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김재우는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해가며 서둘러 청계천으로 향했다.
그렇게 서두른 덕분인지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땐, 윤재희가 아직 던전에 진입하기 전이었다.
윤재희는 진입 직전에 김재우의 전화를 받고 대기 중이었다.
던전은 양쪽으로 문이 달린 40피트짜리 대형 컨테이너의 중앙에 위치했다.
윤재희와 그녀의 팀원 네 명은 중앙의 던전 입구 근처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진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김재우가 모습을 드러내자 고개를 돌려 싱긋 웃어 보였다.
“아까 홍대 쪽이라며 벌써 왔어? 엄청 달렸나 보네?”
윤재희는 걸걸한 말투와는 달리 매우 가냘프고 작은 몸매의 소유자였다.
키는 160 정도에 긴 머리를 돌돌 말아 묶고 있었다.
얼굴은 굉장히 청순해 보였는데, 객관적으로는 예뻤지만 한수호 주관적인 관점에서는 이하윤이나 서은채보다 여러모로 부족해 보였다.
‘뭐야. 내가 왜 윤재희 씨 얼굴을 이하윤이랑 서은채와 비교하고 있는 건데?’
한수호는 서둘러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 냈다.
“니가 위험한 일을 하려고 드니까 내가 날라왔다, 날라왔어. 어휴….”
김재우는 벌써 진입 준비를 마친 사람들을 보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나 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근데 뒤에 그 꼬맹인 누구? 와, 근데 엄청 잘생겼네? 탤런트야? 영화배운가? 여기서 무슨 촬영해?”
“얜 장태산. 마공 아카데미 학생이야.”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말에 윤재희가 ‘오?’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19살이고, 갓 입학한 신삥이니까 괜히 너네 팀으로 끌어들일 생각은 하덜 마라.”
“쳇! 누가 보면 내가 학생들 잡아먹는 마녀인 줄 알겠네.”
“아, 됐고. 태산아. 여기 위험도 확인해 봐.”
“네.”
김재우는 오는 중에 한수호로부터 자신이 느낀 이상한 점을 이야기했다.
던전의 위험도가 상승하지 않고서야 갑자기 던전 보상이 상승하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다고.
한수호는 바로 던전 입구로 향해 다가섰고, 개조 특성을 써서 정보를 훑었다.
[7급 던전 ‘암흑기사의 지하 감옥’]
-보유 포인트: 50,000LP
-위험도: ★★★★☆☆☆☆☆☆
-아스루나 대륙의 7영웅 긱슬레이의 손에 나락으로 날려진 암흑기사 '듀라한'의 감옥입니다.
-던전 내 몬스터의 잦은 소멸로 인해 지속적으로 위험도가 상승 중입니다.
-상승률: 98%
-발자크가 이곳에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포인트를 흡수하면 던전의 위험도가 상승하여 클리어 보상 수준이 상승합니다. 포인트를 흡수하겠습니까? YES/NO
역시나 이 던전은 위험한 상태였다.
“재우 형. 여기 원래 8급 던전이었죠?”
“그렇지. 8급이지만 난이도가 좀 높아서 평급 이하 마공사는 여기 못 들어와.”
“잠시 얘기 좀.”
한수호는 다른 마공사들이 들을까 봐 김재우만 조용히 불러 따로 대화를 나눴다.
“심각하냐?”
“심각까지는 아닌데, 지금 위험한 상태에요. 위험도가 3이었는데 4까지 올랐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 합정역 근처 던전처럼 몬스터들을 막 쏟아내고 그럴 수 있다는 거야?”
김재우는 이프리트라는 조직이 던전에 마나 폭발을 일으켜 발자크라는 존재를 봉인에서 풀려고 한다는 걸 모르기에 다른 위험을 떠올렸다.
“그것보다 더 위험해요. 당장 이 던전 폐쇄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겁니다.”
“폐쇄하는 건 가능하고?”
“재우 형이 도와주면 가능할 거 같아요. 대신 저분들은 절대 안에 들여보내면 안 됩니다.”
그야 당연했다.
이 던전의 위험도가 상승하고 있는 주요한 원인이 포션을 노린 마공사들이 너무 많은 몬스터를 안에서 사냥했기 때문이었으니까.
지금만 해도 상승률이 98%다.
어쩌면 윤재희와 그 팀이 던전에 들어가서 사냥을 시작하면 당장 위험도가 5성으로 오를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발자크의 관심 정도가 아니라 이프리트 쪽에서 직접 이 던전을 폭발시킬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게 분명했다.
