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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52화 (52/375)

52화

한수호는 어느새 야외에 나와 있었다.

잘 다져진 황토빛 흙으로 된 땅이 끝없이 펼쳐진 장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기만 했고, 부드러운 바람이 잔잔한 물결처럼 사방을 훑고 있었다.

‘와. 구현력 오지네.’

전투 영역 안은 현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가상 세계인가 싶어 흙을 쥐어봤는데, 느껴지는 감각이 실제와 똑같다. 팔을 꼬집어보니 아픔도 느껴진다.

‘정말로 가상 세계가 아니잖아?’

여긴 실제하는 장소였다.

아니, 정확히는 일종의 던전처럼 특별한 공간에 구축된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때, 한수호와 고블린 봇 사이의 허공에 숫자가 툭 튀어나왔다.

[00:09:59]

타이머였다.

정확히 10분.

한수호가 이곳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아. 그 안에 고블린 봇하고 한번 신나게 놀아… 어?’

퓻.

고블린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녀석은 대롱 같은 걸 뽑아 들더니 바로 독침을 쏘아냈다.

가볍게 독침을 피해낸 한수호는 빠르게 접근해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스스스승.

고블린이 재빠르게 메이스를 뽑아 들더니 다섯 개의 잔상을 뿌리며 한수호를 포위했다.

‘이거 뭐야?’

갑작스러운 잔상 기술에 당황했지만 한수호가 고블린의 공격을 허용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퍼억

고블린이 휘두른 메이스가 바닥을 내리쳤다.

총 여섯 마리의 공격 중 실체는 하나뿐.

놈의 잔상은 어느새 사라졌고 오직 한 놈만이 사납게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하…. 몬스터 봇이 기술을 써?’

기가 막혔다.

기술에 대한 건 설명서에도 없었고, 사기환과 통화할 때도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날 놀라게 할 생각이었구나?’

이건 사기환 식의 깜짝 이벤트였다.

전투 영역 안에서는 타격 데미지가 50% 이상 감소하기 때문에 진급 이상의 난이도가 아니라면 크게 다칠 염려가 없다.

그래서 한수호를 놀려줄 요량으로 최신 버전의 고블린 봇이 기술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한 것이다.

‘형 덕분에 재밌는 장난감 생겼네.’

한수호는 기술을 쓰는 고블린 봇을 조금은 진심으로 상대하기 시작했다.

고블린 봇의 움직임은 평급 치고는 상당히 빨랐다.

잔상 기술을 시기적절하게 사용하며 공격과 방어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한수호는 근접 전투 모드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원거리 공격을 가하는 고블린 봇이 꽤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코드와 명령어로 이루어진 고블린 봇의 전투 시스템에 고블린만의 독특한 습성까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놈은 구르고, 점프하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등 실제 고블린의 행동 방식을 거의 그대로 흉내 냈다.

한수호의 강력한 공격엔 겁을 먹은 듯 움츠리기도 하고, 몸 어디를 얻어맞기라도 하면 아프다며 소리를 꽥꽥 내질렀다.

한수호와 고블린 봇의 전투는 5분을 넘어 거의 8분에 이르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제한 시간이 1분이 채 남지 않았을 때, 한수호는 문뜩 떠오른 생각에 공격을 멈췄다.

‘이 전투 영역…. 마나 공법으로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사기환이 아크로와 전자회로를 이용해 구현해 냈다면, 마나 공법을 이용해서도 충분히 기술화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전투 영역을 기술화하면 활용도가 엄청나다.

어디서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실전 같은 대련을 펼치는 것도 가능했다.

그리고 만약 이 전투 영역을 적과의 전투 중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적을 나만의 결계에 가둬놓고 마음껏 쥐어팰 수가 있는 거지.’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었다.

‘해보자.’

이왕 생각난 김에 바로 점검에 들어갔다.

한수호는 고블린 봇의 심장에 위치한 아크로에 시선을 집중했다.

아크로에서 용솟음치는 힘은 마나가 아닌 전자기적 전류였지만 한수호는 그 전류의 흐름을 눈으로 읽어낼 수가 있었다.

