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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83화 (183/375)

183화

전투 영역 밖으로 나온 한수호.

그는 곧바로 아공간에서 다용도 후드티를 꺼내 입었다.

그리고 그랑검도 허리에 찬 다음 바로 고니에게 말했다.

“고니. 유령 스킬.”

[OK.]

피잇-

한수호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메트릭스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은 현상에 잠시 현기증이 났지만, 금방 그 상황에 적응했다.

한수호는 기감을 최대한 넓게 퍼트리며, 2학년 수련실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아카데미엔 커다란 수련실이 4개가 있고, 각 수련실은 약 500미터 정도 떨어져 위치한다.

1학년 수련실에서 2학년 수련실까지 단 몇 초만에 도착한 한수호는 유령 스킬을 쓰고 있음에도 최대한 조심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수련실 밖으로 우르르 나오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오늘 2학년 실습은 본래 수업보다 10분이나 길게 이어졌다.

그래서 1학년들보다 다소 늦게 밖으로 나온 상황.

그들 중에는 수개월 전 한수호와 잠시 만난 적이 있었던 송유나도 끼어 있었다.

사자도왕 송혁의 딸이자, 아카데미 내에서는 최강의 삼인방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송지문의 여동생 송유나.

커다란 나무 위에 올라 유령 스킬로 몸을 숨기고 있던 한수호는 오랜만에 만난 송유나를 보면서 살짝 놀라워했다.

‘그사이 꽤나 실력이 늘었는데?’

한수호는 송유나의 신체 수치를 스캔했고, 그 수치가 전보다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균 수치 72.

이제 아카데미 2학년생이고, 아직 18살밖에 안 된 어린 소녀인데도 진급 마공사 이미 수준에 오른 상태.

마나력은 600을 넘고 있어 현역으로 뛰고 있는 특무부 요원 중에서도 에이스급에 가까운 수치였다.

‘그런데, 저 복잡한 숫자들은 뭐지?’

메트릭스의 세상에서 송유나를 바라보고 있던 한수호는 그녀의 목 근처에서 녹색의 숫자들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서 마구 휘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건…. 목걸이 같은데?’

한수호가 보고 있는 건 목걸이였다.

하지만 유령 스킬 때문에 메트릭스의 세계로 들어온 상태라, 목걸이의 정확한 형태나 칼라 같은 걸 제대로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고니. 시야 좀 어떻게 할 수 없냐? 계속 이렇게 정신없는 상태로 봐야 하는 거야?”

[Wait a minute.]

한수호가 매우 작은 소리로 소근거리자 바로 고니가 조치를 취해주었다.

지잉

시야 전체가 한차례 깜박거리는 듯하더니 메트릭스의 세상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시야가 나타났다.

“오케이.”

한수호는 송유나의 목걸이를 향해 시각 배율을 확 높였다.

코앞에 있는 것처럼 한 방에 확대된 목걸이.

그 목걸이엔 붉은색에 물방울 모양을 한 펜던트가 달려있었다.

‘저건…. 흡정석?’

한수호는 송유나가 목에 달고 있는 펜던트가 자신이 준 흡정석이라는 걸 바로 알아봤다.

예전에 처음 만났을 때, 한수호는 저 흡정석을 핑계로 자신이 상대의 마나력을 빨아들여 포인트로 흡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

그래서 흡정석을 선물 삼아 송유나에게 넘겼던 것인데, 정말로 그 흡정석을 목걸이로 만들어 차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 목걸이에서 왜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지?’

방금 메트릭스 시야로 봤을 땐, 펜던트 부분이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로 보였다.

“고니야. 시야 전환.”

[OK.]

지잉-

다시 시야가 매트릭스 상태로 변화했다.

그리고 여전히 목걸이의 펜던트 부분이 녹색의 숫자로 얽히고설켜 마구 날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설마 흡정마 이민경의 마나력을 제거하지 않은 건가?’

하지만 금방 고개를 가로저었다.

펜던트에서 느껴지는 건 결코 마나력 따위가 아니었다.

사기환에게 달라붙어 그의 정기를 수년간 빨아먹으며 힘을 키웠던 이민경.

그녀를 죽이고 나서 찾아낸 흡정석이었기에 선물로 주고도 조금 찝찝하긴 했었다.

하지만 사자도왕 송혁 역시 흡정석이 흡정마의 핵과 같다는 걸 잘 알기에 진작에 마나력을 모두 뽑아낸 상태였다.

한수호도 펜던트에선 마나력을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대체 저 펜던트에서 느껴지는 이 불쾌한 기운은 뭔데?’

펜던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지금 이곳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끈적하고 찝찝한 누군가의 기운과 상당히 닮아 있었다.

한수호가 흡정석에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에 혼란스러워할 때, 송유나의 앞으로 두 학생이 나타났다.

