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총 207개의 심장.
거기서 추출한 마나력은 총 1,027이었다.
두 개의 코어 중 하나는 마나를 꽉 채웠고, 나머지 하나는 대략 380정도까지 채웠다.
‘와. 심장 207개로도 이 정도밖에 안 된다니.’
그만큼 심장에서 추출해 내는 정제된 마나량이 엄청 적다는 의미였다.
그나마 던전에서 얻은 마나 추출기의 정제 효율이 좋아 이 정도였지, 일반적인 마나 정제소에서 추출했으면 B급 코어 하나도 완전히 채우지 못할 뻔했다.
마나를 채운 B급 코어 두 개는 바로 월에게 넘겼다.
녀석은 신이 나서 코어를 받아 갔고, 곧장 그걸로 뭔가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범이도, 살이도 얼른 강해져라.’
두 개의 코어가 범이와 살이에게 장착될 것임을 알기에 한수호는 조용히 응원만 해주기로 했다.
한수호는 주변을 둘러봤다.
마나가 추출된 심장들은 모두 쪼그라들어 서서히 가루로 변해 가는 중이다.
‘어쨌든 특별 미션은 해결했네.’
오늘의 특별 미션은 마나 추출 150회.
총 207개의 심장에서 마나를 추출함으로써 미션은 완료되었다.
-보유 포인트: 138.5NP / 103,500LP
또다시 상당한 포인트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이런 특별 미션이 좀 자주 나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마음은 그렇지만 특별 미션은 쉽게, 아무 때나 등장하는 게 아니었다.
한수호는 최대량 800이 꽉 찬 B급 코어와 378이 채워진 B급 코어를 손에 들고 입맛을 다셨다.
그러자 가만히 웅크려 있던 고니가 슬쩍 다가왔다.
그리고 한수호가 손에 들고 있는 코어를 바라보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어허! 이건 너 줄 거 아니야. 넌 저번에 많이 먹었잖아. 다음에 너 줄 코어 잔뜩 사 오마. 이건 살이랑 범이한테 양보하고. 알았지?”
한수호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고니는 캬르릉 소리를 내고는 앞발을 모으고 웅크렸다.
한수호는 코어를 잘 챙기고 다시 고니를 바라봤다.
“고니야. 너 뭐 잊은 거 없니?”
한수호가 물었지만 고니는 반응이 없었다.
“어쭈? 그 큰 거를 혼자 꿀꺽하려고?”
캬르릉
고니는 한수호의 손길을 피해 뒤로 폴짝 뛰었다.
“좋은 말 할 때 토해 놔. 얼른.”
한수호의 표정이 무서워지자 고니는 끼잉 소리를 내다가 입을 쩍 벌렸다. 순간,
쿠웅
사람만 한 보랏빛 바위가 한수호 앞에 떨어져 내렸다.
고니는 자체적인 아공간을 지니고 있어서 크기와 아무 상관 없이 물건을 몸 안에 넣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드래고니안인 상태에서 꿀꺽했던 보라색 바위를 작은 고니의 상태로도 토해 낼 수가 있었던 것.
보라색 바위는 밖으로 나타나자마자 엄청난 기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마구 뻗어 나가는 기운에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를 매혹하는 엄청난 힘이 담겨있었다.
한수호는 그 바위를 잠시 바라봤다.
여자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인 듯한 모습.
‘대체 이게 뭘까?’
혹시 몰라 손에 쇄혼을 두르고 조심스럽게 만져봤다.
표면은 매우 매끄러웠고, 약간은 차가운 느낌이었다. 그때, 한수호의 눈앞에 바위의 정보가 등장했다.
[인챈트 락]
-코스트: 31
-아스루나의 블러드캐니언에 묻힌 채로 518년을 거치며 특별한 힘을 축적한 매혹의 바위입니다.
-108개의 조각으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마나를 소비하여 스톤 조각에 특성을 각인할 수 있습니다.
