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70화 (70/375)

70화

[특성: 쇄혼]

-신체의 특정 부위에 쇄혼의 힘을 불어넣으면 피부가 붉게 물들며, 10분 동안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마나력에 비례하여 위력과 색이 강해집니다.

-효과: 순간 파괴력이 30% 증가하며, 타격점을 중심으로 반경 5미터에 광역 충격파를 발생시킵니다.

-쿨타임 20분

정보를 본 순간 느껴진 감정은 ‘심봤다.’였다.

남들처럼 강력한 공격 특성 하나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심 바라고 있었는데, 쇄혼이 바로 딱 원하는 류의 특성이었다.

파괴력 30% 증가에 반경 5미터라는 엄청난 범위로 충격파를 가할 수 있는 광역 타격기.

한수호는 바로 쇄혼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근데 특정 신체 부위가 어디까지 적용이 되는 거려나?’

일단은 오른팔을 걷어 올리고 손에 마나력을 집중시키며 특성을 사용했다. 순간.

파캉-.

눈앞에서 빛이 번적하더니 손끝부터 팔꿈치까지가 빨갛게 변해버렸다.

열화기나 얼음불을 사용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피부는 그대로고 그 위를 화염이 뒤덮어 활활 불타는 모습이 아니라, 피부 자체가 고열에 달궈진 쇠처럼 새빨개진 것이다.

하지만 열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수호는 침대에서 내려와 가까이에 있는 벽돌 하나를 슬쩍 잡아봤다.

퍼석

벽돌이 곧장 가루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살짝 잡았는데도?’

힘 조절이 쉽지 않았다.

이번엔 바닥에 놓인 철근을 잡았다. 최대한 힘을 줄여서 쥐었음에도 철근에 손자국이 꾹 남는다.

그 상태로 살짝 힘을 더 주었더니 철근이 뚝 부러졌다.

“허….”

기가 막히다.

이왕 시작한 거 확실히 해볼 생각으로, 굴삭기 쪽으로 다가갔다.

소형 굴삭기이긴 해도 무게가 1톤이나 나가며 외장갑 두께도 상당해서 웬만한 충격에는 흠집도 잘 나지 않는다.

한수호는 굴삭기 측면에 붙어 서서는 주먹을 가볍게 질러봤다.

터엉.

콰드드득.

가벼운 한 방에 1톤의 굴삭기가 5미터나 밀려났다.

“와우.”

이건 그냥 흉기다.

힘 조절을 제대로 못 하면 자칫 엄한 사람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를 정도로 흉악한 무기.

‘이걸 머리나 발로도 쓸 수 있다는 거잖아?’

쇄혼의 쿨타임은 불과 20분.

한수호는 10분 동안 쇄혼을 두른 손으로 힘 조절을 위한 연습을 반복했고, 추가로 10분을 더 기다렸다가 쿨타임이 돌자 이번엔 발에다 쇄혼을 주입했다.

파캉-

바지를 걷어 올려보니 딱 무릎까지가 새빨갛게 변했다.

그 상태로 가볍게 발을 굴렀다.

콰득

바닥이 무슨 두부처럼 으스러지며 50센티나 푹 파고들었다.

쇄혼이 둘려진 발의 사용법은 손보다 배는 더 어려웠다.

가벼운 돌려차기 한 번에 H빔이 기역자 모양으로 꺾였고, 뛰어오르려고 발을 구르면 다리가 그냥 바닥에 꽂혔다.

그래서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더욱 조심해야 했다.

그렇게 쇄혼을 두 번 쓰고 나니 전투 영역 사용 시간이 거의 다 됐다.

한수호는 당분간은 이 쇄혼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기로 마음먹고는 월에게 인사를 건넸다.

“나 간다. 내일 다시 올 때는 책 꼭 가져올게.”

[알겠다.]

저놈의 말버릇 좀 언제 날 잡아서 고쳐야 하는데….

한수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전투 영역 밖으로 나왔다.

시간을 보니 벌써 새벽 12시 37분.

그냥 잘까 하다가 문뜩 떠오른 것이 있었다.