고블린 봇이 마지막 발악하듯 사뭇 강력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여유롭게 이를 피해내며 아크로의 전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파악했다.

그런데 고블린 봇의 아크로가 뿜어내는 전류는 세 개의 분기를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분기는 놈의 신체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각종 관절 구동기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두 번째 분기는 놈이 잔상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몸통에 마나 회로와 유사한 마법진을 그려내 이를 활성화했다.

그리고 세 번째 분기.

이게 가장 중요했다.

이 분기의 전류는 아크로를 구처럼 둘러싸고 있었는데, 구 전체에 알 수 없는 술식이 새겨져 있었다.

‘저 술식이 전투 영역을 발생시키는 원천이구나!’

한수호는 구체에 새겨진 술식을 모두 파악하기 위해 고블린 봇을 빙글빙글 돌며 입체적으로 훑어봤다.

이에 고블린 봇이 화가 난 듯 소리를 질러대며 독침을 날리고 돌격을 해왔지만 한수호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구체의 술식을 거의 파악한 한수호.

그런데 표정이 심히 좋지 못했다.

그건 그가 파악해낸 전투 영역의 술식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묘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뭔가 싸한 느낌이지만 유아독존의 느낌이 강한, 무척이나 독립적인 술식.

‘이거 어째 그거랑 느낌이 너무 비슷한데?’

이 느낌은 한수호가 그 특성을 얻었을 때와 너무도 흡사했다.

그 특성은 바로.

[00:00:00]

때마침 제한 시간이 다 되면서 전투 영역이 사라졌다.

어딘가로 튕기는 느낌이 들엇다.

한수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음을 알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거참 신기하네.”

고블린 봇은 자기 할 일을 다했다는 듯 뿌듯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방금 느꼈던 술식의 정체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다시 전투 영역을 가동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충전 시간이 필요했다.

‘6시간이나?’

전투 영역 10분 사용에 6시간 충전.

에너지 활용 효율이 굉장히 나빴지만, 한편으로는 전투 영역을 사용하는 것이 그 정도로 엄청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한수호는 고블린 봇의 작동 스위치를 껐다.

그리고 좁은 거실에 놓인 2인용 소파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전투 영역의 술식…. 거기서 왜 약탈이 느껴지지?’

불과 하루 전에 한수호가 특성석을 통해 획득한 약탈 특성.

그 특성을 얻었을 때 느꼈던 감각이 전투 영역의 술식을 살펴볼 때도 똑같이 느껴졌다.

‘설마, 전투 영역도 약탈과 관련된 건가? 공간을 약탈한다던가 뭐, 그런?’

그가 얻은 건 ‘약탈[1]’이다.

그럼 약탈[2]가 있는 건 거의 확실하고, 어쩌면 [3]이나 [4]까지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전투 영역을 전개하는데 필요한 술식이 그 약탈 시리즈에서 파생된 거라면?

‘기환이 형한테 확인할 필요가 있겠는데?’

어쩌면 사기환이 한 달 사이에 약탈 시리즈를 얻었고, 그걸 이용해 몬스터 봇에 전투 영역 술식을 새겨 넣은 걸 수도 있었다.

한수호는 바로 사기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벨은 가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한 번 더 전화를 해봤고, 그래도 받지 않자 문자를 남겼다.

[형. 이거 보면 전화 좀 부탁할게.]

사기환이 한번 연구에 들어가면 몇 시간씩 연락이 두절 된다는 걸 잘 알기에 차분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한수호는 전투 영역의 술식을 분석해 봤다.

단 한 번 본 것이지만 대부분의 술식 내용이 고스란히 기억났다.

‘내 기억력이 이렇게나 좋았나?’

쉘턴 헷지와의 전투 이후로 갑자기 기억력이 급상승한 느낌이다.

정확히는 약탈 특성을 획득한 순간부터라고 봐야 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약탈이 몸에 안착된 뒤부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16K 해상도로 보는 것처럼 너무도 선명해졌다.

특별히 신경을 쓰고 보지 않아도 스쳐 지나간 장면들이 그대로 기억난다.

