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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68화 (168/375)

168화

하루가 지나고 일요일이 찾아왔다.

한수호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소원의 묘목을 꺼내 열매를 흡수하고, 일일 미션을 수행했다.

일일 미션은 개조 특성이 4단계로 오른 이후 난이도가 상당히 올라갔다.

[오늘의 미션]

-마나력 500 이상의 공격 맨몸으로 3회 버티기

-획득 포인트: 10NP / 1,000LP

‘이게 뭔….’

미션 내용을 보니 숨이 턱 막힌다.

마나력 5백 이상의 공격을 맨몸으로 3회 버티라는 건, 그냥 닥치고 공격을 허용하라는 의미다.

마나력 5백이면 진급이다.

그 정도 마나량이면 철판에도 구멍을 내는 게 가능한 수준.

‘그래도 NP를 10이나 주는데 해야지 뭘 어째. 어휴….’

한수호는 할 수 없이 전투 영역에 들어가 월에게 공격을 지시했다.

월의 마나력은 이미 900을 넘어서서 궁급을 코앞에 둔 상태.

녀석은 무작정 자신을 때리라는 지시에 음흉한 웃음을 이모티콘으로 내보이며 곧장 실행에 옮겼다.

월의 주먹은 확실히 매웠다.

쇄혼으로 피부를 단단하게 보호했음에도 월의 주먹에 맞은 부위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팔뚝과 가슴팍, 그리고 왼쪽 볼까지.

한수호는 치료 포션이 아까워 부은 부위를 계란으로 쓰다듬으며 월을 한참이나 노려봤다.

어쨌든 그렇게 일일 미션을 완수한 한수호.

급히 챙긴 건축자재들을 월에게 넘긴 한수호는 전투 영역에 들어온 지 30분도 안 돼서 바로 나가버렸다.

오늘은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기 때문.

현재 한수호의 전투 영역 체류 시간은 2시간을 넘어 3시간까지 증가한 상태였다.

마나력이 3천을 넘어서면서 체류 시간도 늘어났는데, 이젠 굳이 그 시간을 꽉 꽉 채워서 사용할 이유가 크게 없었다.

‘마나력이 4천을 넘기면 4시간까지 늘게 되려나?’

전투 영역 체류 시간이 늘면 한수호로서는 좋은 일이다.

훗날 가족을 이곳으로 불러들였을 때, 좀 더 오래 함께 머물 수 있을 테니까.

한수호는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하우스를 나섰다.

서은채로부터 받은 SUV차량을 타고 중요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목표는 영종도 옆의 작은 섬, 잠진도.

어제 오중현이 탄 벤의 신호가 사라졌던 그곳을 혼자 다시 찾아가려는 것이다.

부우웅

SUV의 승차감은 굉장히 좋았다.

비싼 차라 그런지 비싼 값을 톡톡히 한다.

자율주행도 가능한데다, 상당한 방탄 기능까지 더해져서 안전하기까지 하다.

운전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조금 넘었을 때, 차는 인천 공항을 지나 잠진도로 들어가는 해상도로에 도착했다.

‘좀 더 가까이 가서 주차하자.’

한수호는 상대의 얼굴을 알지만, 상대는 한수호의 얼굴을 모른다.

그러니 좀 더 가까이 가서 살펴도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이 지금도 그 주변에 머물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곳에서 위치 추적기의 신호가 사라졌으니 뭔가 비밀 장소가 있는 게 분명했다.

‘가 보면 뭔가 나오겠지.’

한수호는 잠진도로 향했고, 막다른 길인 선착장 근처에서 차를 세웠다.

마침 낚시객들을 위한 주차장이 도로 옆으로 길게 마련되어 있어서 주차할 공간은 넘쳐 났다.

‘대충 100미터 정도인가?’

어제 김재우와 함께 살폈던 건물이 저 멀리에 보인다.

차를 주차시킨 그는 간단히 세라믹 단검 하나만 챙기고 밖으로 나섰다.

