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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191화 (191/375)

191화

‘오, 이게 되네?’

한수호는 속으로 만족의 웃음을 흘리는 중이었다.

원래는 유희진이라는 여자와 수행원들을 향해 ‘마나 압축법’을 날려 멀리 튕겨버리려고 했었다.

하지만, 굳이 그들을 향해 손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누가 봐도 놀랄 만한 능력을 써서 그들이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 능력은 바로 인벤토리.

이렇게나 큰 컨테이너까지 인벤토리에 담아 넣을 수 있는지 확신은 없었지만, 왠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컨테이너 벽에 손을 가져다 댄 채 인벤토리 특성을 발동시켰다.

결과는 대성공.

그 커다란 컨테이너는 단숨에 인벤토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225개의 칸에서 고작 3개를 차지하는 형태로 아이콘화 하여 들어가 버린 컨테이너.

더 이상 길을 가로막는 것이 없으니 어디로 가도 상관이 없었다.

한수호는 유희진이 실력 차를 인지하고 스스로 물러나길 바랐지만, 그녀는 그마저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신기한 마술 정도로 생각했는지 다시 한수호의 뒤를 쫓으려 했다.

‘높은 마나력에 비해 지능은 그다지 높지 않은 여자네.’

한수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방금 인벤토리에 담았던 컨테이너를 15미터 상공에 다시 구현시켰다.

계속 따라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를 담은 조치였다.

컨테이너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곤두박질쳤고, 한수호의 예상대로 유희진은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도 사용이 가능할 줄은 몰랐는데.’

인벤토리 특성은 단순히 물건을 수납하는 능력이 아니었다.

크고 무거운 물건들을 담았다가 허공에 구현시켜서 강력한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인벤토리 칸 수를 좀 더 잡아먹는다는 것 말고는 수납하는 물건의 크기나 무게에도 딱히 제한이 없는 것 같았다.

“태산아. 너 방금 전에 그거 대체 어떻게 한 거냐?”

김재우가 운전석에 올라타며 한수호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방금 전, 석촌호수 던전을 지키는 부대의 책임자를 찾아가 컨테이너를 망가뜨린 것에 대한 후속 조치를 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냥 눈속임이죠, 뭐.”

“눈속임 같은 소리 한다. 너 그런 요상한 특성은 또 어디서 구해서 익힌 거야? 특성석을 얻은 게 아니고서는 그런 능력을 쓸 수 없다는 정도는 나도 안다.”

김재우가 다 아니까 둘러대지 말라는 표정으로 말하자 한수호는 잠시 그를 빤히 바라봤다.

“혹시, 방금 그 능력 탐나요?”

“어?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특성석 구하는 건 정말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데, 네가 그걸 얻었으니 참 잘됐다 싶어서 그러지.”

김재우는 거짓말도 참 못 한다.

말은 저렇게 해도 눈과 표정에서 진심이 보이는데, 어찌 모른 척할까.

‘인챈트 스톤에 인벤토리 특성을 새겨서 재우 형 줄까?’

어찌 보면, 정밀분석이라는 특성과 인벤토리 특성은 잘만 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분석한 정보를 토대로 그에 맞는 무기를 인벤토리에 챙긴다던가, 위험한 던전이나 게이트의 정보를 먼저 알아낸 다음 딱 맞는 작전을 세우고 인벤토리에 작전에 필요한 물건들을 잔뜩 넣어 간다면?

그럼 김재우가 위험해질 일은 특별히 없을 것 같았다.

정 안되면 커다란 장벽을 통째로 인벤토리에 넣어 뒀다가, 적의 공격을 막는 방어막으로 사용해도 되는 일이고.

‘거기에 돌파 특성까지 준다면 더 확실하겠지?’

한수호는 김재우에게 인벤토리와 돌파 특성을 주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지금 한수호가 사용하는 특성 수준에 비해서는 다소 다운그레이드된 특성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김재우에겐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

“뭐 좀 부탁해도 되요?”

한수호가 질문하자 김재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해.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뭐든 도우마.”

“그럼 메디컬 게이트의 CEO인 김명중에 대해 모든 걸 알아봐 줘요. 그가 평소 무슨 옷을 입고, 하루에 양치질을 몇 번 하는지까지요.”

“김명중이면…. 아까 그자들이 말한 사장?”

“네. 아무래도 메디컬 게이트는 단순한 제약회사가 아닌 것 같아서요. 특무부와도 관계가 깊은 것 같으니까, 조심해서 알아봐야 할 겁니다.”

한수호는 김재우의 힘을 빌려서 김명중이 대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사기환을 통해 정보를 수집한다면 쉽겠지만, 김명중에 대한 정보는 특무부 쪽에서 알아보는 게 훨씬 더 자세하고, 광범위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래야 한수호가 김재우에게 특성석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줄 명분이 생기는 것이기도 했고.

