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99화 (99/375)

99화

한수호는 기숙사 거실에 걸어둔 시계를 확인했다.

[08:23]

사기환을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아직 2시간 반이나 남아 있었다.

‘일단 안전장치부터 만들어야겠지?’

이산의 딸이 공법폰에 특수 스티커를 부착한 걸 알게 된 이후, 한수호는 언제든 자신에 대한 것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걱정이 생겼다.

그래서 자신이 기숙사를 비우거나, 컨테이너 하우스를 비우더라도 누군가 침입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는 뭔가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기계나 무슨 엄청난 아티팩트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스티커 용지면 충분하지.’

한수호는 랩톱에 무선으로 컬러 프린터를 연결해 작은 호랑이 얼굴이 새겨진 스티커 100개를 인쇄했다.

손톱 정도 크기라 눈에 띄지도 않았고, 평범하고 귀여운 호랑이 얼굴이어서 특별한 것도 없었다.

한수호는 그 스티커 용지를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뺌으로써 코스트를 부여했다.

[깜찍한 호랑이 스티커]

-코스트: 1

-굉장히 깜찍한 호랑이 얼굴 100개가 그려진 스티커 용지다.

매우 간단한 정보가 나왔지만, 이제 이 스티커의 마나 회로를 건드려 정보를 바꿀 수가 있게 되었다.

우선은 한수호 자신 이외의 인물이 침입했을 때, 경고해 주는 내용을 추가해봤다.

그 결과 필요한 포인트는 30만 LP.

확실히 이산이 만든 스티커가 굉장한 물건인가 보다.

비슷한 효과의 아티팩트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포인트가 엄청났다.

‘그럼 외부인이 침입했다는 기록만 남기는 건 어떨까?’

정보에 그 내용을 추가하니 저장에 10만 LP가 필요했다.

이것도 필요 포인트가 만만치 않다.

한수호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포인트 소모가 적고, 쉽게 외부인의 침입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 내용을 빠르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방법을 찾아냈다.

한수호는 100개의 호랑이 얼굴이 새겨진 스티커 용지에 한 문장을 추가했다.

-오픈된 횟수를 누적으로 보여준다.

스티커를 붙일 곳은 문과 창문 같이 열리고 닫히는 곳뿐.

그러니 한수호가 없을 때, 열리게 될 경우에 횟수가 누적되는 것만으로도 침입이 있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문장을 추가하는데 필요한 포인트는 불과 5천 LP.

예상대로 이런 자유성이 짙은 문장은 필요한 포인트가 굉장히 낮았다.

하지만, 외출할 때마다 매번 이 스티커들의 누적 횟수를 체크해야 하는 불편함이 예상된다.

그래서 한수호는 100개의 스티커에 모두 번호를 부여했고, 작고 새로운 백사자 얼굴 스티커를 한 장 만들어 거기엔 다른 내용을 넣었다.

-1번부터 100번까지의 호랑이 스티커의 정보가 변경되면 본 스티커가 부착된 기기에 해당 스티커 번호를 문자로 보낸다.

이번엔 조금 복잡한 내용의 문장이어서 그런지 필요한 포인트가 3만이나 된다.

그래도 보유한 LP로 감당이 가능한 수치라 문제는 없었다.

직접적으로 경고를 통보하는 방식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수호는 백사자 스티커를 공법폰 뒷면에 부착시켰다.

이제 호랑이 스티커가 부착된 문이나 창문, 서랍 같은 곳이 열리면 그 횟수가 카운트되며, 스티커의 누적 숫자가 달라질 때마다 폰으로 스티커 번호가 뜨게 되는 것이다.

한수호는 시험을 해봤다.

총 8개의 호랑이 스티커를 떼어내 방 창문 두 개, 거실 창문 네 개, 화장실 창문 한 개, 마지막으로 기숙사 문에 한 개를 부착시켰다.

그리고 거실 창문을 열었다 닫아봤다.