미리 준비해 온 낚시 도구를 대충 어깨에 둘러맨 뒤, 후드를 눌러쓰고 어슬렁어슬렁 목표 건물 쪽으로 다가갔다.

일요일이라 낚시를 하러 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한수호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어제 본 그 건물은 여전히 셔터가 내려가 있었고, 건물 옆 그늘엔 양복 차림의 사내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비밀 장소를 지키는 사람이 둘뿐이라…. 너무 적은데?’

CCTV가 과하게 많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비밀스러운 장소라고 보기엔 뭔가 크게 부족해 보인다.

한수호는 일단 바로 옆 건물인 낚시 용품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주인이 반기며 낚시를 위한 모든 게 있으니 편하게 구경하라고 말한다.

“저, 속이 좀 안 좋아서 그러는데…. 여기 화장실 좀 쓸 수 있을까요?”

“화장실? 뒤뜰에 있긴 한데, 손님들 용은 아니라서…. 저기, 저쪽으로 가면 공용화장실이 있으니 거길 쓰는 게 어떤가?”

주인아저씨 표정이 불편해 보인다.

그러자 한수호는 대뜸 비싸 보이는 낚싯대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거 살 테니 부탁 좀 드릴게요.”

“오, 그걸 산다고?”

표정이 180도 바뀌자 한수호는 바로 가격을 물어 돈을 지불했다.

“젊은이가 통이 크구만. 자, 여기 화장실 열쇠. 속이 안 좋으면 다 잡은 고기도 놓칠 테니 얼른 시원하게 일 보고 오게나.”

“감사합니다. 제 물건은 잠시 여기 맡겨도 되죠?”

“어, 그래. 걱정 말고 얼른 다녀와.”

“네.”

한수호는 바로 가게 뒷문으로 향했고, 뒤편의 산과 붙어있는 뒤뜰로 나왔다.

가게의 뒤뜰은 꽤 넓은 터였는데, 옆의 셔터 건물과 10여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몰래 살피기에 딱이었다.

대충 화장실 가는 척하며 셔터 건물 뒤편을 살폈다.

‘여기도 CCTV가 네 대나 있네.’

뭐 하는 건물인지 전혀 감이 안 온다. 건물을 살피기 위해 뒤쪽으로 숨어드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나마 CCTV가 고정형이라서 사각지대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사각지대라고 해 봐야 2미터 정도 폭이었고, 건물 10미터 근방으로 접근하면 좁은 사각지대마저 완전히 사라진다.

‘내가 직접 진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긴데…. 역시, 그 방법밖에 없나?’

한수호는 마음을 굳히고는 대충 볼일만 보고 다시 가게로 들어갔다.

자신의 짐을 챙긴 한수호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

주차해 놓은 차로 돌아온 뒤, 짐들을 차에 싣고 맨몸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차장 뒤쪽은 산.

옹벽이 높게 설치되어 있었지만, 한수호에게 그 정도 높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3미터 높이의 옹벽을 가볍게 뛰어오른 한수호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심스레 셔터 건물 뒤쪽의 산으로 움직였다.

숲이 꽤 우거져 있어서 밖에서는 한수호를 전혀 볼 수가 없다.

미리 봐둔 방향으로 접근하자 셔터 건물 뒤편이 나타났다.

미리 CCTV 위치와 카메라 방향을 살피지 않았다면 사각지대를 찾아내기도 전에 카메라에 찍혔을 판.

최대한으로 접근한 한수호는 큰 나무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뒤, 아주 짧게 전투 영역에 들어갔다 나왔다.

잠시 사라졌던 한수호가 다시 나타났을 때, 그의 옆에는 작고 귀여운 고니가 멀뚱거리며 앉아 있었다.

“고니야. 넌 여기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다가 혹시 내가 위험해지면 지켜줘야 한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말고. 알았지?”

캬릉.

대답하듯 소리를 내다가 앙증맞은 손으로 제 입을 탁 막는 고니.

한수호는 그런 고니를 쓰다듬어 주고는 숨을 죽이고 조용히 뭔가를 기다렸다.