부모님이 다른 친구분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한수호는 그 사진이 끼워진 액자의 잠금장치를 풀고자 했다.

이번에 운이 좋아 던전에서 3만5천 LP를 얻었고, 특성석을 흡수하면서 6천 LP를 추가로 얻었다.

그 덕에 총 LP는 64,860이나 된다.

전에 확인했을 때, 액자의 잠금장치에 관련된 마나회로를 변경하려고 하니 최소 5만 LP가 필요했었다.

그 조건이 지금 충족되었기에 잘하면 잠금장치를 풀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한수호는 액자를 꺼내 들었다.

[비밀의 상자]

-코스트: 8

-비밀스러운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특별한 보관함입니다.

-특수 보호마법이 걸려 있어 절대 파괴할 수 없습니다.

왠지 부모님이 숨겨 놓은 비밀이 이 안에 담겨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가면인들이 왜 우리 가족을 죽이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한수호는 포인트를 이 상자 여는 데에 사용하는 것을 조금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에 결정을 내린 그는 개조 특성을 이용해 ‘비밀스러운’이라는 문구를 ‘비밀스럽지 않은’으로 변경시켰다.

>>수정된 사항을 저장하겠습니까? 저장에는 50,000LP가 소비됩니다. YES/NO

이걸 변경한다고 바로 잠금이 풀리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잠금을 풀 방법 정도는 찾을 수 있게 되리라.

한수호는 YES를 선택했다.

그 즉시 액자가 묘한 빛을 발산하는 듯하더니, 이내 사그라들었다.

그때였다.

액자 위에 끼워진 15명의 단체 사진 속 인물 중 몇몇의 얼굴 위로 홀로그램 같은 버튼이 떠오른 것은.

그 수는 일곱.

마치 그 버튼을 눌러보라는 듯 떠오른 홀로그램에 한수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래도 이게 이 비밀의 상자를 열 수 있는 방법인 모양이었다.

한수호는 버튼이 떠오른 일곱 명의 얼굴을 살폈다.

아버지 한철형과 어머니 이태희의 얼굴을 포함해 송혁과 유대룡의 얼굴에도 버튼이 떴다.

다른 세 명의 얼굴 주인이 누구인지는 한수호도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의 얼굴 위로 버튼이 떠올랐으니 눌러보기로 했다.

손가락으로 버튼들을 누르자 얼굴이 액자 아래로 푹 꺼져 든다.

그렇게 7개의 버튼을 모두 눌렀을 때,

달칵

뭔가가 풀리는 소리가 나더니 액자 상판이 위로 살짝 들렸다.

뚜껑처럼 된 상판을 들어 올리자 그 안에 몇 가지 물건이 보였다.

곱게 접힌 편지 하나와 기이한 모양의 검은색 팔찌 하나, 그리고 피처럼 붉은 구슬이었다.

한수호는 그 물건들을 꺼내놓으며 습관처럼 정보를 살폈다.

편지엔 아무런 내용이 뜨지 않았지만, 팔찌와 구슬엔 정보가 나타났다.

놀랍게도 팔찌와 구슬엔 이미 코스트가 부여되어 있었던 것.

[용마검]

-코스트: 123

-발자크가 아스루나에 뿌린 7대 마화기 중 하나입니다.

-용마검의 봉인을 풀면, 용의 박동 호흡법과 용형 4식, 그리고 고통 내성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주의: 정신력이 약한 자가 사용할 경우, 마화기에 먹힐 수 있으니 사용을 금합니다.

[염마갑의 코어(S)]

-코스트: 51

-보유 마나량: 634

-발자크가 아스루나에 뿌린 7대 마화기 중 하나인 염마갑에 끼우는 마나코어입니다.

-이 코어를 염마갑에 끼워야 제 기능이 발휘됩니다.

-주의: 불 내성이 약한 자가 사용할 경우, 신체가 용해될 수 있으니 사용을 금합니다.

정보를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칠흑처럼 어두운 드래곤이 반은 붉고, 반은 푸른 구슬을 물고 있는 형상의 팔찌인데, 용마검이라는 이름을 지녔으며 코스트가 무려 123이나 된다.

