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69화 (69/375)

69화

한수호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길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어느새 양소혜와 최지혁까지 달려와서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자기 할 말만 했다.

당연히 설명은 불친절했다.

한수호는 이하윤과 함께 대한 식도락의 지하 5층에 내려갔고, 거기서 구멍을 발견. 그 구멍은 폐쇄된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끝에 던전 게이트가 존재했다. 뭐 이런 이야기였다.

여기까지는 다른 사람들도 상황을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그 뒤부터가 가관이었다.

던전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이 터를 잡고 있었고, 그곳엔 네이롤 퀸도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그 괴한이 다짜고짜 죽이려고 했고 한수호와 이하윤은 죽을뻔한 위기를 넘겨 간신히 놈을 처치했다는 것.

그리고 꽁꽁 묶여 있던 네이롤 퀸을 죽였더니 던전이 공략되어 튕겨 나왔다는 게 한수호의 설명이었다.

김재우는 물었다.

괴한의 정체가 무엇이며, 던전에서 네이롤 퀸으로 대체 뭘 하고 있었냐고.

그리고 네이롤 퀸을 포획할 정도로 강한 괴한을 단둘이서 어떻게 처치할 수 있었냐고 말이다.

그에 대한 답은 이거였다.

‘그냥요. 죽자고 덤비니까, 되던데요?’

괴한의 정체는 당연히 모르고, 뭘 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대답도 함께 나왔다.

어쨌든 이번 일로 희생자가 무려 11명이나 생긴 터라 아카데미 학생들을 현장에 계속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김재우는 학생들이 크게 다친 곳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모두 돌려보냈다. 한수호 한 명만 제외하고.

* * *

“여기냐?”

김재우의 질문에 한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와 있는 곳은 폐쇄된 지하철의 막다른 장소였다.

그곳에 있던 던전 게이트는 더 이상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수호는 그 흔적을 여전히 볼 수 있었다.

[던전의 흔적]

-잔존 포인트: 1LP

-던전의 주인, 네이롤 퀸의 소멸로 던전이 발자크에게 잡아먹혔습니다.

-발자크가 힘을 얻어 봉인의 틈새를 조금 벌리기 시작합니다.

>>틈새 간격: 5.9%

>>본인의 포인트를 사용해 틈새를 다시 봉합하겠습니까? YES/NO

던전은 사라졌지만 결국 발자크에게 또 먹혔다.

그로 인해 봉인의 틈새는 지난번보다 0.1% 더 벌어졌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프리트라는 조직이 마검사 블라칸이라는 사내를 이용해 봉인의 틈새를 크게 벌리려고 했으나, 자신의 방해로 틈새가 벌어지는 정도가 최소화 된 것으로 보였으니까.

“역시, 던전은 폐쇄됐네요.”

“저번에도 그렇고, 넌 대체 어떻게 그런 정보를 볼 수 있는 거냐?”

김재우는 한수호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역사관 테러 사건 때도 그러더니, 지금도 똑같다.

한수호는 던전의 위험도를 볼 수 있으며, 그 던전이 남긴 흔적까지 대충 살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냥요. 보니까 보이는 건데요?”

“아우. 그놈의 그냥요 좀 그만해라. 못하는 사람 바보 만드는 것도 아니고.”

“재우 형.”

한수호가 갑자기 진지하게 이름을 부르자 김재우가 눈을 반짝였다.

“그래, 뭐. 이상한 거라도 발견했냐?”

“아니요. 그게 아니라…. 혹시 블라칸이나 발자크라는 이름 알아요? 틈새라는 건요?”

“음? 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만. 근데 틈새는 무슨 틈새? 여기 어디 통로에 틈새라도 벌어졌어? 한강 물이 이쪽으로 새는 거 아니야?”

“어, 아니에요.”

김재우는 전혀 모르는 눈치.

만약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틈새를 찾는 연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수호는 뒤쪽을 돌아봤다.

