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부르릉. 끼익-
김재우의 차가 멈춰 선 곳은 명동의 골목길 앞이었다.
한때는 패션의 거리라고 불리며, 수많은 의류 매장이 밀집해 있기도 했던 곳, 명동.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죽어버린 상권이 되어 의류매장은커녕 제대로 된 식당조차 자리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곳에 발생한 게이트 때문이었다.
비록 9급이고, 던전으로 이어진 게이트이긴 했지만 이곳에 게이트가 발생하게 되면서 그나마 존재하고 있던 상권마저 완전히 박살이 나고 말았던 것.
한수호와 김재우는 그런 명동의 한 골목길 안으로 빠르게 진입했다.
골목 안으로 20여 미터를 들어가자 조금 넓은 길거리가 나왔는데, 그곳 중앙에 소규모의 군부대가 모래주머니로 된 참호를 만들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들을 지나가자 경계병이 두 사람을 멈춰 세웠다.
“어디서 오신 분들입니까?”
군인은 크게 경계하지도 않고 손을 내밀기만 했다.
“특무부 요원, 김재우라고 합니다.”
김재우는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 보여줬다.
“뒤에 있는 학생은….”
“던전 탐사 보조원이요.”
한수호가 꺼내 든 것도 신분증같이 생긴 카드였다.
거기엔 한수호의 사진과 이름, 간단한 이력 사항이 기록되어 있었으며 특무부 전산시스템과 연결되어 신분 증명이 가능했다.
한수호는 얼굴을 거의 가리다시피 한 짙은 갈색의 후드를 벗고, 마스크까지 벗었다.
얼굴이 드러나자 경계병이 흠칫하더니 신분 카드와 한수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봤다.
동일 인물은 맞지만 신분 카드상의 얼굴은 머리도 지저분하고 표정도 어두워 실물과 큰 차이가 느껴진 것이다.
“크흠. 신분 확인은 끝났습니다. 그런데 주말에 명동 던전엔 어쩐 일이신지?”
경계병은 두 사람의 신분 카드를 빠르게 스캔해 보고는 문제없음을 확인했다.
“안전도 확인 때문에요. 요즘 뒤숭숭한 일들이 좀 많아서.”
김재우의 말에 경계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비켜섰다. 그러자 주변에서 이들을 향해 각종 화기를 겨누고 있던 군인들이 다시 평소의 상태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초소를 통과하니 20피트 규격의 컨테이너가 나타났다.
그곳에도 두 명의 군인이 있었고, 그들은 바로 컨테이너 입구를 열어주었다.
안은 다소 어두웠지만 방폭등이 설치되어 있어 사물을 분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20피트짜리의 작은 컨테이너라서 바로 맞은편 벽이 보였는데, 그곳에 반짝이는 빛에 둘러싸인 게이트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더 가까이 가서 봐야 하냐?”
“네. 일단 들어가 보죠.”
두 사람은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섰다.
한수호는 게이트 앞에 가까이 다가서서 개조 특성을 이용해 정보를 살피기 시작했다.
[9급 던전 ‘고요의 개미굴’]
-보유 포인트: 7,000LP
-위험도: ★☆☆☆☆☆☆☆☆☆
-아스루나 대륙의 9급 몬스터 황색 개미의 보금자리입니다.
-개미굴 내에 존재하는 쉘터를 모두 작동시키면 특별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쉘터 원위치까지 남은 시간: [00:06:51:18]
-발자크가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포인트를 흡수하면 던전의 위험도가 상승하여 클리어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포인트를 흡수하겠습니까? YES/NO
위험도가 낮아서인지 발자크의 관심도 없고, 마나 폭발이 진행 중이라는 내용도 없다.
“이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가 황색 개미죠?”
“미리 공부라도 하고 왔냐? 잘 아네. 9급 던전이긴 해도 조건만 잘 맞추면 쓸만한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어서 인기가 좋아. 근데 지금은 들어가 봐야 보상이 없을걸?”
“왜요?”
“어디 보자…. 어, 그래. 여기 기록을 보니까, 7시간은 지나야 보상 작업이 가능하겠구만.”
김재우는 게이트 옆에 부착된 작은 단말기를 확인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7시간이면, 쉘터 원위치까지 남은 시간하고 거의 맞아떨어지네.’
정보에 나온 시간은 6시간 51분 정도.
“던전은 어떤 한 팀이 들어가서 보상을 획득하면 일정 시간 동안 보상이 잠기지. 이 던전은 그 시간이 8시간이야. 그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들어가 봐야 얻을 게 없다는 소리고.”
김재우의 설명에 한수호는 바로 이해했다.
