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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89화 (89/375)

89화

어느덧 뉴에르다의 섬에 온 지 5일이 흘렀다.

그사이 많은 학생이 리타이어 당했고, 살아남은 학생들은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했다.

총 181명의 학생 중, 거의 30%에 가까운 67명이 리타이어 당했는데, 대부분의 리타이어가 신소이 팀에 의해 발생한 것이었다.

무려 21명.

단 4명으로 이루진 신소이 팀은 5일 동안 21명을 리타이어 시킴으로써 가산점 105점에 놀 사냥 점수, 거기다 몬스터의 심장까지 챙긴 덕에 최하 129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한수호의 점수는 독보적이었다.

무려 167점.

중간평가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학생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였다.

2위는 신소이였고, 그녀도 14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3위는 양소혜였고, 4위는 최지혁, 5위와 6위는 놀랍게도 신소이와 한 팀이 된 행운을 잡은 두 명의 학생들이었다.

그 아래로 장한설과 이하윤, 그리고 D반 학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B반과 C반은 거의 대부분이 리타이어 당해 몇 명 생존하지 못한 상태였다.

양소혜가 이끄는 D반의 7개 팀은 4인 1개 팀을 끝까지 유지해 가며 주로 B반과 C반의 학생들을 리타이어 시키는 데 주력했고, 최지혁이 이끄는 4개 팀은 놀 사냥을 위주로 하면서도 눈에 띄는 다른 팀들을 리타이어 시켰다.

D반의 이런 작전은 기가 막히게 잘 들어맞았다.

B반과 C반 학생들은 1, 2위 에이스들이 단독 팀을 꾸려 자신들 생존을 위해서만 움직인 탓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백윤후와 박현수가 계속해서 학생을 꼬셔서 한수호 팀을 잡으려고 고집을 부린 탓에 불필요한 리타이어가 많았다.

그나마 장한설과 이하윤이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D반처럼 A반 학생들로만 이루어진 팀을 구축해 다행이었다.

장한설은 5명씩 5개 팀을 만들어 한곳에 뭉쳐놨고, 틈틈이 놀을 사냥하면서 생존을 목적으로만 움직였다.

그렇게 5일이 지났다.

이제 4시간 뒤면 중간평가는 종료였다.

“이 자식은 또 개수작 질이네.”

한수호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쵸코바로 에너지를 충전시키며 단말기를 살피는 중이었다.

단말기엔 백윤후의 팀 정보가 나타나 있었다.

방금 전까지 백윤후의 팀에는 4명이 있었는데, 갑자기 팀이 해체되더니 두 명이 리타이어 되버렸다.

이는 백윤후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 팀이었던 친구들까지 리타이어 시켰음을 의미했다.

“그 자식은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어제까지만 해도 죽자고 덤벼들더니, 이젠 자기 팀까지 리타이어 시켜?”

신소이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자 한수호는 고개를 내저었다.

“인성 제대로 빻은 놈이니까. 이런 자식을 끝까지 생존시키는 건 내가 허락 못 하지.”

“어쩌려고?”

신소이가 불안해하며 묻자 한수호가 단말기를 조작했다.

삐링

알림음 소리에 자신의 단말기를 확인한 신소이는 크게 의아해했다.

“뭐야? 너, 왜 팀을 탈퇴하는데?”

한수호는 어느새 팀원에서 빠져 있었다.

“종료 시간 거의 다 됐으니까 얘네 데리고 시작 지점으로 먼저 가. 난 할 일이 좀 있다.”

한수호는 지금이라도 백윤후를 찾아가 리타이어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가려면 같이 가. 그래도 5일간 한 팀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쪼개지는 건 아니지.”

“아니. 나 혼자 간다. 따라오면 너희들도 리타이어 시킬 줄 알아.”

진지한 농담으로 겁을 준 한수호는 바로 단말기의 스캔 기능을 켰다.

원래 단말기의 스캔 기능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점수가 150점을 넘기게 되자 자동으로 활성화되었고, 1점을 소모하는 방법으로 지금처럼 사용이 가능해진 것.

이 스캔 기능은 반경 300미터까지 훑을 수 있는데, 그 범위 내에 가슴 보호대를 착용한 학생이 있으면 그 정보를 읽어내 단말기 화면에 하얀 점으로 표시해준다.

한수호는 단말기 화면에 떠오른 백윤후의 이름을 바로 확인했다.

그는 박현수와 함께 시작 지점이 아닌, 섬 북쪽의 산등성이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역시. 더 이상 리타이어로 점수를 올릴 방법이 없으니 놀을 사냥하시겠다 이거군.’

백윤후의 점수는 고작 31점.

그나마 팀을 임의로 해체함으로써 팀원을 리타이어 시켜서 얻은 점수였다.

한수호는 백윤후를 아예 리타이어 시켜서 탈락과 동시에 점수까지도 30점 아래로 떨어뜨릴 생각이었다.

녀석이 스캔 범위에서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좇아가야 했다.

