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196화 (196/375)

196화

라라는 지금 이 순간 너무도 신이 나 있었다.

그녀의 둥지인 호수에 찾아오는 마공사들을 상대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짜릿한 자극.

예전엔, 몸을 크게 부풀려 거대한 세이렌의 모습으로 싸웠기에 지금과 같이 정교한 공격은 아예 할 수조차 없었다.

상대의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뜬금없이 뒤에 나타나 한 방 먹여주는 얄미운 전투 방식이 자신을 이처럼 신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20명이나 되는 정장 사내들과 마나력 1천이 넘는 유희진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라라의 움직임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신체 능력만 따져보면 정장 사내들은 거의 라라와 맞먹었으며, 유희진은 오히려 라라보다 강했다.

하지만, 라라는 근접 전투가 아닌 원거리 전투에 특화된 존재였기에 신체 능력이 높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온몸을 세이렌의 비눗방울로 보호한 상태로, 순간이동에 가까운 기술을 선보이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적들을 유린했다.

때문에 김명중의 부하들은 우왕좌왕하다가 라라의 검은 비늘 공격에 몸 곳곳을 꿰뚫리고 말았다.

이들은 모두 방어력이 높은 옷을 입었고, 자체 방어력 또한 높았기 때문에 웬만한 공격엔 상처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라라의 비늘 공격은 웬만하다는 수준을 아득히 넘었다.

무슨 신기라도 되는지, 방어막을 단숨에 뚫고 피부를 파고들었다.

눈으로 좇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에, 그 무엇도 뚫어버리는 비늘 공격의 조합.

유희진과 사내들은 라라의 장난감이 되어 사방에 널브러지기 시작했다.

“멈추지 못하겠느냐!”

결국 이산까지 싸움에 끼어들었다.

어찌 보면, 이곳에 있는 마공사들 중, 라라와 가장 비슷한 타입이 바로 이산이었다.

신체 능력은 진급 마공사 수준이지만, 지닌 마나력만큼은 궁급을 크게 웃돌며, 접근전보다 원거리 전투에 특화된 인물.

라라는 이산이 날려 보낸 커다란 마나구를 투명 방패로 튕겨내고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재도 끼어들려고?”

한수호가 없어서 그런지, 라라의 말투엔 더 이상 예의가 보이지 않았다.

“어린 녀석이 너무 제멋대로구나! 대체, 네 정체는 뭐지? 장태산과는 무슨 관계냐!”

이산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하이에게서 나왔다.

“장태산 동생이에요.”

이산이 이하이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동생이 있었다고?”

“비돈귀살을 양부모로 모시고 있으니 동생이 맞겠죠.”

“하이야, 너…. 정말 날 속이고 장태산을 먼저 찾아왔던 것이냐? 그래서 저 버르장머리 없는 꼬마애의 정체도 알고 있는 것이고?”

“나 꼬마 아닌데.”

부녀의 대화 속에 라라가 툭 끼어들었다.

“네가 장태산의 동생이든, 비돈귀살의 양녀이든 아무 상관없다. 공격을 멈추고 물러서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널 벌할 수밖에.”

이산은 슬쩍 시선을 돌려 부상자들을 챙기는 유희진을 살펴봤다.

그녀 또한 이산이 직접 만들어 낸 아티팩트를 보호장비처럼 착용하고 있는데도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상당하다.

그만큼 라라의 비늘 공격이 무지막지한 위력을 지녔다는 의미.

이산은 마공전뇌라는 자신의 이명을 부끄럽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동안 웬만해서는 꺼내지 않았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기로 했다.

그가 품을 뒤져 꺼내 든 것은 두 개의 야구공이었다.

주먹보다 살짝 작은 야구공을 양손에 하나씩 나눠 쥔 이산.

그가 이하이를 무섭게 바라보다가 라라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장태산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말해야 할 거다.”

“싫은데.”

“굳이 벌주를 마시고 싶어 하다니…. 뭐, 어쩔 수 없지. 대가는 네가 직접 치르도록 하거라.”

이산이 말을 마치자마자 두 개의 야구공을 앞으로 툭 내던졌다.

데구르르

야구공이 굴러가던 어느 순간,

콰직

알이 깨지듯 야구공이 깨지더니 펑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깨어진 야구공은 붉은색 연기를 피워냈고, 그 연기가 사라지자 그곳엔 3미터나 되는 곰 두 마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해 곰은 아니다.

형태는 곰이지만, 털과 가죽 대신 온몸이 금속으로 된 몬스터봇이었으니까.

쿠워어어엉

쿠허어억

두 마리 베어봇이 괴성을 내지른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한쪽 구석에서 무심하게 라라의 전투를 지켜만 보던 고니가 갑자기 달려나갔다.

그리고,

촤라라라락. 철컥.

