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스으윽.
창문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집 후면의 지붕 아래에 작게 나 있는 창문이라서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다행히 덩치가 큰 한수호도 몸을 들이는 게 가능했다.
다락방은 먼지가 가득했다.
주변은 깜깜했지만 한수호의 시력은 어둠 속에서도 별문제 없이 사물을 분간할 수 있었다.
곳곳에 형과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이 흩어져 있다.
그걸 보며 잠시 옛일을 추억하던 한수호.
바로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렸다.
‘추억을 되새기는 건 나중에.’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은 그는 다락방의 한쪽 구석으로 움직였다.
그곳엔 접이식 사다리가 눕혀져 있었다.
그걸 살짝 힘주어 누르자.
달칵.
사다리와 함께 바닥이 푹 꺼지더니 접혀 있던 사다리가 길게 늘어났다.
다락방으로 출입이 가능한 접이식 계단은 2층에 있는 한성찬의 방 천장에 숨겨져 있었다.
계단을 내려와 다시 위로 밀어 올리자 계단은 감쪽같이 천장으로 감춰졌다.
한성찬의 방은 그대로였다.
한수호보다 4살이 많았지만 한성찬과는 동갑내기 친구처럼 지냈다.
때로는 치고받고 싸우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깊고도 넓었다.
한수호는 상념을 억지로 지우며 조심스럽게 방을 나섰다. 그리고 다른 방을 살폈다.
부모님 방부터 동생 한설아의 방, 거기에 갓난아이였던 한별이의 방까지.
그리고 한 가지를 확신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들어와 사는 게 아니잖아?’
모든 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10년 전, 가족이 사용하던 가구와 물건들이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아저씨가 돌봐준 거구나.’
유대룡에게 깊은 고마움이 느껴졌다.
어쨌든 이로써 가족사진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한수호는 곧장 1층으로 내려갔고, 거실 벽 한쪽을 가득히 장식하고 있는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낚시를 가서 찍은 사진도 있고, 형과 동생의 생일날 친구들을 불러 찍은 사진도 있었다.
쌍둥이 동생 한설아가 처음 자전거를 타던 날 찍은 사진도, 무더운 여름날 온 가족이 마당의 풀장에서 물놀이하던 사진도 모두 그대로였다.
그중에서도 한별이가 태어난 직후 온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한수호는 사진들을 챙기려다가 멈칫했다.
이걸 지금 챙겨 가면 사진이 없어진 자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럼 유대룡이든, 다른 누군가가 됐든 이 집에 침입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내가 다녀갔다는 흔적은 남길 필요가 없지.’
한수호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온 가족이 찍힌 사진 하나만 액자에서 꺼냈다. 그리고 자신의 8살 생일날 찍은 사진이 끼워진 액자의 뒷면을 열었다.
거기엔 세 장의 사진이 겹쳐 있었다.
그건 6살, 7살 생일에 찍었던 사진이었고 그중 하나를 꺼내 방금 꺼낸 가족사진이 있던 액자에 끼워 넣었다.
다시 액자를 걸어놓으니 모르는 사람은 이 벽에서 가족사진 하나가 사라졌다는 걸 전혀 눈치챌 수가 없을 듯했다.
무려 17장이나 되는 사진들이 벽에 가득 걸려 있었지만 자신이 이곳에 다녀갔다는 걸 알리면 안 되었기에 더 이상 챙겨갈 수가 없었다.
‘아빠. 엄마….’
한수호는 한철형과 이태희가 결혼 후, 이 집에 처음 들어와서 찍은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젊었을 때의 한철형은 13살의 한성찬과 똑 닮은 모습이었다. 반면 한수호 자신은 20대 초반의 이태희와 이목구비가 비슷했다.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구나.’
다소곳이 두 손을 모으고 소파에 앉은 이태희와 그런 이태희를 등 뒤에서 가만히 껴안고 있는 한철형.
부모의 젊었을 적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단란했던 가족이 떠올라 그리움이 가득 차올랐다.
그때, 부모의 사진 속에서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사진을 찍은 곳은 바로 이 집이었고, 바로 지금 한수호가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가득한 벽이 배경이었다.
