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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85화 (185/375)

185화

“크악!”

“키하아악!”

김무성은 한수호가 만들어준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최소 특급을 뛰어넘는 흡정귀들의 몸통에 닥치는 대로 주먹을 꽂아 넣고 있는 김무성.

한방에 한 놈씩.

김무성의 주먹을 어깨에 맞으면 팔이 떨어져 나가고, 다리에 맞으면 다리가 동강 나고 있었다.

김무성은 충분히 절명시킬 수 있었음에도 흡정귀들을 죽이지 않았다.

오직 전투력을 상실시키는 정도로만 쥐 잡듯 잡아대고 있었다.

김무성이 그들을 죽이지 않는 건, 그들에겐 아직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

그들을 죽여버리면, 그들을 권속으로 삼은 지소연에게 죽은 자의 모든 마나력이 빨려들어가 버린다.

하지만 그들이 목숨이 붙어있는 상태에서 주인인 지소연이 죽거나 그녀가 강제로 맺은 권속의 계약을 끊어버린다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김무성은 지소연이 부상당한 권속들을 절대 챙기려 들지 않을 것이고, 기회를 봐서 자신의 세 번째 비밀 기술을 사용한다면 권속의 계약을 끊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소연이 먼저 권속의 계약을 회수하기 전에 내가 끊어버려야 해!’

그러기 위해선 권속들을 반항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야 했다.

후웅

퍼억!

“캬아악!”

일곱 번째 권속의 비명.

김무성은 부상 입힌 흡정귀들을 죄다 기절시키면서도 한수호와 지소연의 상태를 끊임없이 관찰했다.

‘지소연…. 당신이 그런 요괴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 건 모두 내 탓이오. 그러니 당신을 정상으로 되돌려줄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 부디, 그때까지만 견뎌주길….’

지소연을 바라보는 김무성의 눈에는 착잡한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 * *

“내 앞에서 꺼져라, 애송이.”

지소연이 한수호를 향해 씹듯이 말을 내뱉었다.

“아, 네. 그러죠, 뭐. 갑시다, 송유나 씨.”

한수호가 그랑검을 검집에 꽂아 넣고는 송유나의 팔을 덥석 잡아끌었다.

“…네?”

송유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한수호를 바라봤다.

“가라잖아요. 그러니까 가면 되죠.”

“그게, 저….”

“당장 거기 멈추지 못해!”

지소연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한수호는 또 그 말대로 멈춰 섰다.

“가랬다가, 또 가지 말랬다가. 대체 원하는 게 뭡니까?”

“가려거든, 그 계집애의 목을 놓고 가라.”

“아, 이거요?”

한수호는 돌연 송유나의 목걸이를 확 잡아 뜯었다. 그리고 그걸 지소연에게 휙 던졌다.

“됐죠?”

“…?”

이번엔 지소연이 이게 뭔 X소리냐는 표정으로 한수호를 바라봤다.

“아까부터 지켜보니까, 그게 목적인 것 같던데…. 아닙니까? 마정석에 무슨 딸의 영령이 깃들었네, 뭐네 했잖아요. 그거 가지고 얼른 가시라고요.”

“네 놈이 지금 날 놀리는 것이냐?”

“제가 감히요. 지체 높고, 사왕오패와 이름을 나란히 하고 계신 대선배님을 앞에 두고 어찌 놀릴 수 있겠습니까?”

“네가 죽고 싶구나!”

지소연이 한 발을 쿵 내디디며 안광을 번뜩였다.

“선배님의 따님이 너무 대단한 흡정귀라서 죽으면서 남긴 마정석, 아니 흡정석도 보통이 아닌가 봅니다? 저 흡정석이 따님의 몸에서 나온 건 줄은 또 어떻게 아셨데?”

한수호는 진정시켜도 모자를 판에, 더욱 지소연의 화를 돋우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소연의 몸에서 더욱 강대한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네놈의 목을 잘라 영원히 박제해 주도록 하지.”

지소연이 목에 두른 망토를 잡아 뜯더니 그걸 공중으로 휙 내던졌다.

망토는 우산처럼 펼쳐지며 사방으로 붉은빛을 뿜어냈다.

촤촤촤촤촤

빛은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권속들의 이마로 향했다.

아홉 번째 권속을 쓰러뜨린 김무성은 권속들을 향해 붉은빛이 날아들자 인상을 팍 구겼다.

‘젠장! 아직 다섯이나 남았는데!’

김무성은 할 수 없이 그대로 멈춰 서서 숨겨두었던 세 번째 기술을 펼치기로 했다.

기술의 이름은 염동파쇄검.

염동파쇄검은 마나를 염동력처럼 사용하여 원거리에 있는 적을 타격한다거나, 눈으로 볼 수 없는 정신적 공격이나 저주 같은 공격을 찢어내 버리는 무서운 효과를 지녔다.

