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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28화 (128/375)

128화

[왼팔 쇠고랑]

-코스트: 10

-무게 5kg의 쇳덩이다. (무게조절 가능 범위: 1kg~1500kg)

-착용한 신체의 무게 부담을 70% 이상 덜어준다.

-쇠의 강도를 30% 높여준다.

-주태란 미니어처 토템과의 거리가 1km 이상 멀어지면 강력한 자력이 발생하여 다른 쇠고랑들을 끌어당긴다.

최종적으로 개조된 쇠고랑의 정보였다.

쇠고랑 하나에 소모되는 포인트는 무려 6만이었고, 네 개에 전부 적용을 시키니 24만이라는 엄청난 포인트가 날아가 버렸다.

‘아까워도 할 수 없지 뭐.’

한수호는 개조를 마치고 벌떡 일어났다.

“가죠.”

“어디를?”

“크레이터요.”

“지금? 근처에 있다는 사람들은 어쩌고?”

한수호는 아공간 주머니에서 말없이 밧줄을 꺼내 김재우와 자신의 허리를 함께 묶었다.

“모래 폭풍에 날려갈 일 절대 없을 테니까 안심하고 따라와요.”

“…. 뭐?”

김재우가 어리둥절할 때, 한수호는 벌써 크레이터 쪽으로 바짝 다가서고 있었다.

밧줄 길이가 5미터 정도라 한수호가 나아가니 김재우도 딸려갈 수밖에 없었다.

크레이터의 둔덕을 넘어서자 아직 닿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쳤다.

휘아아아아아아악

무시무시한 바람에 옷이 찢어질 것처럼 펄럭거렸다.

하지만 한수호의 옷은 평범한 옷이 아니라 멀쩡히 버텨내고 있었다.

김재우도 몸통에 방검복을 걸친 상태라 옷이 찢겨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들이 몇 걸음 더 나아갔을 때, 모랫바닥이 불룩거리더니 녹색의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그건 선인장이었다.

약 2미터 크기의 선인장은 팔과 다리처럼 생긴 가지가 달려있었고, 온몸에 뾰족한 흰색 가시가 가득했다.

머리라고 생각되는 곳엔 동그란 두 눈에 ‘O’ 하고 놀라는 입 모양이 구멍처럼 뚫려 있었다.

보오오오오. 보오오오오.

녀석의 동그란 입에서 괴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냥 보기엔 하나도 위협적이지가 않다. 오히려 귀여운 느낌.

하지만 한수호는 이 사보텐더가 웬만한 6급 게이트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보다 위험하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평균 스탯이 66? 머리는 81이나 되잖아?’

개조로 읽어본 사보텐더의 신체 스탯은 놀라웠다.

이 정도면 한 마리가 웬만한 특급 마공사에 버금간다는 말이다.

거기다 원거리 공격 99% 충격 흡수에, 근접 공격도 50%나 흡수하는 특수 능력을 가졌으니 놀랄 노자였다.

“형이 잡아볼래요?”

한수호는 사보텐더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선공을 양보했다.

이에 김재우가 머뭇거리다 앞으로 나섰다.

“이제야 아카데미 학생 답네. 앞으로도 위험하다 싶으면 이 형한테 넘겨. 모든 일에 네가 나설 필요는 없으니까.”

뭔가 가슴 뭉클한 말을 남기며 뛰쳐나가는 김재우.

한수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사보텐더의 모든 걸 뚫어져라 관찰하기 시작했다.

김재우도 나름 상당한 무술을 익힌 몸이라 움직임은 꽤나 좋았다.

각성한 특성이 정밀 분석만 아니었어도, 훌륭한 전투 요원이 되어 게이트 너머에서 활동했을 만큼 신체 능력도 좋다.

그래서인지 사보텐더가 김재우의 공격에 움찔하며 물러섰다.

기선을 제압한 김재우는 옳다구나 싶어 바로 파상 공격에 들어갔다.

적당한 길이의 장검을 화려한 동작으로 휘두르자 사보텐더의 몸 곳곳이 베어져 선인장 조각이 흩날렸다.