작은 사막여우였던 고니의 몸체가 퍽 터지며 수천 조각으로 나뉘어졌다가 빠르게 재조합되어 다른 형태로 모습을 변화시켰다.

크와아아아앙!

고니는 세 개의 뿔이 달린 순백의 사자가 되어 베어봇을 향해 달려들었다.

덩치는 베어봇보다 작았지만, 뿜어내는 위압감 만은 베어봇을 훨씬 웃돌았다.

삐비빅

이산이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 형태의 패널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천 삼백?”

이산은 사자로 변신한 고니에게서 1,300이나 되는 마나력이 감지되는 것에 경악했다.

방금 그가 불러낸 두 마리 베어봇은 마나력이 800이나 되는 진급 몬스터봇으로, 두 마리만으로 궁급 마공사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런데, 그 베어봇이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갑자기 튀어나온 사자가 1,300의 마나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까.

그것뿐만이 아니다.

고니는 작은 사막여우의 모습에서 찰나의 순간에 커다란 사자의 형태로 변신까지 했다.

‘제작의 신’이라는 특성을 보유한 이산이 보기에도 놀라운 장면.

그에게 있어 아티팩트 제작은 눈 감고도 행할 수 있는 유흥에 불과했다.

처음엔 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생활용품 위주로 아티팩트를 제작하던 이산은 나중엔 엄청난 위력을 지닌 무기까지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탄생한 것이 바로 이 베어봇이었다.

평소엔 작은 볼 속의 아공간 속에 숨겨져 있다가 필요할 때 볼을 부수고 튀어나와 주인의 명령을 듣고 전투에 나설 수 있는 막강한 전력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등장한 사자가 두 마리의 베어봇을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었다.

크허어어엉!

쿠워어어억!

베어봇들이 쇠마저 끊어버릴 정도의 힘으로 고니를 후려쳤지만, 고니는 눈부신 속도로 공격을 피해내고는 앞발로 베어봇의 옆구리와 등을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베어봇들은 거구를 휘청거리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당장 저 사자 새끼를 잡아 죽여!”

이산이 화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자 베어봇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고니의 목표가 된 베어봇이 이번엔 회피 동작을 하지 않고 몸을 웅크리며 그대로 공격을 허용했다.

고니가 휘두른 날카로운 공격에 등허리를 공격당한 베어봇.

그 공격에 베어봇의 등허리 쪽 금속이 와직 찌그러졌고, 일부는 찢겨 나가 허공으로 날았다.

그 찰나를 노리고 다른 베어봇이 입을 쩍 벌렸다.

고오오오오오

입에서 빛의 구체가 뭉쳐 드는 듯하더니,

쿠아아아앙!

강력한 빛의 기둥이 고니를 향해 뿜어져 나갔다.

바로 그때, 우뚝 선 고니의 등에서 거대한 한 쌍의 날개가 확 뻗어 나왔고, 동시에 이마의 검은색 뿔이 빛을 번쩍했다.

순간, 고니의 앞에 1미터 직경의 검은색 구멍이 등장했다.

베어봇이 입으로 뿜어낸 빛의 기둥은 검은 구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방금 몸을 웅크렸던 베어봇의 머리 위로 똑같은 검은 구멍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금 집어 삼켜졌던 빛의 기둥이 벼락같이 떨어져 내렸다.

콰과과과과과광

검은 구멍에서 뿜어져 나온 빛의 기둥이 베어봇의 몸에 떨어지며 결국 폭발을 일으켰다.

마치 두 개의 구멍이 아공간으로 연결된 듯한 광경에 그곳에 있던 모두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빛의 기둥에 가격당한 베어봇은 산산이 부서져 사방에 흩뿌려졌다.

입으로 강력한 공격을 뿜어내던 베어봇은 자신의 손으로 동료를 소멸시킨 것에 화가 났는지, 고니를 향해 온몸으로 달려들었다.

고니는 날개를 움직여 훌쩍 날아올랐다.

그리고 이번엔 붉은색 뿔에서 빛을 뿜어냈다.

버언-쩍!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을 부시게 할 정도로 강렬한 빛.

그 빛을 정면에서 직접적으로 쏘인 베어봇의 눈이 함께 빛을 냈다. 순간,

퍼억!

베어봇의 두 눈이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그런 베어봇을 향해 고니가 벼락처럼 달려들었고, 단숨에 베어봇의 어깨를 앞발로 낚아채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50미터 이상을 날아오른 고니는 허공에서 베어봇을 그냥 놓아버렸다.

쿠워어어어!

베어봇이 허우적거리며 지상으로 무섭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 베어봇이 땅에 곤두박질치기 직전, 고니의 검은 뿔이 다시 한번 빛을 뿜었고, 베어봇의 바로 아래에 커다란 검은 구멍을 만들어 냈다.

동시에 100미터는 될 법한 높이에 또 다른 구멍을 만들어낸 고니.