-각인 적합도에 따라 새겨지는 특성의 효율이 달라집니다.(5%-50%)
-마나 하트가 숨겨져 있습니다.
정보를 확인한 한수호가 눈을 부릅떴다.
‘인챈트 락이라고?’
정보대로라면 이 인챈트 락을 조각낸 뒤, 그 조각에 특성을 각인해서 특성석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각인 적합도라는 것이 있어 각인된 특성은 최대 50%까지만 위력을 보일 수 있는 모양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났다.
‘만약 내 개조 특성이나 광폭화 특성을 이 돌에 새긴다면?’
그럼 그 특성석을 다른 사람이 흡수해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된다.
마음에 드는 특성을 가진 마공사를 잘 설득해서 인챈트 락의 조각에 특성을 새기게 한다면 얼마든지 그 특성을 자신이 가질 수 있었다.
그것도 무려 108개나.
‘완전 대박인데?’
한수호는 황도13궁이 왜 이 인챈트 락에 그토록 매달렸는지 알 수 있었다.
이게 놈들 손에 들어갔다면, 강력한 특성을 새겨서 너나 할 거 없이 특성을 흡수해 사용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거야말로 헬게이트가 열리는 거지.’
일반적인 특성석처럼 아무 제한 없이 특성을 흡수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특성석을 108개나 만들 수 있는 물건이니 그 가치는 정말 무궁무진했다.
‘내가 훔쳐 오길 정말 잘했네.’
한수호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인챈트 락을 삼켰던 고니를 다시 쓰다듬어 주었다.
‘근데, 이 안에 마나 하트가 숨겨져 있다고?’
바위 어디를 살펴봐도 마나 하트를 꺼낼 수 있는 장치가 보이지 않았다.
‘이걸 조각내서 꺼내라는 건가?’
한수호는 인챈트 락을 어떻게 조각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무슨 조각사가 예술하듯 바위를 조각해 조심스럽게 떼어내는 건 아닐 것 같았다.
그래서 쇄혼을 걸어 놓은 손으로 한 대 쳐보기로 했다.
쾅
약 1할의 힘으로 바위 정중앙을 때린 순간,
와르르
인챈트 락이 산산이 조각나 부서져 내렸다.
혹시 잘못된 건 아닌가 싶어 조각 하나를 집어 들어 보니,
[인챈트 스톤]
-코스트: 31
-아스루나의 블러드캐니언에 묻힌 채로 518년을 거치며 특별한 힘을 축적한 인챈트 락의 조각입니다.
-마나를 소비하여 특성을 각인할 수 있습니다.
-각인 적합도에 따라 새겨지는 특성의 효율이 달라집니다.(5%-50%)
한수호의 예상이 맞았다.
이건 그냥 때려 부수면 되는 거였다.
한수호는 정확히 108개로 쪼개진 인챈트 스톤 더미를 뒤적여 마나 스톤이라는 걸 찾아봤다.
한 무더기의 돌조각들을 이리저리 헤쳐보니 탁구공만 한 크기의 둥근 돌멩이 하나가 나타났다.
색은 바위와 똑같이 보라색.
한수호는 그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이거구나!’
[마나 하트]
-코스트: 50
-드래곤 하트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심장입니다.
-시련을 통과하면 마나 하트의 힘을 흡수하여 많은 것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마나 하트 흡수 시, 신체 능력이 영구적으로 향상됩니다.(3%-30%)
-마나 하트 흡수 시, 마나력이 영구적으로 증가합니다.(3%-30%)
-마나 하트 흡수 시, 포인트를 획득합니다.(30NP-300NP/300,000LP-3,000,000LP)
-마나 하트 흡수 시, 각인 적합도가 상승합니다.(5%-50%)
>>마나 하트의 시련에 도전하겠습니까? YES/NO
마나 하트에 대한 정보를 읽어본 순간, 한수호의 턱이 툭 떨어졌다.