사실 마음 한편으로는 그렇게 이프리트를 끌어들여 그들의 뒤를 캐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도박이었다.
자칫 잘못해서 이 던전이 마나 폭발을 일으켜 봉인의 틈새를 더 벌려버리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이프리트를 끌어들이는 것보다 던전 폐쇄가 먼저야.’
한수호는 그렇게 마음을 굳게 먹었다.
“내가 저 녀석들 던전 진입 못 하게 막아 둘 테니 넌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네. 던전을 빨리 폐쇄하려면 제가 꼭 있어야 하니까 저까지 뺄 생각은 하지 말고요. 서둘러 주세요.”
김재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윤재희와 그녀의 팀원들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했다.
이 던전은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서 자칫 잘못하면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날지도 모르니 절대 진입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더불어 자신이 들어가 던전 상태를 확인한 뒤, 폐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처음엔 설득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윤재희는 무슨 근거로 던전이 위험하다는 것인지 근거를 대라고 했고, 짧게 들어갔다가 몬스터 몇 마리 잡고 나오는 건데 왜 막으려는 거냐며 따지고 들었다.
그러나 결국 김재우의 설득에 수긍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윤재희는 김재우가 이토록 진지하게 뭔가를 뜯어말리는 걸 본 적이 없기에 믿어주기로 한 것이다.
김재우는 단단히 주의를 주고, 먼저 돌아가 있으라고 한 뒤 한수호와 함께 던전 앞에 섰다.
“오래 걸릴까?”
“글쎄요. 어쨌든, 최대한 몬스터와의 전투는 피하고 가장 빠른 루트로 보스를 찾아내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보스는 내가 잡을 테니 넌 뒤에서 구경이나 해라. 근데, 널 데리고 이 위험한 던전에 들어가는 게 맞는 건가 싶긴 하다.”
“저도 한 명 몫은 할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폐 안 끼칩니다.”
“믿어보마.”
김재우는 불안한 마음이 컸지만 하루 전에 있었던 대한 식도락에서의 사건을 생각하면 또 그럴 필요가 없을 것도 같았다.
19살의 남학생과 17살의 여학생, 단둘이서 던전 하나를 완전히 클리어 하여 폐쇄시켰다.
그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 한수호의 말처럼 죽자고 덤볐더니 되더라는 식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둘 다 그만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튀면 되는 거고.’
김재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의 효능을 믿고 있었다.
그 아티팩트의 이름은 ‘시작점으로의 복귀’.
스톱워치처럼 생긴 기계이긴 하지만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반경 1킬로미터 내의 가장 가까운 게이트 앞으로 순간이동을 시켜주는 놀라운 아티팩트였다.
이것도 마공전뇌 이산의 개발품이었고, 무려 1억이나 되는 고가의 물건이었다.
이것만 있으면 위험한 순간에 다섯 명까지는 얼마든지 던전 입구로 도망칠 수 있었으니 큰 걱정은 없었다.
“가자.”
“네!”
김재우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게이트 속으로 뛰어들었다.
한수호는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장비를 벗고 있는 윤재희와 팀원들을 힐끔 살피다가 마찬가지로 게이트에 진입했다.
* * *
“제 말이 맞다니까요?”
윤재희는 팀원 고태석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장비를 벗고 특무부로 귀환할 준비를 하던 중에 고태석은 기이한 말을 꺼냈다.
요즘 마공사들 사이에 백 좋은 아카데미 학생에게 거액을 받고 업적 버스 태우기 아르바이트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
여기서 버스란, 실력이 부족한 학생을 데리고 던전 혹은 게이트에 들어가 안전하게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걸 의미했다.
학생은 마공사가 먼저 전투력을 거의 없앤 몬스터를 손쉽게 죽임으로써 막타 효과로 업적을 빠르게 쌓을 수 있고, 마공사는 약간의 고생으로 단기간에 거액을 벌 수 있어 꽤나 좋은 돈벌이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고태석은 김재우가 장태산이라는 학생을 상대로 업적 버스 태우기를 하는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게다가 지휘 요원이며 마공사로서 실력도 특급 말미에 불과한 김재우가 제대로 된 장비도 갖추지 않고 어린 학생과 던전 상태를 확인하러 간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
하지만 윤재희는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김재우는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지금껏 작은 거짓말도 한 번 한 적 없는 솔직한 사내다.
그런데 고작 학생 하나 버스 태우겠다고 거짓말로 자길 속이고 던전에 들어갔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팀장님도 아시잖아요? 이 업적 버스 태우기가 엄연히 불법이라는 거. 증거를 찾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목격자 증언만 있어도 신고하면 벌금이 최소 천만 원에, 마공사 자격 일주일 박탈입니다. 우리한테 들키고 싶지 않으니까 던전 진입을 막은 거라 이겁니다.”
