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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67화 (67/375)

67화

꽈과과과광.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전투였다.

무너진 신전의 기둥만 해도 일곱 개가 넘었고, 바닥은 움푹움푹 파여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전투가 계속되는 사이에 알에서 부화한 네이롤들은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세 사람의 전투에 휩쓸려 처참히 찢겨 나갔다.

한수호는 광폭화 3단계를 쓰고 있음에도 괴물 사내를 쓰러뜨리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기만 했다.

회귀 전의 오랜 경험과 더불어, 회귀 후에도 10년 동안이나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왔음에도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를 상대하는 게 너무나 버거웠다.

신체 스탯이나 마나력만을 보면 분명 한수호가 높다.

게다가 이하윤까지 합세한 상태라 이론적으로는 손쉽게 쓰러뜨려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내의 몸은 네이롤화 되어 단단하고 강했으며, 재생력도 엄청났다.

게다가 원거리 마법형이 아니라 근접 마법형 마공사였기에 피지컬과 마법력이 모두 훌륭했다.

가장 중요한 건, 노련함이었다.

빈틈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고, 오히려 함정을 파서 한수호와 이하윤을 끌어들이기까지 했다.

잠시라도 틈을 보이면 귀신같이 그걸 파고들었다.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전투가 벌어진 지 거의 30분이 다 되어가자, 한수호는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광폭화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30분.

그 시간이 지나면 한수호는 기존보다 마나력이 50%나 떨어지는 패널티를 받아야 한다.

‘3분 안에 끝내야 해.’

생각은 그랬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 자신도 상처를 많이 입은 데다가 이하윤은 더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한쪽 발은 정강이를 깊게 베여 절룩댔고, 왼 팔뚝은 살점이 뭉텅이로 떨어져 나가 피를 줄줄 흘렸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기절하고도 남았을 상처.

하지만 이하윤은 자신이 주저앉으면 둘 다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걸 알기에 이를 악물고 견뎌내고 있었다.

‘결국 그 방법밖에 없구나.’

한수호가 가진 마지막 방법.

그건 무리를 해서라도 분뢰섬을 펼치는 것뿐이었다.

지금 한수호가 지닌 마나력으로 펼칠 수 있는 분뢰섬은 단 한 번뿐.

이마저 실패한다면 순순히 목을 내놓아야 했다.

‘놈의 상처가 모조리 재생되기 전에 끝낸다!’

괴물 사내의 몸에 있던 상처는 벌써 거의 아물었다.

터져 나갔던 손도 지금은 거의 제모습을 찾은 상태였고, 억지로 놈의 방어막을 찢어 간신히 베어낸 상처들에선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한수호는 적의 공격을 피하는 와중에 이하윤에게 마나전음을 흘려보냈다.

-놈을 잠깐만 묶어 줘.

이하윤의 특성인 ‘원격 제어’로 단 1초 만이라도. 움직임을 붙잡아 둘 수 있다면 분뢰섬을 완벽히 펼쳐낼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 직접 한수호의 음성을 들은 이하윤이 흠칫 놀랐으나 금방 신색을 회복하고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확인한 한수호는 온몸에서 붉은 기운을 뿜어내며 바닥을 힘차게 박찼다.

콰앙.

바닥이 폭발할 정도의 무서운 기세로 날아간 한수호.

그는 사내의 정면으로 날아가며 양손에 들고 있던 여섯 자루의 유엽비도 중 네 자루를 좌우로 힘껏 흩뿌렸다.

피비빙-.

비도는 커다란 호선을 그리며 네 방향으로 쏘아졌다.

하지만 사내가 비릿한 웃음을 그리며 두 손을 뻗어내자,

콰콰곽!

빈 허공에 생겨난 새빨간 방어막에 비도가 콱 박혀서 부르르 떨었다.

한수호는 그대로 달려가 허공에 박힌 비도의 손잡이를 주먹으로 힘껏 강타했다.

쩌엉-.

비도가 푹 박혀 들며 놈의 방어막이 와장창 깨졌다.

이에 사내가 살짝 당황한 모습을 보인 그때였다.

“지금!”

한수호가 소리쳤고 이하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손을 뻗어냈다.

[원격 제어]

특성이 발휘되자마자 놈의 몸이 덜컥 멈췄다.

인상을 팍 일그러뜨린 놈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한수호의 몸이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콰지지지직.

온몸으로 뇌전을 뿜어내면서.

촤좌좍.