자신과 이하윤이 이곳까지 오면서 처치한 네이롤들을 특무부의 마공사들이 정리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많은 네이롤들이 쌓였다는 건 던전이 생긴 게 최소 며칠은 지났다는 건데….’

그런데도 특무부나 정의국에선 이 던전의 출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회귀 전의 그 어떤 정보에도 이 지하도 속에 던전이 나타났다는 기록은 없었다.

‘이 던전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지하도 수몰 작업에 대한 내용은 있었지.’

대충 지금 있는 위치를 가늠해 보니 ‘합정역’ 근처다.

회귀 전에 합정역 근처의 폐쇄된 지하도를 폭파시켜 수몰시켰다는 뉴스가 기억에 남아 있었다.

당시 이 수몰 작업으로 지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여 시위까지 했던 일이 있기에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수몰 공사가 던전을 발자크에게 먹이로 주기 위해 위장된 거였나?’

그렇다면 던전에 대한 정보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

한수호 때문에 백윤후가 대한 식도락을 찾아왔고, 특이한 음식을 주문하는 바람에 지하 5층의 냉동고 문이 열리면서 네이롤이 튀어나왔기에 던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이 던전을 내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마검사 블라칸이 뭔가를 제대로 처리했을 테고 던전은 큰 폭발을 일으켜 발자크의 먹이가 되면서 봉인의 틈새가 더욱 크게 벌어졌으리라.

‘이프리트는 대체 뭘 하려는 거지?’

처음 듣는 이름인 이프리트.

블라칸이 살짝 흘린 말에서 유추해 보면 그들은 조직적으로 던전을 찾아다니며 뭔가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들 때문에 악몽급 게이트가 열린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회귀 전의 세상에서 지하도 수몰 공사로 위장하여 던전을 폭발시킬 정도라면 정부와도 깊은 유착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조직이라는 소리다.

“장태산. 어쨌든, 네 덕에 더 큰 희생을 막을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 내가 특무부를 대표해서 대신 감사를 표하마.”

“애꿎은 시민이 11명이나 죽었는데 무슨 감사예요.”

“네가 냉동고 문을 안 닫고 바로 여기로 뛰어들지 않았으면 11명이 아니라 수백 명이 죽었을 테니까.”

말을 하는 김재우의 표정은 진지했다.

괜히 뻘쭘해진 한수호는 코를 만지작거렸다.

“특무부 대응도 빨랐다고 들었는데요.”

“네 친구들이 빠르게 조치했더구나. 아카데미 학생들이 현장에 있어서 참 다행이었어. 그런데…. 너 갑자기 뭔 마스크냐? 잘난 얼굴에 흠집이라도 났냐?”

무거워진 분위기를 가볍게 하려고 꺼낸 말인데.

“네. 흠집 크게 났는데요.”

한수호의 대답에 헛웃음이 나왔다.

“허헛. 정말이냐? 그럼 치료부터 받아야 하는 거 아냐?”

“범위는 큰데 깊이가 얕아서 며칠 후면 없어질 거예요.”

“짜식, 그냥 긁힌 거구만?”

“아무튼요.”

한수호는 퉁명하게 대답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이제 이곳엔 더 머물 이유가 없었다.

“내일 약속 괜찮겠냐?”

그러고 보니 내일은 김재우와 함께 서울에 출현한 던전들을 돌기로 했다.

윤재희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던전을 미리 가려내자는 취지였으니 특별히 위험할 건 없었다.

“내일 던전 탐사 권한도 주는 거죠?”

“이미 권한 등록 끝났다. 증명용 카드는 내일 넘겨주려고 했지.”

“그럼 내일 꼭 챙겨와요. 아침 9시에 제가 말한 주소로요.”

한수호는 컨테이너 하우스 주소를 이미 김재우에게 넘겼다.

앞으로 만날 일이 있으면 그곳에서 보기로 했으니까.

“네가 괜찮다니 그렇게 하겠다만…. 정말 괜찮은 거 맞아?”

