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137화 (137/375)

137화

유적지를 빠져나오는 길은 쉬웠다.

미궁에 가득했던 몬스터들은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서은채의 놀라운 기억력 덕분에 길을 헤매는 일도 없었다.

고대 유적지를 벗어나 크레이터 바깥쪽으로 나온 일행.

크레이터 바깥으로 발을 내디딘 순간, 한수호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크게 안도했다.

>>던전 시련 통과 - [아캄의 시련]

>>던전이 보유한 포인트 22,000LP를 획득합니다.

>>아캄이 준비한 시련을 모두 통과하여 포인트 300,000LP를 획득합니다.

>>스텟(감지+1, 초감각+2)이 상승합니다.

던전 폐쇄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시련을 통과한 덕분인지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와. 이거 뭐예요? 갑자기 눈앞에 글자들이 떴는데?”

서은채가 얼굴 앞을 손으로 휘휘 저으며 신기해하자, 김성태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그게 바로 던전 공략을 끝내면 나오는 보상 메시지야. 난 마나력이 11이나 증가했는데, 은채 너는 얼마나 늘었니?”

“전 33이요. 딱 세배네? 아마 제가 세 뿔 가고일을 잡아서 그런가 봐요. 헤헤.”

서은채는 자랑스러운 듯 환하게 웃으며 어깨에 메고 있는 델링그를 쓰다듬었다.

한수호는 델링그를 보며 살짝 입맛을 다셨다.

자신이 가졌으면 좋았겠지만, 결국 델링그를 사용할 수 있는 서은채에게 줄 수밖에 없었다.

‘저걸 그냥 들고 다녔다간 파리가 엄청 꼬일 거 같은데….’

당장 이산만 해도 서은채한테 델링그를 빼앗으려고 뭔 짓을 할지 모른다.

평소엔 숨기고 있다가 델링그가 필요할 때만 꺼내서 사용하기 위해선 아공간이 필요했다.

한수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공간 주머니를 떠올렸다.

코스트 25짜리의 소용량 주머니와 100짜리 대용량 주머니가 있고, 이번에 새로 얻은 400짜리 아공간 관통 장갑이 있었다.

델링그 코스트가 91이나 되니 주려면 대용량 주머니를 주어야 하는 상황.

‘그냥 주긴 아까운데….’

암즈에 델링그를 준 것도 모자라 그동안 정이 잔뜩 든 대용량 주머니까지 퍼주어야 할 상황이라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주지 않자니 델링그를 도둑맞을까 봐 걱정이었다.

‘일단은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한수호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니었다.

암즈와 델링그는 어쩔 수 없다지만, 대용량 주머니까지 아무 대가 없이 넘겨주기엔 손해가 너무 컸다.

“태산이 너도 마나력 좀 올랐겠다? 난 그래도 14는 올랐는데. 넌 어때?”

김재우는 자신이 김성태보다 무려 3이나 많이 올랐음을 자랑하듯 당당하게 말했다.

“어…. 저는 뭐. 18이요.”

한수호는 대충 아무 숫자나 말해놓고는 먼저 걸음을 떼었다.

“에이, 정말 18이야? 최소 20 정도는 될 거 같은데.”

김재우가 옆으로 바짝 따라붙으며 캐물었지만 한수호는 그냥 웃어만 주었다.

그때, 서은채가 빠르게 쫓아오더니 한수호의 팔을 덥썩 붙잡았다.

“저기, 오빠.”

“…. 왜?”

“아까 저한테 부탁할 게 있다고 했잖아요? 고용인의 의뢰를 훌륭히 수행해 주었으니 이제 부탁을 들어드려야죠.”

원래는 던전을 나선 후에 말하려고 했으나, 이왕 이야기 나왔으니 지금 말해도 별 상관은 없었다.

한수호는 김성태와 김재우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서은채를 데리고 조금 멀리 떨어졌다.

“네가 너한테 부탁할 건 두 가지야. 둘 다 들어줄 필요는 없고, 둘 중 하나만이라도 반드시 들어주면 된다.”

한수호가 심각한 얼굴로 말하자 서은채도 입을 꾹 다물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5일 전후로 해서 네 아버지가 서울 대법원 앞에 열린 게이트를 찾아가게 될 거야. 그때,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가 게이트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그게 첫 번째 부탁이다.”