베어봇은 바닥 쪽의 구멍에 빠졌다가 100미터 위의 구멍에서 다시 등장해 추락을 이어갔다.

좀 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베어봇.

아끼는 베어봇이 박살날 위기에 처하자 이산이 급히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이산의 앞에는 어느새 라라가 나타나 있었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지. 안 그래, 아재?”

“이…. 이런 빌어먹을 것들이!”

이산은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험한 말까지 하며 라라를 향해 두 손을 힘차게 뻗어냈다.

순간, 그가 손목에 차고 있던 패널이 눈부신 빛을 머금었고, 뻗어낸 두 손바닥에서 베어봇이 발사한 빛의 기둥과 동일한 것이 폭발적으로 뿜어졌다.

쥬웅-

공기를 뒤흔드는 짧고 강한 파동이 일었다.

그리고 라라를 향해 엄청난 빛의 무리가 날아들었다.

그 빛에 담긴 힘이 엄청나다는 것을 깨달은 라라는 바로 순간이동으로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에 한수호의 컨테이너 하우스가 들어왔다.

‘내가 피하면 저 집이 날아가겠어!’

라라는 한수호와 며칠을 함께 지냈던 컨테이너 하우스가 박살 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그 자리에 서서 이산의 공격을 막아내기로 했다.

‘청수룡의 비늘 방패!’

라라가 눈을 번쩍인 순간, 그녀의 앞에 폭 2미터에 길이는 3미터나 되는 커다란 비늘이 나타났다.

수십미터 사이즈의 거대한 드래곤이 몸에 두르고 있을 법한 푸른 비늘.

이산이 발사한 빛의 기둥은 그 비늘을 정확히 후려쳤다.

쩌어어어어어엉-

쇠와 쇠가 충돌한 듯한 강렬한 충격음.

소닉붐이 터지듯 공기가 폭발했고, 그 충격이 삽시간에 주변을 휩쓸었다.

콰과과과과과과

충격파에 김명중의 수하들과 유희진이 퉁겨졌으며, 바닥에 곤두박질치던 베어봇은 그 파동에 튕겨 다른 쪽으로 나뒹굴었다.

고니도 충격파를 버텨내지는 못했다.

콰르르르르르륵

바닥에 내려서 있던 고니는 네 개의 발에 뾰족한 발톱을 세우고 땅바닥을 콱 찍은 채로 십여미터나 쭉 밀려났다.

이산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던 라라.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워했다.

이번 공격이 강력할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지녔을 줄은 몰랐다.

그녀가 방패처럼 세워 놓은 비늘은 아스루나 세계의 심해에서 용왕처럼 군림하는 ‘청수룡’의 껍질이다.

외부의 공격에 담긴 마나력 50%를 흡수하며, 나머지 50%는 사방으로 흩뿌려 버리는 효과를 지녔기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산의 공격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청수룡의 비늘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걸로 봐서는 곧 방어력의 한계치에 도달한다는 의미였다.

‘이대로는 비늘이 버티지 못해!’

라라는 피하면 그만이었지만, 그렇게 되면 애써 보호하려고 했던 컨테이너 하우스가 완전히 사라지고 말리라.

이를 꽉 앙다문 라라.

그녀가 세이렌의 비눗방울을 일으켜 자신의 몸을 몇 겹으로 보호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스읏

그녀와 청수룡의 비늘 사이에 두 사람이 홀연히 나타났다.

한 명은 넋이 나간 듯 무릎을 꿇고 있는 김명중이었고, 다른 한 명은 바로 한수호였다.

라라가 희열에 들떠 달려오려고 하자 한수호는 손을 내밀어 그녀를 막았다.

그리고 빛의 기둥을 막아내느라 곧 녹아버릴 것만 같은 청수룡의 비늘 방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거 치워봐.]

한수호의 마나 전음이 라라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라라가 걱정합니다. 비늘 방패를 치우면 강력한 공격에 노출되고 말 거라고.

[괜찮으니까, 치워.]

한수호의 얼굴엔 조금도 걱정하는 빛이 없었기에 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청수룡의 비늘 방패를 역소환 시킨 순간,

콰우우우우우우우

빛의 기둥이 그대로 한수호를 덮쳐버렸다. 하지만,

치이이익

빛의 기둥은 한수호의 몸 근처에서 빠르게 소멸해 버렸다.

아무런 충격도, 파동도 일어나지 않았다.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 한수호의 몸 근처에 닿은 빛의 기둥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있었다.

한수호는 그 상태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다.

이산과의 거리는 15미터.

그 거리가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산도 한수호의 등장을 눈치채고 몸에 지닌 모든 아티팩트를 동원해 마나력을 끌어올렸다.

2천.

3천.

거의 4천까지 마나력을 끌어올려 빛의 기둥을 뿜어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치이이이이익

빛의 기둥은 여전히 빠르게 소멸했고, 한수호는 어느새 그의 바로 앞에 도착해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