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50화 (50/375)

50화

한수호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빼냈던 물건을 다시 집어넣었다.

라뮬과 그랑은 코스트가 너무 높아서 주머니에 넣어봐야 별 효용이 없었다. 로크는 아예 들어가지지도 않았고.

대신 세라믹 나이프 두 개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 세라믹 나이프는 코스트를 불과 1밖에 잡아먹지 않아서 아무 부담이 없었다.

‘크기랑 무게도 상관없이 다 들어가는 건가?’

문뜩 떠오른 생각에 가구같이 큰 물건도 가능한지 확인해 봤는데, 놀랍게도 가로, 세로, 높이 중 어느 하나가 5미터를 넘지 않으면 뭐든지 가능했다.

무게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것만 있으면 집안의 물건을 통째로 넣어서 가지고 다닐 수 있겠는데?’

이건 정말이지 말 그대로 이동식 보물창고였다.

한수호는 이 귀한 주머니를 침대 머리맡에 잘 숨겨둔 뒤에야 특성석을 손에 쥐었다.

무려 1만 LP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탈[1]’이라는 특성까지 새겨진 검은 보석.

한수호는 이걸 어찌해야 하나 아주 잠깐 고민했다.

한수호에겐 이미 세 개의 특성이 있다.

회귀 전부터 가지고 있던 광폭화와 봉인되었다가 풀린 개조, 그리고 얼마 전에 강제 각성을 통해 얻게 된 얼음불까지.

지금까지야 세 개의 특성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잘 버무려져 운영되었지만 여기서 특성석으로 하나가 더 추가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앞으로 특성의 마나 공법을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더 높은 단계로의 진화가 사실상 힘들게 된다. 또한 특성을 잘못 사용하기라도 하면 마나 공법의 회로가 꼬여서 서로 충돌할 수도 있다.

마나회로의 충돌은 한 가지를 의미한다.

마나력 오버 히트.

더 이상 마나력을 쓸 수 없게 되며, 특성 또한 발휘할 수 없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비정상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수호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한텐 개조가 있으니까.’

개조 특성이 있는 이상 포인트로 얼마든지 다음 단계로 진화가 가능했다. 그에겐 마나 공법의 분석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마나력 오버 히트도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한수호만큼 마나 공법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마공사도 드물다.

오죽하면 광폭화 특성의 마나 공법을 수정하기까지 했을까?

그런 한수호의 몸에서 마나회로의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지 않았다.

>>특성을 흡수하고 포인트를 획득하겠습니까? YES/NO

한수호는 특성석을 손에 쥐고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당연히 예스지!’

선택하자마자 변화가 생겼다.

새까만 특성석에서 환한 빛이 뿜어지더니 표면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수많은 문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때 보석이 유리처럼 깨졌다. 그리고 문자들이 한수호의 팔로 스며들었다가 곧바로 심장을 향해 모여들었다.

뒤이어 한수호의 심장도 밝게 빛을 뿜었다.

몸이 날아갈 것 같은 고양감이 느껴지며 온몸으로 힘이 가득 찼다. 그 힘의 흐름에 자신의 몸을 그대로 맡기자 몸이 침대 위로 두둥실 떠 올랐다가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렇게 수초가 지났을 때.

>>특성을 획득합니다.

>>특성: 약탈[1]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획득 포인트: 10,000LP

조금은 어두운 기운이 느껴지는 특성, 약탈[1]을 획득할 수 있었다. 거기에 10,000에 달하는 포인트까지.

한수호는 특성을 얻자마자 어떤 효과를 지녔는지 내용을 살폈다.

[특성: 약탈[1]]

-약탈 시리즈의 첫 번째 버전입니다.

-접촉을 통해 대상의 상처와 상태 이상을 약탈하여 자신의 몸으로 흡수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 내성을 선택적으로 획득할 수 있습니다.

-약탈한 상처, 상태 이상은 24시간 뒤 자동으로 치료됩니다.

-쿨타임 24시간

뭔가 싸한 느낌이 나는 특성.

‘다른 사람 상처랑 상태 이상을 약탈한다?’

이 말은 곧 약탈을 치료 능력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다.

문제는 상대를 치료하는 대신 자신의 몸에 그 상처와 상태 이상이 나타난다는 것.

‘아니, 시발. 마나를 약탈하던가 특성 같은 걸 약탈해야지 뭔 상처를 약탈하고 지랄…. 응?’

생각하는 중에 묘한 기시감이 느껴져 흠칫했다.

특성 약탈.

이대성에게 죽임을 당할 때 그가 했던 말과 겹친다.

이대성은 상대의 특성을 약탈할 수 있는 특성이 있었던 거고, 지금 한수호는 상처와 상태 이상을 흡수하는 특성을 얻었다.

하필이면 특성 이름도 약탈[1]이다.

‘이대성. 그 새끼가 얻은 특성도 약탈 시리즈였던 건가?’

약탈[1]이 있으니 약탈[2]나, 약탈[3]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그렇지, 왜 나한텐 상처 약탈 같은 이상한 특성이 생기냐고!’

