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두 가지 특성의 업그레이드도 무사히 끝났다.
소모된 포인트는 무려 150만.
하지만 그 결과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기에 조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특성: 얼음불’이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4단계=>최종
-최종 효과: 5분 동안 이동속도를 50% 증가시키며, 사용자 스스로 얼음과 불의 화신이 될 수 있습니다.
>>’특성: 돌파’가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2단계=>3단계
-3단계 효과: 준광속 돌파. 2초 동안 빛의 속도 50%에 달하는 빠름을 갖게 되며, 사물 관통력과 충격파를 지닙니다.
어쩌다 보니 업그레이드된 특성이 모두 속도에 관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얼음불은 5단계가 최종이었는데, 그래서인지 효과가 상당히 좋았다.
무려 5분의 지속 효과가 주어지며, 얼음과 불의 화신이 될 수 있기에 일대 다수의 전투에서 굉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돌파는 더 훌륭했다.
단 2초뿐이지만 빛의 속도 50%라는 어마어마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다.
게다가 사물을 관통함과 동시에 충격파까지 일으킬 수 있게 되었으니 살아있는 레이져 빔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수호는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오늘 대법원 게이트에 들어가 나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이제 마지막인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건, 인챈트 스톤뿐.
한수호는 우선 수북이 쌓여있는 인챈트 스톤을 하나하나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스톤 한 개의 코스트가 31이나 되기 때문에 겹쳐 넣기가 안 된다면 몇 개씩만 따로 아공간에 넣어 다녀야 했기에 확인이 필요했다.
다행히 스톤은 겹쳐졌다.
아공간에 들어간 인챈트 스톤은 이모티콘화 되었고, 옆에 작은 글씨로 ‘x108’이라는 표시가 붙었다.
‘이건 됐고. 어떤 식으로 각인이 되는지도 확인해 볼까?’
인챈트 스톤 하나만 꺼내든 한수호는 마나력을 끌어올려 주입시켰다.
한수호의 마나가 주입되자 보라색 스톤이 밝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챈트를 시작합니다.
>>인챈트 시전자의 각인 적합도는 27%(+46%) 입니다.
>>마나력 700을 소비하여 궁급 이하의 특성을 각인할 수 있습니다.
>>각인을 원하는 특성을 선택하세요.(광폭화/개조/얼음불/쇄혼/돌파/약탈[1]/약탈[2])
‘이런 식이구나. 복잡하진 않네.’
그런데 의외의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한수호의 각인 적합도가 무려 73%나 된다는 것.
그 말은, 한수호가 인챈트 스톤에 특성을 각인시키면, 그 특성을 흡수한 사람은 본래 효율의 73%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대충, 본래 특성에서 하향된 열화판 같은 거구나.’
보통은 50% 이상 위력이 저하되겠지만, 한수호에 한해서는 73%의 위력을 보유하게 되니 우습게 볼 게 아니다.
특히, 한수호가 지닌 특성들 대부분은 위력이 떨어지더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특성들이라 열화판의 값어치 또한 높을 수밖에 없었다.
‘약탈 같은 특성은 절대 각인하면 안 되겠는데?’
약탈 특성을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굉장히 위험한 일이었다.
가장 좋은 건, 한수호가 필요한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 인챈트 스톤을 주어서 특성을 각인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어쨌든 지금 당장은 쓸 일이 없으니 패스.’
드디어 해야 할 일 모두가 끝났다.
한수호는 인챈트 스톤을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한수호가 일어서자 엎드려 있던 고니도 일어나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이리 온.”
고니가 폴짝 뛰어 한수호에게 안겼다.
“오늘은 푹 좀 자고 싶으니까 네가 경계 좀 서라.”
한수호가 쓰다듬으며 한 말에 고니는 캬르릉 소리를 내며 고개를 힘차게 주억거렸다.
“월! 나 간다. 차단벽 재료는 최대한 빨리 구해서 가져올게.”
한수호가 수련실 밖으로 나와 소리치자 월이 손을 들어 오케이 표시를 해 보였다.
씨익 웃어 보인 한수호는 고니를 안아 든 채 전투 영역 밖으로 빠져나왔다.
* * *
“후아암. 잘 잤다.”
모처럼 꿀잠을 잔 한수호는 기상과 동시에 크게 기지개를 켰다.