“알았다. 최대한 자세하게 정보를 캐보마. 그런데, 태산아. 저 몬스…아니, 여학생은 어쩌려고…?”

김재우는 뒷좌석에 탄 채, 휘황찬란한 주변의 네온사인을 둘러보며 신기해하는 라라에게 시선을 던졌다.

“저 녀석이 누군지는 형도 알죠?”

“알지. 그러니까 묻는 거 아니냐. 이렇게 던전 밖으로 데리고 나와도 되는 거야? 이러다 던전에 몬스터 웨이브라도 일어나면 어떡하려고?”

“그런 걱정은 마세요. 아까 그 던전의 주인은 라라이지만, 저도 주인이나 마찬가지라 아무 문제없습니다.”

한수호는 차마 자신의 입으로 라라의 운명의 주인이 되었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럼 다행이긴 하다만…. 거의 5급 게이트의 몬스터와 맞먹는 존재를 세상에 돌아다니게 하는 건 좀 위험할 것 같은데.”

“그것도 걱정 마세요. 절대 문제 일으키지 않을 겁니다. 제가 형한테 약속드릴 수 있어요. 조금이라도 문제가 되면 바로 돌려보낼게요. 저한테 꼭 필요한 녀석이라 그러니, 한 번만 눈감아 주세요.”

한수호는 김재우에게 최대한 솔직하게 모든 걸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굳이 숨기고 싶지도 않았고, 나중을 위해서 김재우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필요가 있었으니까.

“후…. 일단, 알았다. 인류 멸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데, 일일이 규칙이나 따지고 있다간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겠지. 다만, 너한테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전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 친구들한테는 라라가 제 스승님이 거둔 또 다른 제자이자, 양녀라고 말할 거예요. 한국과 미국의 혼혈이라고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성은 저랑 똑같이 장 씨고, 이름은 그냥 라라.”

한수호는 혹시라도 라라의 존재를 친구들에게 들킬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예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 주려고 했다.

가짜 신분을 만드는 데에는 김재우의 도움을 받는 게 최고였다.

“너, 지금 나보고 라라의 신분을 세탁해 달라는 거지?”

“….”

한수호는 대답만 하지 않았을 뿐, 얼굴로는 그게 맞다는 뜻으로 웃음을 그려 보이고 있었다.

“해주면 후회할 일 없을 겁니다.”

“아이고, 그러세요? 이건 뭐, 내가 네 녀석 뒤치닥거리 하려고 따라다니는 기분인데? 쓰읍.”

김재우는 기분이 상한 듯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표정에는 얼마든지 해 주겠다는 뜻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이런 부탁할 사람은 형밖에 없습니다.”

세상 진지한 한수호의 말에 김재우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큭. 그래, 알았다. 한 번 동생 삼기로 했으면, 끝까지 동생을 믿고 힘껏 밀어줘야지. 나중에 나도 부탁할 일 있으면 죄다 말할 거니까 그때 가서 다른 소리나 하지 말라고.”

김재우는 시원하게 말하고는 서울 본교 마공 아카데미를 향해 차를 몰아갔다.

차가 도로로 나오자, 라라는 더욱 휘황찬란해진 도시의 밤거리에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녀가 생각했던 고즈넉한 분위기의 숲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

이 늦은 밤에 어떻게 저렇게 밝은 불빛이 존재할 수 있으며, 어떻게 저리 많은 색상으로 뒤섞여 반짝거릴 수가 있는 걸까?

세이렌의 호수에서만 살아왔던 라라로서는 도무지 알 방법이 없었다.

* * *

라라는 일찍 잠들었다.

김재우와 헤어진 한수호는 라라와 함께 컨테이너 하우스로 돌아왔고, 거기서 배달 음식을 시켜 라라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었다.

양념통닭 한 마리에 후라이드까지 한 마리를 시켜줬더니, 20분도 안 되서 두 마리를 뼈까지 발라 먹었다.

거기에 콜라까지 시원하게 들이킨 라라는 세상에 다시 없을 천국의 맛이었다며 감탄사를 연발 했다.

그리고 내일도 또 먹게 해 달라고 두 손 모아 부탁하더니 한수호도 모르는 사이 잠들어 버렸다.

한수호는 라라가 왜 갑자기 잠들었는지 이유를 잘 안다.

마나력 600짜리 마나코어를 흡수한 덕에 라라의 마나력은 1,500을 넘겼지만 던전을 빠져나오기 위해 상당량을 소모했기에 남은 마나가 거의 없었다.

완전한 인간의 몸이었다면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소모된 마나력이 채워지겠지만, 태생이 몬스터인 라라는 그렇지가 않았다.

그녀는 소모된 마나력을 채우기 위해 반드시 잠들어야 했다.

‘내일 저녁 때까지는 줄기차게 잠만 자겠구나.’