이는 전설의 무기인 로크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높은 수치.

게다가 드래곤의 두 눈에는 태양과 달의 모양이 각각 새겨져 있어 굉장히 위압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용마검과 코어의 정보상에 발자크라는 이름이 다시 나왔다.

내용으로 보건대 이와 유사한 무기가 7개나 있는 모양.

염마갑의 코어라는 것도 그런 무기 중 하나에 끼워야 하는 부품인 듯했다. 그런데 등급 표시가 무려 S급이다.

회귀 전의 한수호도 아직 본 적이 없는 등급이었다.

코어에 축적되어 있는 마나량은 무려 634.

궁급 초반의 마공사에 해당하는 엄청난 마나량이었다.

‘이런 게 왜 여기에….?’

한수호는 두 물건을 일단 두고, 편지를 열어봤다.

무척이나 오래된 것 같은 그 편지는 아버지, 한철형이 일기장처럼 기록을 남긴 것이었다.

-그날, 우리가 아스루나의 대신전에 들어간 건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발자크의 무력 아래 완전히 멸망한 세상이기에 더 이상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단순히 우리의 착각이었다. 발자크는 여전히 존재했으며, 지금도 봉인을 풀기 위해 인간의 악한 본성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게다가 대신전에서 얻은 7대 마화기는 인간의 힘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아스루나의 7영웅이 마화기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왕으로 타락했듯이, 그것을 얻은 우리 또한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이 뻔하다. 나는 두렵다. 나와 내 아내가 마화기에 물들어 세상의 멸망을 위해 검을 휘두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무섭다. 그렇기에 이곳에 용마검을 봉인한다. 그 어떤 힘으로도 마화기를 없애는 건 불가능하기에 봉인만이 최선이다.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가는 일 없이, 부디 이 비밀의 상자가 영원히 숨겨지기를 바란다.

한철형의 일기엔 놀라운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발자크가 뉴에르다의 세계, 즉 아스루나를 멸망시킨 장본인이며, 이 마화기라는 것은 그 발자크의 뜻을 따르는 7대 마왕을 만들어 내는 무서운 무기라는 것.

한철형은 이 마화기로 인해 또다시 마왕이 재림하는 걸 두려워했다. 그래서 이 상자에 봉인했던 것이고.

일기는 한 장이 더 있었다.

한수호는 그 일기도 마저 읽었다.

-누군가 발자크가 봉인된 심연의 틈새를 벌리려고 한다. 그 틈새가 완전히 벌어지면 발자크는 지구에 재림할 것이고, 세상은 아스루나와 똑같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되리라. 그 계획을 실행하려는 자는 분명 우리 중 하나다. 7대 마화기를 모두 회수해 마왕을 탄생시키는 것도 놈의 목적 중 하나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에겐 힘이 부족하다. 우리의 힘만으로는 그자의 야욕을 막을 수가 없다. 우리가 얻은 7대 마화기가 놈의 손에 들어가는 일은 절대 벌어져선 안 된다. 그래서 마화기를 이용해 함정을 파기로 했다. 내 가족, 내 아이들의 목숨까지 담보로 한 피눈물 나는 함정을…. 세상의 멸망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다. 놈을, 놈이 이끌고 있는 이프리트를 처단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리라. 그래도 만약을 위해 염마갑의 코어는 용마검과 함께 숨길 것이다. 모든 것이 잘못될 경우를 대비해 누구도 찾을 수 없도록.

이제야 실마리가 잡혔다.

한철형은 누군가가 가족을 노리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바로 이프리트를 이끄는 수장이리라.

그리고 놈들이 가족을 노렸던 건 아마도 이 용마검과 염마갑이라는 마화기일 것이다.

한철형은 말했다.

놈이 우리 중 하나라고.

그 말은 곧, 이 단체 사진 속에 있는 15명의 인물 중에 이프리트를 이끄는 자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 상자를 여는 버튼 7개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대신전에서 7대 마화기를 얻은 인물들이 분명했다.

‘아버지….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구하자고 가족의 목숨마저 담보로 내걸었던 거였습니까?’

한수호는 한철형이 원망스러웠다.