“그럼 굳이 이 던전이 아니라 좀 더 쉽고, 사람들 잘 안 가는 게이트로 가도 될 텐데?”
“아이참. 생각을 해 보세요. 이 던전에서 몬스터 사냥하면 뭐가 나옵니까? 블루골렘만 잡아도 D급 포션 나오고, 레드골렘 잡으면 무려 C급 포션이라고요. 막타는 학생한테 주되, 거기서 나오는 포션은 마공사가 먹는 그런 거래를 한 거겠죠!”
고태석의 말에는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김재우를 잘 모르는 사람이면 그의 말이 정확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지만 윤재희는 여전히 김재우가 그러려고 던전에 들어간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팀장님. 우리도 들어가 봅시다. 직접 보고 판단하면 되는 거죠. 저도 김재우 요원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제는 다른 팀원도 던전에 들어가는 걸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들어갔다가 태석이 말이 틀렸으면 그냥 나오면 되는 거죠.”
“아, 진짜. 이 형님들, 내 말 너무 안 믿는다. 백 프로라고요, 백 프로. 팀장님한테는 죄송한 말이지만, 김재우 요원 예전부터 재물 욕심이 보통이 아니었다고요. 학창 시절에도 돈 되는 일에는 아주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니까요?”
고태석은 김재우와 아카데미 동기였다.
사이가 좋지는 않았는지, 윤재희가 김재우와 연인이 된 이후 틈만 나면 김재우 흉을 보기 바빴다.
이들 중 나이만 따지면 윤재희가 가장 어리다.
하지만 그녀는 특무부에서 상위 1%의 끗발을 지닌 인사부장의 딸인데다가 실력도 발군이어서 스물다섯의 나이에 게이트 현장팀의 팀장까지 맡고 있었다.
그래서 팀원들은 나이가 어린 윤재희에게 팀장 대접을 하느라 늘 존대였고, 반대로 윤재희는 팀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말을 편하게 놓고 있었다.
“좋아. 들어가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확인만 할 거야. 괜히 사냥한다고 깝쭉대지 말고.”
“나이스! 역시 팀장님은 호쾌하시다니까요.”
“그런데, 팀장님. 만약 김재우 요원이 업적 버스 태우는 게 사실이면 어쩌실 겁니까?”
고태석은 확신을 담은 눈빛을 하고 그렇게 물었다.
“당연히 마공윤리부에 고발 조치해야지. 본 걸 안 봤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그녀의 대답에 고태석은 만족스런 웃음을 그렸다.
“자, 다시 빨리 준비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린 사냥을 위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사실 확인을 위해 가는 거다. 이점을 꼭 유념하도록.”
잠시 후 그들은 다시 준비를 마쳤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방탄 슈트에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기관총과 폭약, 그리고 각자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탄 헬멧까지 모두 갖췄다.
게이트 앞에 일렬로 늘어선 그들은 자세를 낮추고 빠르게 한 명씩 진입하기 시작했다.
* * *
꽈과과과광!
대검의 일격에 맞은 벽이 폭발했다.
공간 전체를 울리는 강한 폭발음에 한수호와 김재우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벌써 20분째.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 어떤 몬스터와의 전투도 피한 덕에 단 몇 분 만에 지하 5층의 보스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보스를 상대하는 데에만 벌써 20분이 지났다.
커다란 말 위에 올라탄 듀라한.
한 손에 자신의 머리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2미터나 되는 대검을 가볍게 휘두르는 암흑기사는 쓰러질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김재우가 비록 전투형 특성을 가진 건 아니었지만 진급에 가까운 마나력에 상당한 전투 센스를 지니고 있어 공격력이 보통이 아니었다.
거기에 한수호가 시작부터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기에 암흑기사는 진작에 쓰러지고도 남았어야 했다.
하지만 놈은 강력한 공격을 받을수록 점점 더 강해졌다.
갑주로 가려진 몸통에 구멍이 생기고, 다리 한쪽이 떨어져 나갔지만 상처가 커지면 커질수록 방어력과 공격력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두 사람은 공격을 멈추고 공략법을 찾기 위해 기회를 엿봤다.
놈의 기동성을 없애기 위해 타고 있는 말을 공격해 봤지만 말조차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한수호는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듀라한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중이었다.
‘스탯이 88까지 올랐어!’
암흑기사 듀라한의 신체 스탯은 처음엔 평균 60 수준이었다. 그런데 강한 공격에 적중될수록 스탯이 빠르게 상승하더니, 지금은 88까지 올라 있었다.