보물도 이런 보물이 없다.
신체 능력과 마나력을 올려주고, 엄청난 포인트를 주며, 각인 적합도까지 상승시켜주는 물건이라니.
‘종합 선물 세트네.’
그런데 이 선물을 제대로 가지려면 시련을 통과해야 했다.
한수호는 어떤 시련일지는 몰라도 지금의 자신이라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바로 해보자.’
한수호는 간단한 준비운동을 한 뒤, 마나 하트를 손에 쥔 채로 YES를 선택했다. 그 즉시 한수호의 눈앞으로 추가적인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련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3회뿐입니다.(0/3)
>>시련: 마나 하트를 가동하라.
>>조건: 마나력을 담아 마나 하트를 힘껏 때리세요. 마나력이 너무 약하면 가동이 되지 않고, 마나력이 너무 강하면 가동률이 떨어집니다.
>>주의: 마나 하트를 공격하면 공격에 사용된 힘이 고스란히 반탄됩니다. 3회 도전에 실패할 경우, 흡수 가동률은 최소 수치로 고정됩니다.
‘뭐 이딴 시련이 다 있어?’
시련의 내용은 간단했다.
마나를 담은 주먹으로 마나 하트를 후려치면 끝.
하지만 조건과 주의 사항이 매우 교묘하게 얽혀 있었다.
‘무턱대고 강하게 치면 그 힘을 고스란히 내가 되돌려 받아야 하는 데다가 가동률이 확 떨어질 수도 있다는 건데….’
이 가동률은 마나 하트를 흡수하면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의 효율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가동률이 너무 낮으면 신체 능력 향상률을 3%밖에 적용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가동률이 높으면 최대치인 30%까지 능력 향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고.
‘도전 세 번만에 가장 높은 가동률을 찾아내라는 건가? 이게 뭔, 가챠게임도 아니고. 어휴.’
그래도 3번의 도전을 모두 실패해도 최소 수치는 보장해 준다니 다행이었다.
하지만 한수호는 최소 수치로 만족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이걸 얻기도 힘들 테니까, 웬만한 마나력으로는 절대 가동시킬 수 없을 게 분명해.’
한수호는 첫 번째 도전에 사용할 힘을 5할로 설정했다.
광폭화 5단계를 꺼 놓은 상태에서 5할이면, 대략 진급 마공사가 전력을 사용한 수준.
한수호는 아까부터 묘한 진동음을 내는 마나 하트를 머리 위로 던져 올렸다. 그리고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한껏 뒤로 젖혔던 팔을 힘차게 뻗어냈다.
“간다!”
후우우웅
한수호의 주먹이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며 날아갔고, 중력의 힘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마나 하트를 정통으로 강타했다.
꽈아아앙
생각보다 큰 폭발음.
놀랍게도 마나 하트는 그 강력한 힘에 단 1미리도 튕겨나가지 않았고, 오히려 한수호를 향해 그 힘을 반탄시켰다.
쿵쿵쿵
한수호가 뒤로 밀렸다.
마나 하트는 멀쩡한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졌지만, 한수호는 자신이 사용한 힘을 고스란히 되받아 뒤로 밀리고 말았다.
“와, 씨. 흠집도 안 났네?”
마나 하트는 매끈한 모습 그대로였다.
그걸 다시 주워든 한수호는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적어도 8할은 써야 할 거 같은데.’
느낌상 8할도 절대 과하지 않았다.
문제는 자신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올 8할의 위력을 어떻게 버티냐는 것이다.
‘젠장. 내가 내 힘을 무서워 해야 하는 날이 오다니.’
한수호는 속으로 툴툴거리다가 다시 마음에 준비를 갖췄다.
>>시련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는 2회뿐입니다.(1/3)
방금 전의 실패로 남은 기회는 두 번뿐.
한수호는 8할도 부족한 느낌이 들자 마음을 바꿨다.