“일단 적으세요. 9급 명동 던전, 위험도는 1.”
“1? 그거 확실한 거지?”
“네. 아니요. 잠깐만요.”
한수호는 뭔가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말을 바꿨다.
“뭔데, 또?”
“위험도 측정 다시 해 볼게요.”
한수호는 괜히 말을 돌리고는 던전 정보 하단에 나온 문구에 주목했다.
>>포인트를 흡수하면 던전의 위험도가 상승하여 클리어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포인트를 흡수하겠습니까? YES/NO
포인트 흡수.
위험도가 상승하긴 하겠지만 어차피 별 하나 수준이라 큰 영향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던전을 클리어하지 않고서도 포인트 흡수가 가능하니 충분히 해볼 만했다.
‘설마 흡수 한 번에 위험도가 갑자기 확 치솟거나, 마나 폭발이 시작되는 건 아니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
“혹시요. 이상한 일이 발생하면 바로 저랑 같이 던전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이상한 일?”
“아무튼요.”
한수호는 일단 마음의 준비를 하고 눈앞에 떠 있는 던전 정보 중 포인트 흡수 관련 문구를 노려봤다.
‘여기서 YES를 선택하면….?’
YES를 선택한 그 순간이었다.
기존의 정보가 사라지더니 새로운 문구가 등장했다.
>>포인트 흡수 시, 던전의 위험도가 상승합니다.
>>예상 위험도: ★☆☆☆☆☆☆☆☆☆ =>★★☆☆☆☆☆☆☆☆
>>클리어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위험도가 상승하면 발자크의 관심을 끌기 시작합니다.
>>현재까지는 관심 밖입니다.
>>포인트 흡수를 실행하겠습니까? YES/NO
다행스럽게도 포인트 흡수에 앞서 좀 더 자세한 정보 확인이 가능했다.
이 정보대로라면 던전 포인트 7천을 흡수한다고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좋아. 바로 실행이다.’
한수호는 YES를 한 번 더 선택했다.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획득 포인트: 7,000LP
>>위험도가 상승하였습니다.
>>던전에 포인트가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29:23:59:57]
>>포인트 축적이 끝나면 포인트 재흡수가 가능합니다.
포인트는 조용히 한수호에게 흡수되었다. 그런데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포인트가 사라진 던전에 포인트 축적이 시작되었고, 정확히 30일이 지나면 다시 포인트를 흡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때 또 흡수하면 위험도는 3성으로 오르겠지.’
어쩌면 3성부터는 발자크의 관심까지 끌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직까진 괜찮다.
서울만 해도 이런 9급, 8급 던전은 수두룩했고 거기서 이런 식으로 포인트를 빼먹기만 해도 엄청난 양이 될 테니까.
‘던전을 굳이 클리어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위험도가 높고, 발자크가 관심을 갖는 던전만 클리어해서 폐쇄하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았다.
“재우 형. 여기 위험도 2예요.”
“뭐야? 왜 갑자기 위험도가 올랐어?”
이런 내막을 전혀 모르는 김재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한수호를 바라봤다.
“아깐 제가 위험도 측정을 잘못했어요. 지금이 진짜예요.”
“아, 그래? 위험도 2면, 높은 거냐?”
“아니요. 적어도 3? 아니면 4 정도는 돼야 위험하다고 보면 돼요.”
“알았다. 일단 여긴 위험도 2로 표시해 두마. 던전엔 들어갈 필요 없는 거지?”
“네. 나중에 혹시라도 던전이 잠기는 시간이 8시간보다 더 늘어난다거나 하면 말씀해 주세요. 그땐 다시 와서 점검해 봐야 하니까요.”
“오케이. 그럼 다음 던전으로 가 볼까?”
김재우와 한수호는 바로 명동 던전을 벗어났다.
다음 목표는 서울대 던전.
그곳도 9급 던전이었으니 한수호에겐 포인트를 늘릴 절호의 기회를 제공할 터였다.
* * *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획득 포인트: 18,000LP
>>위험도가 상승하였습니다.
>>던전에 포인트가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29:23:59:58]
>>포인트 축적이 끝나면 포인트 재흡수가 가능합니다.
다섯 번째 던전에서 1만8천 LP를 얻은 덕에 총 LP는 이제 6만을 넘었다.
그저 던전을 돌며 정보창에 나온 포인트만 흡수한 결과로는 대단한 성과였다.
물론 그로 인해 4개의 던전은 위험도가 2성으로 상승했고, 방금 이 8급 던전은 위험도가 3성까지 올랐지만 아직까진 발자크의 관심을 끌게 된 던전은 없었다.
