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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09화 (209/375)

209화

쿠궁.

배도형의 손짓에 육중한 성벽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 곳에서는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수백 마리의 몬스터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크와앙!

쿠오오오!

커허어어엉!

하나같이 중대형에 속하는 몬스터들.

마공돔으로 뛰쳐나왔던 몬스터들과 똑같은 급의 몬스터들이었다.

코뿔소를 닮은 코세러스.

유령처럼 흐물거리는 펜텀리퍼.

대형 전갈의 모습을 한 스콜로.

악어와 거북이가 합쳐진 듯한 크로커힐.

그리고 돼지처럼 뚱뚱한 몸통을 지닌 오우거들까지.

놈들은 성벽을 마주 서고 있는 한수호와 진무현을 향해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놈들의 위협은 한수호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츄아아악

고니가 거대한 날개를 펄럭여 높이 날아올랐다가, 바닥에 착지한 순간,

꽈아아아아아앙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가장 앞서서 달리고 있던 스콜로 십여 마리가 고니의 거구에 짓눌려 터져버렸다.

크아아아앙!

고니가 기다란 목을 쭉 빼내며 5미터는 될법한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내지르자,

퍼버버버버벙

엄청난 고주파로 인해 중대형 몬스터들 이십여 마리의 몸통이 폭죽처럼 폭발했다.

고니의 엄청난 위용에 겁을 먹은 몬스터들이 진격을 멈추고 머뭇거릴 때, 배도형이 손에 쥔 동그란 메달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눈앞의 모든 존재를 파괴하라! 앞을 가로막는 그 무엇도 너희들의 힘을 막을 수 없나니!”

주문 같은 외침이 울려 퍼지자 몬스터들이 더욱 흉폭해졌다.

노랗기만 하던 눈이 붉게 충혈되었고, 괴성을 내지르며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린다.

몬스터들은 두려움을 잊은 듯, 고니가 가로막고 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퍼버버벅

콰직!

고니는 날개로 몬스터들을 찍어 누르고, 닥치는 대로 몬스터들을 씹어 죽였다.

그럼에도 몬스터들은 한수호와 진무현을 향한 죽음의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저놈들 상대할 수 있죠?”

한수호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꺼낸 말에 진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그럼 난 저놈들을 맡죠.”

한수호의 시선이 배도형 등을 향했다.

“혼자서 되겠….”

진무현이 말을 하다 멈췄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한수호의 능력은 자신과 맞먹는 수준의 마공사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끄떡없을 만큼 강력했으니까.

한수호는 말을 멈추고 머쓱해하는 진무현을 향해 웃음기 담긴 한마디를 남겼다.

“여유 생기면 도와주시길.”

“하하. 뭐, 가능하다면요.”

진무현의 대답을 들은 즉시, 한수호가 땅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마치 포탄이 날아가듯 비스듬한 방향으로 솟구쳐 오른 한수호.

그의 눈부신 속도에 흠칫 놀란 배도형은 신명호, 박요한에게 공격을 지시했다.

“저놈을 이곳에 접근시키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한 신명호와 박요한.

그 둘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며 모든 마나력을 끌어올려 손에 집중시켰다.

신명호의 무기는 검이었고, 박요한의 무기는 건틀릿이었다.

박요한이 토너먼트에서 한수호를 마주했을 때 사용했던 바스타드 소드는 그의 전용 무기가 아니었다.

신명호는 한수호가 성벽에 거의 당도했을 때, 왼손을 뻗어 특성을 발동시켰다.

그의 첫 번째 특성은 ‘대지의 혼’.

주변의 땅과 바위까지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막강한 특성이었다.

신명호는 대지의 혼으로 바닥의 흙과 돌조각을 허공에 띄우고, 뾰족하게 응축시켜 5백 개가 넘는 송곳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피슈슈슈슈슈슈슉!

곧장 한수호를 목표로 총알처럼 쏘아져 나갔다.

이에 반해 박요한은 성벽 위에 꼿꼿하게 서서 두 손을 꽉 움켜쥔 자세로 빠르게 날아오고 있는 한수호를 정면으로 마주 섰다.

그가 눈을 번쩍 뜬 순간,

촤라라라라라락

건틀릿을 낀 두 팔이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나더니 무서운 속도로 뻗어 나갔다.

이것이 바로 벼락 폭풍에 이은 박요한의 두 번째 특성, ‘러버본(고무뼈)’이었다.

이들이 게이트 안으로 뛰어들 때, 김유진을 휘감아 끌고 온 장본인이 바로 박요한이었던 것.

