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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13화 (113/375)

113화

[평범한 생수]

-코스트: 1

-스카이 우드캐슬의 디럭스 패밀리룸에 비치된 무료 생수다.

한수호는 호텔 방 화장실에서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뺀 생수통의 정보를 살폈다.

‘생수통에 이게 뭔 짓인지…. 에휴.’

이 생수는 최지혁에게 먹일 예정이었다.

여자애들은 두 명씩 한방에 투숙했고, 남자는 셋이 한방을 사용하게 된 상태.

때문에 밤에 몰래 나가려면 최지혁을 깊이 잠들게 해야 했다.

그래서 한수호는 생수 통에 코스트를 부여한 뒤, 수면 효과를 추가하려는 것이다.

평범한 생수 통에 ‘확실한 수면 효과’를 부여하자 필요한 포인트가 1만으로 책정되었다.

그동안 쌓인 LP가 9만5천이나 돼서 아무 문제는 없었지만, 피 같은 포인트 1만이 고작 수면 효과로 날릴 생각을 하니 아깝기만 했다.

‘그래도 최지혁이를 데리고 갈 수는 없으니까.’

최지혁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백윤후의 비밀을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친구들과 저녁을 마친 후, 한수호는 잠시 주변 구경을 한다며 일행들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곧장 담당 마공사인 이경호를 찾아갔다.

따로 자리를 마련한 한수호는 이경호에게 야간 이용권에 대한 걸 물어봤다.

야간 이용권.

그건 스카이 우드캐슬에서 비밀리에 운영되는 서비스였다.

1박 이용권으로는 용병 마공사가 몬스터를 처치하는 걸 그저 구경만 할 수 있지만, 야간 이용권을 구매하게 되면 직접 사냥에 참여하는 게 가능해진다.

또한 직접 사냥에서 해치운 몬스터에 대한 소유권도 주어지고, 사냥에 성공할 경우, 특별 서비스로 트롤의 혈액 100미리를 전리품처럼 챙길 수 있게 된다.

트롤의 혈액 100미리면 암시장에 판매해도 최소 5백만 원은 받을 수 있으니, 추가금으로 1천만 원을 지불하는 정도는 큰 부담도 아니었다.

야간 이용권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그 시간 동안 담당 마공사와 함께 야간 사냥에 나서는 것이고,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시간이 되면 무조건 스카이 우드캐슬로 귀환해야 했다.

여기선 모든 게 돈이었다.

야간 이용권 구매에 1천만 원이 추가금으로 들고, 마공사 두 명이 기본 옵션으로 손님에게 붙여진다.

안전을 위해 마공사 한 명을 더 붙이면 5백이 추가되는데, 이 경우 마공사들은 사냥을 반드시 성공시키기 위해 손님을 적극적으로 서포트하게 된다.

사실, 이곳의 마공사들에게 손님한테 받는 돈은 그다지 큰 메리트가 없다.

특급 마공사만 해도 여기서 이틀 정도 사냥에 나서면 2, 3천만 원은 우습게 벌 수 있었으니까.

그들에게 손님을 달고 사냥에 나서는 건, 일종의 꿀알바와 같은 일이었다.

어차피 메디컬 게이트와의 계약에 따라 이삼일에 한 번은 사냥에 나서야 하는데, 이왕 사냥에 나서는 거 손님 한 명 달고 가는 것만으로 5백을 벌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수호도 이경호에게 야간 이용권을 구매했다.

이용자는 자신과 백윤호 두 명.

총 2천만 원을 추가금으로 내는 거로 이경호와 조미란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현재 시간은 저녁 8시 5분.

서둘러 최지혁을 잠들게 하고 통합 안내도 앞으로 가서 이경호를 만나야 했다.

한수호는 수면 효과를 추가한 생수 통을 잘 숨겨 밖으로 나갔다.

