최지혁.

시각이며 청각이 굉장히 발달 된 한수호로서도 최지혁이 대체 어디에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나는지를 몰랐기에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어. 왜?”

전화를 받자마자 나온 말은 곱지 않았다.

모처럼 신상이 생겨 마음껏 사용 좀 해보려 했는데 그 기대를 무너뜨렸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너, 여기 좀 와봐야겠다.

“갑자기 뭔데? 나 아직 배 안 고프다. 밥은 너 혼자 먹어라.”

-나 혼자선 힘들 것 같아서 그래. 네 도움이 필요하다.

순간 한수호는 멈칫했다.

최지혁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 건 처음이었다.

아카데미에서의 최지혁은 숫기 없는 말더듬이지만 그건 그가 스스로 만든 이미지일 뿐 실상은 달랐다.

진한 건 사실이지만 나름 눈치도 빠르고, 판단도 좋으며, 강단도 있다.

게다가 자존감이 무척 높아서 누군가에 도움을 요구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 최지혁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다니.

“무슨 도움? 너 어딘데? 무슨 일이냐고?”

-여기 역사관이다.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와라. 무기도 꼭 챙기고.

당황스럽다.

갑자기 튀어나온 단어, 역사관.

뜬금없이 최지혁의 입에서 역사관이 나온 순간 한수호는 드디어 회귀 전의 그 폭탄 테러가 시작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5분만 기다려. 근데 무슨 일인지는 좀 알자.”

-스승님과 사형이 사라졌다.

“…!”

누군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스승과 그를 보호하기 위해 늘 스승 주변을 지키고 있다는 사형. 그런데 그들이 동시에 사라졌다?

한수호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두 사람의 실종. 그런데 최지혁은 갑자기 역사관에 가 있다.

최지혁이 누군가를 쫓다가 도착한 곳이 역사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역사관에서 흔적이 끊긴 거냐?”

이 질문이 핵심을 짚었는지 최지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수 초 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스승님도, 사형도 역사관 지하로 내려갔다가 흔적이 끊겼어. 서두르지 않으면 그나마 남아 있던 마나흔마저 사라질 거다.

모든 마공사들은 각자의 마나력에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마나력을 이용한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그 공간에 그 흔적이 남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마나흔이었고, 그걸로 누구의 마나인지를 알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바로 가지.”

한수호는 통화를 끊고 옷장에 걸어두었던 가죽 착용구를 꺼내 몸에 둘렀다.

그리고 라뮬과 그랑을 등의 칼집에 꼽고 로크는 허벅지에 찼다.

그리고도 혹시 몰라 세라믹 나이프 두 개를 왼쪽 허벅지에 끼웠다.

한수호는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 16분.

‘오늘 일이 계기가 되어 내일 이 시간에 최지혁이 폭탄 테러를 자행하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막아야 했다.

최지혁을 위해서도 그렇고, 이 테러로 희생될 25명의 불쌍한 어린 생명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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