하지만 모든 공격이 얕았다.

그렇다고 김재우가 봐주면서 검을 휘두르는 건 아니었다.

한수호의 눈에는, 검이 닿을 때마다 사보텐더의 몸에서 하얀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검을 밀어내는 현상이 정확하게 보였다.

“검에 마력을 담아봐요!”

한수호의 조언에 김재우가 마력을 검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파캉

검과 선인장이 부딪쳤는데 쇳소리가 난다.

검에 마력이 담긴 걸 알아챘는지, 이젠 검이 닿기도 전에 아지랑이아 피어올라 검을 튕겨냈다.

그때, 사보텐더가 두 팔과 다리를 대자로 활짝 펼쳤다.

피리리리리릿

사보텐더의 온몸에서 가시가 뿜어졌다.

검지 손가락 길이만 한 하얀 가시 수백 개가 우수수 쏟아지자 김재우는 급히 팔목에 차고 있던 소형 방패를 앞에 세우고, 몸을 웅크렸다.

따다다다다당

방패에 맞은 가시들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그런데 위력이 얼마나 센지, 김재우가 웅크린 상태로 뒤로 주르륵 밀려나고 말았다.

“도와줘요?”

한수호가 말하자, 김재우가 고개를 젓는다.

“아직 할 만해!”

김재우는 그 말과 함께 다시 뛰쳐나갔다.

계속되는 공방.

김재우는 진급 마공사인데도 사보텐더 한 마리에 고전했다.

근접 전투형 특성이 있다면 모를까, 보조형 특성을 지닌 김재우였기에 애를 먹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김재우가 검을 사용해 직접 공격을 가해서인지 점차 데미지가 누적되고 있었고, 5분 정도면 치명타를 입히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사보텐더는 한 마리가 아니었다.

부스스스

한수호 뒤쪽으로 세 마리 사보텐더가 모래 속에서 불쑥 솟아올랐다.

김재우는 첫 번째 사보텐더와 생사결전을 치르느라 이 상황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괜히 부담 주지 말자.’

한수호는 한 마리만 김재우에게 맡기고 나머진 자신이 맡기로 했다.

허리의 밧줄을 좀 더 느슨하게 풀어 20미터까지 늘렸다.

그리고 세라믹 단검을 쥔 채 사보텐더들에게 다가섰다.

놈들이 한수호를 경계하며 동그란 입으로 소리를 내려 할 때, 한수호는 오른팔에만 쇄혼을 사용하고는 바람처럼 달려들었다.

슈아아아악

모래 위를 달리는 데도 한수호의 움직임은 굉장히 빨랐다.

그의 오른팔은 새빨갛게 변해 있었고, 그 손으로 쥐고 있는 단검도 붉어졌다.

한수호는 그 단검으로 가장 좌측에 있는 사보텐더의 목을 가볍게 그어버렸다.

카칵

뼈가 쓸리는 소리와 함께 사보텐더의 머리가 둥실 떠올랐다.

녹색의 액체가 뿜어져 나올 때, 한수호는 또 다른 사보텐더의 허리를 갈라버렸다.

카가각

한수호에겐 사보텐더의 충격 흡수 능력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단검에 마력을 실어 직접 타격을 가한 것도 이유였지만, 한수호의 특성인 쇄혼이 사보텐더에겐 천적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푸욱

마지막 세 번째 사보텐더의 가슴 중앙에 단검이 박혀 들었을 때는 더욱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보오오오오오오!

사보텐더의 입이 두 배는 커지더니 엄청난 괴성을 내질렀다.

지금 한수호가 단검으로 찌른 위치는 일종의 ‘결’이었다.

사보텐더가 충격 흡수 능력을 발휘할 때, 아지랑이가 최초로 시작되는 위치가 바로 그 결에 해당됐다.

그곳이 마치 약점인 듯 사보텐더는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댔고, 자신의 생각이 정확했다는 걸 확인한 한수호는 바로 단검을 뽑아 머리를 베어버렸다.