‘저 머리가 약점인 게 분명해.’
듀라한이 왼팔로 옆구리에 꽉 껴안고 있는 머리.
원래는 머리의 스탯이 43으로 가장 약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95까지 치솟아 가장 강력한 스탯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놈은 공격을 받을수록 강해지는 몬스터였다.
첫 시작에 가장 강력한 공격을 가해 머리부터 터트렸어야 하는데 이미 타이밍을 완전히 놓친 것이다.
20분이 지나는 동안 김재우는 놈의 약점을 찾아내는 데에만 전념했고, 드디어 성공할 수 있었다.
김재우의 특성은 ‘정밀 분석’.
상대의 강함을 미리 파악하고, 가장 취약한 곳이 어디인지를 분석해 낼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이었다.
그 특성으로도 듀라한의 약점은 단번에 파악해 낼 수 없었다.
무려 20분이 지나서야 분석을 끝낼 수가 있었던 것.
그렇게 해서 찾아낸 듀라한의 대처법은 바로 ‘치료’였다.
타격을 입을수록 강해지는 대신, 치료의 힘이 닿으면 오히려 약해지는 지랄 맞은 몬스터였다.
“태산아! 치료 포션을 던져! 그리고, 놈의 약점은 머리다!”
김재우가 약점을 찾아내자마자 소리쳤다.
그와 함께 김재우가 달려들며 딱 하나 챙겨온 D급 치료 포션을 듀라한을 향해 집어던졌다.
놈은 날아드는 포션병을 그대로 갈라버렸고, 파란 액체를 온몸에 뒤집어썼다. 순간, 놈의 머리통이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
검은 투구를 뒤집어쓴 놈의 머리가 비명을 질러대자 한수호도 재빨리 포션을 꺼내 집어던졌다.
째앵-
포션이 깨지고 액체가 흩뿌려졌다.
그 즉시로 듀라한의 비명이 더욱 커졌다.
‘84, 81…. 78! 스탯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김재우의 특성이 놈의 약점을 제대로 찾아냈다.
특히 듀라한의 머리 스탯이 하락하는 속도가 엄청났다.
이제 강력한 한 방으로 놈의 머리를 터트리기만 하면 끝나는 상황.
‘포션 하나만 더 던지면 끝날 거 같은데?’
한수호는 품속에서 만져지는 포션 두 개 중 하나를 꽉 쥐었다.
그동안 딱히 쓸데가 없었던 포션들이 이제야 쓸 곳이 생긴 것이다.
“뒤로 물러서요! 포션 하나만 더 쓰고 제가 한방에 머리를 터트릴게요!”
“오케이!”
김재우는 한수호를 믿고 듀라한의 사정거리에서 빠르게 물러섰다.
그는 한수호의 실력을 믿었다.
이전까지는 그의 정밀 분석 특성으로도 한수호를 분석해 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건 이 특성이 자신을 경계하는 상대에겐 통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던전에 들어오면서 한수호는 경계심을 풀어 김재우가 자신의 능력을 분석해 낼 수 있게 틈을 내주었다.
그 결과 김재우는 한수호가 이미 진급 마공사에 도달해 있으며, 특이하게도 두 개 이상의 특성을 지녔다는 것까지는 알 수 있었다.
실력만 따지면 한수호는 이미 김재우보다 강했다.
그래서 김재우는 한수호를 믿고 물러날 수 있었다.
때를 맞추어 한수호는 포션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한순간에 강력한 파괴력을 낼 수 있는 ‘쇄혼’을 펼칠 준비를 했다.
바로 그때였다.
쿠르르르르르릉
던전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통째로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수호의 눈앞에 돌연 메시지가 등장했다.
>>몬스터의 소멸로 위험도 상승률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던전의 위험도가 상승합니다.
>>위험도: ★★★★☆☆☆☆☆☆ => ★★★★★☆☆☆☆☆
>>던전 내 모든 몬스터가 두 배로 강력해집니다.
>>발자크가 이곳을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뜬금없는 위험도 상승이었다.
이에 한수호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김재우를 향해 소리쳤다.
“던전에 누가 들어온 것 같아요!”
“뭐? 그럴 리가?”
김재우는 급히 소형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그리고 그 스캐너에 잡힌 다섯 개의 새로운 마공사 반응을 확인하고는 욕을 대차게 내뱉었다.
“이 자식들이 결국 사고를 쳤구나!”
다섯 개의 반응.
그건 윤재희를 비롯한 그녀의 팀원들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