젊은 시절의 부모가 이 사진을 찍었을 때는 당연히 벽에 자식들의 사진은 걸려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 벽에 생소한 사진 하나가 걸려 있는 게 보였다.
매우 작았지만 한수호는 그 사진을 충분히 알아볼 수가 있었다.
15명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
그 안에 당연히 한철형과 이태희도 있었다.
그 외에도 낯익은 인물들이 두 명 보였다.
사자도왕 송혁과 유대룡이 매우 젊은 얼굴로 그 작은 사진 속에 찍혀 있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젊었을 땐 이분들하고 다 같이 사진도 찍을 정도로 친했구나.’
회귀 전의 어린 시절에도 부모님의 사진은 늘 이 자리에 걸려 있었지만, 배경 속에 저런 단체 사진이 걸려 있었다는 건 지금 처음 알았다.
‘하긴…. 그땐 이 사진들이 이렇게나 소중해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으니까.’
그때에는 항상 같은 자리에 걸려 있는 사진들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부모의 사진 한 장이, 형과 동생들의 사진 한 장 한 장이 너무도 소중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진 속 배경에 사진이 걸려 있든 말든 상관도 안 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부모님을 포함한 15명이 단체로 찍은 사진의 배경에 낯설지 않은 건물이 보인다.
순록의 풀과 나무들이 주변에 가득한 커다란 신전.
굵은 기둥들에는 얼핏 얼핏 몬스터들의 형상이 동상으로 새겨져 있는 것이 어느 한 곳을 떠올리게 했다.
‘지하 유적?’
한수호가 전설의 검들을 얻었던 지하 유적 속의 신전과 상당히 흡사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왜 이 사진만 유독 도드라져 보이지?’
손톱 크기 정도 되는 작은 단체 사진이 평평한 액자 속에서 유난히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다.
한수호는 벽 쪽으로 머리를 붙이고 옆에서 액자를 살폈다.
‘딱 그 사진 부위만 볼록하네?’
정말로 그 단체 사진만 미세하게 살짝 튀어나와 있다.
한수호는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사진을 꾹 눌렀다. 순간,
달칵.
뭔가 잠금장치가 풀린 듯한 소리가 나더니 액자 아래의 벽에서 작고 납작한 서랍 같은 게 툭 튀어나왔다.
이 벽에 이런 장치가 되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수호는 서랍 안에서 손바닥 정도 되는 또 다른 사진액자를 꺼내 들었다.
‘이건….?’
부모님 사진의 배경에 걸려 있던 단체 사진이었다.
그런데 액자 두께가 꽤 두껍다.
크기는 손바닥 정도인데 두께는 2센티나 된다.
뒷면을 봤지만 사방이 완전히 밀폐되어 있어서 사진조차 꺼낼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부르릉.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한수호의 귀에 집으로 다가오는 차량들의 미세한 소음이 잡혔다.
급히 거실 베란다 쪽으로 붙어서서 커튼을 살짝 젖혀 밖을 바라봤다.
‘뭐 하는 사람들이지?’
다섯 대의 SUV가 집 앞에 정차하더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들은 뭔가를 얼굴에 뒤집어썼다.
호선을 그리며 웃는듯한 실눈. 그리고 양쪽 입꼬리가 쭉 올라간 섬뜩한 미소. 거기다 이마에 선명하게 그려진 붉은 꽃잎.
‘놈들이다!’
10년 전.
한철형을 처참히 죽이고, 자신과 다른 가족 모두를 살해하려고 했던 가면인들.
그놈들이 지금 이 자리에. 가족의 추억이 담긴 집 앞에 몰려들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은밀했다.
한수호의 청각이 동물 이상으로 뛰어나지 않았다면 차량에서 흘러나온 배기음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내가 여깄는 걸 어떻게 알고?’
가면인들은 집 열쇠라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정문을 따고 진입했다.
대략 스무 명 정도.
그중 8명이 정문으로 진입했고, 12명은 세 팀으로 쪼개져 집 주변으로 흩어졌다.
완벽한 포위.
이대로 도망을 치려고 해도 가면인들의 포위망을 쉽게 벗어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문제는 그들 중 가장 앞장선 인물이었다.
꽃잎 네 장이 그려진 가면인.