카칵

푸슈슈슈슈슈슈

녹색 액체가 분수처럼 뿜어지며 사보텐더의 몸통이 모래 위로 쓰러져 버렸다.

때를 같이해 김재우도 사보텐더를 쓰러뜨렸다.

다행히 별다른 상처는 없었다.

목과 가슴이 크게 갈라진 사보텐더를 발로 밟고 선 김재우가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한수호가 한가로이 세 마리 사보텐더의 머리를 챙기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어? 무슨 일 있었냐?”

김재우는 사보텐더와의 전투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방금 다른 사보텐더가 괴성을 지른 것도 듣지 못했다.

그 괴성은 모래 폭풍의 소음과 유사했던 탓에 등 뒤에서 벌어진 일을 더욱 눈치챌 수 없었다.

“오늘 돈 좀 벌었네요.”

한수호는 사보텐더 머리 세 개를 아공간 주머니에 잘 챙겨 넣었다.

“허…. 정말 놀랍구나. 내가 한 마리랑 씨름하고 있는 사이에, 장태산 학생께서는 세 마리를 요리해 드셨네요.”

“이놈들, 여기. 이 가슴 부위가 약점이에요.”

한수호는 사보텐더 사체의 가슴팍을 단검으로 꾹 찔렀다.

“이놈들한테 약점이 있다고? 그런 말 처음 듣는데?”

“제 감각이 남다른 거 아시잖아요. 던전 위험도도 감으로 딱딱 느낌이 오고, 이놈들 약점도 이젠 훤히 보인다니까요?”

“그 말을 믿으라고?”

“시험해 보시던가요.”

한수호는 피식 웃으며 다시 밧줄을 5미터 길이로 짧게 만들었다.

“알았으면 진작 좀 말해주지. 혼자 아주 똥줄 탔다, 똥줄 탔어.”

“아무리 훌륭한 정보라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허허. 그래, 덕분에 아주 확실히 경험했다. 에휴….”

사실 김재우는 수차례 이 던전에 들어와 봤지만, 혼자 힘으로 사보텐더를 잡은 건 이번에 처음이었다.

이전까진 함께 파티를 짜고 온 동료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지금의 경험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네 눈엔 저 엄청난 모래 폭풍이 안 보이는 거냐?”

이젠 모래 폭풍이 코앞에 있었다.

몇십 미터만 더 나아가면 곧바로 폭풍에 휘말릴 정도로 가까이.

“혹시 몸이 떠올라도 겁먹지 마요. 절대 휩쓸릴 일 없습니다.”

“너 진심이구나?”

김재우는 한수호의 담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 오는 거대한 모래 폭풍을 앞에 두고도, 맨몸으로 저길 걸어 들어갈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수호를 믿는 마음이 강했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저 모래 폭풍을 견딜 방법이 있으니까 이런 무모한 생각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한수호는 팔과 다리에 채워진 쇠고랑들의 효과를 조절했다.

‘무게는 우선 1톤으로.’

네 개의 쇠고랑을 모두 1톤으로 변경시키자.

후욱

팔다리의 쇠고랑에서 엄청난 중량감이 발생하며 몸을 짓눌렀다.

무게 부담을 70%나 덜게끔 했지만, 그럼에도 총량 4톤 중 1.2톤의 무게는 한수호가 스스로 견뎌야 했다.

‘4톤을 내가 직접 견뎌야 했으면 걷지도 못했겠는데?’

속으로야 앓는 소리를 했지만, 사실 마나력으로 그 정도는 충분히 버텨낼 수 있었다.

그래도 마나력을 크게 소모하지 않는 상태로 모래 폭풍 속을 걸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굉장한 이득을 본 셈이다.

무게가 크게 늘자 발이 모래 속으로 저절로 잠겨 들었다.

한수호는 서둘러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요.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저 안에 뭐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니까.”

“알았다. 너 믿고 가마.”

김재우는 심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한수호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 * *

휘아아아아아아악

정말 어마어마한 폭풍이었다.

“으아아아아!”

김재우는 밧줄 하나에 매달린 채 하늘에서 펄럭거리는 중이었다.