10분. 20분.

명령대로 꼼짝도 하지 않는 고니와 함께 하염없이 시간만 흘려보내던 어느 순간,

저벅저벅

건물 옆으로 양복 사내 하나가 걸어왔다.

그가 등장하자 한수호가 눈을 빛냈다.

‘조금만 더 이쪽으로. 옳지. 좋았어!’

한수호는 사내가 자신의 반경 20미터 이내로 들어서는 순간, 약탈[2]를 사용했다.

>>범위 내에 약탈이 가능한 존재가 있습니다. 약탈하겠습니까? YES/NO

확인을 위한 메시지가 뜨고, 한수호는 바로 YES를 선택했다.

털썩.

엎드려 있던 한수호가 머리를 툭 떨궜다.

대신 셔터 건물 뒤쪽에 위치한 화장실로 들어서려던 양복 사내가 걷던 동작 그대로 멈칫했다.

‘된 건가?’

한수호는 순식간에 바뀐 시야를 확인하다가 자신의 몸을 살폈다.

투박해 보이는 손. 칼처럼 다림질된 깨끗한 양복바지와 반짝거리는 구두.

약탈[2]로 양복 사내의 몸을 빼앗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어디 보자. 이 몸뚱이의 주인 이름은 신태윤이고. 나이는 스물일곱. 어우야. 생긴 거 답지 않게 젊구나. 노안이네, 노안.’

서른 초반으로 보였는데, 보기보다 네다섯 살 어리다.

‘내 몸은 무사하겠지?’

슬쩍 고개를 돌려 자신의 육체가 있는 장소를 훑었다.

여기선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의심할 짓은 하지 말아야지.’

이곳으로도 CCTV가 향하고 있으니 괜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했다.

한수호는 신태윤의 몸을 움직여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동안 신태윤이 지닌 기억을 더듬었다.

‘24살에 군산 아카데미 졸업. 성적이 좋지 않아서 특무부나 정의국, 대한맹 어디로도 가지 못했군. 마공가문은 아니지만 집안에 돈은 좀 있으시고…. 도원 건설? 첫 직장이 그 지저분한 건설 회사였어?’

신태윤이라는 사내는 도원 건설의 비서실 특수과 직원이었다.

그런데 말만 비서실이지 평범한 비서실이 아니다.

일종의 뒤처리 전문 부서.

도원 건설은 지저분한 일 처리로 유명한 회사였는데, 재개발 지역을 귀신같이 선점한 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강제로 쫓아내 버리는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처리하는 부서가 바로 신태윤이 속한 도원 건설 비서실 특수과였다.

‘그래도 특급이나 되는 마공사가 도원 건설 뒤나 닦아주고 있다니….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그렇지.’

하는 일 자체는 비루하지만 월급은 천만 원이나 된다.

이 신태윤이라는 인물의 집안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 천만 원에 양심을 팔고, 마공사로서 자존심을 팔고 있는 셈.

게다가 특성도 나쁘지 않다.

신태윤의 특성은 ‘일격산개’.

한 번 공격으로 두 번의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제법 쓸 만한 특성이었다.

계속해서 신태윤의 기억을 뒤지던 한수호는 이 자가 왜 도원 건설의 비서실에서 일하는지 그 진짜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황도13궁? 이 자식, 황도13궁의 궁도잖아?’

그랬다.

신태윤의 진짜 신분은 황도13궁, 그중에서도 천갈궁의 궁도였다.

좀 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보니, 오중현과의 접촉도 여러 번 보인다.

집안 자체가 천갈궁에 완전히 잠식된 상태였고, 어려서부터 천갈궁에 세뇌되다시피 했다.

사람을 죽이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으며, 약자를 괴롭히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악한 집단의 일원.

단 몇 초 만에 신태윤이라는 인물에 대한 모든 걸 파악한 한수호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 몸뚱이가 혹 잘못되면 어쩌나 잠시나마 걱정했던 내가 바보였군.’