그 학생들을 본 송유나가 허리에 손을 얹고 표정을 구겼다.

“바쁘신 두 오라버니께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행차하셨데?”

송유나는 자신의 친오빠인 송지문과 송지문의 절친인 권열을 향해 눈을 흘겨 떴다.

“미안하다, 유나야. 네가 자꾸 날 피하는 것 같아서 지문이한테 부탁 좀 했어. 같이 좀 만나러 가 달라고.”

권열이 굉장히 쑥스러워하며 하는 말에 송유나의 표정은 부담스러움이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열이 오빠. 내가 오빠를 피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건 잘 알잖아. 이렇게 지문이 오빠까지 끌어들여서 날 만나면, 내가 더 불편하게 여길 거라는 거 몰라서 그래?”

“야, 송유나. 넌 왜 열이 형을 불편해하는 건데? 부모님도 서로 잘 알겠다,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기도 했으니 친오빠처럼 따라도 되는 거 아니냐?”

송지문이 한마디 끼어들자 송유나의 얼굴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오빠가 무슨 중매쟁이야?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왜 남 연애사에 참견이야? 아무튼, 열이 오빠. 오빠랑 나랑은 1년 전에 이미 끝난 사이니까, 더는 날 불편하게 만들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유, 유나야!”

권열은 크게 상심한 얼굴이 되어 송유나의 손목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송유나는 귀신 같은 몸놀림으로 권열의 손길을 빠져나왔다.

“내 몸에 손대지 말아 줄래?”

송유나가 차갑게 말하자 권열이 낭패한 모습으로 두 팔을 축 늘어뜨렸다.

“송유나! 너 열이 형한테 너무 심하잖아! 집안끼리는 이미 혼사가 성립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인데, 네가 그러면 열이 형이 얼마나 답답할지는 생각도 안 해?”

송지문이 또다시 끼어들었고, 이번엔 권열이 나서서 송지문을 말렸다.

“지문아. 됐다. 난 괜찮으니까….”

권열이 송지문의 앞을 가로막는 순간이었다.

스아아아아아악

그들이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반경 20여 미터 정도의 범위를 섬뜩한 기운이 담긴 스산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 기운을 느낀 세 사람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주변을 빠르게 살폈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방금 송유나가 나온 수련실 모퉁이 쪽에서 두 개의 새빨간 눈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꿀렁거리는 검은 그림자에 빨간 한 쌍의 눈만 드러낸 채, 한 발 한 발 다가오고 있는 존재.

그리고 그 옆에는 긴 머리카락을 하늘 쪽으로 휘날리며 온몸을 화염으로 뒤덮은 여인이 따르고 있었다.

세 학생의 주변은 어느새 짙은 안개에 뒤덮여 있었다.

그들 외에는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더 있었다.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수십 쌍의 붉은 눈동자들.

방금 모습을 드러낸 존재보다는 약하지만, 검은 그림자에 붉은 눈을 번뜩이는 자들이 주변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었다.

“물러서.”

권열이 심상치 않은 상황을 인지하고 송유나를 자신의 등 뒤로 숨겼다.

또각. 또각.

처음 나타난 검은 존재가 구두 소리를 내며 다가서자 점차 모습이 뚜렷해졌다.

안개가 걷히듯 검은 기운을 흩트리며 나타난 존재는 여인이었다.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모두가 붉은색으로 도배가 된 여인.

짧은 미니스커트에 상체 대부분이 훤하게 드러나는 민망한 옷을 걸치고, 목에 붉은 망토를 걸친 그녀는 독기가 가득해 보이는 눈으로 송유나의 목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당신…. 정체가 뭐야?”

권열이 붉은 여인을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

“나? 훗. 애들은 애들인가 보구나. 날 직접 마주하고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말이야.”

여인이 핏빛처럼 붉은 입술을 혀로 핥으며 하는 말에 송지문이 나서며 입술을 깨물었다.

“요마…. 지소연?”

“어머! 그래도 똑똑한 아이가 하나 있긴 했네? 어디 보자…. 얼굴도 그 정도면 잘생긴 편이고. 신체 능력도 나쁘진 않은 것 같구나. 마나력도 나름 넘치고 있는 걸로 봐서는 진급? 아니, 조금 힘 좀 쓰면 바로 궁급까진 가능할 것 같은데? 대단해. 복수를 하려고 왔는데, 여기서 너 같은 아이를 다 만나다니. 호호호!”

붉은 여인, 지소연이 요사스럽게 웃으며 꺼낸 말에 권열과 송유나가 화들짝 놀랐다.

송지문의 입에서 나온 이름, 요마 지소연.

