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한수호의 움직임은 짧고 간결했다.
화려한 검술을 선보였던 백윤후와는 완전히 상반된 모습.
하지만 아무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다섯 기의 오크 봇을 여유롭게 상대하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30초가 지났을 때까지도 한수호는 오크 봇 사이를 누비고만 다닐 뿐 별다른 상황은 만들어 내지 못했다.
오크 봇을 몰아붙인다거나, 오크 봇들을 향한 공격다운 공격도 해 보이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런 상황이 1분이 지나고, 1분 20초가 넘어갈 무렵 백윤후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20초 내로는 무슨 특별한 상황이 벌어질 것 같지 않았으니까.
그때, 한수호가 처음으로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그가 양손의 검지와 중지를 붙여 손가락 총을 만들어 낸 순간, 손가락 끝에 돌연 물방울이 맺혔다.
그리고 오크 봇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내며 두 손을 흩뿌렸다.
퓨퓻. 퓻퓻퓻.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을 보이며 뿌려진 많은 물방울이 다섯 기의 오크 봇 목 관절 틈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몸을 번뜩거리며 오크 봇들을 툭툭 밀쳤다.
그때의 시간이 1분 29초.
한수호의 움직임이 딱 멈춰진 순간, 놀랍게도 오크 봇 다섯 기가 어느새 한수호를 마주 선 상태에서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절대로 우연이 아니다.
한수호가 귀신 같은 몸놀림으로 오크 봇들을 일렬로 서게 만든 것이다.
게다가 오크 봇과 한수호의 일직선상에 백윤후가 앉아 있었다.
오크 봇을 사이에 두고 한수호와 백윤후의 시선이 짧게 얽혔다.
두 사람 사이엔 20미터나 되는 거리가 존재했지만 서로의 표정을 너무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백윤후가 눈살을 찌푸릴 때, 한수호가 한 번 더 손을 흩뿌렸다. 손가락 총에서 튕겨 나온 작은 물방울이 오크 봇 다섯 기의 어깨 위를 빠르게 스쳐 날았다.
물방울이 향한 곳엔 백윤후가 있었다.
백윤후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물방울을 피하지 않고 목검을 들어 베어냈다.
뜬금없는 도발에 그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진 순간, 전광판의 시계가 1분 31초를 가리켰다.
시간을 가늠한 한수호가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모두의 얼굴에 의문의 빛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퍼엉. 퍼버버벙.
다섯 번의 폭음과 함께 오크 봇의 목이 터지며 머리통이 일제히 떠올랐다. 그리고 한 번의 폭음이 더 있었다.
퍼억-
백윤후가 들고 있는 목검도 터져나갔다.
푸스스스
사방에 서리가 내려앉았다.
눈처럼 하얀 서리가 가루처럼 흩날리는 광경에 학생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쿠웅. 쿵쿵쿵.
오크 봇 다섯 기는 머리가 사라진 채로 바닥에 엎어졌다.
모두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00:01:34]
백윤후보다 정확히 1초가 빠른 시간.
D반 학생들은 그 시간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미 대련장을 내려서고 있는 한수호를 향해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우와아아아아! 이겼다!”
“태산이가 해냈다!”
“아싸, D반이 승리했고요!”
대련실이 학생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A반 학생들은 얼이 빠진 듯 아무 말도 못 했다.
엎어져 있는 오크 봇들. 그 위의 전광판에 버젓이 새겨져 있는 시간은 분명 1분 34초였다.
한수호는 당당한 걸음으로 학생들을 지나쳐 백윤후 앞에 섰다. 그리고 손을 불쑥 내밀었다.
“내가 이겼군.”
이겼으니 각성석을 내놓으라는 말이었다.
이에 백윤후가 화를 버럭 내며 일어섰다.
“이건 무효야! 난 분명 특성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네가 방금 펼친 기술은 특성이잖아!”
백윤후가 트집을 잡자 지평학이 멀리서 한마디 던졌다.
“장태산 학생의 특성은 보다시피 열화기다.”
지평학이 손목의 장치를 조작하자 전광판에 한수호의 신상 기록 중 일부가 크게 떠올랐다.
한수호의 사진과 이름, 나이와 최근 각성한 특성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
그곳엔 한수호의 특성이 ‘열화기’라고 분명하게 쓰여 있었다.