“나 먼저 간다. 4시 방향에 최지혁이 팀이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서 합류하면 무사히 시작 지점으로 복귀할 수 있을 거다.”

“나도 갈 거야.”

신소이의 말이 떠나려는 한수호를 붙잡았다.

“내 손에 리타이어 되고 싶어?”

“원하면 그래 보던가.”

신소이는 평소와 다르게 적극적이었다.

그녀는 어느새 팀을 완전히 해체했다. 그리고 눈짓으로 다른 두 학생에게 빨리 가라고 신호했다.

두 학생은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팀이 해체된 이상 더 있다가 한수호나 신소이가 손을 쓴다면 막을 자신이 없었으니까.

“너….”

“나도 백윤후, 그 자식 마음에 안 들어. 그리고 장태산. 네가 강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더 쉬운 길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해서 갈 필요는 없잖아. 날 이용하면 더 쉽게 그 자식 리타이어 시킬 수 있을 거야.”

더 이상 늘 자신감 없이 자기주장을 펴지도 못했던 신소이가 아니었다.

말을 더듬지도 않았고,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하는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한수호는 신소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하며 피식 웃고 말았다.

“알았다. 대신, 절대 먼저 나서지 마. 백윤후가 인성은 썩었어도 실력은 결코 낮지 않으니까.”

한수호의 걱정 어린 말에 신소이는 방긋 웃을 수 있었다.

“응. 하라는 대로 할게.”

* * *

한수호와 신소이는 백윤후의 뒤를 좇았다.

실제 거리는 250여 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울창한 숲이 가로막고 있어 체감상 1킬로미터는 되는 듯했다.

잠시 멈춰선 한수호가 단말기로 다시 스캔을 해 보니, 200미터 거리까지 좁혀져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일어났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이 시간에는 단말기 스캔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물은 네 명뿐이어야 했다.

그런데 7시 방향에서 새로운 신호 하나가 더 잡혔다.

‘이하윤?’

그 신호 위에는 이하윤의 이름이 선명하게 떠올라 있었다.

이하윤은 아직 100점도 채 되지 못했기 때문에 스캔 기능을 쓸 수 없다.

지금쯤은 시작 지점 근처에 가 있어야 할 이하윤이 왜 혼자서 이쪽으로 온 것일까?

한수호는 이하윤은 그냥 두고 백윤후 쪽으로 가려다가 멈칫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하윤이 자신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오는 것 같았기 때문.

“신소이. 누가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어. 내가 아는 녀석이니까 잠시 기다려 보자.”

“아는 녀석? 우리 D반 학생?”

“아니. 다른 반.”

신소이는 다른 반 학생 중에 한수호가 안다고 할 만한 학생이 누가 있을까 궁금해했다.

문뜩 떠오르는 건 장한설과 이하윤이었다.

그중 이하윤은 A반과의 공동수업 중에 한수호와 한 팀을 이루어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던 학생이라는 사실도 떠올랐다.

게다가 대한 식도락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도 장한설과 이하윤이 한수호와 한자리에 있었다는 사실 역시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대체 무슨 관계지?’

신소이는 장한설, 이하윤이 한수호와 친해 보이는 것에 괜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태산아. 스캔 기능이 확실하다고는 해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 몸을 숨기고 있는 게 어떨까?”

신소이의 말에 한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두 사람은 바로 근처의 나무 위로 올라 모습을 숨겼다.

그리고 잠시 후,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왜소한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김없이 이하윤이었다.

여전히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였지만, 토끼처럼 크고 예쁜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의 흔적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때, 신소이가 돌연 손을 뻗어내며 마나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주변을 살피던 이하윤이 뭔가를 느끼고 고개를 팍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한수호를 발견하더니 반가운 눈빛을 띠었다.

그 시점에 한수호는 손을 내뻗은 신소이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방금 이 행동은 그녀가 이하윤을 목표로 속박 특성을 사용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신소이의 가슴 스탯은 79.

가슴 스탯이 96이나 되는 이하윤을 속박할 수는 없겠지만 갑자기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경악할 만한 상황이 일어났다.

조금 당황한 듯한 신소이가 입을 꾹 다문 채 몸에 힘을 주자 손에서 엷은 빛이 흘러나오는 듯하더니 고개를 든 이하윤의 몸이 덜컥하고 멈춰 섰다.

이하윤은 한수호를 부르려고 손을 들어 올리는 자세로 멈춰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한수호는 크게 놀라면서도 빠르게 신소이의 신체 수치를 점검했다.

[가슴]: 79(+79)

갑자기 가슴 스탯이 두 배나 올랐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

모종의 이유로 신소이의 마나량이 한순간에 두 배로 뛰었다는 것이다.

이건 한수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가슴 스탯 158이면, 신소이가 한수호 마저도 속박으로 멈춰 세울 수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신소이. 속박 풀어.”

“어? 아…. 미안. 나도 모르게 적인 줄 알고.”