고니가 사막여우의 모습을 한 상태로 내내 곁을 지켜준 덕이었다.
고니의 탐지 능력은 상당히 좋아서 가만히 멈춰 있는 상태에선 반경 50미터 이내의 모든 움직임을 잡아내는 게 가능했다.
거의 살아있는 레이더나 마찬가지.
그렇기에 그 어느 때보다 깊게 잠들 수 있었던 한수호는 일어나자마자 안겨 오는 고니를 한껏 쓰다듬어 주었다.
세면을 마친 한수호는 습관처럼 소원의 묘목에서 열매를 따 먹은 뒤, 일일 미션을 확인했다.
[오늘의 미션]
-진급 이상의 마공사와 치열한 대련 1시간
-획득 포인트: 10NP / 1,000LP
*개조 4단계 업그레이드 성공으로 획득 포인트가 증가합니다.
한수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젠 미션만 잘 챙겨도 스탯 올리는 거 우습겠는데?’
처음 미션이 뜨기 시작했을 때는 기껏해야 0.1NP 였는데, 이젠 100배나 높아졌다.
한수호는 이런 게 격세지감이구나 속으로 뇌까리면서 기분 좋게 웃음을 그렸다.
‘다들 9시에 모이기로 했으니까….’
지금이 6시를 조금 넘겼으니 아직 여유가 많다.
미션 내용이 진급 이상의 마공사와 대결하는 것이니 전투 영역에 들어가 월과 한판 진하게 붙으면 해결될 것 같았다.
한수호는 바로 고니와 함께 전투 영역에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다운그레이드 시켜 월과 대결에 들어갔다.
월은 이제 거의 궁급 마공사와 다름없었기에 다운그레이드 한 한수호와 꽤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났고, 미션은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었다.
-보유 포인트: 64.5NP / 264,500LP
하루에 20NP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으니 굳이 포인트를 쟁여 놓을 이유가 없었다.
‘신체 수치를 싹 160에 맞추자.’
머리와 가슴을 뺀 나머지 신체 수치가 전부 154로 맞춰진 상태였지만, 끝자리가 4로 되어 있어서 괜히 거슬렸다.
한수호는 총 30NP를 투자해서 다섯 항목을 모두 160으로 통일했다.
그렇게 맞춰놓고 나니 이젠 가슴 스탯이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슴] : 280(+61)
*[마나] : 3,246(+481)
‘이왕 이렇게 된 거 300까지 올릴까?’
곧바로 실행에 옮겨 가슴 스탯을 300으로 올렸더니,
[가슴] : 300(+61)
*[마나] : 3,415(+481)
아주 보기 좋은 숫자가 되었다.
이제 남은 NP는 14.5.
일일 미션 성공으로 얻는 포인트가 10으로 바뀐 이상 14 뒤에 붙은 0.5가 정수로 바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소수점은 스탯 배분이 불가능했기에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눈에 좀 거슬려도 어쩔 수 없지 뭐.’
한수호는 그렇게 생각하며 남은 50분 동안 용의 박동 호흡법을 수련한 뒤, 가벼운 마음으로 전투 영역을 빠져나왔다.
용의 박동 호흡법 덕분에 가슴 스탯은 다시 3이 늘었다.
[가슴] : 302(+62)
*[마나] : 3,431(+489)
쭉쭉 올라가는 스탯을 보니 왠지 가슴이 뿌듯해진다.
‘이 정도면 시작식 용의 비늘하고, 숙련식 용의 숨결까지는 한 번씩 사용이 가능하겠어.’
그것뿐이 아니다.
‘진.용마검’으로 용형4식 중 두 개 초식을 4초 동안 펼칠 수 있을 정도로 마나력이 높아진 상태였다.
‘과연 용형4식의 첫 번째 제물은 어떤 몬스터가 되려나?’
한수호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진.용마검으로 펼치는 용형4식이면 최소 3급 몬스터까지는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재 시간은 8시 11분.
‘슬슬 가봐야겠구나.’
혹시라도 서은채가 아직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자고 있을지도 모르니 친구들이 오기 전에 미리 보내야 했다.
고니를 데리고 컨테이너 하우스로 향한 한수호.
그런데 하우스 앞의 공터에 어젠 보지 못했던 새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고급 SUV 한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차 브랜드를 보니 ‘올보(allvo)’였다.