최지혁은 창가에 설치된 최첨단 망원경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최지혁. 너 보기보다 낭비가 심하다? 1분 사용에 5만 원이나 하는 비싼 망원경을 뭐 좋다고 계속 보는 거지?”

백윤후가 최지혁의 뒤통수에 대고 하는 말에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룻밤 숙박으로 3천5백을 태운 녀석이 할 말은 아니지 않냐?”

“그거야 친구들과의 원활한 관계 개선이라는 명백한 목적이 있는 거고. 하지만 넌 그냥 눈요기로 벌써 15만 원을 날렸잖아?”

백윤후의 말에 최지혁이 붉어진 얼굴로 백윤후를 노려봤다.

“이 자식이 좋게 봐주려고 했더니, 계속 꼰대질이네?”

“둘 다 그만. 친구끼리 뭐 하는데? 됐고. 이거나 마시고 풀어.”

제때 나타난 한수호가 최지혁에게 생수를 내밀었다.

“아, 저 자식 마음에 안 드네.”

최지혁은 생수를 낚아채더니 뚜껑을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백윤후가 말을 좀 밉게 하긴 해.”

“내 말이. 알랑방귀를 껴도 봐줄까 말까인데 아주 사람 속을 뒤집어 놓잖아?”

최지혁의 말에 백윤후가 또 끼어들었다.

“장태산이면 몰라도 내가 너한테까지 알랑방귀를 낄 이유는 없지 않나?”

“하윤이는? 신소이도 그렇고! 너 때문에 죽을 뻔한 애들이 몇 인 줄이나 알아? 좀 달라졌나 싶었는데, 똑같네. 똑같아.”

최지혁은 여전히 씩씩거렸다.

이쯤 되자 한수호도 최지혁을 자극하는 건 그만해야겠다 싶었다.

생수에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백윤후 보고 최지혁을 자극하라고 시켰는데, 너무 훌륭하게 그 일을 해냈다.

한수호가 눈짓을 해 보이자 백윤후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 톤을 바꿨다.

“크흐흠. 알았다. 다 내 탓이고, 내가 잘못했다는 것도 인정하지. 그런 의미에서 너한테도 정식으로 사과하마.”

백윤후가 돌연 정중하게 사과를 하자 최지혁이 살짝 당황스러워했다.

“아니, 뭐. 네가 나한테까지 사과할 이유는 없긴 한데…. 아무튼. 됐으니까 그만하자.”

“나 때문에 망원경 사용 시간 끝ㅡ 것 같군. 여기 5만 원. 사과의 뜻으로 받아줘라.”

백윤후가 5만 원을 내밀자 최지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굳이 돈까지 줄 필요는 없는데….”

“부담 갖지 말고 받아.”

결국 5만 원을 받은 최지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망원경으로 뉴에르다의 아름다운 야경을 마음껏 구경했다.

그렇게 10분여가 흘렀을 때, 최지혁이 졸린지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너 피곤해 보인다. 침대에서 좀 쉬어.”

“어우. 그래야 할 거 같네. 나 잠깐만 쉴게. 망원경 시간 남은 건 백윤후, 네 녀석이 쓰던가.”

최지혁은 곧장 자기 침대로 올라갔다.

백윤후는 짐짓 망원경을 살피는 척하면서 한수호에게 무성으로 ‘오케이’라고 말했다.

최지혁이 침대에 누운 지 5분도 채 되기 전,

“쿠울…. 쿠르륵, 쿠울.”

작은 소리로 코까지 골며 잠들어 버렸다.

한수호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최지혁을 흔들어 깨워 봤다.

하지만 최지혁은 깊은 잠에 빠져서 도무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수호는 최지혁의 눈까지 까보며 자는 척하는지 확인했고, 정말 잠들었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어렵네, 어려워.”

“내 연기가 그래도 도움이 좀 된 거 같군.”

“그거 연기 아니지? 너 진심으로 최지혁이 쉽게 보는 거 같던데?”