‘한 번 포인트를 흡수하면 다시 흡수하기까지 딱 30일이 필요하다는 거군.’
이건 쓸만한 정보였다.
명동 던전을 시작으로 서울대 던전, 이태원 던전, 서울역 던전에 이은 남산 던전까지.
한수호는 김재우와 함께 오전, 오후 내내 던전을 돌았고, 총 4만7천의 LP를 획득할 수 있었다.
“여긴 위험도 3이에요.”
“좀 높은데? 여긴 재희가 한 달에 한 번은 꼭 찾아오는 던전이라 특히 조심해야 한다.”
“아직까진 괜찮아요. 오늘은 여기까진가요?”
하루 종일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더니 별로 한 일도 없이 피곤하다.
게다가 어젯밤에 사기환에게 보낸 메일에 대한 결과도 확인해 봐야 했고, 전투 영역에 들어가 월에게 책도 전달해야 했기에 빨리 귀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 일단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자. 첫날부터 고생 많았는데, 저녁은 내가 내마.”
김재우는 한수호의 바쁜 마음을 모르고 저녁까지 함께할 생각이었다.
“밥은 나중에 쏴요. 형도 어제 그 사건 때문에 바쁠 텐데 가보셔야죠. 보니까 계속 전화 오던데요, 뭐.”
“하하하. 내가 워낙 인재다 보니까 사방팔방에서 찾는 사람이 좀 많네? 그래도 밥 먹을 시간 정도는 뺄 수 있는데….”
“아니에요. 그냥 학교까지만 데려다줘요.”
“그래, 뭐.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김재우는 차에 한수호를 태우고 바로 아카데미로 향했다.
가는 도중 김재우는 한수호에게 이것저것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리 강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는지, 던전의 위험도를 알아보는 능력은 또 어떻게 생겨난 건지, 아카데미 졸업 후 마공 특무부에 들어올 생각은 없는지 등의 질문이었다.
한수호는 이에 대해 최대한 성의 있는 대답을 해 주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정확히 어떤 능력이 있고, 그걸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표면적인. 조금만 조사해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만 알려줬을 뿐이었다.
아카데미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한수호는 조심스레 한 가지 정보를 흘리기로 했다.
그건 바로 윤재희에 대한 것.
그녀가 8월 초에 공항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킨다는 건 말할 수 없으니, 그녀가 폭탄 테러로 마나 폭발을 유도하려는 게이트의 존재를 미리 찾아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생각이었다.
“저기, 재우 형.”
“어, 왜?”
“인천공항엔 특무부나 정의국 요원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나요?”
“인천공항? 거기야 당연히 1급 보호구역에 해당하니 늘 충분한 인력이 배치되어 있지. 혹시라도 사대광마나 황도13궁의 악도들이 사건을 일으키지 못하게 말이야.”
“게이트나 던전의 위험은 없고요?”
“흠. 사실 나도 그 부분이 가장 걱정이긴 해. 알다시피 게이트는 인구 유동이 큰 장소 위주로 발생하니까 인천공항도 절대 예외일 수가 없거든. 지금까진 다행히 별일 없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는 장담을 못하잖냐.”
김재우도 인천공항에 게이트나 던전이 발생했을 때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 게이트 발생을 대비한 사전 탐색이 잘 이뤄지고 있겠네요?”
“하…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아요. 저 윗분들은 말이지. 인천공항은 청정 지역이며, 몬스터의 위협에서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어 하질 않는다. 그래서 괜히 꼬투리라도 잡힐까 봐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거야. 많은 마공사들이 완전무장을 한 채 마나 탐색 장치를 들고 공항을 마구 들쑤시고 다니면 그걸 누가 좋게 보겠냐 이거지.”
“그러다 게이트라도 발생하면 어쩌려고요?”
“그래서 우리 특무부가 죽어나고 있는 거야. 정의국에 대한맹까지 합심해서 수시로 공한 내외부를 수색하고 안전을 확보해도 모자랄 판인데, 모든 걸 우리 특무부에만 일임해 놨으니 인력난에 허덕이고, 공항에 배치된 요원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거지.”
김재우는 한수호를 거의 특무부 후임 요원 대하듯 스스럼없이 솔직히 말해주었다.
특무부 인식이 안 좋아질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해주고 있으니 오히려 한수호가 부담스러울 정도.
“그럼 지금 당장 공항 내부에 게이트가 생긴다고 해도 그걸 즉시로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네요?”
“너에게 말하긴 창피한 일이다만. …. 솔직히 그렇다.”
김재우의 한숨이 깊어졌다.
한수호는 이때다 싶어 제안을 내놨다.