이 기술은 권존 김무성이 자신의 특성인 ‘무영신권’의 마나회로를 철저히 분석하다가 우연히 발견해낸 기술인 데다가 사용법이 너무도 어려워 지금껏 누구에게도 가르치지 못했다.

어쨌든, 이 기술이면 지소연과 권속들의 계약을 강제로 끊어낼 수 있었다.

콰앙

김무성이 땅을 힘껏 밟으며 뛰어올랐다.

그리고 사방에 쓰러져 있는 권속들을 향해 빠르게 손을 휘둘렀다.

손가락으로 검을 만들어 쓰러진 아홉 명의 권속을 향해 휘두르자,

뚜둑. 뚝. 뚝!

붉은 망토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선들이 가닥가닥 끊어져 나갔다.

하지만 아직 멀쩡하게 서 있는 권속들에게 이어진 붉은 선들은 김무성의 손가락 검에도 끊어지지 않았다.

이마에 닿은 붉은 선들은 권속들의 모든 마나력과 정기를 순식간에 빨아들였고, 미라화된 권속들은 하나둘 풀썩 쓰러졌다.

푸화아아아악

권속들의 힘을 흡수한 지소연의 기운이 좀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

그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한수호는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능력치가 늘었어?’

지소연의 전체적인 신체 능력치가 50이나 증가했으며, 마나력은 500이나 상승했다.

평균 수치 265에 마나력이 2,300까지 오른 지소연은 몸 밖으로 1미터나 되는 붉은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었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단다, 꼬마야.”

살기 어린 미소를 짓던 지소연.

갑자기 사라진 지소연이 눈 깜짝할 사이에 한수호의 면전에 나타났다.

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50센티.

크게 확장된 한수호의 눈동자를 본 지소연이 차갑게 웃으며 손을 뻗어냈다.

“잘 가라, 꼬마.”

그때, 커졌던 한수호의 눈이 빠르게 정상으로 되돌아오더니 눈꼬리가 살짝 휘어졌다.

“아직입니다.”

한수호의 담담한 음성이 흘러나온 순간,

꽈앙

어느새 한수호의 주먹이 새빨개진 상태로 지소연의 가슴에 박혀 들었다.

하지만 주먹은 검은 연기에 막혀 5센티 앞에서 멈춰 섰다.

천천히 고개를 내려 한수호의 주먹을 바라보던 지소연이 훗 소리를 내며 웃었다.

“반응이 빠른 꼬마구나. 하지만, 내 요마력은 절대 뚫을 수….”

말을 하던 지소연의 얼굴에 갑자기 경악의 표정이 떠올랐다.

한수호의 주먹이 뒤로 살짝 빠졌다가 다시 앞으로 뻗어 나갈 때, 그녀의 귀로 작은 중얼거림이 흘러들었다.

“충파.”

그 음성이 들린 순간,

주먹에서 미증유의 거력이 뿜어져 나오더니 지소연의 요마력을 가볍게 관통해 버렸다. 그리고,

꽈아아아아아앙

지소연이 서 있는 공간 자체가 터져나가더니 그녀의 몸이 축구공처럼 튕겨져 나갔다.

“크윽!”

지소연의 입에서 핏물이 튀어 나왔다.

허공에서 두 바퀴 휘돌다가 간신히 자세를 잡은 그녀는 위태로운 자세로 바닥에 내려섰지만, 모든 충격을 해소하지 못했는지 십여미터나 밀려나며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지소연은 옆구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몸을 비틀지 않았다면 옆구리가 아닌 가슴이 박살이 났을 상황.

움푹 들어간 옆구리를 움켜쥔 지소연은 무서운 눈으로 한수호를 노려봤다.

“네놈…. 무슨 짓을 한 거냐!”

지소연이 악귀처럼 소리를 지르자 한수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반격한 건데요?”

말끝에 훗 하는 웃음이 걸린 순간,

꽝!

한수호가 서 있던 자리가 터져나가더니,

꽈과과광

지소연의 온몸으로 한수호의 주먹이 마구잡이로 쏟아졌다.

도대체 얼마나 되는 마나력을 쏟아붓고 있는지, 그 대단한 요마 지소연의 몸이 주먹 한 방 한방에 휘청거렸다.

요마력을 뿜어내며 한수호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있지만, 열에 서너 방은 무방비 상태로 허용하고 있었다.

한수호는 지금 김무성에게 배운 마나압축법을 충파 특성에 응용해 사용하고 있었다.

쿨타임이 30초나 되는 2단계 충파 대신, 2초마다 사용이 가능한 1단계 충파로 지소연을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충파로, 때로는 단순한 마나압축법으로.