한수호의 말에 서은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부탁이라는게 이런 것일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두 번째는…. 첫 번째 부탁이 어긋났을 때를 대비한 거야. 만약, 네 아버지가 끝끝내 대법원 게이트 안에 들어가려고 한다면, 날 네 아버지 옆에 붙여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거다. 내가 아카데미 학생이니까, 대한맹 맹주님의 활약상을 곁에서 직접 지켜보고 싶어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야.”

“정말 그거면 돼요?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서은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뭐 더 없냐고 되물었다.

“그거면 충분해.”

“돈이나 명예, 아니면 아티팩트라도 원하는 거 없어요? 이런 엄청난 무기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냥 넘어가는 건 많이 미안하잖아요.”

서은채는 델링그와 암즈의 가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세 뿔 가고일을 날려버릴 때의 그 강력한 위력은 서은채로 하여금 짜릿한 전율마저 느끼게 했으니까.

게다가 새로 장착한 암즈는 수억을 들여 제작한 로봇 팔도 박살내는 델링그의 반동을 아무렇지 않게 견딜 정도이니 그 또한 엄청난 물건임에 틀림 없었다.

“흐음. 네가 정 그렇다면, 이러는 건 어떨까? 이삼일 내로 따로 한번 보자. 낮에는 내가 수업이 있으니까 저녁 시간에. 그때, 네가 나한테 줄 수 있는 걸 가져와. 그럼 내가 저녁을 살 테니까.”

한수호는 서은채를 다시 만나 그녀가 어떤 걸 가져오는지를 보고, 괜찮다 싶으면 대용량 주머니를 넘겨주기로 했다.

그런데 서은채는 한수호의 의도를 살짝 오해한듯 했다.

“화요일에 제가 오빠 아카데미 쪽으로 갈게요.”

얼굴까지 살짝 붉히며 쑥스러워하는 반응은 데이트 신청을 받은 여자와 다름없었다.

한수호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그러자고 약속을 마쳤다.

* * *

던전을 나온 한수호는 곧바로 김성태, 서은채와 헤어졌다.

그리고 김재우의 차를 타고 컨테이너 하우스로 향했다.

잠시 김재우를 집 안으로 들인 한수호는 던전에서 얻은 금괴 상자를 꺼내 놨다.

“정말 10%로 만족할 수 있어요?”

한수호가 금괴가 가득 찬 상자를 보며 묻자 김재우는 껄껄 웃으며 시원하게 말했다.

“하하하. 태산아. 솔직히, 10%도 많다. 사보텐더 사체도 얻었고, 이런 엄청난 반지까지 갖게 됐는데 뭘 더 바라겠냐?”

김재우는 왼손에 끼고 있는 투명 반지를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알았어요. 그럼 딱 10%만 드립니다.”

상자 속의 금괴는 정확히 1,024개.

한수호는 거기서 102개를 꺼내 김재우한테 넘겼다.

다행히 김재우도 초소형이지만 아공간 주머니가 있었고, 금괴 102개를 충분히 담을 수가 있었다.

“어우. 이거 다 넣으니까 코스트가 거의 꽉 찼네.”

금괴는 하나이든, 열이든 무조건 코스트 10을 차지했다.

김재우가 지닌 아공간 주머니의 용량은 16밖에 되지 않아서 코스트 10이면 절반이 넘었다.

“얼른 현금화시키면 되죠.”

“나야 그렇다 치고, 넌 그 많은 금괴를 어쩌려고?”

“당장은 급전이 필요한 일 없으니까 아공간에 킵 해두려고요. 몬스터가 날뛰는 세상이니 은행에 맡기는 건 바보 같은 짓이잖아요?”

“그건 그렇지…. 어쨌든, 던전 한 번 갔다가 완전 대박 났구나.”

김재우는 굉장히 들떠 있었다.

누구라도 한 번에 100억에 가까운 금액을 손에 넣었다면, 김재우 이상으로 흥분하게 되리라.

“코어도 몇 개 드려요?”

한수호는 박윤배가 폭발에 죽으면서 바닥에 뿌린 코어 중 10개를 가지고 있었다.

10개 모두 B급 코어라 개당 5억이 넘는 물건이었다.

그 외에도 많은 아티팩트가 있었지만, 그것들은 김재우와 나눠 가질 수 없었기에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코어는 됐다. 너한테 받은 게 하도 많아서 더 받으면 체할 것 같거든.”

김재우의 말에 한수호는 참 욕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김재우는 한수호와 함께 간단히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는 금방 돌아갔다.

혼자 남게 된 한수호.