한수호는 그 꽃잎 개수가 이 무리들의 신분 고하를 나타내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기척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오는 그 사내를 개조로 훑어봤다.
‘평균 스탯 81. 진급 마공사다. 그것도 베테랑이야.’
움직임만 봐도 가면인이 평범하나 인물이 아니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를 제외하고도 가면인들 중에는 진급이 다수 섞여 있었다.
아무리 한수호가 진급 끝자락에 놓여 있다고 해도 이들 전부를 상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싸움이 시작되면 정체를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다는 것.
지금 자신의 얼굴이 드러나 버리면 이후에 이들의 추적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된다.
‘젠장.’
주먹을 꽉 쥐었다.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과 가족을 해친 자들을 눈앞에 두고도 복수에 나설 수 없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답답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모조리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고작 몇 명 죽이겠다고 10년을 인내한 것이 아니었다.
핏물을 증발시키듯 끓어오르는 살심을.
심장을 태울 듯 불타오르는 복수심을.
그 모든 걸 꾹 눌러 참고 한수호는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집 안을 다시 한번 빠르게 살폈다.
모든 감각을 극도로 민감하게 만들어 이상한 점을 찾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찾아냈다.
집안 곳곳에 숨겨진 작은 감지 장치들을.
그중엔 감시 카메라도 있었다.
유대룡이 관리하고 있는 이 집에 침입자를 감시하기 위한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가면인들은 어쩌면 생각보다 더욱 크고 대단한 조직에 속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유대룡 또한 이들의 감시하에 놓여 있을지도 몰랐다.
한수호는 자신의 움직임을 찍고 있을 카메라를 최대한 피하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감지 장치와 카메라에서 사각지대인 곳을 찾아 움직였다.
그곳은 2층의 다락방이었다.
한수호가 다락방으로 숨어들었을 때, 가면인들도 집 안으로 진입했다.
그들은 이미 한수호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처럼 곧장 2층으로 향했고, 한성찬의 방을 단단히 포위했다.
방 앞에 바짝 붙어선 가면인들.
그중 꽃잎 네 장이 그려진 가면인이 인이어에 손을 가져다 댔다.
“2조. 위쪽 상황은?”
-치이익
-지붕 쪽으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좋아. 그럼 셋 세고 일제히 다락방으로 뛰어들어라. 하나, 둘, 셋!”
꽈앙
가면인은 셋을 세자마자 방문을 부수며 뛰어들었고, 때를 같이해 다락방의 작은 창문이 와장창 부서졌다.
가면인은 한성찬의 방에 진입하자마자 머뭇거림 없이 천장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가가각.
검에서 뿜어진 기운이 천장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와르르르르.
천장이 무너졌다.
다락방에 뛰어든 가면인들도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없다.
“목표물이 보이지 않습니다!”
“은신 능력일 수 있다! 빨리 마나 스캔으로 찾아!”
꽃잎 네 장의 가면인은 신속하게 판단했다.
그는 목표가 보이지 않자 몸을 숨기는 아티팩트나 관련 능력을 쓴 거라 판단했다.
그의 말에 한 가면인이 재빨리 손을 활짝 펼쳤다.
지이잉-.
손에서부터 강한 파동이 뿜어지며 주변을 순식간에 훑고 지나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총 세 번의 파동이 반경 10미터를 훑었지만.
“목표물…. 놓쳤습니다.”
“이런, 씨발!”
꽃잎 네 장의 가면인은 화가 나는지 거칠게 욕을 날리며 주먹으로 벽을 후려쳤다.
쾅.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3조. 그 어떤 움직임도 잡을 수 없습니다.
-4조. 저희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후우우…. 모두 흩어지지 말고 현 위치 사수해. 놈은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걸 수도 있다.”
-알겠습니다.
꽃잎 네 장의 가면인은 아이용 침대에 털썩 앉고는 가면을 살짝 들어 올렸다.
까칠한 턱수염 사이로 기다란 상처가 도드라져 보인다.
사내는 답답한 듯 손으로 입과 턱을 쓸어내렸다.
“10년을 기다렸는데 또 놓치다니….”
