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가동률 92%.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아니, 꽤나 좋은 성과다.
한수호는 흑기사를 역소환 시키고 바닥에 떨어진 마나 하트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우우우우웅
마나 하트의 진동이 훨씬 강해졌다.
한수호가 그걸 주워들자, 과자가 부서지듯 보랏빛 탁구공이 깨지더니 그 안에서 손톱만 한 황금색 보석이 나타났다.
‘이게 진짜구나?’
찬란한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는 보석이야말로 진정한 마나 하트였다.
[진.마나 하트]
-코스트: 100
-드래곤 하트의 조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심장입니다.
-마나 하트를 흡수하여 많은 것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신체 능력이 28% 영구적으로 향상됩니다.
-마나력이 28% 영구적으로 증가합니다.
-‘NP 276 / LP 2,760,000’을 획득합니다.
-각인 적합도가 46%만큼 상승합니다.
마나 하트의 정보가 확정적으로 변했다.
범위로 나오던 흡수시 향상 효율에 가동률 92%가 적용된 수치로 확정된 것.
그제야 안심한 한수호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우, 죽겠다.”
자신의 힘 9할의 위력을 직접 경험해 본 한수호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걸 얻어맞는 놈 기분이 어떨지 이제 이해가 되네.’
놀랍다 못해 두렵다.
방금 자신이 펼친 9할의 힘은 광폭화 5단계를 사용한 것도 아니다.
순수한 자신의 힘만으로 펼쳐낸 것이라 더욱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었다.
그때, 고니가 다가와 옆구리에 머리를 비빈다.
마치 걱정했는데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뒤로 윌과 범이, 살이도 보인다.
[주인. 대체 뭐랑 싸운 것인가? 어디에도 적은 없는데?]
월이 동그랗게 뜬 눈 모양 이모티콘을 보이더니 글자를 띄웠다.
“별거 아니야. 그냥…. 내 자신과의 싸움이랄까?”
[머리를 다친 건가?]
“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
[정신적 부상은 후유증이 심하다. 꼭 치료받도록.]
월은 그 말을 하고는 휙 뒤돌아섰다.
“야, 월! 애들 시켜서 여기 굴러다니는 돌멩이들 좀 다 모아줘라. 나 지금 힘 하나도 없거든?”
[알았다.]
월은 범이와 살이를 향해 뭔가 손짓을 해 보였고, 그 즉시 범이와 살이가 사방에 흩어진 인챈트 스톤을 주워 한수호에게 가져다줬다.
“짜식들. 일 잘하네.”
[심부름용으로 소형 봇 하나 더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범이와 살이는 전문직 기술자이자, 전투 봇이다.]
“푸핫. 그래, 저 녀석들 고급봇력이라 이거냐?”
[고급봇력? 〉.〈 맞는 말이다.]
월은 자기도 웃긴지 이모티콘으로 재밌다는 표시까지 섞었다.
[난 다시 간다. 수고해라, 주인.]
“쿨해서 좋네.”
월은 참 쿨했다.
쓸데없이 잔소리를 하는 법도 없고, 말을 이리저리 빙빙 돌리지도 않는다.
할 일이 있으면 하고, 할 일이 없을 땐 그저 싸우자고 할 뿐.
한수호는 이런 굉장한 부하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다 사기환 덕분이라 여기며 크게 고마워했다.
‘좋아. 이제 마나 하트를 흡수해 볼까?’
한수호는 앉은 자리에서 마나 하트를 바로 입에 털어 넣었다.
꿀꺽
입에 넣자마자 황금빛 보석이 눈 녹듯 사라졌다.
마치 꿀 원액을 마시는 것처럼 달콤하면서도 뭔가 톡 쏘는 느낌.
목구멍을 거쳐 위로 흘러 들어가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그런데 그 느낌은 단 몇 초 만에 씻은 듯 사라졌다. 대신, 온몸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청량한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갈증에 목말라 있는데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들이마신 것처럼 너무나도 시원했다.
눈이 저절로 감길 정도의 강한 고양감이 차올랐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삐링
>>진.마나 하트를 흡수한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친절하게도 흡수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수호는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피부는 더욱 매끈하고, 탄력 있게 바뀌었다.