그가 생각했던 만약의 상황은 실제로 벌어졌고, 그로 인해 가족은 파탄 났다.

발자크의 봉인을 풀려는 자가 모든 일의 흉수겠지만, 한철형 그 자신에게도 가족을 위험 속에 끌어들인 책임이 있었다.

아무리 세상을 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도 가족의 희생을 발판으로 삼는다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아버지의 판단은 틀렸습니다…. 세상을 구하기에 앞서 가족부터 챙겼어야 합니다!’

한수호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한철형을 향해 원망의 감정을 쏟아냈다.

주먹을 꽉 쥔 채, 한철형이 대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끊임없이 되물었다.

그토록 자상했던 아버지가.

가족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던 한철형이.

대체 왜?

무슨 이유로 그런 위험한 일에 가족을 끌어들였단 말인가.

아무리 세상을 멸망에서 구한다는 고귀한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한수호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이쯤에서 정리해야 했다.

지금은 원망이 아니라 그렇게 만든 원흉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할 방법을 찾을 때였다.

‘이들 중 누굴까?’

한수호는 단체 사진을 자세히 살폈다.

흉수는 사진 속의 인물 중 한 명임이 분명했고, 그자가 바로 이프리트를 이끄는 수장이다.

한수호는 과거의 기억을 되새겼다.

그리고 한철형이 죽던 그날 밤, 이태희가 손에 착용하고 있던 이상한 장갑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확실히 신기한 빛을 내는 장갑이었지.’

이태희는 그날 자식들 앞에서 얇고 신축성이 매우 좋은 반손가락 장갑을 펼쳐 보이며, 그걸로 불꽃 마술을 보여줬었다.

불꽃이 일 때마다 검은색 장갑의 표면에 기이한 문양이 빛을 발했던 걸 한수호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게 염마갑이었군.’

코어가 빠진 염마갑.

이태희는 그걸 착용한 채로 가족 여행에 올랐던 것이고, 그걸 노린 적들의 손에 결국 사단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만약 한철형과 이태희가 그런 상황을 예측하고 함정을 판 것이라면, 분명 그 상황을 벗어날 방법도 준비해 뒀을 게 틀림없다.

일기의 내용 중, 우리라는 말이 계속 언급되는 걸로 보아 부모님과 뜻을 함께하는 인물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어째서 그날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던 걸까?

회귀 전에는 늦긴 했어도 유대룡이 나타났고 한수호를 구출했었다.

그런데 이번 삶에서는 스승 부부가 한수호를 구했고, 어머니와 형제들 또한 다른 누군가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했다.

스승 부부가 말하길, 유대룡은 뒤늦게 현장에 도착해 한철형의 시신을 보고 울분을 토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유대룡이 가족을 구한 건 아니라는 말이다.

‘그날 가족을 구출한 사람이 부모님의 동료라는 말인데…’

그렇게 보는 것이 가장 타당했다.

그렇다면 그를 찾아야 했다.

그를 찾으면 누가 범인이며, 누가 이프리트를 이끄는 자인지 밝혀낼 수 있었다.

‘…. 누굴까?’

한수호는 사진 속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눈에 새겨넣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정글 숲에 위치한 대신전.

그리고 그 앞에서 해맑은 웃음을 그리며 사진을 찍은 15명의 인물.

범인은 부모님을 제외한 13명 중 하나다.

아니, 어쩌면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진 속에 있는 이상 누구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사자도왕 송혁도, 어쩌면 특무부의 유대룡 조차도 의심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반드시 찾아낸다!’

한수호는 미리 사두었던 초소형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단체 사진을 촬영한 뒤, 그 사진을 편집해 13명의 얼굴만 떼어낸 이미지 파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지운 배경 사진도 따로 하나 만들어 그걸 모두 랩톱에 옮겨 담았다.

한수호는 이 이미지들을 사기환에게 보내서 그 인물들이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 배경 속의 대신전이 있는 게이트는 어디인지를 알아낼 생각이었다.

‘기환이 형의 정보수집 특성이면 분명 알아낼 수 있을 거야.’

폰으로 보내면 손쉽겠지만 지금 그의 공법폰에는 해킹 방지용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어서 꺼림칙했다.