한수호는 남의 상처를 자신이 훔쳐 올 일이 생겨도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무슨 살신성인하는 성인군자도 아니고 다른 사람 상처를 내 몸에 가져와서 대신 고통을 느낄 이유가 없잖아?’

내용상으로는 상처나 상태 이상을 약탈하면 그와 관련된 내성을 얻을 수 있는 모양인데, 아무리 내성이 좋아도 그걸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마나 공법을 좀 손볼까?’

하지만 마나 공법을 수정하려면 광폭화처럼 오랜 시간 사용함으로써 특성의 모든 걸 자세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제 막 얻은 특성은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소리.

‘젠장. 수정이라도 하려면 이 특성을 죽자고 사용해서 직접 몸으로 체득해야 한다는 소린데….’

이 특성을 버릴 수 있다면 버리고 싶었다.

한숨을 푹 내쉰 한수호는 일단 이 특성은 사용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약탈은 잊고 미션이나 하자.’

더 시간 끌다가는 미션을 끝내지 못한 채 12시가 넘어 0.2포인트를 날릴 판이었다.

한수호는 벽 쪽으로 가서 물구나무를 섰다. 그리고 그 상태로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훅훅훅훅.

과연 초인다운 빠른 움직임.

그의 몸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한수호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거꾸로 선 채로 2만 번의 팔굽혀펴기를 하는데 걸린 시간은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 * *

학자의 방처럼 책이 가득한 작은 방.

그곳에서 지평학은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정석아…. 네가 그렇게 가버리다니. 이 스승보다 먼저 떠나는 불효를 저지르고도 마음이 편하더냐!’

재능은 크게 없었지만 심지가 굳고 무척이나 정의로운 마음을 가졌던 큰 제자 조정석.

그의 죽음은 지평학에게 큰 충격이었다.

어제 오전.

점심때가 다 된 시점에 지평학과 조정석은 함께 차를 즐기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를 하던 중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들이 있는 건물 쪽으로 은밀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조정석은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접근자의 정체를 확인하고자 했다.

조정석이 다가가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는 갑자기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정석의 행동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못 볼 것을 보기라도 했는지 크게 놀란 듯하더니 지평학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무작정 도망친 자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지평학은 살짝 당황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독단적인 행동을 보인 적이 없는 조정석이다.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느낀 지평학은 조정석의 뒤를 쫓아 역사관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그곳의 지하로 사라지는 제자를 목격했다.

그는 잠시 망설였다.

이건 누가 봐도 명백히 유인책이다.

아마도 조정석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무언가로 그를 유인해 역사관 지하로 끌어들인 것이리라.

지평학은 자신까지 놈의 뒤를 쫓아 지하로 내려간다면 정체불명의 적이 준비한 함정에 빠질 수도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최지혁에게 연락했다.

그에게 뒷일을 맡기고 극도의 경계심을 유지하며 제자를 찾아 지하로 내려갔다.

제자의 마나흔을 좇아 지하로 내려간 지평학은 어렵지 않게 숨겨진 게이트를 발견했다. 그리고 고민 없이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었고, 시간을 끌면 제자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머뭇거릴 수도 없었다.

게이트는 평범한 뉴에르다의 세계가 아닌, 동굴 형태의 던전이었다.

그 안에서는 끝없이 언데드가 등장했다.

언데드를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성물이나 원소 속성의 특성은 없었지만 그가 지닌 마나력은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했으니까.

그러다 동굴의 끝자락에서 강력한 적을 마주했다.

데스 나이트.

완벽한 데스 나이트는 아니었지만 특급 마공사 정도는 쉽게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놈이었다.

하지만 지평학은 놈도 쉽게 해치웠다.

그게 시작이었다.

데스 나이트의 사체에서 나온 보석을 집어 든 순간부터 모든 것이 끝없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반복될 때마다 언데드는 점점 더 강력해졌고, 데스 나이트는 더욱 무시무시해졌다.

무려 열네 번이나 반복되었을 때, 데스 나이트는 지평학에 버금가는 강력한 존재로 진화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그는 힘겹게 데스 나이트를 쓰러뜨린 뒤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한 번만 더 이 상황이 반복된다면 그때 나타날 데스 나이트는 지평학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이 무한 루프를 벗어날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는 오랜 세월을 마공사로 살아왔지만 이런 식으로 사람의 진을 완전히 빼버리는 함정은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힘으로 상대해야 할 적이었다면 이미 쓰러뜨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게 이 함정을 벗어날 궁리를 하던 중에 갑자기 게이트가 등장했다.

조심스레 게이트를 통과했을 때, 그를 반겨준 것이 바로 이 서재였다.

이유는 몰랐지만 무한 루프를 벗어난 것에 한숨을 돌린 그는 서둘러 제자들을 찾았다.

조정석은 연락이 되지 않았지만 최지혁에겐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최지혁도 조정석의 행방은 알지 못했다. 그 또한 지평학처럼 무한 루프의 던전 속에 빠졌었고 거기서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위험에 처했었다고 한다.