근육의 밀도도 확연히 높아져 전보다 훨씬 강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직접 수치로 확인해 볼까?’
한수호는 자신의 신체 수치를 눈앞에 띄워 봤다.
[머리] : 170
[왼팔] : 154
[오른팔] : 154
[가슴] : 280(+61)
*[마나] : 3,091(+481)
[배] : 154
[왼발] : 154
[오른발] : 154
신체 능력의 평균 수치 174.
실로 엄청난 능력 상승이었다.
주먹을 살짝 쥐었다 펴는 것만으로도 몸에 충만한 힘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나 수치가 좀 이상한데?’
가슴 수치는 219에서 280이 되었으니 28% 상승한 게 맞다.
그럼 마나력도 28%가 적용되어 2,536이어야 하는데 3,091까지 상승했다.
‘아! 신체 능력 상승하고 마나력 상승이 중첩된 효과로구나?’
원래의 마나력 수치는 1,981.
가슴 수치가 28% 상승하면서 덩달아 마나력 수치도 555가 증가했는데, 거기에 다시 마나력 상승 28%가 추가로 적용되면서 555만큼이 한 번더 증가한 것이다.
‘생명코어는 중첩이 안 되는 모양이네.’
그렇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지금의 상승만으로도 한수호는 충분했으니까.
‘포인트는?’
-보유 포인트: 364.5NP / 2,763,500LP
숫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일단, 개조 2단계 스탯을 모두 10으로 맞추자.’
총 6개의 2단계 스탯 중 폐, 위, 후각 항목은 아직 6에 머물러 있었다.
이 수치를 10으로 맞추려면 120NP가 필요했다.
‘NP에 여유가 있을 때 올려야지.’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2단계 스탯을 올릴 수 있으랴.
한수호는 120NP를 소모해 세 가지 항목을 10으로 맞췄다.
시각을 올릴 때처럼 뭔가 달라진 느낌은 없었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한층 강해진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개조의 2단계 항목이 최소 조건을 달성하였습니다.
>>3단계 항목에 스탯을 배분할 수 있습니다.(스탯 배분율 1%)
>>4단계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메시지였다.
2단계 스탯 배분 때와는 달리, 6개 항목을 10에 맞추는 것만으로도 3단계 스탯 배분이 가능해질 줄이야.
한수호는 남은 NP를 확인했다.
-보유 포인트: 244.5NP / 2,763,500LP
‘3단계는 스탯 1에 NP가 100이나 필요하니까….’
올릴 수 있는 스탯은 고작 2.
하지만 올리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감지하고 초감각을 올리자.’
개조의 3단계 항목은 4개뿐이지만, 하나하나가 놀라운 효력을 보이기 때문에 단 1을 올려도 큰 차이가 생긴다.
특히 감지와 초감각은 1의 차이가 상당했다.
현재 한수호의 감지 스탯은 10.
아무 신경을 쓰지 않고 있어도 반경 10미터 내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곧바로 알 수 있다.
초감각 스탯은 7이었고, 한수호가 정신을 집중한다면 70초 동안 자신을 제외한 주변의 시간이 느려지도록 만들 수 있었다.
초감각을 사용하면 정신 스탯도 함께 감소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현재 한수호의 정신 스탯은 14나 되니 크게 걱정할 건 없었다.
‘초감각을 쓴 상태로 생명체를 해칠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해도, 내 안전을 생각하면 이만한 게 없지.’
한수호는 그동안 초감각으로 여러 테스트를 거쳤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 초감각으로 주변 시간을 느리게 한 상태에서는 무언가를 해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억지로라도 생명체를 해친다면, 그 즉시로 초감각 상태가 풀리면서 엄청난 타격을 받고 만다.
초감각 상태에서 개미를 죽여보려다가 한수호는 기절에 이르렀었다.
고작 개미를 죽이는데 기절이었으니, 그 이상의 것을 죽이게 되면 한수호도 죽을지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그걸 차치하더라도 초감각 스탯은 반드시 올려야 했다.
한수호는 더 고민하지 않고 200NP를 소모해 감지와 초감각 스탯을 1씩 올렸다.
3단계 항목을 보니 괜스레 뿌듯해진다.
정신 스탯은 14였고, 감지와 면역은 11이 되었으며, 초감각은 이제 10이나 된다.