김재우가 보기엔 한수호의 상태가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옷은 여기저기 찢겨 있었고, 피로 보이는 붉은 얼룩이 온몸에 가득했다. 게다가 가슴 부위의 옷엔 도려낸 듯한 구멍이 뻥 뚫려 있어서 무슨 큰 사고를 당한 모습이었다.

“그 질문은 아까 위에서 하셨어야죠. 여기까지 끌고 와 놓고는 이제 와서 묻는 건 뭐래?”

“아하하. 그거야, 던전 게이트가 정말 닫혔는지 확인하는 게 너무 급하다 보니….”

“알았어요. 저 먼저 갑니다!”

“그래. 내일 보자. 조심하고.”

한수호는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가벼운 걸음으로 어둑한 지하철 통로를 뛰어갔다.

* * *

한수호는 컨테이너 하우스로 향했다.

주말인 데다가 굳이 이 꼴로 기숙사까지 가면서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가 없었기에 오늘은 여기서 묵기로 했다.

컨테이너 하우스에도 갖출 건 다 갖춰져 있었다.

침실에 주방, 거실, 샤워실까지.

게다가 언제든 갈아입을 수 있는 옷들도 미리 준비해 둔 상태였다.

하우스에 도착한 그는 걸레짝이나 다름없게 된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샤워실로 직행했다.

깨끗이 샤워를 마친 후 폰을 켜니 그사이 양소혜와 최지혁의 연락이 여러 개 쌓여 있었다.

‘야밤에 잠 안 자고 뭐 하는데?’

벌써 자정에 가까운 시각.

상황 설명은 아까 충분히 해 줬기 때문에 지금 연락해봐야 귀찮아질 것 같아 그냥 씹었다.

그런데 의외의 연락이 하나 있었다.

‘이하윤?’

‘칙톡’으로 이하윤의 메시지가 와 있는 게 보였다.

‘내가 번호를 준 적이 있던가?’

암만 생각해도 폰 번호를 주지 않았다.

그렇다면 양소혜나 최지혁을 통해 번호를 알아낸 것이리라.

‘하여튼, 입이 싼 놈들이라니까.’

친구들을 향해 가벼운 욕을 날린 한수호는 이하윤의 메시지를 확인해 봤다.

이하윤>>오빠가 한 거 맞지?

밑도 끝도 없는 질문.

하지만 그게 뭘 물어보는 것인지 금방 이해했다.

정신을 잃었다가 일어났더니 기숙사 방에 와 있고, 얼굴의 흉터까지 상당히 호전되어 있어 꽤나 놀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이 한수호라는 걸 깨달았을 터.

‘눈치는 빠르네.’

구구절절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길게 말하지 않고 짧게 필요한 말만 하는 건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답변을 보내는 건 관두기로 했다.

‘내가 인정하는 것도 너무 우습잖아.’

‘어, 나 맞아.’라고 대답하려니 손발이 오글거렸다.

이럴 땐, 그냥 대답하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한수호는 내일 아침 6시에 폰이 자동으로 켜지며 알람을 울리게 설정했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번에 얻은 주머니를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전투 영역 전개.’

한수호는 마나력을 끌어올려 전투 영역을 발동시켰다.

슈우우우욱

주변 풍경이 어딘가로 빨려가는 듯하더니 어느새 백색의 세상에 들어와 있었다.

‘아, 씨. 깜빡하고 소파까지 가져왔네.’

전투 영역을 전개하면 그 순간 한수호가 접촉한 것은 뭐든 함께 이곳으로 빨려온다.

새하얀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갈색 소파를 한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는 그걸 질질 끌고 공사가 한창인 곳으로 이동했다.

한쪽에 소파를 놓아두고 커다란 구덩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월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공사에 한창이었다.

“잘되고 있지?”

한수호의 목소리에 월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으로 말했다.

[아크로 관련 서적은?]

“준비했지. 지금은 안 가져왔고, 내일 가져올게.”

[알았다.]

월은 다시 공사를 재개했다.

“그래. 열심히 해라.”