마치, 폭풍우 속에서 요동치는 연처럼 김재우는 당장이라도 하늘 높이 뽑혀 올라갈 것만 같았다.

한수호는 그런 모래 폭풍 속을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김재우를 뽑아내려는 힘을 버텨내며, 밧줄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현재, 한수호는 쇠고랑의 무게를 개당 1.3톤까지 올렸고, 1.5톤이 넘는 무게를 맨몸으로 버텨내는 중이었다.

모래 폭풍의 중심부로 다가갈수록 폭풍의 힘이 너무 거세져서 개당 1톤의 무게로는 버틸 수가 없었던 것.

개당 1.3톤으로 높이고 나서야 비교적 안정적으로 모래 폭풍 속을 걸어 나갈 수가 있었다.

벌써 3키로 정도는 걸어온 것 같은데, 여전히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한수호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곳에 분명 유적지로 통하는 입구가 있을 거라고.

아직 모래 폭풍이 멈추지 않아서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폭풍이 멈추는 순간 드러날 예정이라면 이 근처 어딘가에 입구가 이미 존재한다는 말이었으니까.

‘분명 입구가 있을 거야.’

한수호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를 더 걸어갔을까?

모래 폭풍으로 인해 단 1미터 앞도 알아보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눈앞이 갑자기 환해졌다.

“으어어억!”

5미터 공중에서 펄럭대던 김재우가 갑자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모래 폭풍이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지금 한수호가 발을 디딘 지역만 태풍의 눈처럼 고요했다.

한수호는 바로 쇠고랑의 무게를 5킬로그램으로 낮춘 뒤, 앞으로 향했다.

그곳엔 그의 예상대로 커다란 건축물이 세워져 있었다.

마치 터빈같이 생긴 거대한 그것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하늘 위로 회오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모래 폭풍을 만들어낸 게 저것이로구나?’

역시나 모래 폭풍은 자연적인 게 아니었다.

하지만 과연 어느 누가 있어 저런 엄청난 기계장치를 만들어낼 수 있단 말인가?

한수호는 홀린 듯 거대한 터빈 장치를 향해 다가섰다.

회오리바람은 비스듬하게 위쪽으로만 뻗어 나가고 있어서 일정 범위 아래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김재우도 온몸에 가득한 모래를 털어내며 한수호 뒤를 따랐다.

그리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터빈 장치의 한쪽에서 타이머를 볼 수 있었다.

[00:00:00:00:00:16]

16초였던 시간은 15초에서 14초로, 0을 향해 빠르게 숫자를 줄여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타이머의 시간이 0이 되었을 때,

쿠웅

빌딩처럼 거대한 터빈에서 큰 울림이 들리더니, 회전을 멈추기 시작했다.

회전이 느려지자 모래 폭풍도 함께 사라졌다.

하늘을 가득 휘감고 있던 모래 폭풍은 생을 다한 것처럼 조용히 물러났고, 비처럼 모래를 바닥에 쏟아냈다.

그리고 터빈이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었을 때,

스르르르르륵

갑자기 바닥의 모래가 땅속으로 꺼져 들기 시작했다.

터빈 장치가 있는 곳을 시작으로 모래는 빠르게 꺼져 들었고, 그 범위는 순식간에 넓어져 크레이터 지역 전체로 퍼져나갔다.

“어어?”

김재우가 손발을 마구 휘저으며 놀라 소리치자, 한수호는 급히 터빈에 달라붙었다.

“저기로 뛰어요!”

한수호는 땅속으로 모래가 사라지며 터빈의 아래쪽이 드러나자 그쪽으로 뛰어들었다.

김재우도 그곳으로 뛰었고, 두 사람은 난간같이 생긴 곳에 매달릴 수가 있었다.

모래는 끝없이 바닥으로 꺼져 들었다.

더불어 터빈 아래의 건축물이 빠르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뾰족한 건축물들이 바닥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거대한 유적지가 크레이터 바닥 아래에서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사막 크레이터.

직경 10킬로미터나 되는 이 거대한 크레이터 아래엔 하나의 도시가 오랜 세월 동안 잠겨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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