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83화 (83/375)

83화

[특별한 마나 코어(A)]

-코스트: 5

-보유 마나량: 26

-코어 회로가 완벽하여 정제가 가능한 마나량이 크게 확장됩니다.

-회로가 수리되어 최대 진급까지 마나량 정제가 가능해 집니다.

-벼락의 속성이 잠들어 있습니다.

‘죽이는구만.’

한수호는 새롭게 변한 남색 코어의 정보를 보며 뿌듯해했다.

코어의 회로를 수리하는 데는 불과 5만 LP밖에 소모되지 않았다.

현재 코어에 보유된 마나량은 26밖에 안 되지만 코어 자체가 A급으로 변함으로써 최대 999의 마나를 축적시킬 수가 있었다.

‘이제 이거 들고 게이트에 가서 몬스터 좀 때려잡으면 되겠네.’

평범한 몬스터의 경우 심장에서 뽑아낼 수 있는 마나량이 5 정도지만, 오크나 리자드맨 같은 몬스터는 20 이상도 뽑아낼 수 있다.

만약 오거, 혹은 트롤 정도의 강한 몬스터를 잡게 된다면 한 마리만으로도 거의 50에 가까운 마나량을 뽑아 코어에 정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코어는 공법폰 뒷면에 최대 세 개까지 장착이 가능했다.

게이트 수비 부대에는 어디든 마나 정제소가 함께 설치되어 있어서 언제든지 몬스터 심장의 마나를 정제하여 코어에 담을 수 있었다.

한수호는 자신의 공법폰에 마나 코어를 조심스럽게 끼워 넣었다.

‘어쨌든 급 좀 되는 게이트에 다녀와야 한다는 건데….’

평급 마공사 라이선스를 들고 한수호가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는 7급이 최대.

하지만 7급 이하에서 잡을 수 있는 몬스터는 오크 정도가 최대였다.

지난번 각성 튜토리얼에서 사이클롭스를 마주칠 수 있었던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소엔 거의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다.

‘이번 기회에 재우 형 데리고 게이트 탐방이나 해야겠는데?’

김재우의 마공사 라이선스는 특급.

가만히 둬도 4년쯤 뒤에는 진급으로 오르긴 하지만, 김재우에게 닥칠 위험을 막기 위해선 진급 상승을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좋아. 코어 작업은 중간 평가가 끝난 뒤에 본격적으로 하는 거로 하고….’

한수호는 남은 8만 LP도 마저 사용하고 싶었다.

어정쩡하게 남겨 두는 것보다는 작은 뭔가라도 변화를 줘서 이 포인트를 소모해 버리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한수호는 손에 든 공법폰에 ‘해킹 방지 스티커’가 여전히 부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티커 개발자에게 정보를 빼돌리는 아티팩트.

그 개발자가 마공전뇌 이산이라 적은 아닐 것이기에 정보를 살짝만 고쳐놨는데, 지금껏 내내 그 부분이 마음에 걸렸었다.

‘내 폰을 내 마음대로 못쓰니 영 불편하단 말이지.’

한수호는 내친김에 스티커 아티팩트의 정보를 완벽하게 고치기로 마음먹었다.

‘어디 보자….’

한수호는 공법폰을 꺼내 들고는 정보를 찬찬히 확인했다.

그리고 아무 걱정 없이 폰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통신상으로 주고받는 모든 정보는 불필요한 요점만 축약되어 개발자에게 전달됩니다.

지난번에 고쳐놓은 정보였다.

개발자에게 불필요한 요점만 추려서 전달한다는 내용이지만 뭔가가 전달된다는 상황 자체가 너무 신경에 거슬렸다.

‘뭐가 됐던 아무 정보도 전달 안 되는 걸로 하자.’

한수호는 ‘불필요한 요점만 축약되어’라는 내용을 삭제시켜 봤고, 그걸 적용하는 데는 2만 LP가 필요했다.

