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지평학의 말에 한수호는 살짝 흠칫했다.
토요일을 상황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청계천 던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특무부가 연락을 취해온 모양이었다.
허나 한수호는 잘못한 게 없으니 꿀릴 게 없었다.
“사고를 친 게 아니라 사고를 막은 겁니다.”
“그래. 사고를 막긴 했지. 하지만 그 던전에서 마공사 넷이 목숨을 잃었더구나. 네가 살아서 귀환한 게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던데?”
“…. 어쨌든 살아 있으면 된 거죠.”
“장태산. 넌 아직 학생이야. 던전 폐쇄 같은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특무부 요원이 아니란 말이다. 대한 식도락에서도 영웅 행세를 했다지? 너로 인해 A반의 이하윤 학생도 죽을 뻔했다면서?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고는 해도 목숨을 몇 개씩 가지고 있는 게 아닌데, 어찌 그리 나대는 것이냐? 네 부모나 스승 생각은 조금도 안 하느냐?”
지평학은 한수호가 너무 위험한 일에 자꾸 뛰어드는 것이 걱정되어 부모와 스승까지 언급하며 크게 나무랐다.
그런데 한수호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지평학은 한수호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후회하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독여 주기로 했다.
“앞으로는 위험한 일에 나서지 말거라. 너를 위해서도, 네 부모를 위해서도 말이다.”
한수호의 부모는 현재 공식적으로 비돈귀살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양부모라는 건 거의 알려지지 않아서 다들 비돈귀살이 전생에 나라를 구해 저리 훌륭한 자식을 낳았다며 신기해했다.
물론 지평학은 귀돈귀살이 양부모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자꾸 그들을 언급하는 건 한수호가 자중하길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이었다.
한수호가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자 지평학은 그가 크게 뉘우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를 깨닫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어쨌든 청계천 던전을 폐쇄하는 데 네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니 아카데미 입장에서는 보상을 주지 않을 수가 없구나. 업적 포인트 100점을 가산해 주마.”
지평학은 바로 한수호의 라이선스를 단말기에 넣어 뭔가를 조작했다.
그리고 그걸 다시 한수호에게 넘겨주었다.
“감사합니다.”
뭔가를 꾹 참고하는 대답.
지평학은 그런 한수호의 어깨를 잠시 토닥여 주었다.
“지금은 네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일에만 신경 쓰도록 하거라. 앞으로도 쭉 지켜볼 테니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가 보거라.”
“네.”
한수호는 조용히 인사를 하고 교수실을 벗어났다.
탁.
교수실 문이 닫혔음에도 지평학의 시선은 문에서 떼어지지 않았다.
‘장태산…. 노련한 마공사들도 피하기 힘든 위험을 두 번이나 헤쳐나왔다고? 벌써 그 정도로 강해진 것이냐?’
지평학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덜컹.
교수실 한켠의 책장이 돌아가더니 사람 하나가 나타났다.
지평학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기에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그래, 확인해 본 결과는?”
“…. 스승님. 이 기계 뭔가 잘못된 거 아니죠?”
책장 뒤에서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최지혁이었다.
그는 양소혜와 함께 교수실을 나서자마자 핑계를 대고 헤어져 몰래 비밀 통로로 숨어들었던 것.
최지혁은 손에 스캐너와 유사한 기계를 들고 있었다.
“네가 들고 있는 건 마공전뇌 이산이 만들어낸 마나 측정기다. 문제가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그럼 여기에 나온 숫자가 진짜라고요?”
“얼마나 나왔길래 그러느냐?”
최지혁의 반응이 너무 이상해 지평학도 살짝 긴장했다.
그는 미리 이 마나 측정기를 최지혁에게 주었고, 책장 뒤의 숨겨진 공간에서 비밀리에 한수호의 마나량을 측정해 보라고 지시했었다.
지평학은 한수호가 자신의 마나량을 어떤 방법으로든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나 측정기는 최대 3미터 내에서 목표를 향해 30초 동안 렌즈를 고정시켜 둬야 정확하게 측정이 된다.
이런 요건 때문에 상대가 모르는 상황에서는 마나 측정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한수호가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마나를 측정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쓴 것이다.
책장 너머의 공간과 한수호가 앉아 있던 소파까지의 거리는 2.6미터.