특히 초감각이 10이 되었다는 사실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위험한 상황에서 남들보다 몇 배나 빠른 움직임으로 100초 동안이나 움직일 수가 있으니 말이지.’
사실상 이 초감각은 구명절초나 다름없었다.
그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데도 그렇고, 가족을 위험에서 구해내는 데도 제 몫을 톡톡히 할 터였으니까.
남은 NP는 이제 44.5밖에 안 된다.
예전 같았으면 이 포인트도 상당히 여유로운 수치였겠지만, 이제는 ‘고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게 느껴진다.
‘어쨌든 이건 나중을 위해 보관하고.’
한수호의 눈이 LP로 향했다.
270만이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
큰 포인트를 얻게 된 시점에 딱 맞게 개조의 4단계 업그레이드가 풀렸다.
필요한 포인트는 100만.
한수호는 별 고민도 없이 개조 4단계 업그레이드를 진행시켰다.
>>’특성: 개조’가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3단계=>4단계
-4단계 효과: 신체 개조에 해당하며, 포인트(NP)를 소모해 목적에 맞는 신체로 개조할 수 있습니다.
업그레이드 과정은 간단했지만, 결과로 나온 메시지가 심상치가 않다.
‘신체를 개조한다고?’
지금까지는 수치를 조정해 개조하는 방식이었는데, 4단계에서 전혀 다른 컨셉이 등장했다.
내용만 봐선 아예 신체를 직접 개조할 수 있게 된 모양이었다.
한수호는 이게 과연 어떤 개조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바로 개조 4단계를 발동시켰다.
>>개조를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세요.
간단한 메시지와 함께 한수호의 눈앞에 인체 해부도가 또다시 등장했다.
그런데 이번 인체 해부도에는 부위마다 수치가 새겨있지 않았다.
지금 한수호의 모습이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는, 마치 3D 캐릭터같은 모습이었다.
‘뭐야? 이거 완전 커스터 마이징이잖아?’
그랬다.
지금 한수호가 보고 있는 인체 해부도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캐릭터였고, 그 캐릭터의 모습을 임의로 바꿀 수 있도록 많은 메뉴가 표시되고 있었다.
오래전 유행했던 MMORPG 게임에 자주 등장했던 커스터 마이징과 다를 게 없었다.
머리, 눈, 코, 입, 턱 모양부터 키, 체형, 팔다리 길이까지 개조하지 못하는 게 거의 없었다.
‘설마 정말 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개조할 수 있는 거야?’
한수호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3D 캐릭터의 키를 160센티로 확 줄여봤다.
그 상태로 하단의 ‘확인’ 버튼을 선택하니, 저장을 묻는 메시지가 등장했다.
>>변경에 필요한 포인트는 500,000LP입니다.
>>변경 적용 후, 10분이 지나면 본래의 신체로 되돌아옵니다.
>>변경된 사항을 적용하겠습니까? (YES/NO)
설마가 현실이 되었다.
50만 포인트만 있으면 180센티가 훌쩍 넘는 자신의 키를 160센티로 확 줄이는 게 가능한 모양.
‘그럼 얼굴 변경도 가능하겠네?’
한수호는 대충 얼굴을 조정해 30대의 마른 얼굴로 변경해 봤다.
>>변경에 필요한 포인트는 75,000LP입니다.
>>변경 적용 후, 10분이 지나면 본래의 신체로 되돌아옵니다.
>>변경된 사항을 적용하겠습니까? (YES/NO)
이것도 가능했다.
한수호는 개조 4단계의 효과를 확인한 즉시, 이걸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이 엄청나다는 걸 깨달았다.
‘얼굴을 바꿔서 숨어드는 것도 되고, 내 몸을 아예 작게 하거나 크게 바꿀 수도 있다는 거잖아?’
침투뿐만 아니라 전투에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짧고, 소모 포인트가 엄청나다는 걸 제외하면 말이지.’
한수호는 언젠가 크게 써먹을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는 다음 할 일로 넘어갔다.
아직도 170만 이상의 LP가 남았고, 그 포인트의 사용처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얼음불 5단계와 돌파 3단계 업그레이드 가자!’
한수호는 손까지 싹싹 비비며 특성 업그레이드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