추가로 ‘개발자에게 전달됩니다.’라는 문구를 ‘전달되지 않습니다.’로 변경했더니 4만 LP가 소모되는 걸로 나왔다.

두 가지를 모두 적용하는 데 필요한 포인트는 총 7만.

이렇게 수정해 두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수호는 그걸로도 모자라 한 가지 문구를 추가해 봤다.

-이 스티커가 부착된 기기의 정보는 완벽하게 보호됩니다.

이 문구를 추가하는데 필요한 포인트는 3만 LP.

한수호는 여기서 ‘완벽하게’라는 수식어를 빼봤다.

그 결과 필요한 포인트가 1만으로 확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완전 딱인데?’

완벽한 보호는 나중에 포인트가 생기면 추가하기로 하고, 일단 이쯤에서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문구 추가로 남은 LP 81,910 중에서 8만을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해킹 방지 스티커]

-코스트: 1

-대한민국 마공 특수무력부대에서 사용하는 해킹 방지를 위한 스티커입니다.

-전자기기에 부착 시, 모든 ON/OFF 방식의 해킹에서 보호됩니다.

-통신상으로 주고받는 모든 정보는 개발자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 스티커가 부착된 기기의 정보는 보호됩니다.

이로써 한수호의 공법폰은 이중으로 보호되는 셈이었다.

흡족해진 한수호는 하교 이후 쭉 꺼두었던 폰을 바로 켰다.

전투 영역이라서 통신은 불가능했지만 어쨌든 더는 폰을 사용하는데 걱정할 일이 없어졌으니 마음이 편안했다.

한수호는 머리 위에 떠 있는 남은 시간을 확인해 봤다.

[00:14:48]

아직 14분 이상이 남아 있다.

그냥 나갈까 하다가 남은 시간 동안 전투 영역의 마나 회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현재 전투 영역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40분.

나중을 위해서라도 이 시간은 착실하게 늘려놔야 했다.

더불어 개미나 개구리 같은 생명체를 가지고 들어왔다가 한수호가 밖으로 나가도 생존할 수 있는지 검증해 봐야 했다.

이미 두 번이나 한수호의 목숨을 구해준 전투 영역.

앞으로는 그의 가족들의 안전까지도 책임져야 하기에 한수호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수호는 전투 영역을 발동하는 마나 회로를 계속 연구했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 * *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수호의 하루는 늘 똑같았다.

5시 반에 기상함과 동시에 미션을 수행하고, 바로 전투 영역에 진입하여 공사 상황을 점검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스승 부부에게 배운 호흡법을 하며 전투 영역의 마나 회로를 연구하거나 벽력권과 쾌검술을 연마했다.

제한 시간이 끝나면 바로 학생 식당으로 향해 최지혁과 양소혜를 만나 아침을 챙겼으며, 9시 수업 시작에 맞춰 강의실로 향한다.

수업이 끝나면 바로 컨테이너 하우스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집 공사에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하고 배달받은 뒤, 다시 전투 영역에 들어가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사이 한수호는 붕어가 든 어항과 개구리가 든 상자를 들고 전투 영역에 다녀왔고, 살아 있는 생명체라도 한수호 없이 그 공간에서 살아남는 게 가능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나쁘게 생각하면, 한수호가 누군가를 전투 영역으로 데려갔을 때, 다시 한수호가 데리고 나오지 않는다면 그곳을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사항이라 천만다행이었다.

한수호는 그렇게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해킹 방지 스티커의 정보를 수정한 이후로는 자유롭게 사기환과 통화를 주고받았는데, 아쉽게도 한수호가 요청한 세 사람에 대한 정보는 하루가 더 지나 토요일이 되어야 확인이 가능했다.

사기환의 정보 수집 특성은 그 효과가 엄청난 만큼, 사용 후 쿨타임이 굉장히 길었다.

특성의 쿨타임은 무려 7일.