어차피 지금은 월하고 전투 훈련을 할 것도 아니라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전투는 이미 지겨울 정도로 했으니까.

“어디 보자….”

한수호는 나중에 집이 완성되면 방안에 두려고 미리 준비해 둔 큼직한 침대 위에 폴짝 뛰어올랐다.

전투 영역 안에서는 물건들을 그냥 이렇게 아무 데나 방치해 놓고 사용하지 않아도 먼지가 쌓일 일이 없다.

깨끗한 상태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먼지가 풀풀 날릴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침대에 앉은 그는 아공간 주머니 두 개를 꺼내놓고, 그중 블라칸에게서 얻은 주머니 안에 들어 있던 물건들을 죄다 끄집어냈다.

블라칸의 아공간 주머니는 보관 가능한 코스트 수치가 25로, 크기가 작았다.

그래서 안에 든 물건도 별거 없었다.

체력증강용 포션 하나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화분 하나가 다였다.

포션은 바로 대형 아공간 주머니에 옮겨 넣었고, 화분을 두 손으로 들어 살폈다.

[소원의 묘목]

-코스트: 18

-매일같이 소원의 열매를 맺습니다.

-열매를 섭취하면 소원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소원은 비물질적인 것만 가능합니다.

뭔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설명이었다.

‘매일같이 열매를 섭취해서 소원을 성취한다? 이게 말이 되나?’

언뜻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열매를 먹어보면 되기에 묘목도 잘 챙겨 넣었다.

지금은 열매가 없는 것으로 보아 오늘의 열매는 브라칸이 이미 따먹은 듯했다.

‘이 주머니는 어쩐다?’

블라칸의 비밀 서랍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주머니는 코스트 수납 수치도 작았고, 파기해서 얻을 수 있는 LP도 5천밖에 안 된다.

‘이건 나중에 필요할 때 쓰지 뭐.’

일단은 소용량 주머니도 대용량 주머니 속에 넣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불가능했다.

코스트 25만큼의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소용량 주머니의 자체 코스트 또한 25라서 더는 넣을 수가 없었다.

‘어우. 일단 작은 물건들부터 처리해야겠는데?’

한수호는 소용량 주머니 안에 포션류를 모두 담은 뒤, 그걸 다시 대용량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이번엔 다행히 들어가졌다.

대용량 주머니의 코스트는 88까지 차 있는 상태.

그 안에 담긴 물건은 이랬다.

코스트 21의 암즈, 16짜리 유엽비도, 8짜리 액자 하나, 18짜리 소원의 묘목, 그리고 25짜리의 작은 아공간 주머니까지.

여유 코스트가 12밖에 안 남으니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

‘앞으로는 쌓아두지만 말고 필요 없는 건 얼른 치워야겠는데?’

그게 아니면 대용량 주머니의 코스트를 확장시켜야 했다.

하지만 코스트 확장에는 엄청난 LP가 필요했으니 아직은 요원한 일이었다.

한수호는 입맛을 다시며 특성석을 들어 올렸다.

>>특성을 흡수하고 포인트를 획득하겠습니까? YES/NO

곧바로 흡수 여부를 묻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 특성석에 새겨진 특성은 ‘쇄혼’.

더불어 이 특성을 흡수하면 LP까지 6천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흡수하자.’

고민할 이유가 없으니 바로 YES를 선택했다.

그 즉시로 검은 특성석이 빛을 뿜어내면서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새겨지더니, 퍼석 하고 깨져나갔다.

동시에 글자들이 한수호의 몸으로 스며들었고 고양감이 가득 느껴졌다.

살짝 공중으로 떠올랐던 한수호의 몸이 다시 침대 위로 내려앉았을 때, 전과 다름없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특성을 획득합니다.

>>특성: 쇄혼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획득 포인트: 6,000LP

드디어 다섯 번째 특성을 얻어냈다.

한수호는 잠시 심호흡하며 고양감을 갈무리하고는 곧바로 쇄혼 특성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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