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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01화 (201/375)

201화

토너먼트 시합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시합이 길어지는 걸 대비해 모든 경기에는 5분이라는 제한 시간이 주어졌다.

5분이 지날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시합은 종료되며 승패의 결과는 경기를 지켜본 각 아카데미의 교수들에 의해 판정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모든 시합이 5분까지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다.

아무리 늦어도 4분 안에는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고 있었다.

다들 시합에 굉장한 열의를 보였다.

이 시합에서 지면 무슨 큰 불이익이라도 받는다고 생각하는지, 어떡하든 이기겠다고 시작부터 전력을 다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리고 한수호와 백윤후가 예측했듯이, 몇몇 학생들의 시합은 굉장히 강렬한 이팩트를 보이고 있었다.

서산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진무현은 강원 아카데미의 학생을 상대로 만났다.

그는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경기장 바닥을 엄청난 냉기로 얼려버리더니 득달같이 달려들어 숄더 어택으로 상대를 날려버렸다.

상대 학생은 진무현의 공격을 막긴 했지만 바닥을 뒤덮은 얼음판 때문에 한없이 미끄러져 나갔다.

경기장에 설치된 투명막까지 밀려난 학생이 발로 땅을 찍어 차며 날아오르려는 순간, 진무현이 바람처럼 다가와 얼굴 옆쪽으로 아슬아슬하게 주먹을 꽂아버렸다.

주먹은 투명막을 후려쳤지만, 막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길 정도로 강력했다.

그 위력에 놀란 상대 학생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간단하게 승리를 따낸 진무현이 시합에 소비한 시간은 불과 1분 23초.

5분의 반도 쓰지 않고 승부를 내버린 진무현의 모습을 본 학생들은 너도나도 속전속결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한수호의 친구들은 원래부터 내기를 하고 있었으니 그렇다 쳐도, 다른 학생들까지 본의 아니게 타임어택에 뛰어든 셈이었다.

특히, 제주 아카데미의 학생들 반응이 가장 격렬했다.

그들은 진무현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서울 본교의 최강자 그룹인 한수호와 친구들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각자 시합이 시작되자마자 강력한 공격을 펼쳐 상대 학생을 빠르게 제압해 버렸다.

하지만 진무현이 기록한 1분 23초는 쉽게 깨어지지 않았다.

수준 높은 강자들만 있다는 제주 아카데미 학생들 대부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2분 안에 시합을 마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제주 아카데미의 최강자인 우태범을 향한 학생들의 기대가 점점 커졌다.

그러다 마침내 우태범이 경기장에 올랐고, 그는 놀랍게도 진무현의 기록인 1분 23초에 똑같이 맞춰 시합을 끝마쳤다.

우태범과 친한 친구들은 마치 우태범에 대한 예우를 해 주듯이 일부러 2초를 늦춘, 1분 25에 딱 맞춰 시합을 끝내버렸다.

이건 그 학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진무현의 기록을 깰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러자 이번엔 한수호의 친구들이 그들의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장한설을 비롯해서 최지혁, 양소혜, 신소이, 이하윤까지 죄다 똑같이 1분 21초에 시합을 끝냄으로써 제주 아카데미 학생들을 자극했다.

제주 아카데미 학생들은 우태범이 최강자임을 인정해 주고자 그보다 2초씩 늦춰 시합을 마쳤지만, 한수호의 친구들은 모두 동등하게 강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이로 인해 서울 본교 학생들과 제주 아카데미 학생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묘한 경쟁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비교적 잔잔한 기류였는데, 거기에 불을 붙인 인물이 등장했다.

바로 이대성과 그의 친구들이었다.

충주 아카데미의 4인방이라고 불리는 네 학생들은 놀랍게도 1분을 넘기지 않는 기록을 만들어 냈다.

이대성 51초.

최우빈 52초.

신명호 53초.

박요한 54초.

마치 보란 듯이 1초 차이를 두고 차례대로 시합을 끝내는 기행을 보였다.

이 기록을 통해 학생들은 충주 아카데미 학생들의 서열을 바로 알아낼 수 있었다.

이들 중에서 가장 강한 학생이 이대성임을 은연중에 내보인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생들뿐만 아니라 평가를 하는 교수들조차 이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되었다.

한수호의 시합은 예선전의 마지막이나 다름없었다.

경기장 8개 중에 학생들이 올라선 곳은 5곳뿐.

지금 경기장에 나선 10명의 학생이 1차 예선전의 마지막 순서였다.

한수호는 모든 감각을 이대성 쪽으로 집중시킨 채, 조용히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신체 내적 능력 수치가 21까지 상승한 이후로, 한수호의 감각은 완전히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다.