한 번에 검색이 가능한 숫자가 20개나 되지만, 한 번 사용하면 일주일 동안은 잠겨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한수호는 토요일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사기환은 몬스터 봇 구매에 대해서도 꽤 재미있는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동안 사기환이 새로운 몬스터 봇을 개발해 냈다는 것이다.

전투 영역에 잔상 기술까지 쓰는 몬스터 봇을 개발한 게 불과 얼마 전인데, 또 얼마나 엄청난 몬스터 봇을 개발했다는 걸까?

놀랍게도 사기환이 새로 개발해 낸 몬스터 봇은 한국적인 색체가 강한 특별한 놈들이었다.

그건 바로 불가살 봇과 산범 봇이었다.

게이트나 던전에선 등장한 적이 없지만, 사기환이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한국 정서에 어울릴 만한 몬스터 봇을 창조해낸 것이다.

불가살 봇은 기본 형태가 곰이었으며, 코끼리 코에 비늘 같은 피부를 지닌 상상 속 괴물의 모습이었다.

산범봇은 장산범이라는 전설의 괴수를 형상화 시킨 것으로, 호랑이의 몸에 매우 희고 고운 털을 지닌 중형 괴수였다.

놀라운 건 이 두 몬스터 봇에 변신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네 발로 다니지만 변신을 하게 되면 두 발로 서며, 그 크기는 거의 오우거와 맞먹는다.

그렇게 변신한 불가살 봇은 리자드맨을 연상하게 만들고, 산범봇은 설산 괴수 빅풋과 유사했다.

아쉽게도 불가살 봇과 산범봇은 월처럼 전투 영역을 발휘하는 기능이 없다고 한다.

변신에 무게를 잔뜩 주다 보니 전투 영역까지 가미하는 건 너무도 힘들었다는 게 사기환의 설명이었다.

한수호는 그 두 기의 몬스터 봇을 구매하기로 했다.

사기환은 아직 상용화할 수준이 아닌 시험용 기체라 잦은 고장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해 달라며, 5천만 원에 넘기겠다고 했다.

원래는 돈을 받을 생각이 없었으나, 이 두 봇은 연구실이 아닌 개인 실험실에서 제작한 거라 사비가 많이 투입 되서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이에 한수호는 사기환의 계좌로 2억을 쏴 주었다.

그의 계좌엔 그러고도 22억이라는 거금이 남아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었다.

안 그래도 큰 도움을 받고 있는데 고생해서 개발해 낸 훌륭한 몬스터 봇을 싼값에 사는 건 너무나 미안한 일이었다.

두 봇이 도착하는 건 일요일.

이번 주말은 중간 평가를 대비해야 했기에 김재우와 던전을 도는 것도 잠시 멈추기로 한 상태라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

‘월 녀석이 좋아하겠는데?’

한수호는 두 기의 몬스터 봇 배송현황을 랩톱으로 확인하고는 혼자 미소 지었다.

그때, 랩톱 하단부에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재우 형?’

김재우의 메일이었다.

한수호는 무슨 내용인가 싶어 메일을 열었고, 그 메일이 한수호가 부탁했던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는 유명 마공사들의 사진과 정보임을 알 수 있었다.

곧바로 폰으로도 김재우의 연락이 들어왔다.

[네가 부탁한 거 방금 메일로 보냈다. 정보 긁어모으느라 고생 좀 했으니까 나중에 밥 한번 사라. 월요일에 중간평가라며? 준비는 잘했냐? 주말에 다른데 싸돌아다니지 말고 차분히 시험 준비나 해라. 너 졸업 점수 형편없으면 내가 추천해도 서울 본사의 특무부로 입사하기 어렵다는 건 잘 알지? 1학년 때부터 점수 관리 잘해야 한다. 아무튼, 좋은 주말 보내고.]

폰 문자에 주저리주저리 길게도 썼다.

한수호는 메시지에서 자신에 대한 형으로서의 걱정이 한가득 느껴지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기 앞가림도 좀 그렇게 잘하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짧게 고맙다는 회신만 보냈다.