잠에 든 라라의 신체 수치를 확인해보니 1분에 1정도씩 마나가 차오르고 있었다.

소모된 1200에 달하는 마나력이 다시 채워지기 위해선 20시간은 잠들어 있어야 했다.

한수호는 거실 바닥에 잠들어버린 라라를 침대에 눕혀두고, 메모지에 글을 남겼다.

[혹시라도 먼저 깰까 봐 글 남긴다. 깼는데, 내가 안 보이거든 허튼짓 말고 그냥 가만히 집에 있어. 나한테 정신감응으로 메시지 보내도 상관없으니까 제발 가만히만 있어라. 냉장고에 간단히 먹을 거 있으니까 배고프면 챙겨 먹고. 난 6시 정도에 올 테니까, 그 전에 깨면 꼼짝 말고 기다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라라가 멋대로 밖을 돌아다니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기에 주의를 줄 필요가 있었다.

가장 편한 건, 라라를 전투 영역에 데려다 놓는 것이지만, 한수호가 없는 상태에서 깼다가 월이나 범이, 살이를 마주하게 되면 사고가 날 것이 분명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라라가 잠든 컨테이너 하우스를 잘 잠그고 밖으로 나선 한수호.

곧장 기숙사로 돌아온 한수호는 간단히 씻은 뒤, 바로 수련에 들어갔다.

정신 수치가 17까지 오른 상태라 용의 박동을 수련하는 데 더욱 용이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얼른 시험해 보고 싶었다.

과연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시작식부터 숙련식, 명인식까지 어디 한 군데 막힘 없이 쭉쭉 흘러갔다.

용의 박동으로 호흡하며, 명상을 통해 술식을 연마하는 방법이 그 어느 때보다도 훌륭한 효과를 발휘했다.

이번에도 수련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시간의 흐름을 완전히 잊어버렸다.

11시가 넘은 시점에 기숙사에 들어왔는데, 수련을 마치고 눈을 뜨니 어느새 새벽 2시가 넘었다.

한수호는 수련 중,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방해자를 막기 위해 고니를 호위처럼 세워두었다.

녀석은 한수호가 눈을 뜨자 이제 안심했다는 듯, 동그랗게 뜨고 있던 눈을 슬그머니 감으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고니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어준 한수호는 오늘 수련을 통해 또 한층 증가한 신체 수치를 보며 생각했다.

‘백진성의 집을 찾아가기 전까지는 마나력 5천을 충분히 넘길 수 있겠어.’

설사 용의 박동 호흡법으로 5천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140이나 되는 NP가 있으니, 그걸 가슴 항목에 배분하면 마나력 5천은 금방 넘길 수 있게 되리라.

‘이제 사흘이구나.’

신체개조 2단계를 사용할 수 있는 쿨타임이 도는데 남은 시간은 이제 사흘.

사흘 뒤가 하필이면 목요일이라 그날은 실행할 수가 없다.

실행 후 24시간 동안 잠들게 될 테니, 제대로 하기 위해선 금요일 저녁까지 기다려야 했다.

‘2단계를 싱행하면 어떻게 바뀌게 될지 기대가 크군.’

한수호는 더욱 강해질 자신을 생각하며 침대 위에서 눈을 감았다.

* * *

이 주 연속으로 월요일에만 특별한 일이 발생했다.

그 이후로는 평온한 일상의 연속.

아카데미 수업은 다음 주부터 시작될 기말 평가로 인해 실습 위주로만 진행되었다.

학생들끼리 진행하는 1대 1 대련 실습부터, 교수와 조교가 직접 학생들과 대련하며 지도를 해주는 실습 교육까지 병행되었다.

그렇다보니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녹초가 되었고, 곧장 기숙사로 돌아가 쉬는 학생이 대부분이었고, 극소수의 학생만 수련실에 남아 개인 수련을 이어갔다.

한수호와 친구들 또한 놀러 가자 거나, 맛있는 걸 먹자고 약속을 잡는 일 없이 묵묵히 각자의 실력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화요일이 지나고, 금요일이 지났다.

한수호는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곧장 컨테이너 하우스로 향했다.

벌써 며칠째 라라를 하우스에 혼자 남겨두고, 저녁에만 잠시 들르는 상황이라 여러모로 걱정이 되었기 때문.

다행히 라라는 혼자 있어도 혼자 밖에 나가 사고를 치는 일이 없었다.

치킨만 제 때에 배달시켜주면 한수호가 하우스에 올 때까지 조용히 티비나 영화를 본다거나, 비디오 게임을 하며 시간을 때웠다.

라라의 학습 능력은 상당히 빨랐다.

혼자서 컴퓨터를 하면서 세상의 문물에 대한 것을 습득했고, 인간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혼자서 척척 배워나갔다.

게다가 다른 변화도 있었다.