“그, 그럴 리가…. 아니면, 이 녀석이 이상한 아티팩트를 사용한 게 틀림없다고요. 손에 차고 있는 저 팔찌, 아티팩트 맞잖아요!”
백윤후는 한수호가 양 손목에 차고 있는 쇠 팔찌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교수들에게 항의하듯 따지는 말에 이번엔 홍수빈이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오늘따라 한숨을 참 많이 쉬는 홍수빈이었다.
“후우…. 백윤후 학생. 내기 결과가 부담되는 거면 내가 D반과 잘 중재해 보마. 하지만 그렇다고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떼를 쓰는 건 마공사로서 매우 창피한 일이란다.”
쉽게 말해, 졌으니 당장 각성석 내놓던가 못 내놓겠으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더 큰 창피를 당하든가 결정하라는 소리였다.
그 말에 백윤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게 얼마짜린데!”
백윤후는 손에 꼭 쥔 각성석을 내려다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집중된 시선을 하나하나 훑어봤다.
그중 안타까워하는 시선은 하나도 없었다.
‘그럴 거면 뭐 하러 자기가 먼저 내기하자고 나선 건데?’
‘백진성 아들이 고작 이 정도였어?’
‘뭐야, 질 수도 있다는 건 생각도 안 하고 그렇게 깝친 거야?’
마치 이런 말들이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았다.
백윤후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눈을 꾹 감고 각성석을 한수호에게 넘겼다.
그걸 받은 한수호는 엄지와 검지로 살짝 잡아들고선 짧은 감상평을 내뱉었다.
“색이 어두침침한 게 좋은 값 받고 팔기는 글렀네.”
이는 백윤후를 돌려 까는 말이었다.
욱하는 마음에 백윤후가 고개를 바짝 쳐들고 한수호를 노려봤다.
“약속을 지켰으니 한 가지만 대답해라.”
“뭐든지.”
한수호의 태연한 대답을 들은 백윤후는 부러진 목검을 들어 올렸다.
부러진 부분이 마치 물어뜯긴 것처럼 흉해 보였다.
“이걸 이렇게 만든 기술…. 정체가 뭐지?”
특성도 아니고, 아티팩트의 도움을 받은 마법도 아니면 대체 무슨 기술인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물이다.”
“그냥 물?”
백윤후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도대체 물로 어떻게 그런 폭발 효과를 일으켰냐는 것이 알고 싶은 것이다.
“내 신호에 맞춰 급속 냉동되는 마나 회로가 담긴 물이지.”
추가적인 설명이 있었음에도 백윤후는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이에 한수호가 혀를 찼다.
“쯧…. 물이 얼면 부피가 커진다는 상식도 없는 건가?”
“뭐? 단지, 단지 그것뿐이라고?”
“물이 좀 더 빠르고 넓게 스며들게 한 다음, 한순간에 얼려버리면 펑! 하는 거지. 어때, 쉽지?”
말이야 쉽다고 했지만,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마나력으로 대기에 퍼져있는 습기를 모아 물방울화 시킨 뒤, 그 안에 급속냉동의 마나 회로를 담는 게 어찌 말처럼 쉬울까.
이는 한수호가 열화기와 빙염기를 밤낮으로 연구하면서 얻어낸 결과가 없었다면 감히 시도조차 해볼 수 없는 고난이도의 기술인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얼면서 부피가 커진다고 그걸로 오크 봇의 목을 따고 목검을 부러뜨린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백윤후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이에 한수호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아까처럼 검지와 중지를 붙여 다시 물방울을 만들어 냈다.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네 몸으로 직접 시험해 보던가.”
한수호가 자신의 목을 빤히 바라보며 하는 말에 백윤후는 흠칫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의 손은 어느새 자기 목을 감싸고 있었다.
“이건 고맙게 쓰지.”
한수호는 녹빛의 각성석을 허공에 던졌다 받고는 지평학 교수 쪽으로 향했다.
남겨진 백윤후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잠시 심호흡하며 화를 가라앉혔다.
‘장태산…. 네까짓 게 감히 날 건드려?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
백윤후는 한수호의 등을 노려보며 복수를 다짐했다.
* * *
수업은 그렇게 끝났다.
A반과 D반의 내기가 더해지는 바람에 6시가 다 되어서야 수업이 끝났고,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오늘 있었던 일을 떠들며 각자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엔 한 번 더 반전이 있었다.
내기에서 이긴 한수호가 각성석을 본인이 챙기지 않고 지평학 교수에게 넘긴 것.