게다가 조금만 신경 쓰면 찰나에 사물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게 가능했고 먼 곳에 있는 사람의 표정이나 눈동자의 움직임까지 포착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전투 영역의 술식을 기억해 내는 게 가능했다.

아크로의 전류를 이용한 술식은 마나 공법을 구축하는 마나회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술식에 맞춰 마나를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다.

‘이걸 이렇게 옮기고, 여기서 살짝 출력을 높여준 다음에….’

한수호가 술식에 따라 마나를 운용해 그걸 손바닥 위로 표출해 냈을 때였다.

휘웅

손바닥 위로 손톱만 한 크기의 검은색 구체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구체 안쪽에서는 엄청난 스파크가 일면서 수많은 뇌전이 번쩍거렸다.

초소형의 벼락 응집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물체가 손바닥 위에 둥둥 떠 있으니 굉장히 신기했다.

‘이 구체 안쪽이 전투 영역이 되는 건가?’

아마도 그럴 것이지만 크기가 너무 작다.

이걸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게다가,

푸쉭

몇 초 유지도 못 하고 그냥 사라져 버리기까지.

‘이제 막 시작한 거니까 실망할 건 없지.’

한수호의 장점 중 하나.

매사가 긍정적이며, 장애물에 부딪혀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수호는 6시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술식을 연습했다.

손 위로 벌써 수십 번도 넘게 구체를 만들어냈지만, 크기는 탁구공 이상으로 커지지 않았으며, 최대 1분까지밖에 유지할 수 없었다.

‘휴우….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벌써 5시 30분이 넘었다.

그사이 기다렸던 사기환의 연락은 아직 없었다.

적어도 오늘 안으로는 통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는 밖으로 나섰다.

이제 김재우를 만날 시간이었다.

* * *

“여어~ 먼저 와서 기다렸나 보네? 내가 지각한 건가?”

김재우가 서글서글한 표정을 하고는 카페 2층의 창가 자리로 다가왔다.

“2분 늦으셨네요.’

“미안, 미안. 오다가 선임이랑 통화가 길어져서 말이야.”

“여기, 식사도 되니까 하나 시키세요.”

“식사? 그럼 그럴까? 밥은 내가 사주마.”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아카데미 내의 학생 식당에서 먹는 밥도 꽤 훌륭한 편이다.

따로 식비를 내는 것이 아님에도 웬만한 한식 뷔페와 다름없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물론 거기에 개인적인 비용을 더 추가하면 그보다 나은 식단을 고를 수 있다.

하지만 회귀 전에도, 지금도 한수호는 학생 식당의 음식에 대단히 만족하는 편이라 따로 사비를 내면서까지 사 먹은 적은 없었다.

지금도 굳이 밖에서 돈을 내면서까지 식사할 이유가 없었는데, 김재우가 쏜다고 하니 부담 없이 먹기로 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음식을 주문했다.

둘이서 먹기엔 조금 많은 양을 주문했지만 김재우는 개의치 않았다.

특무부 요원으로서 받는 월급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높았으니까.

음식이 나오는 동안 김재우는 이런저런 이야기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자신이 아카데미를 다닐 때 겪었던 일들부터 시작해서 졸업 후 특무부에 입사하자마자 사대광마 중 살마 문천득의 제자와 마주쳐 죽을 뻔했던 일까지.

그렇게 10분여가 흘러 음식이 나온 뒤 그걸 입에 털어 넣으면서도 김재우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확실히 이런 점은 회귀 전과 달랐다.

회귀 전의 김재우는 연인인 윤재희의 죽음을 겪었기에 이렇게까지 수다스럽지는 않았으니까.

“…. 그랬다니까? 정말 어이가 없었지. 네가 그 상황에 놓였으면 나보다 더했을걸? 짱짱한 선배들이 그 한 놈을 어쩌지 못하고 픽픽 나가떨어질 거라는 생각도 못 했다고.”

