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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77화 (177/375)

177화

퓻!

현실로 돌아온 한수호는 곧바로 감각을 사방으로 확장시켰다.

자세를 낮추고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사주경계를 펼친 국수대 침투5조의 대원들.

한수호의 감각에 주변 100미터 내로는 아무도 걸려들지 않았다.

“향, 이상무!”

“우, 이상무!”

“현, 이상무!”

“오케이. 나도 이상무다. 은인이 보기엔 어떤가?”

이윤철이 대원들의 보고를 받자마자 한수호에게 물었다.

“은인이라고 부르는 건 좀 그렇네요. 저는 ‘태호’라고 부르면 될 것 같습니다.”

한수호는 장태산의 ‘태’자와 한수호의 ‘호’자를 합쳐 태호라는 별칭을 만들었다.

“안 그래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애매했는데, 다행이군. 그래, 태호. 자네가 보기에 근처에 아직 적들이 남아 있는 것 같나?”

이윤철은 적응력도, 친화력도 상당히 좋았다.

딱딱하고, 꽉 막힌 팀장이 아니라 유하면서도 결단력 있고, 필요할 땐 스스로를 낮출 줄도 아는 현명한 인물.

한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안전합니다. 아무래도 놈들이 수색을 포기하고 물러난 듯하네요.”

한수호는 자신이 뿌려낸 파동권과 적들의 공격이 부딪치며 만들어낸 커다란 구덩이를 바라봤다.

구덩이 주변의 풀들은 당채룡의 독기에 물들어 까맣게 죽어있었다.

“놈들이 시체까지 싹 긁어갔습니다.”

최민우가 쌍안경으로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를 훑어보며 말했다.

“흔적을 남기기 싫었겠지.”

“역시나 경찰이나 다른 마공사들의 움직임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군요.”

진무현이 씁쓸한 듯 한마디 하자, 이윤철은 그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천갈궁 놈들이 이미 곳곳에 손을 뻗치고 있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냐? 고작 이 정도 소란으로 이곳에 공권력이 투입될 일은 없을 거야.”

“그래도 여기서 수십 명이나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럼 적어도 특무부 정도는 이곳에 마공사를 파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특무부라고 뭐 특별할까? 현. 네 마음은 이해한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가 한계다.”

이윤철은 진무현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나 있는지 잘 안다.

여기서 목숨을 잃은 선배 대원 박원효의 시신조차 수습을 못 했다는 사실이 너무도 답답한 것이리라.

“이곳에 더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한수호가 사무적으로 말하자 이윤철이 고개를 저었다.

“없네. 곧바로 여길 떠나지.”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놈들이 감시자나 감시 장치를 설치해 놨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십시오.”

한수호는 정해진 대로 북동쪽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그 뒤로 침투5조 대원들이 철저하게 경계하며 따르고 있었다.

* * *

한수호는 도로가 보이자 일행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일부러 혼자서만 근처 숲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안면 마스크로 변신해 있던 고니를 승용차로 변신시켰다.

안면 마스크가 사라졌지만, 후드를 뒤집어쓰고 큼직한 마스크를 이미 쓰고 있는 상태라 얼굴이 알려질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서은채에게 받은 SUV는 일부러 꺼내지 않았다.

그걸 꺼내면 나중에라도 이들이 그 차량 정보를 이용해 자신을 추적할 수 있었으니까.

‘같은 편 먹기로 했어도 내 정체까지 까발리고 싶진 않다고.’

한수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얼른 운전석에 올라탔다.

이들이 있는 곳은 황금교 입구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였다.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아 오가는 차량도, 사람도 없었다.

부르릉.

아무것도 없는 숲 안쪽에서 커다란 승용차가 불쑥 튀어나오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운전석 창문을 내린 한수호는 침투5조 대원들에게 말했다.

“살짝 좁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세요. 목적지까지 쾌속으로 쏘겠습니다. 어서 타시죠.”

중형차였지만 다들 한 덩치 하는데다가 이런저런 장비까지 가득해서 뒷좌석에 탄 세 사람은 거의 끼이듯 했다.

그나마 팀장이라고 이윤철이 조수석에 타서 망정이지, 사내 셋이 뒷좌석에 우르르 탔으면 엉덩이조차 제대로 붙이지 못할 뻔했다.

차는 빠르게 움직였다.

황금교를 지나 대로로 빠져나왔고 순식간에 왕복 6차선 도로에 진입했다.

“어? 왜 차가 좀 넓어진 거 같지?”

가운데에 끼어 있던 임향기가 좌우를 둘러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게? 갑자기 엉덩이랑 허리가 편안해졌는데?”

“저도요.”

최민우와 진무현까지 이상한 소릴 해댔다.

“자리가 넓어졌으면 좋은 거지, 그게 뭐라고 투덜대냐? 그리고, 엉덩인 최민우가 가장 크지 아마?”