두 가지 공격법을 아무 규칙 없이 마구잡이로 뒤섞어 사용하니, 지소연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소연의 요마력은 방어막으로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방어막을 우습게 뚫고 들어오는 충파 특성 때문에 어떤 공격을 막고, 어떤 공격을 막지 말아야 할지 감을 잡을 수도 없었다.

“이…. 이런 개자식이!”

분노에 찬 욕을 날려봤지만,

꽝! 꽈과광!

사방에서 총알처럼 날아드는 정신없는 타격에 지소연은 계속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지소연의 머릿속은 하얗게 탈색될 지경이었다.

요마력에 노출된 상대는 쉽게 정신을 차릴 수도 없으며,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고, 공격에 전력을 담을 수조차 없게 된다.

하지만, 이 젊은 사내는 요마력에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넌 누구냐! 대체 뭐냐고, 이 시발 새끼야!”

“내가 누구냐고?”

한수호가 되묻고는 오른쪽 어깨를 젖히며 주먹을 뒤로 한껏 빼냈다.

끼이이이잉-

한수호의 주먹 앞에 달걀만 한 빛의 구체가 떠올랐다.

그 빛에 담긴 힘이 얼마나 강한지, 요마 지소연으로 하여금 기회를 틈타 공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빛의 구는 빠르게 축소했다.

골프공 크기로 작아지더니, 메추리 알 정도로 줄어들었고, 금세 손톱보다도 작아졌다.

신기한 것은, 구체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거기서 느껴지는 기운은 더욱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소연의 마음이 급해졌다.

한수호의 공격을 피하자고 등을 보였다간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볼 것 같았고, 저 공격을 막아내자니 과연 막을 수 있을지 겁부터 난다.

요마의 이명을 얻은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공포의 감정.

하지만 요마는 요마였다.

지소연은 이를 질끈 깨물고는 모든 요마력을 끌어모아 양손에 뭉쳤다.

그녀의 두 손이 검은 연기에 완전히 뒤덮인 그 순간,

“요괴 잡는 사냥꾼.”

한수호가 덤덤하게 대답하더니 진각을 밟듯 왼발을 크게 내디뎠다.

쿠웅

주변 땅까지 통째로 진동할 정도의 강렬한 울림.

동시에 한수호의 주먹이 지소연을 향해 섬광처럼 뻗어 나갔다.

그때 지소연도 물러나지 않고 두 손을 앞으로 힘껏 뻗어냈다.

검은 연기에 휘감긴 두 개의 손과 한 줄기 빛처럼 날아드는 주먹 하나.

그 두 힘이 허공의 한 점에서 정확하게 맞부딪쳤다.

버언-쩍!

소리에 앞서 뇌전과 같은 빛이 확 뿜어졌고,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충격파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지소연의 두 손이 섬광을 막아낸 것처럼 보였으나, 그건 찰나에 불과했다.

좌자작

지소연의 손을 뒤덮고 있던 검은 연기에 유리처럼 금이 쫙 가더니,

째앵!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빠지지직-

한수호의 주먹에서 강렬한 뇌전이 터져 나온 순간,

“커헉!”

지소연의 입에서 답답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한수호의 주먹은 요마력의 방벽을 깨뜨리고 지소연의 가슴을 관통해 있었다.

그런데, 지소연은 오히려 웃었다.

입가로 핏물을 주르륵 흘려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대단하구나…. 조만간 또 보게 될 거다.”

푸스스스슷

지소연의 육체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더니 붉은 기운으로 뭉쳐져 황가련에게 날아갔다.

송지문을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던 황가련은 붉은 기운이 날아들자 뒤로 훌쩍 물러섰다.

그 즉시 붉은 기운은 황가련의 목걸이에 걸린 큼직한 보석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황가련은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마치 유령이라도 된 듯 활활 불타오르는 불의 기운을 마음껏 뿜어내며 허공을 스르륵 미끄러졌고, 물러나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송지문과 권열이 그 뒤를 쫓아가려 하자, 김무성이 나서서 그들을 말렸다.

“내버려 둬라. 너희들이 가봐야 잡을 수도 없고.”

김무성은 그렇게 말하며 한수호를 바라봤다.

오른손에서 하얀 연기를 피워내며 우두커니 서 있는 한수호.

그는 지금 한쪽 눈썹을 찌푸린 채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장태산…. 정말 대단한 녀석이로구나. 아무리 지소연이 완전체의 몸이 아니었다 해도, 궁급에 오른 지소연을 순수한 힘만으로 물리쳐 버리다니….’

김무성은 한수호가 이 정도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다.

그는 오늘 일을 통해서 한 가지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김명중은 네 녀석이 인류의 멸망에 관여할 일곱 열쇠가 아니라고 했다만, 내가 보기에 넌 열쇠가 되어야만 하는 운명인 것 같구나.

김무성은 회귀자이자 메디컬 게이트의 CEO인 김명중이 하는 말보다,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한 한수호를 믿기로 마음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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