‘그나저나 이름 좀 날리는 마공사들이 엄청 많긴 하네.’

첨부된 파일 용량만 해도 30기가가 넘는다.

대충 인원수를 살펴보니 천이백여 명 정도.

부모님이 남긴 사진에 있는 인물들 사진과 일일이 대조해 가며 확인만 하는 데도 꼬박 며칠은 걸릴 것 같았다.

‘당장 서두를 것까진 없으니까 천천히 해보지, 뭐’

한수호는 바로 첫 번째 인물 정보부터 확인에 들어갔다.

* * *

한수호가 메일을 확인한 지 십여 분쯤 지났을 때였다.

딩동!

누가 벨을 눌렀다.

“야, 장태산! 문 좀 빨리 열어봐!”

양소혜였다.

시간을 보니 저녁 7시가 넘은 시간.

‘이 시간에 뭔 일이지?’

한수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이 시간에 남자 기숙사에는 무슨 일…. 어? 너도 왔냐?”

양소혜 옆에는 최지혁이 축 처진 얼굴로 시체처럼 서 있었다.

“자자, 빨리들 들어 와봐. 아주 대~박 사건이라고.”

양소혜가 최지혁 팔목을 잡고는 제집처럼 훅 들어갔다.

빠르게 거실에 모인 세 사람.

한수호와 최지혁은 양소혜가 사온 간식거리를 입에 넣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기 시작했다.

“…. 어때? 죽이지 않냐?”

양소혜는 슬라이드형 공법폰을 10인치 정도로 키워서 큼직하게 정리된 표 하나를 보여줬다.

“이것이 바로 지난 4년간, 아카데미 1학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졌던 중간 평가 목록이라 이 말씀!”

폰 화면에 떠 있는 표는 꽤 정리가 잘 되어 있었고, 어떤 식으로 시험이 치러졌는지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넌 이런 걸 어디서 구했냐? 검증은 된 거고?”

최지혁은 여전히 맥 빠진 얼굴을 하고선 영혼 없이 질문을 던졌다.

“내가 누구냐? 이거 족보야, 족보. 지금은 졸업반이 된 5학년 선배가 1학년 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건데, 매년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신입생한테 이걸 전수해서 계속 업데이트시킨 거라고.”

“그럼 네가 그 장래가 촉망되는 신입생이냐?”

“당연하지! 그래서 원래 백만 원이나 하는 족보를 단돈 이십에 판 거 아니겠어?”

양소혜는 이 귀한 족보를 이십만 원에 구매한 걸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에 최지혁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양소혜. 내가 볼 땐, 너 사기 맞은 거 같은데? 뭔 이런 표딱지 하나가 이십이나 한데?”

“하, 최지혁이가 날 못 믿네? 이거 다른 선배들한테 이미 사실 확인까지 받은 정보라고. 잘 봐봐. 여기 끝에 보면 이 평가에서 누가 최고 점수 받았는지도 자세히 나와 있잖아.”

그러고 보니 표의 가장 우측엔 ‘최고 점수’라는 항목으로 하여 이름들이 기재되어 있었다.

2047년도에는 당시 17세였던 송지문의 이름이 써 있었고, 2048년도의 최고점수 획득자는 19세의 강우진이었다. 2049년엔 당시 20세였던 서중이란 학생이었으며, 2050년엔 송지문의 동생 송유나가 최고점수자였다.

“이것만 봐도 이 족보가 사실이라는 건 쉽게 알 수가 있지. 안 그래?”

“뭐, 그렇긴 하다만….”

최지혁도 이제야 관심이 생기는지 양소혜의 폰을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이거 입체 영상으로 띄워줄게. 잘 봐봐.”

양소혜는 폰 기능을 이용해 족보라는 표를 홀로그램으로 띄웠다.

작은 화면에서 50인치나 되는 큰 화면으로 변화되니 보기가 훨씬 편해졌다.

한수호도 전혀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기에 표를 찬찬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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