두 사람의 합동 공격이 한수호를 향해 무섭게 날아든 순간,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허공에 우뚝 멈춰선 한수호가 양팔을 쭉 벌리며 손가락 총을 만들었고, 손끝에서 두 줄기 빛이 번쩍했다.

유도저격.

한수호는 유도저격의 특성으로 두 방향에 마나탄을 쏘아낸 것이다.

하지만 마나탄이 날아가는 방향이 너무나 엉뚱했기에 박요한과 신명호는 이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그 즉시로 그를 향해 쏟아진 수백의 송곳들.

한수호는 허공에서 벽을 박차듯 발을 굴렀다.

퍼엉!

그의 몸 주변으로 소닉붐 현상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한수호가 수백의 송곳들이 펼쳐낸 장막을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동시에 한수호가 스쳐 간 진로에 놓여있던 송곳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꽈과과과과광

한수호가 사용한 특성은 바로 충파.

충파로 장애물을 관통할 때 발생되는 진동파가 반경 5미터 주변의 모든 것을 박살 내 버릴 때, 박요한의 건틀릿 두 개가 날아들었다.

한쪽은 목을 향했고, 다른 한쪽은 가슴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두 개의 건틀릿이 한수호의 목과 가슴을 강하게 타격하는 그 순간,

버언-쩍!

한수호는 돌파를 사용했고, 그의 육체가 기다란 잔상을 흘리며 공간을 건너뛰었다.

무려 30미터나 되는 공간에 한수호가 남긴 잔상이 그려졌을 때,

박요한의 건틀릿은 허공을 때렸고 한수호는 어느새 두 사람이 서 있던 성벽 위를 섬광처럼 스쳐 가고 있었다.

서걱!

박요한의 머리가 떠오르고,

퍼석!

신명호의 머리는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박요한과 신명호의 머리 없는 몸통이 무너져 내리는 걸 지켜본 배도형.

“이런 제길!”

그는 경악성을 터트리며 품에서 작은 구슬을 꺼내 내던졌다.

배도형은 진급에 이른 마공사였지만, 박요한이나 신명호처럼 신체 강화제를 먹은 게 아니었기에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지닌 최강의 아티팩트인 ‘썬더스피어’를 내던진 것이다.

썬더스피어는 폭발과 동시에 반경 10미터 범위를 5만 볼트의 전격으로 완전히 휘감아 버린다.

이 범위 안에 휘말린다면 제아무리 궁급 마공사라도 팔다리 하나쯤은 잃을 수밖에 없었다.

썬더스피어는 한수호의 코앞으로 날아가 그대로 폭발을 일으켰다.

그런데 또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수호가 폭발하는 썬더스피어를 맨손으로 콱 거머쥐었다. 그리고 스승 부부에게 배운 벽력권을 최대한으로 일으켰다.

콰지지지지직

엄청난 뇌전이 손에서 분출되자 썬더스피어가 뿜어내는 전격의 힘이 그대로 소멸되어 버렸다.

피쉬쉬쉬쉬쉬

전격이 꺼지듯 사라진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마탄 하나가 배도형의 옆머리에 푹 하고 쑤셔박혔다.

그건 한수호가 이곳으로 날아들며 쏘아냈던 유도저격의 마탄 중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십자가에 매달린 김유진을 묶고 있는 밧줄을 끊어냈다.

마탄에 머리를 꿰뚫린 배도형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질 때, 김유진도 십자가에서 툭 하고 떨어졌다.

한수호는 김유진의 몸을 가볍게 받아냈다.

“으….”

김유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눈을 뜰 수 있었다.

“누, 구…?”

김유진은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한수호를 향해 물었다.

“당장 여길 떠나. 우태범이 밖에서 널 기다리고 있으니까.”

귓가로 담담하게 흘러들어온 음성.

김유진은 그 음성의 주인을 제대로 보기 위해 머리를 수차례 흔들었다.

그사이 한수호는 김유진을 바닥에 내려놓고, 성벽 너머의 들판에서 아직도 전투 중인 고니와 진무현을 바라봤다.

고니는 딱히 뿔의 능력을 쓰지도 않고, 무지막지한 괴력만으로 몬스터들을 짓뭉개고 있었다.

진무현은 궁급을 상회하는 능력이 있었기에 수많은 몬스터들의 공격을 멀쩡하게 버텨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착실하게 한 놈 한 놈을 바닥에 뉘이고 있어 정말 대단한 실력자가 아닐 수 없었다.

진무현은 한수호가 넘겨준 얼음불 특성을 무척이나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본래는 단순히 파괴적인 힘밖에 쓸 수 없었던 혼천일격에 얼음불 특성이 가미되자 변화무쌍하면서도 위력까지 배가되는 환상의 시너지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나머진 진무현에게 맡겨도 되겠어.’