그래서 랩톱을 이용해 메일로 사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한수호는 사기환의 이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13명의 얼굴을 각각 분리한 사진들과 대신전의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첨부했다.

그리고 메일 내용엔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확인해서 알려달라는 부탁의 말을 담았다. 물론, 그 결과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유지해 줄 것도 함께 당부했다.

‘나도 그냥 있을 수는 없지.’

한수호는 김재우와의 인맥을 이용해 유명 인사들에 대한 모든 사진 자료를 부탁하기로 했다.

특무부를 비롯해 정의국과 대한맹, 그리고 황도13궁과 새한교에 관련된 모든 인물의 자료가 필요했다.

맨입으로 달라고 하면 부담스러워할 테니 내일 던전 위험도를 분석할 때, 구미가 당길 만한 던전 정보를 주면서 거래하기로 했다.

‘후…. 그나저나 이건 어쩐다?’

부모의 유품이나 마찬가지인 용마검 팔찌와 염마갑의 코어.

7대 마화기라 불리는 데다가 사용 시엔 발자크를 따르는 마왕으로 타락할 수도 있는 물건이니 가지고 다니는 건 위험했다.

그렇다고 대충 아무 데나 숨겨둘 수도 없는 상황.

일단은 아공간 주머니에 조심히 담아놓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코스트가 너무 높다.

용마검 팔찌는 123이라 주머니를 모두 비워도 넣을 수가 없었고, 코어도 51이나 되니 여유 코스트를 한참이나 넘어선다.

‘잠깐. 이게 액자 속에 있을 땐 코스트가 8이었잖아?’

그러고 보니 이걸 모두 담고 있던 액자의 코스트는 고작 8이었다.

한수호는 바로 팔찌와 코어를 다시 액자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 상태로 주머니에 넣으려고 하니,

>>코스트 오버로 수납이 불가능합니다.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뭔가 이상해서 액자의 코스트를 다시 확인해 봤다.

[용마검의 팔찌와 염마갑의 코어가 들어있는 상자]

-코스트: 174

-비밀스럽지 않은 잠금장치가 되어 있는 특별한 보관함입니다.

-특수 보호마법이 걸려있어 절대 파괴할 수 없습니다.

상자의 코스트가 바뀌었다.

‘좋다 말았네.’

상자 속에 든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된 순간부터 이 상자는 단순한 비밀 상자가 아니게 된 것이다.

즉, 한수호가 아직 코스트를 확인하지 않은 물건이 담긴 상자라면 상자 자체가 지닌 낮은 코스트만 확인되지만, 내용물의 코스트가 확인되면 그 코스트가 저절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래서야 이 중요한 물건들을 그냥 몸에 지니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용마검 팔찌는 어쩔 수 없지만 염마갑의 코어는 넣어놔야겠어.’

코어는 크기도 작아서 쉽게 분실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대용량 주머니를 다시금 정리했다.

암즈와 유엽비도만 남기고 나머진 다 뺐다. 그러자 63의 여유 코스트가 생겼고, 거기에 코어를 넣었다.

소용량 주머니엔 묘목을 넣고 포션을 전부 빼서 평범한 가방에 담았다.

가장 중요한 용마검 팔찌는 함부로 가지고 다닐 수가 없으니 전투 영역에 넣어놓고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로 했다.

‘후…. 이제 잠 좀 자자.’

새벽 1시가 넘어 2시가 다 됐다.

아침 일찍 기숙사에 들렀다가 일일 미션을 처리하고 김재우를 만날 준비까지 하려면 빨리 수면에 들어야 했다.

곧장 침대에 누운 한수호는 잠을 청했지만 어째선지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한철형이 남긴 일기가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발자크와 7대 마화기. 그리고 단체 사진 속에 있을 이프리트의 수장이자 부모님을 배신한 자.

그동안 가족의 죽음에 얽힌 어떠한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는데, 이제야 실마리를 찾았다.

회귀 전의 17년과 회귀 후의 10년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이제야 결실을 맺은 기분이었다.

‘누가 됐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한수호는 그렇게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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