“거기서 엉덩이 크기가 왜 나옵니까! 아니, 그것보다…. 진짜 차가 넓어졌다니까요?”

최민우는 신기한듯 계속 실내를 두리번거렸다.

한수호는 그들의 반응에 속으로 웃고 있었다.

‘고니, 이 녀석. 슬그머니 뒷좌석 공간을 옆으로 늘렸구나?

차가 넓어진 건 사실이었다.

아마도 고니도 세 사람이 뒷좌석에 꽉 끼어 있는게 답답했는지 슬그머니 실내 공간을 확장시킨 것이리라.

다섯 사람이 탄 차는 부드럽게 도로를 달렸다.

다행히 천갈궁의 추격이나 감시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또 언제 기습이 있을지 몰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차 안에서 계속 주변을 경계했다.

남산 근처의 고가차도에 도착했을 때, 시간을 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아침 일찍 잠진도로 향했는데, 벌써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갔다.

“남산 근처입니다. 어디서 내려드릴까요?”

한수호가 질문을 던지자 이윤철이 손을 들어 올렸다.

“잠시만 기다려 주게.”

이윤철은 바로 헬멧을 썼고, 누군가와 비밀스럽게 통화했다.

아마도 삭시고개에서처럼 또 적이 미리 장소를 알고 추적해 올까 봐 즉석에서 본부와 접선장소를 잡는 모양이었다.

사실, 국가수호대의 본부가 남산에 위치한다는 건 일급비밀이다.

그런데도 그 비밀을 한수호에게 말했다는 건, 그만큼 이윤철이 한수호를 믿고 있다는 증거였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이 차를 타고 직접 본부로 향할 수가 없었다.

지이잉

통화를 마친 이윤철이 헬멧을 벗고 결론부터 꺼냈다.

“금화터널 앞에 좁은 도로가 하나 있네. 그 도로 중간에 작은 주차장이 하나 있으니 그곳으로 가지.”

“알겠습니다. 정확한 길은 팀장님이 알려주십시오.”

한수호는 능숙한 솜씨로 차를 몰아 이윤철이 말한 장소로 향했다.

10여분 뒤, 한수호와 침투5조 대원이 탄 차량이 1차선 도로 중간의 매우 작은 주차장에 멈춰 섰다.

그곳엔 이들이 탄 차량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반대쪽 방향에서 검은색 벤이 다가왔다.

벤은 한수호의 차 바로 옆에 주차했다.

드르륵

벤의 측면 문이 열렸다.

그 안엔 이윤철 등과 비슷한 차림의 대원이 있었는데, 그는 주변을 경계하며 어서 타라고 손짓했다.

“이번엔 적이 아니군. 휴…. 다들 차를 옮겨 타라.”

이윤철이 지시를 내렸고, 최민우부터 빠르게 하차했다. 그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한수호에게 한번 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임향기도 마찬가지.

진무현은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한마디를 덧붙였다.

“조만간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럼, 이만.”

진무현마저 벤으로 옮겨 타자 이윤철이 마지막으로 한수호와 인사했다.

“고맙네. 그리고, 이건 나와 직통으로 연결되는 번호일세. 언제든 자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편할 때 연락 주게나. 또 봄세.”

이윤철도 진무현처럼 하얀 명함에 자신의 번호를 적어 한수호에게 건넸다.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이윤철도 벤으로 옮겨탔다.

그들이 탄 벤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한수호는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힘껏 폈다.

“아우우. 오늘은 정말 스팩타클한 하루였구나.”

거기다 새로운 특성을 네 개나 획득했으니 행운도 가득한 날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10년 전 가족을 죽이려 들었던 가면인 중 한 명을 찾았음에도 팔 한짝밖에 날려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중현…. 네놈과 네놈이 속한 곳 전체를 철저하게 박살내 주마!’

한수호는 으스러지게 주먹을 움켜쥐었다가 심호흡 하며 힘을 뺐다.

“이제 가자, 고니.”

한수호가 한마디 하자.

촤르르륵. 철컥!

중형 승용차가 분해되고, 재조립되며 엄청 작아지더니 새하얀 털복숭이의 새끼여우로 변신했다.

주변에 CCTV가 없어서 이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들킬 염려는 없었다.

한수호는 고니를 품에 안은 채 작은 주차장 뒤쪽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 아래에는 금화터널이 자리하고 있었다.

* * *

끼이익

한수호는 SUV를 집압 공터에 세웠다.

그리고 조수석에 태웠던 고니를 아공간에 집어넣은 뒤, 컨테이너 하우스에 잠시 들렀다.

자신이 집을 나서기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걸 확인한 한수호는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내일부터 다시 수업 시작이니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 봐야지.’

한수호는 집 현관을 단단히 잠그고 SUV차량도 아공간에 넣어버렸다.

곧장 기숙사로 돌아간 한수호는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시원하게 샤워를 즐겼다.