한수호가 모르는 상황에서 마나를 측정해 어떤 식으로든 마나량을 숨기지 못하게 하려고 했고, 그 의도는 나름 적중했다.
지평학은 최지혁에게서 측정기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측정기 액정화면에 떠 있는 숫자를 확인했다.
-마나량: [487]
지평학의 눈이 커졌다.
487이면 진급에서도 거의 끝자락이다.
19살의 아카데미 학생이 가질 수 있는 마나량을 한참이나 뛰어넘는 수치.
지금까지 아카데미에서 가장 높은 마나량을 가진 학생은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강우진’이라는 학생이었다.
사왕오패 중 삼패창 강지훈의 아들이기도 한 강우진의 마나량은 449.
그는 21살의 어린 나이로 이미 베테랑 급의 진급 마공사의 마나량을 가진 엄청난 재능충이자 천재로 소문나 있었다.
사자도왕 송혁의 아들인 송지문도 마나량만으로는 강우진보다 아래인 420이었다.
그런데 한수호의 마나량은 487이다.
학생으로서는 역대 최고였으며, 현역에서 활동 중인 마공사를 통틀어서도 상위 10%에 들어가는 높은 수치였다.
이제 1학년이 이 정도 수치라면, 졸업할 때 즈음엔 궁급 마나량을 보유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역시…. 장태산, 이 녀석은 마나량을 고의적으로 숨기고 있었던 것이로구나.’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공식적으로 측정된 한수호의 마나량은 평급인 67에 불과했다.
그때도 그 수치가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이제 보니 마나량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다.
이제야 속이 시원해진 지평학은 최지혁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지혁아. 오늘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네. 당연히 그러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엄청나네요. 장태산, 그 녀석의 마나량이 벌써 500에 가까울 줄은….”
“너무 실망하지 마라. 네 마나량도 결코 낮은 것이 아니지 않느냐?”
최지혁의 마나량은 401이다.
이 또한 천재의 범주에 들어갈 정도였지만 한수호의 마나량이 너무 높아 평가절하될 뿐이었다.
“실망은 안 합니다. 덕분에 의욕이 넘치는걸요.”
“그래. 그래야 내 제자답지.”
“한데, 스승님. 그 김명중이라는 분은 어째서 태산이 같은 녀석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확정된 다섯 개의 열쇠 중에는 태산이가 분명 없었잖아요?”
“다섯 개의 열쇠에는 없지만, 미확인 열쇠가 둘이나 있지 않느냐?”
지평학과 최지혁이 말하는 열쇠는 세계를 멸망으로 이끌 수도, 반대로 생존으로 이끌 수도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을 의미했다.
2061년의 미래에서 회귀했다는 김명중이라는 자의 말에 의하면, 그 열쇠는 총 일곱 개.
그중 다섯 열쇠는 정확하게 신상을 파악했지만, 끝내 파악하지 못한 열쇠가 둘이 더 있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바로 그 둘이었다.
하나는 최후의 최후까지 반드시 살려야 하는 열쇠였고, 다른 하나는 신상이 파악되는 즉시 무조건 적으로 죽여야 하는 열쇠였다.
하지만 그 두 열쇠에 대해서는 김명중도 아는 게 거의 없었다.
반드시 살려야 하는 열쇠는 얼굴에 큰 흉터가 있으며, 손에 엄청난 고열을 뿜어내는 화염의 장갑을 끼우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반드시 죽여야 하는 열쇠는 엄청난 용마력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자로, 용의 갑옷을 전신에 두르고 있다는 게 전부였다.
“그럼 스승님은 태산이가 미확인 열쇠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너무 앞서나가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드는구나.”
“그래도 살려야 하는 쪽이겠죠?”
최지혁은 설마 한수호가 반드시 죽여야 하는 열쇠는 아닐 거라 믿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지평학의 대답은 왠지 불안하기만 했다.
* * *
탁.
교수실 문을 닫고 나온 한수호는 몇 걸음 나아가다가 멈춰 섰다. 그리고 돌연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돌려 교수실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지평학…. 대체 정체가 뭐야?’
한수호는 크게 놀란 상태였다.