그는 참 긴 하루였다고 생각하면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시간을 보니 토요일 저녁 8시가 넘었다.

일일 미션은 아침에 이미 끝냈으니 잠시 쉬다가 전투 영역에 들어가면 될 것 같았다.

‘딱 30분만 눈 좀 붙이자.’

한수호는 이날 있었던 일을 잠시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김재우를 만나 우연히 구식 던전에 들어간 일부터, 거기서 사보텐더를 만나고, 고대 유적지를 찾아 엄청난 보물을 획득했다.

그 과정에서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이산까지 마주하게 되었지만, 그는 한수호가 생각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오직 자신과 딸 이하이만 생각하고, 미래에 발생할 인류 멸망을 막겠다는 핑계로 모든 걸 자신이 독식할 생각밖에 없었다.

‘회귀자가 확실해.’

한수호는 이산이 자신처럼 미래에서 회귀한 인물이라는 걸 확신했다.

이하이까지 회귀한 상황은 아닌 걸로 보였지만, 그가 회귀했다면 당시 특무부 777 요원으로 활동했던 한수호에 대한 것도 알고 있을지 모른다.

‘내 얼굴은 몰라도 이름은 알고 있겠지.’

때문에 이산 앞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이하이가 말한 열쇠는 뭘까? 세상을 멸망에서 구할 존재라고 했지?’

열쇠의 표면적인 의미만 봐서는, 미래에 발생할 어떤 커다란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인 것 같았다.

게다가 ‘열쇠들’이라고 했으니 한 명이 아니었다.

‘이하이한테만 따로 연락해 볼까?’

오늘 이하이를 보니 이산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한수호 편에 서서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있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분명 이산한테 철저하게 감시당하고 있을 거야. 내가 몰래 연락하려 들 거라는 걸 그자가 모를 리 없겠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었다.

당분간은 이산에 대해 잊고 코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대법원 게이트와 서한광, 그리고 스승 부부 사이에 발생하게 될 사건을 처리하는 게 더 급했다.

‘이제 4일 남았나?’

스승 부부가 서울에 올라오는 날인 나흘 뒤에 분명 무슨 사건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 당장은 대법원 게이트의 등급이 격상하면서 수많은 대한맹 마공사들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예상되지만, 예상외의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기에 단단히 준비해야 했다.

‘후…. 이래서야 잠깐 눈 붙이는 것도 쉽지가 않겠네.’

한수호는 감았던 눈을 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벌써 20분이 훅 지나가 있었다.

‘이쯤 쉬고 전투 영역에 들어가 볼까?’

한수호는 던전에서 얻은 물건들을 정리하기 위해 바로 전투 영역에 들어가기로 했다.

곧바로 그의 가슴 앞으로 주먹만 한 구체가 떠올랐고, 구체에 손을 가져다 대자 한수호의 모습은 그 자리에서 씻은듯이 사라져 버렸다.

* * *

[주인. 나한테도 코어 두 개만 줬으면 좋겠다.]

한수호가 수련장 한켠에서 온갖 물건들을 깔아 두고 살피고 있자 슬쩍 다가온 월이 코어를 가리키며 한 말이었다.

“코어를? 뭐 하려고?”

마나가 가득 찬 A급 코어를 준 게 얼마 전인데, 왜 또 코어를 달라는 걸까?

[범이와 살이의 합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코어가 필요하다.]

“아, 그래? 그런데 이 코어들 다 비어있는 거라….”

[그건 상관없다. 마나력은 월이 채운다.]

월의 말에 한수호가 눈을 반짝였다.

“야, 월. 너 코어에 마나력도 채울 수 있었어? 몬스터 심장도 없이?”

[주인. 표정이 왠지 음흉해 보인다. 월한테 바라는 게 있으면 정확히 말해라.]

“보다시피 코어가 10개나 되는데, 이걸 다 채우려면 내가 엄청난 노가다를 해야 하거든. 오크 같은 몬스터 한 천 마리? 어쩌면 그 이상을 때려잡아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이거지.”

라라에게 줄 마나 코어까지 치면 11개였지만, 일단 그 코어는 셈하지 않았다.

[주인은 지금 이 월이 나머지 코어에도 마나력을 채워주길 바라는 것인가?]

“딩동뎅! 역시 우리 월은 머리도 좋아요.”

[어려운 건 아니니 해줄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린다.]

“얼마나?”

[B급 코어들이니 하나당 10일은 필요하다.]