“그럴 리가….”

“긴장하긴. 됐으니까 얼른 나가자. 10분밖에 안 남았다.”

“그러지.”

한수호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무기 착용구를 꺼내 허리에 둘렀다. 전투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단단히 준비해 둔 것.

옷도 바꿔입었다.

남청색 바지에 갈색 후드티를 깊게 눌러쓴 한수호는 달랑 검 하나만 허리에 차고 있는 백윤후를 바라봤다.

“위험한 상황 아니면, 마공사들 앞에서 모든 힘을 내보이지 마.”

“그럴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 안심해라.”

“아스루나에서 네 녀석이랑 한 팀을 먹고 움직이게 되다니, 사람 관계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그건, 나한테 하는 말인가, 아니면 백윤후한테 하는 말인가?”

백윤후의 질문에 한수호는 피식 웃었다.

“둘 다.”

두 사람은 호텔 방문을 잘 잠그고 통합 안내도 앞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 * *

이하이는 통합 안내도 앞에서 마공사들을 기다렸다.

약속 시간인 8시 30분을 5분 남기고 자신과 함께 야간 사냥에 나설 마공사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완전 무장을 한 상태로 이하이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1분도 되지 않아 처음 보는, 아니 기억상으로는 저녁에 아카데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마공사 둘이 추가로 나타났다.

그들의 이름이 이경호와 조미란이라는 것까지 이하이는 기억해 냈다.

“저분들은 뭐죠?”

“오늘 야간 사냥 손님은 두 그룹입니다. 저 마공사분들은 다른 손님을 캐어할 담당자고요.”

마공사 최태섭의 대답에 이하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갑자기 다른 손님이라니요?”

“불편해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어차피 손님의 선택에 따라 움직이게 되기 때문에 루트가 크게 겹치지도 않을 거고….”

그때, 건물 안에서 한수호와 백윤후가 나타났다.

그 둘의 등장에 이하이는 흠칫 놀랐다가 기분이 확 상한 듯한 얼굴로 최태섭에게 따졌다.

“계약상 분명 저만 따로 움직인다고 했을 텐데요?”

“방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여기서만 잠시 함께하는 거고, 캐슬 밖으로 나서게 되면 따로 움직일 거라니까요?”

“그럴 거면 모이는 장소부터 따로 하면 되는 거잖아요?”

이하이는 한수호와 백윤후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킨 것에 대해 굉장히 불편해했다.

그녀 딴에는 이곳에서 1박을 하면서 결계의 중심축인 보더쉘터를 몰래 찾아가 특별한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작정이었다.

하지만 혼자 몰래 나갔다간 스카이 우드캐슬의 야간 사냥팀과 마주칠 가능성이 있어 일부러 공식적으로 야간 이용권을 구매한 것이다.

어차피 이 스카이 우드캐슬의 주인인 메디컬 게이트의 CEO는 그녀와 한편이기 때문에 사용한 돈은 나중에 돌려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보더쉘터 확인 이후에 몰래 학생들 거처에 숨어들어 한수호만 따로 불러낼 계획이었는데, 여기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는 상황.

“이런. 갑자기 저희가 끼어들어서 다른 손님이 화가 난 모양이네요. 어차피 저희도 같이 움직일 생각은 없으니까 여기서부터 따로 행동하는 게 어때요?”

한수호가 ‘나 너한테 아무 관심 없음’을 알리듯 하는 말에 마공사 이경호가 나섰다.

“당연히 그럴 겁니다. 캐슬 밖으로 나갈 때까지만 동행할 거니까 대화하는 게 불편하면 서로 조용히 있으면 되겠죠?”

호들갑 떨지 말고 좋게좋게 가자는 식의 말에 이하이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이하이의 나이는 기껏해야 한수호와 동갑.

나이가 어려서인지 이하이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게 어려운 모양이었다.

그 틈에 한수호는 이하이의 신체 능력을 재빠르게 훑었다.