이대성과의 거리가 무려 70미터가 넘는데도 그의 호흡을 느낄 수 있었고, 몸의 어느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지, 그리고 누굴 바라보고 있는지까지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내가 자길 알아보는지, 아니면 못 알아보는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으니 간을 보려는 거군.’

관중석에서 자신을 힐끔거리는 이대성은 분명 2058년도에서 회귀한 것이 분명했다.

한수호는 이대성이 미래의 기억을 고스란히 지녔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대성은 아직 한수호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을 터였다.

놈의 할아버지가 서령 그룹의 주인이며, 아버지는 대한맹 부맹주라는 지위까지 거머쥐고 있지만, 한수호에 대한 정보는 깊숙하게 파고들 수 없었을 것이다.

‘내가 회귀 전과는 다르게 비돈귀살을 양부모로 두고, 장태산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니 굉장히 당혹스러울 거다.’

이대성도 회귀한 이상, 한수호를 찾아 어떡하든 먼저 죽여버리려고 노력을 했을 것이 분명했다.

회귀 전의 삶에서는 9살에 가족 모두를 잃고 특무부 본부장인 유대룡의 품에서 자랐으니, 아마도 그쪽 위주로 조사를 했으리라.

‘내가 너처럼 회귀를 한 건지, 아니면 아무 기억도 없이 그냥 살아가는 학생일 뿐인지 알고 싶을 테고.’

한수호는 지금 이대성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뻔히 예상이 되고 있었다.

‘네가 직접 내 앞에 나서지 않는 이상은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다.’

한수호는 머릿속이 온통 이대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음에도, 자신의 상대로 나선 이재룡을 유심히 살폈다.

제주 아카데미의 학생이자, 우태범과 친한 친구인 걸로 보이는 이재룡.

‘신체 수치 평균이 67이라…. 양소혜와 거의 비등비등한데?’

양소혜의 신체 수치 평균이 68이었으니, 이재룡 또한 본교 A반으로 편입해도 충분한 실력자였다.

한수호는 이재룡을 바라보며 잠시 머리를 굴렸다.

‘녀석들이 벌이는 타임어택 놀이에 끼어들어 주는 게 좋을까, 아니면 조금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서 이대성이 먼저 다가오게 만드는 게 나을까?’

생각은 길었지만, 판단은 빨랐다.

한수호는 어차피 조금만 조사해 본다면 한수호가 어떤 일들을 벌였는지 금방 알아낼 수 있을 터.

그런데 괜히 어리숙한 연기를 해 보인다면, 그게 오히려 이대성을 경계하게 만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놀이에 끼기로 했으니 확실한 도전과제를 던져주는 것이 좋겠지?’

한수호는 학생 모두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게끔 유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대성의 호기심을 자극시켜서 한수호가 파고들 만한 실수를 스스로 만들어 내게끔 하는 것이 한수호의 계획이었다.

한수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5], [4], [3], [2], [1]…. [0]

스크린의 숫자가 0을 가리키며 시합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삐이이이잉-!

소리와 함께 마공돔 경기장 주변으로 투명막이 둘러쳐졌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제주 아카데미의 이재룡이 500이 넘는 마나력을 한껏 끌어올린 채로 한수호에게 선제공격을 가했다.

실물과 거의 똑같이 만들어진 시합용 창을 든 이재룡.

그가 15미터의 거리를 단숨에 건너뛰며 한수호를 향해 쾌속한 찌르기를 날렸다.

슈웅

묵직한 파공음을 흘리며 날아드는 굵고 기다란 창.

시합용이라 창날 부분이 뭉툭하긴 했지만, 그냥 맞았다가는 뼈 한두 군데는 바로 부러질 정도로 강력해 보였다.

한수호는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창을 목만 옆으로 비트는 방법으로 가볍게 피해버렸다.

그 즉시로 이재룡의 창이 수많은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슈슈슝. 슝슝!

엄청난 속도로 대여섯 번의 찌르기가 연속으로 이어졌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이어진 찌르기 공격에는 아무리 한수호라도 물러설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스슥. 스윽.

한수호는 두 발을 바닥에서 떼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체의 움직임만으로 공격을 모조리 피해냈다.

이에 이재룡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도 본교 아카데미에서 장태산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유명하다는 정도는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재룡은 그런 장태산이라 할지라도 제주 아카데미의 우태범보다는 부족할 수밖에 없을 거라 확신했다.

우태범은 이재룡이 본 그 어떤 마공사보다 강했고, 그 강함을 갖추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인물이었으니까.

이재룡이 지금 펼치는 기술은 그런 우태범도 인정한 창술이었다.

아직 특성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 창술이라면 상대 학생을 곤경에 처하게 만들기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곤경에 처한 상대에게 자신의 특성인 ‘참격’을 날려 바닥에 쓰러뜨리는 것이 이재룡의 최종 목표였다.