처음 이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 먹기만 하더니, 어제부턴 한수호가 오기 전에 집 안 청소도 하고, 자기가 어질러 놓은 것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랬다.

한수호가 문 앞에 서자마자 알아서 문을 열어 주더니, 마치 우렁각시가 된 것마냥 다소곳한 태도로 한수호를 맞이했다.

“오셨어요?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어서 씻고, 푹 쉬시어요.”

생긋 웃으며 한수호의 가방을 알아서 챙기는 모습이 꼭 새색시 같다.

이런 태도의 변화가 나쁘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닭살이 돋는 것이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았다.

“너 나 몰래 이상한 영화 보는 건 아니지?”

한수호의 날카로운 질문에 라라가 뜨끔해한다.

“저, 전 그런 영화는 본 적도, 보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 영화가 뭔데? 이상한 거 본 게 맞구만, 뭐.”

“아니라니까요!”

라라는 얼굴까지 붉히며 도리질을 쳤다.

“보는 건 좋은데, 물들지는 마. 영화는 영화로 끝나야지, 괜히 그거 따라 하겠다고 흉내 내다가는 큰일 나는 수가 있거든. 내 말 알아듣지?”

“네….”

라라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오늘도 저녁은 치킨? 아니면, 오늘은 특별 메뉴 먹어볼래?”

특별 메뉴라는 말에 라라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게 뭔데요?”

“돼지국밥이라고. 한 그릇만 먹어도 속이 아주 든든해지는 한국만의 특별한 메뉴지.”

“돼지…요? 소도 아니고 돼지고기는 좀….”

“그냥 고기 아니다. 이런저런 내장이 잔뜩 들어가고, 매콤한 다대기 양념에 새우젓 넣고 부추까지 넣어서 밥에 쓱쓱 말면… 크아. 아주 죽이거든.”

“돼지 내장이요?”

라라는 몬스터라 그런지 고기보다 내장을 훨씬 즐겨 먹는다.

어쩌다 치킨이 주식이 되긴 했지만, 추가로 곱창볶음이나 순대 내장을 시켜줬더니 정말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먹고 싶지? 널 위해서 특별히 곱빼기로 주문할 테니까 기다려.”

한수호는 오늘 장시간 수면에 들 예정이었고, 그동안 라라에게 경계를 부탁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선심 쓰듯 돼지국밥을 푸짐하게 시켜주려는 것이다.

“저한테 시킬 거 있으면 미리 말해요. 기분 좋게 다 먹고 났는데, 이상한 거 시키면 기분 잡치잖아요.”

세이렌의 여왕이라 그런지 눈치도 빠르다.

“그렇다면야 뭐…. 사실, 오늘 내가 좀 길게 수면에 들어야 할 일이 있어. 그런데 중간에 누가 날 건드리거나, 깨우면 안 되거든? 그러니까 네가 날 위해서 내 곁을 좀 지켜줬으면 한다.”

한수호가 솔직하게 말하자 라라는 오히려 기쁜 표정이었다.

“지금 저한테 주인님 신변을 맡기시는 거군요?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해 드릴게요!”

“시간이 좀 긴데 괜찮겠어? 무려 24시간이야.”

“하루쯤은 아무 문제 없어요. 마음 푹 놓고 수면을 즐기셔도 된답니다. 절 믿어주신 보답으로 개미 새끼 하나 접근하지 못하게 할게요.”

라라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말하자, 한수호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럼 좋아. 돼지국밥 5인분에, 치킨도 세 마리 시켜줄 테니까, 배고프면 언제든지 먹어.”

“네!”

세상 밖으로 나온 지 고작 5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라라는 이미 인간의 입맛에 완전히 적응한 듯 보였다.

한수호는 서둘러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시켰고, 돼지국밥이 도착하자마자 라라와 함께 든든하게 국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라라는 돼지국밥의 진한 국물 맛과 내장의 쫄깃함에 반한 듯 바로 두 번째 국밥에 손을 가져갔다.

“어떤 일이 있어도 24시간 동안엔 날 깨우지도 말고, 건드리지도 마라. 그 누가 와도.”

“걱저으 마에어. 냠냠.”

입에 음식을 잔뜩 넣고서 우물거리며 대답하는 라라가 지금만큼은 귀엽다고 느껴졌다.

“그럼 부탁한다. 고니하고도 잘 지내고.”

한수호는 인벤토리에서 고니까지 꺼내서 바닥에 내려놓은 뒤 침실로 가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곧장 체질 개선 특성을 발동시켰다.

>>2단계 체질 개선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2,000의 마나가 소비되며, 24시간의 수면이 필요합니다. 진행하겠습니까? YES/NO

쿨타임이 끝난 상태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YES를 선택했다. 그리고,

찌이잉-

한수호의 눈앞으로 선 하나가 쭉 그어지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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