그 이름이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큰지 이들이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사대광마 중에서도, 남자를 상대함에 있어서는 거의 대적자가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요마 지소연이 대체 무슨 일로 이곳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게다가 그녀 옆에서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불사르고 있는 여인은 또 누구란 말인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도 요마 지소연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선배님. 이곳은 선배님께 죄를 지을 만한 사람이 있을 수 없는 아카데미입니다. 부디 오해를 푸시고 조용히 물러가 주시는 게 어떠신지요?”

“죄를 지을 사람이 없다고? 푸하하하하! 어린놈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입만 나불대는구나. 내가 잘못 찾아왔기를 바라는 것이냐? 내가 계집애의 목을 떼어가지 못하게 막기라도 하려고?”

지소연은 정확히 송유나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살기를 뿜어냈고, 그 살기를 받은 송유나는 저도 모르게 두 걸음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

‘무, 무서워….’

송유나는 이런 엄청난 살기를 지금껏 받아본 적이 없었다.

마치 토끼가 호랑이를 마주한 것 같은 끔찍한 두려움이 그녀의 온몸에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제 동생이 선배님께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나, 이 아인 아직 스물도 되지 않은 어린 녀석입니다. 후배를 아끼는 마음으로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주신다면, 그 은혜 평생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꺼져.”

차갑게 나온 대답.

송지문은 오늘 이 자리를 무사히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선배님!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

“시끄럽다. 당장 비켜서지 않으면 네 녀석 목도 떼어내 주지.”

“누구도 해칠 수 없습니다!”

권열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앞으로 나섰다.

“…. 날 막겠다고? 훗.”

지소연이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나 권열이 있는 한, 이곳의 누구도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습니다!”

권열의 몸에서 강대한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일패검 권현태의 아들인, 권열.

검의 달인인 권현태와는 다르게 권열은 도법에 재능이 있었다.

그는 화려하면서, 빠르고, 강력하기까지 한 권현태의 검과는 완전히 반대인 특성을 각성했다.

특성의 이름은 ‘패도살’.

크고 거대한 대도를 가지고 패도살 특성을 펼쳐내면, 그 앞에 놓인 모든 걸 무조건 갈라버리고 만다는 극단적인 도법이 바로 ‘패도살’이었다.

“네가 권열이니? 권현태, 그 겁쟁이 녀석의 아들이구나. 호홋. 점점 재미있게 되어가네. 네가 권열이면, 잘생긴 네 녀석은 사자도왕의 아들인 송지문이겠네. 둘이 단짝이라는 소문 정도는 나도 들어서 알고 있지. 그럼 네 놈이 동생이라고 부르는 저 찢어 죽일 년은 송…유나? 호호홋! 오늘 뜻하지 않게 월척을 건지겠는데?”

지소연이 단숨에 세 사람의 정체를 파악해 냈다.

그럼에도 오히려 즐거워 하는 표정이었다.

사자도왕 송혁과 일패검 권현태의 자식들임을 알면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에 송지문은 더욱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했다.

‘누군가 이 상황을 알아보고 교수님들을 부르지 않는 이상,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아카데미 관계자들이 지금 이 상황을 알아채길 기다리는 수밖에….’

송지문은 권열을 바라봤고, 때마침 눈이 마주쳤다.

권열은 송지문의 눈짓을 보고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바로 깨달았다.

다른 마공사도 아니고, 요마 지소연이다.

아무리 권열과 송지문이 아카데미에서 날고 기는 강자라고 해도 이제 진급 후반에 걸쳤을 뿐.

지소연을 상대로는 권열이나 송지문이 열 명이 있어도 이길 수 없었다.

게다가 화염을 몸에 두른 여인과 주변을 포위한 붉은 눈의 그림자들까지 있으니 도망은 아예 꿈도 꿀 수 없었다.

“호호호. 너희들도 지금쯤은 느꼈을 거야. 내가 여기 있는 이상은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그러니 쉽고 빠르게 가자꾸나. 송유나, 저 계집아이만 내어주면 다른 소란 없이 조용히 여길 떠나주마. 어때? 이 정도면 파격적이지 않니?”

지소연은 끝까지 송유나만을 노리고 있었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동생의 목숨을 저 요마에게 넘겨주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불가합니다. 차라리 선배님께서 제 동생을 이토록 증오하는 이유를 알려주신다면, 제가 최대한 선배님이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송유나! 저년이 내 딸아이를 죽였다. 그럼 나 또한 저년의 목을 딸 자격이 있는 게 아니겠느냐!”

지소연이 벼락처럼 내지른 소리에 권열과 송지문, 송유나뿐만 아니라 근처 나무 위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한수호마저 크게 놀라고 말았다.

‘송유나가 요마의 딸을 죽여?’

지소연에게 딸이 있다는 얘기도 처음 들었지만, 그 딸이 송유나의 손에 죽었을 거라고는 아예 생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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