명목상으로야 A반과 D반의 대결이었지만, 실제로는 한수호와 백윤후의 대결이었던 터라 각성석을 어떻게 하든 그건 한수호 마음이었다.
그래서 D반 학생들은 아무도 불만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한수호가 A반의 코를 납작하게 해줬다며 싱글벙글 웃었다.
한수호는 각성석을 넘기며 딱 한마디만 했다.
“저희들에게 무한한 배움의 기회를 준 아카데미에 감사의 의미로 이걸 넘기겠습니다.”
별다를 게 없는 평범한 인사치레였다.
하지만 그 말을 했을 때, 지평학의 눈이 빛났고 입가엔 미세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
.
.
다음 날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한수호는 아카데미로부터 재밌는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서울 마공 아카데미에서 고객님의 계좌에 1,500,000,000원을 입금하였습니다.]
15억.
딱히 돈을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15억이 입금됐다.
이를 본 한수호는 슬며시 미소를 그렸다.
‘역시, 노련하시다니까? 멀리 우회해서 한 말인데도 바로 알아들으셨네.’
한수호가 지평학에게 한 말에는 각성석을 아카데미에 넘길 테니 값은 알아서 잘 치러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지난번에 사이클롭스를 잡고 얻은 각성석을 넘길 때와 똑같은 말을 꺼낸 것이다.
‘10억 정도 예상했는데, 5억이나 더 쳐줬네?’
각성석을 지평학 교수에게 준 이유는 또 있었다.
어쨌든 많은 학생과 조교수들이 있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내기였으니 아카데미에서 모를 리가 없었다.
교수까지 나서서 내기를 종용했다는 게 알려지면 징계가 없을 수가 없기에 아예 각성석을 아카데미에 싸게 팔아 입막음을 한 것이다.
아카데미는 공으로 40억에 가까운 고급 각성석을 챙겼으니 이번 일을 들쑤시는 일은 없을 터였다.
오히려 혼자 꿀꺽했다가는 아카데미에서 불법 도박이라는 명목으로 각성석을 강제로 빼앗아 갈 위험이 있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이걸로 일타삼피는 되려나?’
각성석을 아카데미에 넘김으로써 학생들로부터 신임을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지평학 교수와 홍수빈 교수가 징계받을 일이 없어져 그들 눈에 들었을 것이며, 한수호 본인은 15억이라는 거금이 생겼다.
이제 계좌에 쌓인 돈은 24억이 훨씬 넘는다.
‘이 돈이면 전투영역 안에다 집을 짓는 데 아무 문제가 없겠어.’
한수호는 시간이 되는대로 굴삭기와 건축자재들을 사서 옮겨둘 생각을 하며 혼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그렸다.
“누구 문자인데 표정이 그따위냐? 애인이라도 생겼어?”
같이 점심을 먹고 있던 양소혜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해 보였다.
“애인 같은 게 있을 리가.”
“없긴! 어제 너 일부러 1분 34초에 맞춰서 끝낸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아주 대놓고 티를 내요, 티를.”
“그건 또 뭔 소리야?”
한수호가 의아해하자 최지혁이 설명했다.
“어제 내기 속에서 또 내기가 있었거든. 네가 몇 초 만에 전투를 끝내는지를 놓고 말이야.”
“그거랑 양소혜가 저러는 거랑 무슨 상관이냐?”
“대부분은 네가 1분 초반대에 끝낸다고 걸었는데, 딱 한 명만 1분 34초에 걸었으니까 그러지.”
“딱 한 명? 그게 누군데?”
“야, 장태산이 이거 능구렁이를 네댓 마리는 잡아 드셨네. 모르는 척 오지고요.”
양소혜가 또 시비였지만 한수호는 정말 몰랐다.
내기가 종료된 직후 학생들끼리 뭔가를 주고받는 듯한 광경을 보긴 했지만 그게 1분 34초에 끝낸 것과 관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니까.
“A반 이하윤. 걔가 딱 1분 34초에 걸었거든.”
“…. 응?”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한수호는 백윤후의 자존심을 가장 확실하게 짓밟는 방법으로 1초의 승리를 이룬 것이지 이하윤을 위해서 그 시간에 맞춘 게 아니었다.
“와, 자긴 전혀 몰랐다는 저 순진한 표정 봐! 너 마공사 말고 배우 해보는 게 어때? 생긴 거도 그쪽이 더 어울리고, 딱이네 딱이야.”