“그럼 이러면 어떨까요? 2주에 한 번씩 주말에 제가 공항을 찾아가서 게이트 발생을 대비한 마나 반응 탐색을 하는 거죠.”
“네가? 학업만으로도 벅찰 텐데 그럴 시간이 되겠냐?”
“그러니까 형 도움이 필요하죠. 그냥 가서 무작정 돕겠다는 게 아니라 특무부에서 제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인증서를 발행해 주면 학업 평가 시에 가산점을 받을 수가 있거든요.”
“하! 그러니까, 날 이용해서 점수를 더 따내고 싶다 이거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죠.”
“흐음.”
김재우는 한수호의 제안을 곰곰이 생각했다.
학업 평가를 좋게 받기 위한 꼼수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었다.
공항 내 게이트 발생을 계속해서 방치하다간 정말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
“좋아. 그렇게 해주마. 단, 정말로 도움이 되어야만 인증서를 발행해 줄 거야. 근데 너 혼자서 그 넓은 공항을 다 돌아다니겠다고?”
“형이 허락만 해주면 저랑 같이 갈 녀석들 더 구할 수 있어요.”
한수호는 최지혁과 양소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한주는 던전 위험도 체크를 하고, 한주는 공항에 가서 마나 반응 탐색을 하는 걸로.”
“시원시원해서 좋네요.”
한수호는 이제 공식적으로 공항을 뒤지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때, 김재우의 폰에서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어, 재희야. 왜?”
전화는 김재우의 여자친구 윤재희였다.
-재우 씨, 어디? 오늘 던전 투어한다고 했잖아?
“그랬지. 오늘 일정 마치고 서포터 귀가시켜 주러 홍대 쪽 지나는 중인데?”
-아, 그래? 그럼 시간 안 맞겠네. 난 또 근처에 있으면 같이 던전 좀 돌자고 부탁하려 했지.
“…. 던전을 돌아?”
김재우의 웃는 낯에 살짝 금이 갔다.
-여기 청계천 던전 앞이거든. 다음 주에 우리 팀 5급 게이트 탐사 들어가는 거 알지? 거기 몬스터 새끼들이 좀 떼로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어서 아무래도 포션이 많이 달릴 거 같거든. 포션하면 또 청계천 던전이잖아. 최근엔 보상이 좋아져서 대충 서너 시간만 돌아도 C급 포션 열 개 정도는 충분히 챙길 수 있으니까.
“위험하게 던전을 왜 돌아? 게다가 청계천은 아직 40%도 탐색이 안 된 던전이라고. 그냥 돈 주고 포션 구매해. 아니면 작전용으로 물품 신청하든가.”
-물품 신청으로는 일 인당 두 개뿐인 거 몰라서 그래? 그리고 임무 수행에 왜 개인 돈을 꼴아 박아? 내가 무슨 금수저도 아닌데. 아무튼, 난 팀원들하고 밥 먹고 바로 던전 들어갈 테니까, 혹시 시간 나면 이쪽으로 와. 재우 씨도 함께 돌면 좋겠다. 그럼 끊어!
윤재희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야이, 씨! 이거 또 시작이네.”
김재우는 화를 냈다.
여기서 바로 청계천으로 향해도 토요일 저녁 시간대라 교통체증 때문에 1시간은 족히 걸린다.
게다가 아카데미까지 갔다가 가려면 크게 돌아야 해서 30분은 더 추가될 터.
그 시간이면 윤재희는 이미 던전에 들어가고도 남는다.
“형. 차 돌려요. 저도 같이 갈게요.”
“뭐? 너도?”
“이름이 재희면 형 여자친구잖아요? 형 여친 얼굴도 보고, 위험도도 확인해 볼 겸 같이 가죠, 뭐.”
“괜찮겠어?”
“거기 8급 던전이잖아요? 기껏해야 위험도 2 정도일 거예요. 걱정 마세요.”
한수호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내는 그렇지가 않았다.
청계천 던전.
거긴 공식적으로는 8급이라 큰 위험은 없는 던전이었다.
하지만 방금 윤재희가 한 말 중에 이상한 점이 있었다.
[…. 최근엔 보상이 좋아져서 대충 서너 시간만 돌아도 C급 포션 열 개 정도는 충분히 챙길 수 있으니까.]
보상이 좋아졌다는 건 위험도가 상승했다는 말과 같다.
게다가 C급 포션 10개를 서너 시간 만에 챙길 수 있다? 이건 거의 7급 던전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설마 청계천 던전에서도 마나 폭발이 진행 중이라는 건가?’
그것이 한수호의 생각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직접 가봐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