월의 말에 한수호는 무릎을 탁 쳤다.

엄청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고작 10일이라니.

한수호가 일일이 노가다를 한다면 개당 한두 달은 족히 걸릴 판이었으니 10일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자, 이거 다 줄게.”

한수호는 B급 코어 10개를 전부 월에게 넘겼다.

[범이와 살이에게 줄 코어부터 마나력을 채워야 하니, 30일 이후부터 하나씩 주인에게 주겠다.]

“급할 거 없으니까 편하게 해. 잘 부탁한다, 월.”

[그럼 월은 일하러 가겠다.]

월이 수련장을 벗어나자 한수호는 라라에게 주려고 준비 중인 코어를 꺼냈다.

[평범한 마나 코어(C)]

-코스트: 3

-보유 마나량: 487/600

-코어 회로가 개조되어 보관 가능한 최대 마나량이 증가했습니다.

원래 이 코어는 지난번 가양 게이트의 마나 정제소에서 구매한 E급 코어였는데, 한수호가 회로를 살짝 개조해서 C급으로 업그레이드 시켰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개조하지 말고 둘 걸.’

개조하면서 소비한 15만 포인트가 굉장히 아깝게 느껴졌다.

일단, 그 코어까지 바닥에 내려놓고 살펴보니 참 많은 물건이 쌓여있었다.

‘아공간 아티팩트는 세 개고….’

소용량 주머니와 대용량 주머니, 그 옆에 이번에 획득한 아공간 관통 주머니까지 세 개나 된다.

그 아래엔 라그나로크와 세라믹 단검이 끼워진 착용구가 놓여 있고, 그 옆엔 소원의 묘목과 유엽비도 여섯 자루가 가지런히 자리했다.

여기까진 한수호가 기존에 획득한 물건들이었다.

그다음부터가 이번에 유적지에서 얻은 물건들이었다. 그걸 나열하면,

세 마리 사보텐더를 해치우고 놈들의 뇌에서 추출한 성수액이 담긴 포션통 세 개.

아캄이 남긴 책자.

922개의 금괴가 담긴 상자.

약탈[2]가 새겨진 특성석.

마나 추출기.

세 뿔 가고일의 거대한 머리와 심장.

작은 사막여우처럼 생긴 아캄의 드레고니안까지.

게다가 아공간 관통 장갑 속에는 아직 꺼내지도 않은 물건 네 개가 더 들어있다.

두서없이 나열된 물건들을 쭉 살핀 한수호는 일단 흉물스럽기도 하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는 세 뿔 가고일의 머리부터 소용량 주머니에 집어넣었ㄴ다.

가고일의 머리가 지닌 값어치가 상당한 것인지, 코스트가 무려 24나 된다.

그걸 치우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런데 지금까지 가만히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던 초소형 드레고니안이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왜? 뭐?”

당연히 드레고니안이 말을 할 리가 없었지만, 놀랍게도 한수호의 말에 반응을 보였다.

한수호가 옆에 놓아둔 소용량 아공간 주머니 쪽으로 쪼르르 달려가서는 귀여운 앞발로 장난치듯이 툭툭 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건 왜? 너 조심해라. 그러다 주머니 망가진다.”

한수호가 한마디 하는데 드레고니안이 주머니 입구를 열더니 안에서 뭔가를 자꾸 끄집어내려는 행동을 보였다.

“자꾸 왜 그러는데?”

주머니 안에는 세 뿔 가고일의 머리밖에 든 게 없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한수호는 다시 주머니에서 머리통을 꺼냈다.

거대한 머리가 쿵 소리를 내며 등장하자 드레고니안이 작은 몸집으로 머리통 위에 폴짝 뛰어올라 캭캭 소리를 지른다.

1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일 때와는 다르게, 작은 사막여우처럼 생긴 지금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 귀엽다.

한수호는 이 작은 녀석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설마, 그거 먹고 싶은 거냐?”

캭캭

“그 큰 걸 다?”

한수호의 질문을 알아들었는지 드레고니안은 뿔이 있는 쪽으로 가서 뿔을 툭툭 건드렸다.

“그 뿔을 먹겠다고?”

한수호가 살짝 놀라며 묻자,

캭캭

드레고니안이 마치 ‘제발 먹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두 앞발을 모았다.

“허…. 이놈 영물이네.”

정확히는 로봇이었지만, 새하얀 털로 뒤덮인 지금은 귀여운 사막여우일 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