그 이유는 방금 전 교수실 안에서 살펴본 지평학의 신체 능력 수치가 전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평학이 한수호를 나무라며 부모와 스승까지 들먹였을 때, 한수호는 자기도 모르게 흥분했고 반사적으로 개조 특성을 일으켜 교수의 신체 능력 수치를 훑었다.
그런데 지평학의 수치가 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번에 확인했을 때, 지평학의 신체 능력 일곱 개 항목 수치는 평균 70 수준이었다. 그런데 좀 전에 확인된 수치는 그렇지 않았다.
[머리] : 72+???
[왼팔] : 69+???
[오른팔] 70+???
[가슴] : 73+???
[배] : 68+???
[왼발] : 71+???
[오른발] : 72+???
전과 다름없는 수치들 뒤로 추가적인 내용이 붙어 있었다.
그것도 어떤 특정 수치가 아니라 물음표가 세 개나 붙어 있는.
이는 지평학이 평범한 진급의 마공사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한수호는 크게 경계했다. 뭔가 큰 비밀을 감춘 인물이라는 생각에 황급히 모든 감각을 일깨웠다.
그때, 한수호의 감지 능력 범위 내로 또 다른 누군가의 접근이 감지되었다.
두꺼운 서적이 가득 들어찬 책장 뒤편.
그곳에 누군가가 다가서 있었다.
책장으로 가려진 상태라 상대의 정보는 읽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책장 뒤편의 공간에 숨어든 자가 자신을 향해 이상한 기계 장치를 쏘아내고 있다는 건 감지할 수 있었다.
감지 스탯이 높아지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상황.
한수호는 그 누군가가 자신의 마나량을 스캔하려는 것을 눈치챘고, 바로 자신의 신체 스탯을 조정했다.
가슴 스탯을 확 낮추고 대신 머리 스탯을 높였다.
현재 한수호의 마나량은 866.
궁급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 수치가 스캔되면 상대가 누가 되었든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기에 한수호는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너무 수치를 낮출 수도 없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에 109나 되는 가슴 스탯을 절반인 60 정도로 낮췄다.
그래서 한수호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것이다.
‘와, 씨.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네. 대체 뭐 하는 교수지? 책장 너머에 있던 자는 또 누구고?’
한수호는 그렇게 교수실을 노려보다가 천천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다 문뜩 떠오른 생각에 근처에 있는 청소 도구실로 숨어들었다.
그곳에서 잠시 기다리자, 저 멀리에 있는 교수실 문이 열렸다.
‘오호. 과연 누가 나오나 한번 볼까?’
아주 살짝 문을 열어 놓고 살펴보니 놀랍게도 교수실에서 최지혁이 나왔다.
‘뭐야? 왜 저 녀석이…?’
양소혜와 함께 먼저 나간 최지혁이 교수실에서 다시 나왔다?
그게 의미하는 건, 방금 전 책장 너머에 숨어 있던 자가 최지혁이었다는 말이 된다.
최지혁과 지평학.
이 둘이 왜 손을 잡고 자신의 마나량을 몰래 스캔하려고 한 걸까?
한수호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랬군. 최지혁의 스승이 바로 지평학 교수였어.’
그 말은 곧, 지평학이 권존 김무성과 동일 인물이라는 것.
오래전에 사라진 권존이 비쩍 마른 나이 든 교수가 되어 마공 아카데미에 숨어 있었다니.
한수호는 이 사실을 알고 나자 매우 기가 막혔다.
‘대체 둘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한수호는 지평학과 최지혁에게 아무런 악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최지혁은 친한 친구로 여기고 있었기에 지금 이 상황이 꽤 당황스럽기만 했다.
해를 끼치려는 것 같진 않지만, 몰래 마나량을 스캔하려 하고 뒤에서 뭔가를 획책하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한번 날 잡아서 뒤를 캐봐야겠어.’
한수호는 최지혁이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조용히 청소 도구실을 빠져나왔다.
* * *
한수호는 바로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간단히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었다.
평범한 면바지에 두꺼운 후드티를 걸치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새로 만든 착용구를 꺼내 허리에 둘렀다.
그 상태로 후드를 푹 눌러쓰니 누가 봐도 흔히 볼 수 있는 길드 소속의 마공사였다.
큼직한 후드티 덕분에 허리에 두른 무기들도 상당 부분 가려졌다.