이 몸뚱이의 주인은 쓰레기 중 쓰레기였다.

아니, 천갈궁의 궁도로서 해온 일 모두가 죄악이나 마찬가지였다.

‘하…. 천갈궁의 말단이 이 정도로 악질이면, 윗줄은 대체 얼마나 지독한 놈들이라는 거냐?’

한수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이 몸의 주인이 어떤 놈이건 이제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한수호는 신태윤이 되어 셔터 건물의 앞쪽으로 걸어 나갔다.

코너를 돌자, 함께 경계를 서던 동료가 의자에서 얼른 일어난다.

“야, 신태윤. 넌 새꺄, 오줌을 싸는 거냐, 똥을 싸는 거냐? 뭐가 이리 오래 걸려?”

“둘 중에 뭘 할지 고민 좀 했다, 새끼야. 별거 가지고 다 지랄이야.”

한수호는 완벽하게 신태윤으로 빙의해 있었다.

“아, 됐고. 나도 화장실 좀 다녀올 테니 잘 보고 있어.”

“곧 교대시간이니까 빨리 와라.”

“너보단 빨리 올 테니 걱정 마셔.”

사내가 사라지자 한수호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신태윤의 기억 속에서 보이는 이 셔터 건물의 내부를 떠올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기가 천갈궁의 인천 지부였단 말이지?’

천갈궁 인천 지부면 상당히 중요한 거점이다.

보기엔 2층짜리의 평범한 가정집 건물이지만, 사실 이 건물 안은 완전히 텅 비어있다.

중요한 건 이 건물이 아니라, 이 건물을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한 저 산속 꼭대기의 거점이었다.

셔터 건물 내부엔 커다란 터널 입구와 길고 긴 에스컬레이터가 숨겨져 있었다.

차는 터널을 통해 올라가면 거점의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고, 사람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좀 더 빠르게 꼭대기 거점으로 이동하는 게 가능하다.

‘대체 이런 비밀 기지를 어떻게 만들 수 있지? 이 정도 규모면 눈에 안 띌 수가 없을 텐데….’

잠진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비밀 기지나 마찬가지다.

최소 100명 이상의 마공사가 상시 거주하고 있는 천갈궁의 인천지부.

이렇게 꽁꽁 숨겨져 있으니 회귀 전에도 천갈궁을 박살 내기 위해 들인 시간과 인력이 엄청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회귀 전에는 잠진도에 이런 거점이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잖아?’

황도13궁의 궤멸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한수호였기에, 어디서 어떻게 놈들의 잔당을 처치했는지를 잘 안다.

하지만 잠진도 비밀 기지에 대한 내용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설마…. 회귀 전에 황도13궁 놈들이 궤멸된 게 아니었다는 건가?’

당시, 특무부의 유대룡은 놈들을 확실하게 궤멸시켰다고 매스컴 앞에서 선언까지 했었다.

사왕오패도 이를 인정해 주었다.

그 덕분에 특무부는 잠시나마 안정기를 가지고 게이트 폭주를 대비한 준비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그 철저한 유대룡 본부장까지 속여넘기다니…. 정말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구나.’

한수호는 이렇게 된 이상, 이곳의 정체를 밝혀서 뿌리를 뽑기로 했다.

회귀 전에 밝혀진 황도13궁의 거점들은 특무부에서 스스로 알아낼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게 없었다.

‘난 이런 비밀 기지들을 찾아내서 정보를 흘려주면 되는 거고.’

한수호는 그 전에 오중현과 박혜리, 그리고 당채룡이 여기서 무슨 작당을 하는 것인지부터 알아내기로 했다.

한때는 정의국의 검술교관이었던 오중현과 이패궁 박윤주의 동생 박혜리, 거기다 중국 오대가문의 하나인 제독당가의 당채룡까지.

이 세 명의 조합은 결코 평범한 게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오중현은 10년 전의 그 가면인일지도 모르고 말이지.’

만약, 거기에 이프리트까지 더해진다면?

그럼 미래에 벌어질 재앙은 어쩌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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