신소이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한수호 모르게 살며시 거머쥐었던 창에서 손을 떼 냈다. 그리고 속박을 바로 풀었다.

“…. 푸아! 방금 대체….?”

이하윤이 숨을 크게 토해내며 의아해했다.

한수호는 나무에서 뛰어내린 뒤 이하윤의 몸 여기저기를 살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고?”

“응. 괜찮긴 한데…. 이제 보니 오빤 굉장한 특성을 지닌 사람하고 팀을 짰구나?”

“뭐, 그렇지. 인사해. 여긴 신소이. 같은 D반 친구. 그리고 여긴….”

한수호가 신소이에게 이하윤을 소개시켜 주려는데, 이하윤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선수를 쳤다.

“이하윤이에요. 두 번째 뵙네요. 공동 수업 때 본 적 있죠?”

아무렇지 않은 듯 싱긋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는 이하윤.

이에 신소이는 다시 예전처럼 고개를 반쯤 숙인 채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바, 반가워요. 태산이랑 한 팀인 신소이예요. 방금 전엔 미안했어요. 며칠째, 태산일 리타이어 시키려는 녀석들 습격을 계속 받다 보니 반사적으로 공격을 했어요.”

신소이는 한 팀이라는 점과 며칠 동안 함께 했다는 사실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하윤과 신소이 사이엔 묘한 긴장감이 일었다. 하지만 한수호는 그런 여자들의 긴장감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이건 한수호가 초감각이 생겼어도 알아내지 못할 미지의 영역이었다.

“괜찮아요. 그냥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만 한 거잖아요. 설마,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창 같은 걸 내던질 생각은 아니었겠죠.”

“그, 그럴 리가요. 전 창은 쓸 줄도 모르는걸요.”

이하윤은 분명 봤다.

한수호가 볼 수 없는 각도에서 신소이의 손이 창을 거머쥐는 것을.

그게 의미하는 건 한수호가 말리는 게 늦었으면 모른 척하고 창을 던졌을 거라는 것이다.

“말 편하게 해도 돼요. 언니보다 두 살이나 어린걸요.”

“어…. 으응. 그, 그래.”

이하윤이 두 살이나 어리다는 말을 특히 강조하자 신소이는 괜히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그 말을 하는 이하윤이 두 눈으로 너무나 예쁜 초승달을 그리며 웃고 있어 더 기분이 나빴다.

“크흠. 그런데, 이하윤. 넌 시작 지점에 안 있고, 여긴 왜 왔는데?”

둘 사이의 묘한 기류를 이제야 눈치챈 한수호는 이때다 싶어 질문을 던졌다.

“평가가 끝날 시간이 다 돼가는데 오빠가 안 오니까 부르러 왔지.”

“장한설은?”

“한설이 언니는 시작 지점으로 먼저 갔어. 왜? 한설 언니가 안 오고 내가 와서 실망했어?”

“그런 게 아니라. 네가 혼자 여기 오겠다는데 그냥 보내줬나 그게 궁금해서.”

“내가 우겨서 왔어. 안 보내주면 내 스스로 리타이어 하겠다고 했거든.”

“…. 허, 참.”

한수호는 혀를 찼다.

그도 이하윤이 왜 이렇게 한수호에게 다가서려 애를 쓰는지는 잘 안다.

그녀의 흉측한 얼굴 상처를 치료해줄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한수호는 그런 이하윤의 마음을 알기에 굳이 밀어내려 하지 않았다.

‘얼굴 치료만 끝나면 이런 관심도 끝나겠지, 뭐.’

이하윤의 의도를 조금 이상한 쪽으로 생각한 한수호는 이번 주말에는 이하윤을 컨테이너 하우스로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나 지금 할 일이 있으니까, 너 먼저 돌아가 있어. 오래 안 걸릴 거야.”

“백윤후 잡으러 가는 거지?”

이하윤은 기가 막히게 눈치가 빨랐다.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럼 나도 갈래.”

“너도?”

“내 특성이 뭔 줄 알면서 물어? 2대 2로 싸우는 것보다 3대 2로 싸우면 더 쉽잖아.”

이하윤은 두 개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는 원격제어였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회생이었다.

지금 이하윤은 원격제어 특성으로 도와주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너, 말려도 따라올 거지?”

“당연한 걸 묻고 그래?”

“내가 화를 내도?”

“물론이지.”

“휴…. 알았다. 후딱 할 일만 해치우고 다 같이 돌아가자고.”

한수호는 어쩔 수 없이 이하윤의 동행도 허락했다.

“그럼 나도 팀에 넣어줘.”

“팀? 그러고 보니 아직 팀을 안 짰네.”

한수호는 팀 개설을 위한 방을 만들었고, 신소이와 이하윤이 바로 가입 신청을 했다.

중간 평가 종료 시점을 3시간 반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 한수호가 만든 팀이 새롭게 탄생했다.

그리고 그 팀은 시작 지점이 아닌, 섬 북쪽의 높은 산등성이를 향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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