작게 중얼거리자 근처에서 주변을 살피던 꽃잎 세 장짜리 가면인이 다가왔다.
“여기 왔던 놈…. 누굴까요?”
“영상에 잡힌 체격으로 봐서는 적어도 이태희나 한설아는 아니야.”
“한성찬 아니면 한수호겠군요.”
당연한 예측이었다.
한별은 살아 있다 해도 고작 11살. 그런 어린아이가 혼자 이곳에 왔을 리는 없었으니까.
“과연 호부 밑에 견자 없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군. 큰놈이라고 해도 23살밖에 안 됐을 텐데, 우리의 기습 포위를 이리 쉽게 뚫고 도망치다니.”
꽃잎 네 장의 가면인은 다시 가면을 내려쓰고 작은 장치로 뭔가의 영상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건 이 집에 설치된 감지기가 작동하자마자 촬영된 누군가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한성찬의 방에서 비밀 계단이 쑥 내려오더니 누군가가 집 안 곳곳을 뒤지고 다녔다.
후드를 깊게 눌러쓴 그자는 180이 훨씬 넘는 큰 키였고, 체격은 자세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당히 단단해 보였다.
오른쪽 어깨 위쪽으로 불룩하게 솟은 건 형태나 길이로 보아 검 종류의 무기가 분명하리라.
그런데 후드의 사내는 사진이 걸린 벽 쪽에 붙어서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아쉽게도 그쪽 벽을 비추는 카메라는 없어 두 다리만 살짝 보일 뿐이었다.
“저기서 뭘 하는 걸까?”
가면인은 벌떡 일어나 1층 거실로 향했다.
그리고 사진이 걸린 벽을 한참 바라봤다.
그러다 한수호가 사진을 바꿔치기한 액자를 집어 들었다.
“사진이 달라졌군.”
그는 이 액자에 있던 사진이 가족사진이었다는 걸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수호의 7살 생일 때 찍은 사진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후후. 적어도 누군지는 알 수 있게 됐어.”
“누굽니까?”
그림자처럼 뒤에 서 있는 수하의 물음에 가면인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한수호. 10년 전 내 팔을 이렇게 만든 애새끼다.”
가면인의 눈에 살기가 치솟았다.
그는 오른팔의 옷소매를 확 들어 올렸다.
그러자 흉측한 화상으로 가득한 오른팔이 드러났다.
“그, 그건…?”
“정확히는 놈을 구해간 자가 내 팔에 남긴 상처다. 그날의 치욕을 갚기 위해 치료조차 안 했지.”
재생 포션을 마시거나 치료 특성을 지닌 마공사에게 부탁하면 화상은 어렵지 않게 치유가 가능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가면인은 힘줄이 툭툭 불거져 나올 정도로 팔에 힘을 꽉 주며 이를 뿌드득 갈았다.
“날 이렇게 만든 놈도. 그리고 한수호, 그 애새끼도. 절대 그냥 두지 않는다.”
“…. 제가 끝까지 돕겠습니다. 각주님.”
각주라는 호칭에 가면인이 고개를 홱 돌렸다.
가면의 실눈 속에서 지독한 살기가 느껴지자 수하가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호칭에 주의하겠습니다.”
수하는 눈앞에 있는 가면인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잘 안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10년 전부터 이미 꽃잎 세 장의 자리에 있었고, 지금은 꽃잎 네 장인 각주의 자리까지 오른 실력자 중의 실력자.
손속이 하도 잔혹해서 조직 내에서도 기피 해야 할 각주 중 1순위에 올라 있기도 했다.
“용서는 이번 한 번뿐이다.”
“감사…. 합니다.”
“다른 흔적이 있는지 더 찾아보고 없으면 10분 뒤 이곳을 정리하고 자리를 뜬다.”
“네. 알겠습니다!”
가면인은 수하들이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벽에 걸린 사진들을 지켜봤다.
그러다 한철형, 이태희 부부의 젊은 시절 사진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중에서도 이태희의 행복해하는 얼굴에 초점을 맞췄다.
“이태희…. 네 남편은 다른 사람 손에 죽었지만 아들만큼은 내 손에 죽게 될 거다. 반드시.”
작게 중얼거리는 음성에는 알 수 없는 원망의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