‘왜 남의 집 앞마당에 함부로 주차를 하는 건데? 차 좋다고 자랑하는 거야, 뭐야?’
눈살을 찌푸린 한수호는 바로 차량에 다가가 남겨진 연락처가 있는지 확인했다.
‘번호도 안 남겼어?’
차에는 아무런 번호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짜증이 솟구친 한수호는 고니의 날카로운 발톱을 이용해 차를 긁고, 타이어까지 펑크내 버릴까 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이런 몰지각한 사람이 아직도 있다니…. 대체 어떤 교육을 받고 자라면 이렇게 될까?’
누군지 모를 차의 주인을 향해 한수호는 계속 투덜거렸다.
일단 차를 내버려 둔 한수호.
앞마당을 가로질러 컨테이너 하우스로 다가간 그는 바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갔구나?’
서은채는 없었다.
침구류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청소에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해 놓은 상태였다.
‘나이는 어린 녀석이 착하네.’
무단 주차 차량 때문에 짜증 났던 마음이 서은채 덕분에 풀어졌다.
그런데 식탁에 뭔가 못 보던 물건이 놓여 있었다.
‘쪽지?’
노란색 포스트잇이 식탁에 놓여 있고, 그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키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한수호는 포스트잇 내용부터 살폈다.
[오빠! 잘 쉬고 가요. 그리고 제가 원래 주려고 했던 진짜 선물 놓고 갑니다! 소중히 사용하세요! 다음에 또 놀러 올게요. ◝(●>◡<●)◜..°♡]
메시지를 본 한수호는 뜨악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설마 이 키가?’
한수호는 키를 들어 올렸다.
고급 재료로 만들어진 스마트 키.
키 중앙엔 ‘allvo’라는 글자가 작게 새겨져 있었다.
“허….”
한수호는 좀비처럼 비꺼덕 거리는 걸음으로 집 밖에 나갔다.
그리고 무단으로 주차된 은색의 올보 SUV 차량 옆에 섰다.
삐빅
키를 누르자 차가 반응하더니 잠금 장치가 풀렸다.
“허. 진짜네.”
한수호는 너무 기가 막혔다.
15살짜리 중학생 여자애가 선물이랍시고 집 앞에 놓고 간 물건이 억대가 넘어가는 SUV 차량이라니.
게다가 차량 상태를 봐서는 기본 스펙도 아니고 풀옵션인 것 같았다.
‘맹주 딸이라 그런가? 통 하나는 끝장나게 크네.’
차라리 돈이나 아티팩트 같은 거였으면 이렇게까지 놀라지 않았다.
어린 여학생이 남자의 로망이라는 최신식 올보 SUV 차량을 딱 골라 집 앞에 가져다 놓았기에 크게 놀란 것이다.
‘이거, 받아도 되는 건가?’
한수호도 이런 고급 차를 살 돈은 차고 넘친다.
통장에는 22억이 들어있고, 아공간엔 천억에 가까운 금괴까지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이런 고가의 물건을 사는 것과 누군가에게 감사의 선물로 받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왠지 기분이 굉장히 좋으면서도, 과연 받아도 될지 살짝 부담스러운 마음.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주고, 특성도 두 개나 각성하게 도와줬으면 받을 만하지 뭐.’
한수호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눈앞의 SUV 차량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얼굴엔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고, 당장이라도 차를 운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면허증이야 이미 1년 전에 따 놓았다.
만으로 18세가 되자마자 스승 부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태안의 면허시험장을 찾아 한 번에 합격했다. 그것도 1종 대형으로.
한수호가 시승식을 해 보려고 차 문을 열려는 그때였다.
캬르릉.
고니가 품에서 폴짝 뛰어내리더니 SUV차량을 노려본다.
고니의 두 눈이 붉게 물든 순간,
지이잉-
붉은 레이저가 뿜어져 나와 차량 전체를 스캔하듯 훑었다.
“야, 고니. 너 뭐 하냐?”
한수호가 한마디 내뱉은 그때였다.
촤르르륵. 차칵. 철컥.
작은 사막여우의 몸체가 수천 개로 분리되더니 뒤집히고, 변형되며 단숨에 커다란 차량의 형태로 변신해 버렸다.
그 형태는 놀랍게도 서은채가 선물로 준 SUV차량과 완전히 똑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