양소혜가 계속 놀려댔다. 하지만 한수호는 그냥 허탈한 웃음을 보일 뿐 더 이상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귀찮았으니까.
양소혜의 성격이 털털하고 사내다움이 많긴 하지만 어쨌든 여자라 이런저런 잔소리도 많았고 쓸데없는 관심도 많았다.
그래서 이렇게 뭔가에 열의를 보일 때는 대꾸를 안 하는 게 최상의 대처법이었다.
그런데 양소혜가 이번엔 어째 포기가 빨랐다.
한수호의 대답을 채근해야 정상인데 자기 공법폰으로 금방 관심이 넘어갔다.
그녀도 누군가로부터 문자를 받은 모양인지 메시지를 읽고는 피시식 웃는다.
“너도…. 남친 생긴 거야? 지금 네 표정 너무 얄미운데?”
최지혁이 양소혜의 표정을 읽으며 물었다.
“거봐라, 거봐. 내가 말했지? 이하윤 걔랑 장태산이 뭔가 이상하다고.”
“뭔데?”
양소혜가 자신의 폰을 식탁 중앙에 탁 내려놨다.
“잘 봐봐. 이거 장한설한테서 온 메시지거든?”
폰에 떠 있는 메시지 내용은 이랬다.
[나 장한설이야. 갑자기 연락해서 미안. 하윤이 부탁으로 너한테 말 좀 전할게. 어제 내기에서 하윤이가 큰돈을 땄다고 한턱내고 싶다네? 너랑 장태산, 최지혁. 이렇게 셋한테만. 너희 셋이 삼총사라며? 장소는 어디든 좋으니까 날짜랑 시간만 정해서 알려줘. 나랑 하윤이랑 나갈 테니까.]
메시지를 읽은 최지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게 뭐 어때서? 그냥 돈 땄으니 한턱낸다는 거잖아?”
“흐아. 너 모솔이지? 딱 보면 감이 안 오냐? 장태산 혼자만 부르면 이상할 거 같으니까 너랑 나까지 끼운 거잖아. 이거 들러리로 부른 건데 나가야 하나? 어떡할까? 우리 나가, 말아?”
양소혜는 아예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한수호는 거절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뜩 백윤후가 장한설을 바라보던 눈빛이 떠올랐다.
적의가 가득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자신을 바라봐 주길 원하는 뭔가 애틋함이 담긴 눈빛.
그 눈빛을 떠올리자 녀석의 감정을 더 뒤흔들 만한 방법이 떠올랐다.
“다 같이 나가지 뭐. 근처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식당으로 하고. 시간은…. 금요일이 딱 좋겠네.”
“어라, 이놈 진심이네? 너 정말 이하윤이 만날 생각 있는 거구나? 걔 얼굴이 어떻든 상관없는 거야? 후회 안 해?”
양소혜의 놀란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한수호는 히죽 웃어 보였다.
“너도 친구로 삼은 거 보면 몰라? 나 얼굴 안 따져.”
그 말은 곧, 양소혜 얼굴도 개판이라는 의미였다.
“뭐? 야, 이 빌어먹을 놈아! 그게 친구한테 할 소리냐!”
당장이라도 주먹이 날아올 태세.
그때 한수호가 손을 들어 말리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 그리고. 우리가 장한설하고 만난다는 거 A반 쪽으로 슬쩍 흘려 줘. 어떤 놈 표정 우그러지는 거 구경 좀 하게.”
“…. 어떤 놈? 누구?”
“저기 마침 딱 보이네.”
한수호는 식당의 특별석에서 뷔페를 즐기고 있는 백윤후를 바라봤다.
마침 이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던 백윤후는 한수호와 눈이 마주치자 인상을 확 구기더니 자리를 박차고 식당을 나가버렸다.
“뭐야? 쟤 표정 벌써 왕창 구겨졌는데? 큭큭큭.”
“그러게. 번데기가 형님 하겠다.”
최지혁도 웃긴 지 평소에 안 하던 농담까지 던졌다.
배꼽을 잡고 끅끅 웃던 양소혜는 간신히 진정하고는 메시지에 답을 보냈다.
[그쪽에서 100% 쏘는 거면 콜. 금요일 7시 어때? 장소는 다시 알려줄게.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예쁘게 차려입고 나와줭~٩(♥ε♥ )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