김재우는 살마 문천득의 큰 제자이자 그와 가장 흡사한 성격을 지닌 귀살자 백윤수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하는 중이었다.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수호는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 대부분을 깔끔하게 먹어 치운 뒤,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려놨다.

온기가 남아 있는 물을 시원하게 들이켜 준 뒤, 김재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셔도 돼요.”

“어? 벌써 다 먹었냐? 햐, 조금 아쉽네. 이제부터가 진짜 재밌는 부분인데. 쩝.”

김재우는 어느새 깨끗해진 식기들을 훑어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요. 역사관 사고와 관련….”

“잠시만.”

김재우가 한수호의 말을 끊고는 식탁 위로 동그란 달걀 같은 걸 올려놨다. 그리고 달걀 위쪽에 있는 작은 버튼을 꾹 눌렀다.

지잉-

묘한 울림이 일며 주변으로 파동이 퍼져나갔고 한수호와 김재우가 있는 장소를 반구형의 공간으로 뒤덮었다.

“이건 광역 소음기다.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기밀 유지가 좀 필요한 거라.”

김재우의 말에 한수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럴 거면 뭣 하러 이런 오픈된 공간에서 보자고 한 겁니까?”

“내가 체질적으로 밀폐된 공간을 싫어하거든. 어쨌든 좋잖냐. 이렇게 창밖으로 평화로운 시민들 모습도 구경하면서 밥도 먹고.”

“이런 공공장소에서 광역 소음기를 쓰는 건 괜찮지가 않거든요?”

“뭐 어떠냐? 이걸 쓴다고 마나가 닳냐, 돈이 닳냐? 아무튼, 내가 널 이렇게 따로 보자고 한 건 던전 때문이다.”

갑작스레 던전이라는 말이 나오자 한수호는 입을 다물었다.

김재우가 던전에 관해 자신과 할 이야기는 역사관 사고밖에 없었으니까.

“놀랐지? 내가 던전 이야길 해서 말이야. 톡 까놓고 말하마. 역사관이 무너진 장소에, 아니지. 정확히는 조정석이 폭탄 테러를 일으킨 그 장소 바로 아래에 던전이 숨겨져 있었다. 물론, 우리가 찾은 건 미세한 흔적뿐이었지. 폭발 때문에 던전 입구가 그냥 날아갔으니까.”

“던전에 대해서는 저도 아는 게 없습니다만.”

“얌마. 장태산이. 이 형 앞에서 거짓말하는 거 아니다. 어제 네가 그 폐허 위에서 찾으려고 했던 게 바로 던전이라는 거 내가 모를까 봐?”

“….”

한수호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거짓말을 하거나 얼마든지 둘러댈 수 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김재우의 표정에는 왠지 모를 간절함이 묻어나왔다.

이 자리는 추궁이 목적이 아니라 뭔가를 부탁하기 위한 것이었다.

“내가 너에 대해서 뭘 까발리려고 그러는 게 아니야. 너라면. 던전에서 흘러나오는 위험을 느끼고 그에 대한 경고를 해줄 수 있는 너라면 왠지 가능할 거 같아서 널 부른 거다.”

“저한테…. 뭘 원하는 거죠?”

“한 사람을 좀 구해줘라.”

“누굴요?”

“윤재희. 내 여자친구다.”

김재우의 말에 한수호는 잠시 넋 나간 표정을 짓고 말았다.

여자친구인 윤재희를 구해달라니?

설마 그녀의 신변에 벌써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걸까?

“그분이 위험에 빠지기라도 한 건가요?”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그렇게 될 것 같거든. 내 말은 도무지 듣지를 않는다. 던전에 완전 푹 빠져서 사전 조사도 안 된 던전을 무턱대고 쳐들어가질 않나. 어디서 던전이라도 발생했다는 소식만 있어도 다 때려치우고 뛰어들고 있으니 내가 미치고 팔짝 뛰겠다고.”

그렇게 시작된 김재우의 이야기에 한수호는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회귀 전에는 인천공항에서 자살 폭탄 테러의 범인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목숨을 잃었던 윤재희.

그녀는 ‘던전’에 한해서 만큼은 주변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지독한 오타쿠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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