‘팔 수치가 갑자기 20이나 뛰었어? 뭐야, 이거?’

한수호의 눈앞에 떠오른 이하이의 능력 수치가 이상했다.

원래는 191이었던 오른팔이 211까지 치솟아 오른 것.

-[오른팔]: 191(+20)

마치 한수호가 특성을 사용할 때처럼 본래 수치 옆으로 괄호가 추가된 모습이었다.

‘도대체 정체가 뭐지?’

정말 신기한 여자였다.

기본 능력 자체가 지금까지 봐왔던 그 누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놀랍고, 신체 능력 수치를 자유자재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다.

가장 중요한 건, 그런 이 여자가 여의도 게이트부터 계속 자신의 뒤를 쫓고 있다는 것.

‘이산의 딸이 날 감시한다는 건, 이산의 지시에 의한 것이겠지?’

부모님이 남긴 사진 속에 이산의 얼굴이 있는 이상, 그 또한 이프리트의 수장일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자신이 장태산이 아닌 한수호이며, 한철형과 이태희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절대 들킬 수 없었다.

‘여기서 뭘 하려는 것인지 내가 다 지켜봐 주겠어.’

한수호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상황은 다행히 진정되었다.

이하이도 흥분했던 감정을 누르고 캐슬 아래까지만 함께 움직이는 데 동의했다.

위이이잉

총 여섯 명을 태운 목조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전기 엘리베이터보다는 느렸기에 도착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그사이 이경호가 몇 가지 주의사항을 한수호와 백윤후에게 전달했다.

“개인 행동은 절대적으로 금한다. 가고 싶은 장소가 있으면 우리에게 직접 말해. 그럼 우리가 그쪽으로 데려다줄 테니. 그리고 몬스터가 나타나면 후위로 빠져. 트롤은 눈에 보이는 적한테 우선적으로 달려드니까, 후위에 있으면 안전할 거다. 파이라가 나타나면 우리 곁에 바짝 붙으면 되고. 이해되지?”

이경호는 자신들을 고용한 손님이 잘못되는 걸 바라지 않기에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했다.

한수호는 설명을 들으면서도 노랑머리의 여자, 이하이를 계속 흘끔거렸다.

몰래 흘끔거리는 게 아니라 보란 듯이 시선을 향하고 있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예쁜 여자한테 관심을 보이는 행동으로 오해를 사기 딱 좋았다.

한수호가 이하이를 유심히 살피는 이유는 엉뚱한 데 있었다.

‘저 얼굴…. 어디서 분명 본적이 있는 거 같은데….’

가까이서 보니 그런 느낌이 더 강했다.

스치듯 봤든, 멀리서 봤든, 이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분명 본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꾸 이하이를 쳐다보게 된 것.

“크흠. 장태산 학생. 혹시, 동행하고 싶으면 저쪽 손님한테 잘 말해 봐라. 우리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함께 움직이는 편이 좋으니까.”

한수호의 흘끔거림을 오해한 이경호의 말.

그 말에 한수호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말해도 들어줄 분위기는 아닌 것 같네요. 그냥 저희 갈 길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할 수 없고. 다시 말하지만, 개인 행동을 해서 우리랑 헤어지면 무사 귀환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상한 걸 봐도 먼저 튀어 나가거나 하지 말고. 알았지?”

두 번, 세 번에 걸친 당부에 한수호와 백윤후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쿠궁.

엘리베이터가 거대수 바닥에 닿고 문이 열리자마자 이하이는 쌩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뒤를 따르던 최태섭이 한수호와 백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즐거운 사냥하길 바라마.”

손님으로서의 예의를 다한 인사에 한수호도 빙그레 웃어주었다.

“꼭 무사 귀환하세요.”

이하이가 들으라는 듯, 사망 플래그처럼 꺼낸 말에 최태섭과 다른 마공사는 떨떠름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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