‘9할로 간다.’
이번에도 실패면 광폭화 5단계를 발동시킨 뒤 마지막 도전을 할 생각이었다.
마나 하트가 힘을 반탄할 것에 대비해서는 얼음불 특성을 사용하기로 했다.
불의 장막과 얼음 장벽이면 반탄되는 힘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테니까.
‘아, 맞다. 흑기사가 있었지?’
한수호는 바로 혼마흑갑을 소환시켰다.
“흑기사.”
휘류류류륭
아공간이 열리며 어둠과 똑같은 색의 갑주가 한수호의 온몸을 휘감았다.
팔과 다리, 몸통이 검은 갑주로 완벽하게 감싸이고 마지막에 얼굴에 검은 투구가 씌워졌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블랙나이트가 된 한수호.
그 모습에 근처에서 조용히 구경만 하고 있던 고니가 눈을 크게 뜨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캬릉?
주인의 온몸이 검은 갑주로 휘감긴 모습이 꽤나 신기한 모양이었다.
‘마나 소모가 엄청난데? 서둘러야겠다.’
흑기사를 착용하면 초당 10이나 되는 마나가 소모된다.
이미 5할의 힘을 사용한 데다가 초 단위로 마나가 소모되고 있어서 제대로 된 9할의 위력이 나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배터리 코어를 꺼내 거기서 마나력을 흡수했다.
낮에 대한맹의 정혜인 요원이 충전된 마나를 사용하긴 했지만, 소모된 양이 30% 수준이라 잔량으로도 충분했다.
[가슴] : 219(+48)
*[마나] : 1,981(+376)
소모된 마나가 꽉 채워진 걸 확인한 한수호.
“다시 간다!”
한수호는 마나 하트를 위로 힘껏 던져 올렸다.
그리고 온몸의 근육에 힘을 주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드드드드드드
주변으로 강력한 진동이 일어났고, 사방에 널브러져 있던 인챈트 스톤들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현상에 작업 중이던 월과 범이, 살이까지 놀라서 수련실로 달려왔다.
그들은 한수호가 대체 뭘 하려고 이렇게 엄청난 힘을 끌어모으는지 알 수가 없었다.
꽈드득
한수호가 주먹을 쥐자 바위가 갈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후웅
어깨를 뒤로 젖히니 태풍이 불 듯 바람이 일었고,
번쩍!
한수호가 떨어지는 마나 하트를 노려본 순간, 투구 속에서 눈부신 빛이 섬광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타하!”
한수호의 주먹이 마나 하트를 향해 탄환처럼 튀어 나갔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일고.
후와아아아악
후끈한 충격파가 후폭풍처럼 뿜어졌다.
사방으로 뿜어진 충격의 파동은 커다란 동심원을 그리며 100여미터를 넘게 뻗어 나갔다.
그 순간, 한수호는 반탄되어 나오는 힘을 막아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흑기사를 착용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몸 앞에 불의 장막과 얼음 장벽을 세웠고, 몸을 웅크린 채 양팔을 엑스자로 교차해 얼굴과 몸통을 방어했다. 바로 그때,
콰과과과과과광
마나 하트가 튕겨낸 힘이 불의 장막을 부수고, 얼음 장벽을 산산이 조각냈다.
그 덕에 조금은 약해진 기운이 한수호의 두 팔 위로 정확히 떨어져 내렸다.
꽈앙!
촤르르르르르르
한수호가 끝없이 밀려났다.
5미터, 10미터.
결국 20미터까지 밀려나서야 멈춰선 한수호는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얼굴을 가리고 있던 두 손을 풀었다.
치이이이이이
두 팔을 감싼 검은 갑주가 빨갛게 달아올라 하얀 연기를 피워냈다.
그때, 한수호의 눈앞으로 반가운 메시지가 등장했다.
>>마나 하트가 가동됩니다.
>>가동률: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