다행히 때맞추어 게이트가 열려 던전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하니 조정석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던 중, 지평학은 다시 던전에 들어가 큰 제자를 찾을 생각에 급히 역사관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는 걸 목격했다.

큰 제자 조정석의 죽음.

그리고 그가 남긴 ‘금강조가’의 가보인 ‘금강검’.

지평학은 사형의 검을 끌어안은 채 오열하는 최지혁을 멀리서 지켜보다가 조용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제자를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가 최지혁의 스승이라는 사실은 알려져선 안 될 비밀이었으니까.

게다가 큰 제자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참혹한 결과를 왜 막지 못했는지 스스로가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똑똑.

노크 소리에 상념에서 깬 지평학.

“들어오너라.”

그는 문 앞에 선 인물이 최지혁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눈이 퉁퉁 부은 최지혁이 금강검을 두 손으로 받쳐 든 채 안으로 들어섰다.

“스승님….”

지평학을 바라보는 최지혁은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이었다.

최지혁은 조정석을 친형처럼 따를 정도로 관계가 깊었다.

“금강조가 사람들은 돌아갔느냐?”

최대한 슬픔을 감추며 질문을 던졌다.

“네. 하지만 그들은 사형의 죽음에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조정석은 금강조가의 차남이며, 부족한 재능으로 가문의 기술인 ‘금강신체’를 제대로 연성해 내지 못했다.

그 결과는 무관심으로 이어졌고, 조정석이 스물이 넘었을 때부터는 금강조가의 그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금강검을 찾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

“이건 스승님께 맡기겠습니다.”

최지혁이 금강검을 건넸다.

원래대로라면 금강검을 금강조가에 돌려줬어야 하나 최지혁은 그러지 않았다.

금강조가 사람들은 조정석의 죽음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 오직 그가 죽기 직전 들고 있었다는 검을 찾는 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 검은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으마.”

“감사합니다. 그럼….”

최지혁은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몸을 돌려 나가려 했다.

“지혁아. 혹시 던전의 무한 루프를 깨뜨린 자가 누구인지 아느냐?”

지평학은 자신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던 무한 루프를 누가 깨뜨린 것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재능 적인 면에서는 따를 자가 없다고 생각하는 최지혁도 무한 루프 속에서는 제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대체 누가 그걸 깨뜨릴 수 있었던 걸까?

“제가 알기로 던전에는 총 다섯 명이 있었습니다. 스승님과 사형, 저와 양소혜. 그리고 장태산이죠.”

“양소혜는 훌륭한 신체를 가졌지만 무한 루프를 깨뜨릴 정도로 현명한 아이는 아니지.”

“저도 무한 루프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으니 남은 건 한 사람뿐입니다.”

“장태산…. 그 아이라고?”

“….”

최지혁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제 막 각성한 녀석이 대체 무슨 수로?”

“얼마 전에 얻은 열화기라는 특성이 던전의 언데드들과 상극이 아니었을까요?”

나름 합리적인 추측이었지만 그렇게 간단히 보기엔 던전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어쩌면 내 예상이 맞을 것 같구나.”

“장태산이 세계 멸망의 시나리오를 비틀어낼 열쇠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

끄덕

지평학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제 그 아이에 대한 감시는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대신 친분을 쌓아 그 아이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거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지혁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서재에서 조용히 물러났다.

그가 사라지고 나자 지평학은 휘영청 밝게 빛나는 달을 가만히 응시했다.

‘장태산. 네 녀석의 정체는 무엇이냐?’

지평학은 장태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특별한 학생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었다.

‘김명중이 말한 다섯 열쇠엔 분명 장태산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아직 밝혀내지 못한 두 개의 열쇠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구나. 허나, 김명중이 2057년도의 미래에서 회귀했다는 말 자체가 사실인지는 지금도 의문이구나.’

8년 전.

신분을 숨기고 조용히 살며 제자를 키우고 있던 지평학을 찾아와 자신이 2057년의 미래에서 회귀했다며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구원해야 한다고 진심을 다해 설득했던 사내, 김명중.

그는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굵직한 사건 몇 개를 예언했고, 그 예언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그가 말하길, 2057년에 발생하는 악몽급 게이트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하며, 그로 인해 세상은 멸망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그걸 막기 위해선 5개의 열쇠가 필요하다며 그 열쇠의 역할을 수행할 인물의 명단을 알려줬다.

남은 시간 동안 그 인물들을 찾아내 열쇠로서의 힘을 갖출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2057년의 미래에선 그 열쇠들이 힘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너무 부족했고, 서로 화합하지 못해 결국 멸망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김명중이 정말로 회귀한 게 맞다면, 그가 준 열쇠의 명단도 사실이라는 거겠지. 그럼 남은 가능성은 한 가지뿐이로군.’

그는 책상 위의 태블릿에 떠 있는 누군가의 학적부를 손으로 탁 짚었다. 그리고 최상단에 있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장태산. 이 아이의 이름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지평학이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진은 바로 장태산의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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