특성 참격은 그가 지닌 마나력의 두 배나 되는 위력을 보일 뿐만 아니라, 광역 효과까지 지녀서 타격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5미터 지역에 동시에 충격을 가할 수 있었다.

즉, 상대가 조금이라도 흔들림을 보인다면 이 참격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이었고, 참격이 펼쳐지면 거의 궁급에 가까운 파괴력을 보이기 때문에 필살기나 다름이 없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상대 학생은 시합이 시작된 이후, 처음 서 있던 자리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모든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이는 이재룡으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

시간을 보니 벌써 30여 초가 지났다.

10여 초 내로 상대를 뒤흔들고 참격을 펼쳐야 충주 아카데미의 4인방이 만들어 낸 51초 기록을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대로 참격을 쓴다!’

이재룡은 승부를 걸기로 했다.

한수호가 서 있는 곳은 경기장의 거의 끝.

뒤쪽으로는 고작 3미터밖에 여유가 없기 때문에 참격을 쓰면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할 수가 있었다.

결심을 한 이재룡이 참격을 펼치기 위해 경기장 바닥을 박차며 뛰어오르려는 순간이었다.

번쩍

한수호의 눈에서 빛이 번쩍한 순간, 이재룡은 거대한 손에 어깨를 짓눌린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한수호는 그저 손 하나를 뻗어내 갈고리처럼 펼쳐내고 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의 거리는 6미터.

직접 손이 닿을 수 없는 거리였다.

그런데 한수호가 손을 뻗어내자마자 이재룡은 엄청난 압력에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거대한 바위가 왼쪽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크윽!”

이재룡이 신음을 흘리며 왼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쿠웅

무릎이 바닥에 닿았지만 오른손에 쥔 창으로 바닥을 찍으며 짓누르는 힘에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부질없는 행동이었다.

왼쪽 어깨를 짓누르는 힘은 점점 거대해졌다.

무릎이 닿고, 상체마저 기울어져 바닥에 닿으려 했다.

이를 악물고 마나력을 끌어올리며 버텨내려 했지만, 조금만 더 저항하다가는 어깨뼈까지 빠져버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재룡은 어떡하든 버티려 했다. 바로 그때,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묵직한 힘이 이재룡의 등을 후려쳤다.

콰앙

이재룡의 상체가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짓눌린 힘에 버둥거리는 이재룡은 끔찍한 공포를 느끼고 급히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 신호는 바로 항복 신호였다.

[4번 경기장 경기 종료.]

[승자는 본교 아카데미의 장태산입니다.]

주변을 울리는 안내음성.

그와 동시에 시합을 관전하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중앙의 대형 스크린 쪽으로 확 쏠렸다.

그곳엔 4번 경기장의 경기 시간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00:48]

“우와아아아! 역시, 장태산이다!”

“최단 시간을 갱신했어!”

“충주가 뒤로 밀렸잖아?”

“역시 본교 출신은 다르다는 건가?”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져나오며 감탄사들이 사방을 울렸다.

반면, 충주 아카데미와 제주 아카데미 쪽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충주 아카데미, 특히 이대성과 그의 친구들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시합 시간과 한수호를 번갈아 바라봤다.

제주 쪽은 쥐포처럼 납작해진 이재룡이 버둥거리는 모습에 인상을 와락 긁고 있었다.

한수호는 그들의 모든 반응을 하나하나 스캔하다가 이재룡을 향해 펼쳐냈던 염동파쇄기를 회수했다.

‘이 녀석의 특성을 감상하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원하는 반응을 얻었으니 됐지, 뭐.’

한수호가 힘을 거두자 이재룡은 그제야 숨통이 트인 듯 깊은 숨을 토해내며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수호는 엎어져 있는 이재룡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그 행동에 이재룡이 흠칫 놀랐다가 이내 엷은 웃음을 띄우고는 손을 마주잡았다.

한수호는 이재룡을 잡아당겨 일으켜 세워줬다.

“기습이 안 통했으면 내가 당했을 거다.”

당연히 빈말이었지만, 이재룡에겐 빈말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특성을 쓰려는 순간을 노린 거구나? 타이밍 죽이네.”

“기회 잡는 거 하나는 잘하니까. 아무튼, 좋은 시합이었다.”

“나 역시. 덕분에 좋은 경험했다.”

한수호는 이재룡과 악수를 나누고는 경기장에서 내려왔다.

한수호가 본교 아카데미 쪽으로 다가가자 친구들과 동급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반겨주었다.

이로써 1차 예선전의 최단 시간은 48초였고, 그 기록을 만든 인물은 본교의 한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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