순간,

삐빅

즉시 공법폰으로 문자가 왔다.

[4]

아주 제대로 작동한다.

방금 한수호가 열었다 닫은 창문엔 4번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었고, 그 스티커 정보를 살펴보니, ‘열린 횟수: 1’이라고 표시되고 있었다.

‘딱이네.’

마공전뇌 이산의 제작 특성만큼은 아니지만 개조 특성으로도 얼추 비슷한 기능의 아티팩트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이나 고무적이었다.

한수호는 그제야 안심하고 기숙사를 나섰다.

이제 컨테이너 하우스에 들려 호랑이 스티커를 곳곳에 붙인 다음 사기환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 * *

토요일 점심이라 그런지, 사기환은 약속 시간보다 15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연락했다.

그래도 미리 연락을 받은 터라 한수호는 마음 편히 벤치에 앉아 그를 기다릴 수 있었다.

10분 정도 일찍 나왔던 터라 시간 여유가 생기자 한수호는 친구들에게 칙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한수호>>나 오늘 점심 약속 있다. 너희들끼리 먹어.

반응은 바로 왔다.

양소혜>>쳇. 폰 꺼놓고 있어서 그럴 거라 예상은 했다. 재수탱아.

최지혁>>참, 빨리도 연락한다.

장한설>>장태산,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이 누나가 너희들 맛난 거 먹이려고 좋은 음식점 예약해 놨구만.

이하윤>>누구랑 약속인데?

다들 한수호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서운한 모양.

한수호>>아는 형이랑 약속임.

한수호의 대답은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자 장한설이 다시 칙톡을 보냈다.

장한설>>야! 넌 왜 하윤이 톡에만 대꾸하는 건데?

한수호>>내 맘.

장한설>>호오. 이 누나한테 도전하시겠다? 너 저녁에 단련실로 좀 와라. 진지하게 누나 얼굴이나 좀 볼까?

한수호는 그대로 칙톡 앱을 닫아버렸다.

장한설이 누나 누나 하는 말투가 어렸을 때의 한설아와 너무도 닮았기에 괜히 가슴이 뛰었고, 대화 중에 행여나 실수할까 봐 그만둔 것이다.

‘자식. 내가 오빠라니까….’

한수호는 저도 모르게 아련하게 웃고 말았다.

그때 한수호의 눈앞으로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폰으로 통신이 이루어졌습니다. 개발자에게 통신 내용을 전달하겠습니까?

(YES/NO)

공법폰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이 내용을 이산에게 넘길 것인지를 묻는 메시지가 뜬 것이다.

무심코 NO를 선택하려다가 너무 전달되는 정보가 없으면 이상하게 여길 것 같아 이번엔 YES를 선택했다.

칙톡으로 주고받은 내용 자체가 별 게 아니라서 문제 될 게 없기도 했다.

한수호가 이산을 떠올리며 어떻게 끌어들일까를 고민하고 있을 때, 백윤후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 그래도 특무부에 끌려간 백윤후가 어찌 됐을지 궁금했는데 잘 됐다 싶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어, 왜?”

-넌 내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지도 않냐?

“궁금하니까 전화 받았잖아. 통화가 되는 거 보니까 무사히 풀려났나 보네?”

-뭐, 그렇긴 하다만.

“그래서, 용건이 뭔데?”

한수호는 최대한 담담한 투로 말했다.

원하면 얼마든지 통화내용을 이산에게 전달되지 않게 차단할 수 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라 조심할 필요는 있었으니까.

-너 아직 모를 거 같아서 알려주려고.

“뭘?”

-어제 우리가 있었던 게이트. 오늘 새벽에 폐쇄됐다.

“…. 벌써?”

이건 좀 의외였다.

아무리 결계의 중심축인 도플갱어가 게이트를 벗어났다고 해도 보통은 24시간 후에나 폐쇄되기 때문.

-아무래도 중심축이 소멸된 걸로 판정이 되는 모양이야. 내가 가르티아의 몸을 버렸….