차가운 물이 머리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흘러내리자 후끈하게 달아올랐던 열기가 순식간에 식는다.

“후우….”

오늘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천갈궁의 비밀지를 찾아내고, 약탈[2]로 처음 다른 사람의 몸을 빼앗아 사용해봤다.

거기서 국가수호대 대원들과 인연을 맺었고, 가면인 중 하나인 오중현과 대결을 벌여 그의 팔 한쪽을 뜯어냈다.

그뿐인가?

궁급 마공사인 당채룡과 박혜리의 합격을 혼자서 막아냈으며, 국수대 네 명을 데리고 전투 영역으로 도망쳤다.

거기서 인챈트 스톤을 이용해 서로의 특성을 주고받은 건 정말 신의 한수라고 볼 수 있었다.

‘궁급 위로 파급과 멸급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아냈지.’

한수호가 알기로, 마나력이 1천을 넘어가면 그때부터 궁급이라고 불릴 자격이 된다.

그렇다면 파급이나 멸급은 과연 마나력이 얼마나 되는 걸까?

‘내 마나력이 거의 4천에 가까운데…. 이 정도면 파급에 속하는 거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재 자신의 마나력은 비정상적으로 높다.

박혜리가 극진하게 모시는 당채룡의 마나력도 1500에 못미쳤으니까.

‘사왕에 속하는 마공사들 중에도 파급이나 멸급이 있을까?’

당채룡의 말에 의하면 한국에는 파급에 오른 마공사의 숫자는 많지 않지만, 그걸 넘어서는 멸급 마공사가 존재한다고 했다.

과연 그 멸급의 마공사가 누구일지 정말 궁금했다.

한수호는 샤워를 마치고 간편한 차림으로 방에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팔배개를 하고 짧게 휴식을 취하던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일어나 앉았다.

‘할 일은 하고 쉬자.’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LP가 조금 쌓였으니 그걸로 오늘 획득한 특성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했고, 무기소환 특성으로 아공간 흡수를 해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체질개선 특성을 사용해서 자신의 몸 상태를 최상으로 개선해야 했다.

‘빠르게 가자, 빠르게.’

한수호는 머뭇거리지 않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유도저격과 충파에 각기 5만, 8만의 LP를 투자하여 2단계 업그레이드를 실시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유도저격의 경우,

-2단계 효과: 특성을 발휘하면, 사용자의 시력이 원래 시력을 기준으로 최대 5배까지 증가하며, 2킬로미터 밖의 목표물을 저격할 수 있습니다.

시력의 5배까지 증가되면서, 저격 거리가 2킬로미터까지 늘었다.

충파도 만만치 않게 좋아졌다.

-2단계 효과: 외피 방어막을 5초 동안 형성하여 본인의 마나력+50%에 해당하는 공격을 무조건 막아냅니다.

1단계에선 본인의 마나력 만큼만 방어가 가능했는데, 이젠 거기에 50%가 추가로 붙었다.

즉, 파급이 되었든, 멸급이 되었든, 한수호의 마나력인 4천에 50%를 가산한 6천의 위력으로 공격이 날아들어도 10초 동안 방어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대신 충파의 쿨타임이 2초에서 30초로 크게 늘긴 했지만, 조금도 아쉽지 않았다.

두 가지 특성을 업그레이드시켰는데도 LP가 아직 24만이나 남아있다.

아쉽게도 24만으로는 더 이상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특성이 없었다.

충파 특성을 3단계로 업그레이드 하는데 필요한 LP는 30만이고, 유도저격은 50만이었으니까.

‘LP 모으는 건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니까.’

다음은 무기소환 특성에 아공간 아티팩트 먹이기였다.

한수호는 소용량 아공간 주머니를 꺼내 손 위에 올려놨다.

코스트 25에 고작 8칸짜리 슬롯밖에 제공하지 않는 아공간 아티팩트.

안 그래도 아공간 관통 장갑을 얻은 이후로는 쓸모가 없어 처치 곤란이었는데, 마침 잘됐다 싶었다.

‘이걸 파괴해서 몇만 LP 얻느니, 무기소환에 먹여서 나만의 전용 아공간 크기를 늘리는 게 몇만 배 낫지.’

한수호는 과연 얼마나 공간이 늘어날지 기대하며 무기소환 특성에 아공간 주머니를 흡수시키기로 했다.

>>무기소환 특성으로 ‘블라칸의 비밀 서랍장’의 아공간을 흡수하겠습니까? YES/NO

한수호는 쿨하게 YES를 선택했다.

순간, 손에 쥐고 있던 소용량 주머니가 게눈 감추듯 훅 하고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한수호의 눈 앞에서 불빛이 번쩍거렸다.

그렇게 몇 초의 시간이 지났을 때, 한수호의 눈 앞으로 놀라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특성 ‘무기소환’이 아공간을 흡수하여 진화하였습니다.

>>특성 ‘인벤토리’를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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