멈춰선 놈의 몸 주변을 세 차례나 베고 지나갔다.

한수호가 마지막으로 사내의 몸을 스쳐 지나갔을 때,

퍼억. 퍼버벅.

그의 몸 곳곳이 터져 나가더니 핏물을 확 뿜어냈다.

한수호가 들고 있는 유엽비도에 깊숙이 베이자마자 뇌전이 파고들어 더욱 큰 상처를 만들어 낸 것.

사내의 몸이 크게 휘청했다.

후드득.

핏물이 살점과 함께 바닥으로 쏟아졌다.

하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놈은 상처를 감싸 안으며 괴이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 마지막 수법인 것 같은데…. 실패했구나, 애송이. 남은 무기도 손에 든 그게 끝인 것 같고.”

한수호가 손에 든 비도 한 자루를 힐끔거리는 사내의 몸은 빠르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수호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 비도는 총 여섯 자루다.”

“…. 뭐?”

방금 한수호가 던진 비도는 네 자루. 그리고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건 한 자루. 그럼 나머지 한 자루는?

쐐애애액

파공음에 놀란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머리 위에서 쏜살같이 내리꽂히는 시퍼런 비도 하나.

“어딜!”

지잉-.

그가 강한 기세를 뿜어내자 핏물이 떠오르며 머리 위로 방어막이 만들어졌다.

콱!

사내의 이마에서 불과 5센티를 남겨놓고 비도가 멈춰 섰다.

마치 두꺼운 유리에 비도가 박혀 들어 주변에 균열이 생긴 모습이었다.

“이걸로 끝이…?”

쐐애애액.

사내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아까 방어막이 깨지며 튕긴 비도 네 자루가 유도탄처럼 허공을 날아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두 번째 비도가 방어막에 박힌 비도의 손잡이에 쑤셔박히며 첫 번째 비도를 조금 더 깊게 밀어 넣었다.

이어 세 번째 비도가 날아들었다.

쾅!

세 번째 비도는 두 번째 비도의 손잡이에 꽂혔고 첫 번째 비도를 더욱 깊게 밀어 넣었다.

쾅! 쾅!

연달아 네 번째, 다섯 번째 비도가 날아와 박혔다.

일자로 이어진 비도들이 마침내 사내의 이마에서 몇 밀리 차이까지 파고들었을 때,

한수호가 손에 들고 있던 비도를 정면으로 확 뿌렸다.

쐐애애애액

여섯 번째 비도는 나선형으로 크게 회전하며 날아올랐다가 사내의 이마 바로 위에 일자로 세워진 비도들의 가장 끝에 박혀 들었다.

쾅 하는 폭음과 함께 여섯 자루의 비도가 마침내 하나가 되면서 사내의 이마로 푹 파고들었다.

“크헉!”

불과 1센티 깊이였지만 사내는 지독한 고통을 느끼며 몸을 비틀댔다. 그때, 쭉 뻗어내고 있던 한수호의 손에서 강력한 뇌전이 튀어나와 비도를 강타했다.

콰지지직

빠르게 비도를 타고 내려간 뇌전은 마지막 접촉점인 사내의 이마로 훅 빨려 들어갔고.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을 내며 폭발해 버렸다.

수천 조각으로 찢긴 사내의 신체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손을 뻗어낸 자세 그대로 멍하니 서 있는 한수호.

그의 앞으로 방금 죽은 사내의 눈알이 데구르르 굴러왔다.

한수호는 그 눈알을 발로 콱 밟아 터트렸다.

“후우….”

이제야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한수호는 온몸의 힘이 쫙 빠지는 걸 느끼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를 본 이하윤도 그제야 무너지듯 쓰러졌다.

“하아…. 하아…. 이제 정말, 끝난 거야?”

“응. 끝이다. 네 덕에 놈을 죽일 수 있었다.”

이건 사실이었다.

이하윤이 찰나의 시간 놈의 몸을 속박하지 않았다면 성공하기 힘든 작전이었다.

그 말에 이하윤은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이 도움이 되었다니 온몸을 짓누르는 상처의 고통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다행이다…. 짐이 되지 않겠다고 해놓고 그 말을 못 지키는 줄 알았…. 어?”

힘겹게 고개를 들고 한수호를 바라보던 이하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녀의 시선은 한수호의 등 뒤를 향하고 있었고, 그곳엔 네이롤 퀸이 거대한 송곳 팔을 치켜들고 있었다.