“워워. 잠깐, 잠깐만! 그 얘긴 나중에 하면 안 될까?”

한수호는 아차 싶어서 바로 백윤후의 말을 끊었다.

혹시라도 누가 엿들으면 위험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갑자기 뭔데?

“내가 저녁때 다시 전화할게.”

-이상한 놈이네…. 뭐, 알았다.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난 한동안 죽었다 생각하고 조용히 지낼 생각이니까, 다른 애들보고 괜히 나한테 시비 걸지 말라고 전해라.

“어, 알았어.”

그렇게 통화를 끊었다.

>>폰으로 통신이 이루어졌습니다. 개발자에게 통신 내용을 전달하겠습니까?

(YES/NO)

바로 선택 메시지가 떴고, 한수호는 당연히 NO를 택했다.

이번 통화는 이산에게 전해지면 위험할 것 같았다.

사실, 한수호는 백윤후가 하려는 말이 뭔지 이미 눈치챘다.

결계의 중심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게이트일 경우엔, 알파 개체가 소멸되면 바로 폐쇄 경고가 뜬다.

그리고 12시간 후에 바로 게이트도 폐쇄되어 버린다.

하지만 알파 개체가 소멸되지 않은 채 게이트를 벗어나면 24시간이나 지나서야 자동으로 폐쇄되는 것이다.

백윤후는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트롤이었던 가르티아가 본래의 육체를 버리고 백윤후의 몸을 차지한 순간, 그 상태를 중심축의 소멸로 인식해서 12시간 만에 폐쇄된 거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차라리 잘된 건가? 이제 특무부나 정의국에서도 여의도 게이트를 구축하고 있던 힘이 소멸된 거라고 생각할 테니….’

한수호는 다소 안심할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11시 13분이다.

그때, 한수호가 앉아 있는 벤치 앞 주차 자리로 1.5톤짜리 윙바디 탑차 한 대가 배기음을 흘리며 천천히 멈춰 섰다.

운전석에는 당연하게도 사기환이 앉아 있었다.

“여어, 오랜만?”

사기환은 대전에서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보기 좋아졌다.

더 이상 통통한 얼굴에 다크서클이 가득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턱선은 전보다 갸름해졌고, 낯빛도 굉장히 밝아졌다.

입가엔 미소마저 감돌고 있었다.

“얼굴색 좋아져서 다행이네요. 일단 짐부터 받아야 하니까 함께 가자고요.”

한수호는 조수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함께 컨테이너 하우스로 향했다.

하우스 앞에는 작지만 마당이 있었기에 그곳에 차를 댔다.

윙바디 한쪽이 열렸고, 그 안에는 커다란 박스 두 개와 사기환의 이삿짐들까지 한가득 실려 있었다.

박스 모양을 보니, 그 안에 몬스터 봇 신제품 두 기가 실려 있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짐이 적네요?”

“원랜 많았지. 대부분 버려서 그나마 이 정도다.”

“올~ 가전제품은 죄다 새로 살 생각인가 보네요?”

“특무부에서 지원해 준다는데 마다할 필요가 없잖냐.”

한수호와 사기환은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몬스터 봇이 든 박스 두 개를 컨테이너 하우스 안에 들여놨다.

다시 하우스 밖으로 나온 둘은 차는 그대로 주차해 놓고 음식점으로 향했다.

오늘 점심은 사기환이 선호하는 국밥이었다.

긴 세월 변함없이 한자리에서 운영되고 있는 국밥집에 들어선 두 사람은 비교적 다른 테이블과 멀리 떨어진 구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밑반찬이 깔리고, 5분도 안 되어 돼지 국밥과 순대 국밥이 나왔다.

한수호는 고춧가루 양념장과 부추 등을 넣고 밥까지 말아 한술 크게 떠먹었다.

“캬아. 이 맛이지.”

“태산아. 넌 젊은 애들답지 않게 이런 걸 좋아하네?”