한수호는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뒤 바로 기숙사 뒤뜰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빠르게 아카데미 밖으로 이동했다.
대충 아카데미 근처의 식당에서 혼밥을 마친 한수호는 서둘러 청계천으로 이동했다.
어느새 시간은 7시에 가까워졌고, 서울 도심은 어둠 속에 내려앉았다.
곳곳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지만, 후드로 가려진 한수호의 얼굴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청계천 던전.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8급 던전이 있던 곳이라 중무장을 한 군대로부터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휑하기만 했다.
던전이 사라지면서 사람의 통행이 가능해지긴 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인적이 거의 없었다.
한수호는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푹 찔러놓고 후드티로 얼굴을 가린 채 골목길로 스며들었다.
던전이 있던 장소는 쉽게 접근이 가능했다.
어스름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광고 전단지가 바람에 휘날리는 텅 빈 공간.
게이트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컨테이너가 있을 땐 비좁아 보이던 공간이 지금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감지 능력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별다른 위험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일단, 근처 어디에도 포인트석이 보이질 않네.’
이런 곳에 흘렸으면 벌써 누가 집어 가고도 남았으리라.
그래도 혹시 모르니 던전의 흔적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빠른 걸음으로 던전이 있던 장소로 접근한 한수호는 바로 개조 특성으로 정보를 살폈다.
[던전의 흔적]
-잔존 포인트: 1LP
-쿠마의 소멸과 함께 던전 또한 소멸되었습니다.
-공략 성공에 따른 보상 중 수령하지 않은 보상이 존재합니다.
>>미수령 보상: 포인트석[03:18:36]
>>보상을 수령하시겠습니까? YES/NO
‘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였다.
이놈의 시스템은 굉장히 불친절하긴 해도, 보상 수령자가 보상을 수령할 상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이렇게 보관까지 해줘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옆의 시간은 뭐지? 설마 시간제한이 있었던 건가?’
딱 봐도 그 시간이 지나면 미수령 보상이 자동으로 소멸하는 모양.
‘어우야. 3시간밖에 안 남았었네. 지금 오길 정말 잘했다.’
한수호는 바로 YES를 선택해 보상을 수령했다.
분명 아무것도 없는 공간인데 YES를 선택하자마자 허공에서 작은 보석이 툭 떨어졌다.
보기엔 별다른 것 없는 푸른 빛의 보석. 그런데 개조로 읽어지는 정보는 놀라웠다.
[포인트석]
-보유 포인트: 150,000LP
>>포인트를 흡수하겠습니까? YES/NO
15만 LP.
한 방에 엄청난 LP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한수호는 곧바로 YES를 선택했고, 포인트석은 퍽 소리를 내며 산산이 부서졌다.
환한 빛이 온몸을 뒤덮었다가 사라졌을 때, 한수호는 자신의 포인트를 확인하고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보유 포인트: 21NP / 281,910LP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배까지 부르다.
‘28만이면 특성 업그레이드도 가능하겠는데?’
한수호는 빨리 돌아가서 전투 영역에 들어가고 싶었다.
거기서 마음 편하게 포인트를 이용해 뭘 할 수 있는지 천천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 누구?’
한수호의 감지 범위 내로 누군가가 스며들었다.
일반인은 절대 아니었다.
움직임이 굉장히 은밀했고, 느껴지는 기운도 상당히 강했다.
한수호는 그 존재를 느끼자마자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리고 몇 초 뒤.
한수호가 사라진 곳에서 불과 5미터 떨어진 곳의 좁은 골목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주변을 살피다 아무도 없자 골목 밖으로 한 발 내밀었다. 순간,
티잉-.
괴이한 쇳소리와 함께 그림자의 목 앞으로 빛이 번쩍했다.
그림자는 자신의 목 앞에 내밀어진 짙푸른 단검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그 단검을 쥐고 있는 사람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림자의 바로 옆.
좁은 골목의 모퉁이에 한 사람이 검을 쥐고 서 있었다.
“왜 내 뒤를 밟는 거지?”
후드티로 얼굴을 가린 그는 바로 한수호였다.
그는 귀신같은 솜씨로 모습을 숨겼다가 그림자가 한 발 내딛는 순간에 단검 그랑을 칼집에서 튕겨내 거머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