한수호의 고개도 돌아갔다.

이미 광폭화의 제한 시간이 끝나 마나력이 50%로 하락한데다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여서 네이롤 퀸의 상태를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그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

푸욱

송곳이 한수호의 가슴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독액에 쇠사슬이 녹아 한쪽 팔이 자유로워진 네이롤 퀸이 때마침 바로 앞에 앉아 있던 한수호를 기습한 것이다.

“오빠아-!”

이하윤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를 초인적인 힘이 이하윤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단숨에 달려가 송곳에서 한수호를 빼낸 그녀는 네이롤 퀸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까지 황급히 물러났다.

네이롤 퀸은 두 사람을 잡아 죽이려고 발버둥을 쳤다.

놈을 구속하고 있는 쇠사슬은 불과 두 개.

독액으로 인해 무려 네 개의 쇠사슬이 끊어져 있었다.

“오빠! 오빠아!”

한수호의 가슴엔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피를 울컥울컥 토해 내는 한수호의 얼굴엔 절망의 감정이 가득했다.

“하…. 씨발….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구나.”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후…. 늦었어. 저놈…. 죽이고…. 넌 꼭. 살아서…. 나가라.”

한수호는 자신을 무릎에 눕힌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이하윤을 힘없이 올려다봤다.

그러다 한쪽 마스크가 풀려 훤히 보이는 이하윤의 흉측한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이 상처…. 내가 약탈로 가져가면 사라지게 될까?’

한수호는 어차피 죽게 된다면 이하윤의 상처를 자신이 가져가자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오빤 죽지 않을 거야.’

이하윤이 뭔가 결심한 듯 단호하게 말하더니 두 손을 뻥 뚫린 가슴팍에 살며시 올려놨다.

“너, 지금… 뭐….”

“한 사람만 살아야 한다면. 그건 오빠가 되어야 해.”

작게 중얼거린 이하윤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회생.”

파아아아앗-.

그녀의 손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마치 성스러운 성녀의 손길처럼 부드럽게 퍼져나가며 한수호의 몸을 감싸 안았다.

빛이 소용돌이치듯 빠르게 회전하다가 멈춘 곳은 한수호의 가슴 부위였다.

찬찬히 상처 속으로 스며드는 빛.

잠시 후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상처에서 새살이 돋아났다.

조각난 갈비뼈가 다시 들러붙었고, 신경과 혈관이, 세포가 빠르게 재생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하윤의 얼굴은 더욱 흉측하게 변해갔다.

코 아래까지만 흉물스러웠지만 이제는 오른쪽 눈까지 피딱지가 내려앉았다.

갈라진 거북이 등처럼 생긴 검붉은 피부는 그녀의 맑은 눈동자마저 완전히 뒤덮고 말았다.

“흐윽…”

이하윤의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금까지 그녀가 이 회생 특성을 사용한 건 다섯 번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죽어가는 사람의 상처를 회생시킨 건 처음이었다.

이때까진 그녀의 두 살 위 언니가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던 병을 치료했을 때가 가장 부작용이 심했었다.

하지만 이제 순위가 바뀌었다.

한수호의 생명과 맞바꾼 부작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했다.

얼굴의 7할이 흉물스럽게 변했고, 눈 하나마저 잃었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끔찍한 고통.

이하윤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려 했다.

아직 회생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지금 멈추면 한수호는 살아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하윤은 뼈를 갉아 먹히는 고통을 억지로 참아냈고, 잠시 후 빛이 사라지고 나서야 손을 뗄 수 있었다.

“하아…. 하아….”

가뿐 숨소리에 한수호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더듬더니 벌떡 일어났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한수호는 갑자기 몇 배는 더 흉측한 몰골로 변해버린 이하윤을 바라봤다.

이젠 진실을 보는 눈으로도 이하윤의 흉측한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였다.

그녀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미소를 보고 나서야 흉측함 속에 감춰진 진실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하윤, 너….”

“난 괜찮아. 오빠가 살아났잖아. 그럼…. 된 거야.”

이하윤은 그 말을 끝으로 풀썩 쓰러졌다.

그때 예상치 못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약탈 대상이 존재합니다. 상대의 상처를 약탈하여 관련 내성을 획득하겠습니까? YES/NO

약탈[1] 특성이 저절로 반응했다.

메시지와 함께 이하윤의 모습이 시야 속에서 붉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치 이하윤이 약탈 대상이라는 걸 알려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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