“그야 젊은 애들이 아니니까 그렇죠.”

“응?”

엉뚱한 말로 사기환을 혼란스럽게 한 한수호는 피식 웃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갔다.

요즘 어떻냐는 안부를 시작으로 새로 만나는 여자는 없는지, 특성 개발은 끊임없이 지속하고 있는지 등을 물었다.

그러다 이야기는 한수호의 아카데미 생활에 대한 것으로 넘어왔다.

“혼자 따 당하고 그러는 건 아니지?”

“제가 누군데 따를 당해요. 따 당하는 애들도 돕는 히어로구만.”

이 말을 하면서 문뜩 신소이가 떠올랐다.

거무스름한 피부를 가지고, 긴 머리로 얼굴을 반 이상 늘 가리고 다니는 조용한 여학생.

1학년 꼴찌라는 타이틀을 달고 입학한 덕분에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지만, 사실 그녀의 특성인 속박은 굉장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성격도 보기보다 활발한 편이던데….’

한수호와 한 팀이 되면서 5일간 경험해 본 결과, 신소이는 여건만 주어진다면 누구보다도 밝고 명랑하게 아카데미 생활을 할 녀석이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그녀에 대한 정보 역시 회귀 전의 기억 속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자꾸 몬스터 봇만 보내 달라고 해서 혼자 따 당하는가 걱정했더니, 그건 아닌가 보네. 다행이다, 야.”

“이 동생이 워낙 강해서 평범한 몬스터 봇으로는 수련이 안 되니까 그런 거죠.”

괜한 자랑질이었지만 사기환은 재밌어하며 웃었다.

“그래? 그거 나 칭찬하는 거지? 이 형이 만든 몬스터 봇이 아카데미에 있는 보급형 봇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 뭐 이런 거 아니냐?”

“그야 당연하죠. 특히 저번에 보내준 고블린 봇은 최고였어요.”

“아, 고블린 워리어 녀석? 그건 나도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거니까 당연히 최고일 거야. 전투 영역이 적용된 봇은 그놈밖에 없거든.”

사기환의 말에 한수호는 조금 놀랐다.

전투 영역 기술을 개발했다더니 실제로 적용된 건 봇 한 대 뿐이다?

“기술은 완벽한데, 적용 방법에 문제가 좀 있더라고. 그 고블린 워리어도 무려 173대의 봇을 박살 내면서 간신히 탄생한 거다.”

이제 보니 고블린 워리어, 즉 월은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성공한 축복받은 개체인 것이다.

“어쩐지…. 너무 건방지다 했더니 그런 엄청난 확률을 뚫고 태어난 녀석이었군요?”

“…. 건방져? 고블린 워리어가?”

사기환이 고개를 갸웃하자 한수호는 너털웃음으로 대충 넘겼다.

“하하하. 뭐, 그렇다는 거죠. 그럼, 전투 영역을 쓸 수 있는 봇은 그 녀석 하나뿐이라는 거네요?”

“그렇지. 이제 산범 봇이랑, 불가살 봇도 개발되었으니까 다시 찬찬히 전투 영역을 봇에 쉽게 적용할 방법을 연구해 봐야지.”

사기환이 그 말을 꺼내자마자 한수호는 딱 잘라 말했다.

“그거 개발 중지해요. 세상에 등장하면 안 되는 기술입니다.”

“…. 왜?”

사기환이 놀란 얼굴로 되묻자 한수호는 헛기침하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크흠. 제가 경험해 봤는데, 너무 위험해요. 잘못하면 전투 영역에 사람이 갇혀 밖으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한수호는 일부러 위험성만을 강조하며 사기환이 전투 영역 기술을 일반 몬스터 봇에 적용하는 걸 적극적으로 막았다.

‘전투 영역이 세상에 알려지면 안 돼. 그건 나만의 기술이어야 한다고.’

한수호는 전투 영역 기술을 혼자서만 독식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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