한수호는 배도형의 시체로 다가가 그가 손에 쥐고 있던 메달을 주워들었다.

[몬스터 메달]

-몬스터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특별한 메달입니다.

-한번 실행된 명령은 1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소모된 마나력에 따라 제어가 가능한 몬스터의 급이 달라집니다.

-박새한이 제작한 아티팩트로 오직 새한교의 세례를 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배도형이 쥐고 있던 메달은 몬스터를 조종할 수 있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명령을 취소할 수 없는 게 아쉽네.’

그게 가능했다면 당장 몬스터와의 전투를 멈출 수 있었다.

한수호는 메달을 품에 넣어두고 성벽 내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김유진이 정신을 차리고 말을 건넸다.

“당신, 이름이 뭐죠?”

김유진도 바보가 아니었기에 한수호가 또래의 아카데미 학생이라는 것쯤은 이미 눈치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한들 드러난 눈매만 봐도 나이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기에 말을 함부로 놓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우태범이 기다리고 있다. 서두르는 게 좋아.”

한수호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성벽 안쪽으로 휙 뛰어내렸다.

성벽 안쪽은 검은 안개로 가득 차 있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수호도 소문은 들었지만 직접 와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이곳의 안개가 왜 검은색을 띠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 검은 안개는 뭔가 특별했다.

하얀 안개보다 오히려 시야가 나쁘지 않다.

마공돔을 가득 채운 하얀 안개가 사람들의 시계를 5미터 이내로 줄여버린 데에 반해, 이 검은 안개는 적어도 10미터 까지는 볼 수가 있었다.

‘소리를 차단하는 효과도 없는 것 같고.’

안개 속을 걷고 있는데도 주변의 소음이 모두 들리고 있다.

즉, 이 검은 안개는 하얀 안개보다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

그래도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긴장은 풀 수 없었다.

성벽 안쪽은 지상이 아닌,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평탄한 듯 보이지만 미세하게 바닥이 기울어져 있었고, 주변의 벽이며 천장이 하얀 대리석 재질로 되어 있었다.

한수호는 벽에 다가가 손을 대어봤다.

[미궁의 결계]

-안개의 미궁을 구성하고 있는 단단한 재질의 암석이다.

-마나력을 흡수한다.

-골렘류 몬스터의 힘을 강화시킨다.

‘여기서부터가 진정한 안개의 미궁이구나.’

한수호는 그저 밋밋한 길로만 이루어진 통로를 바라봤다.

입구를 통해 고작 이십여 미터밖에 진입하지 않았는데도 공기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밖과는 확연히 다르다.

회귀 전의 기억에 따르면 많은 마공사들이 이 미궁 안에서 여러 가지 보물상자들을 발견했고, 그 덕분에 능력을 빠르게 높일 수 있었다고 했다.

‘이대성이 갑자기 미궁을 열어버린 이유가 보물상자 때문인가? 아니면 제물로 쓸 희생양을 구하려고?’

한수호는 안개의 미궁을 열어버린 장본인이 이대성일 거라고 확신했다.

원래대로라면 2055년도에 비양도에서 열렸어야 할 던전.

그 던전을 이곳에 발생시킨 이유가 자신과 아카데미 학생들의 생명을 취해 새한교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서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더불어 보물상자까지 취하면 일석이조라고 생각하고 있을 터.

하지만, 왜 하필 지금일까?

굳이 토너먼트가 치러지는 이 시점에 던전을 열어야 할 정도로 시급했던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대성이 이렇게 서둘러야 할 정도로 이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아스의 신물이 대단하다는 걸까?

한수호는 후자에 무게를 두었다.

‘아스의 신물이 나샬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구나.’

아스의 신물이 파괴검 세트의 마지막 하나가 확실하다면, 이대성이 무리해서라도 서두를 만큼 충분한 값어치가 있었다.

‘그걸 뺏길 수는 없지!’

한수호는 나샬을 자신이 차지하고, 이대성을 이곳에 묻어버리기로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남은 건 이대성과 최우빈 두 명뿐.

한수호가 마나를 사방으로 흩뿌리자 이 미궁의 구조가 또렷하게 머릿속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과연 미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건물의 구조가 굉장히 복잡했다.

게다가 곳곳에서 강력한 기운을 지닌 몬스터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최소 4급짜리 몬스터로군.’

성벽 밖에서 진무현과 싸우고 있는 놈들은 대부분 6급 이하였다.

그런데 이 미궁 속에는 그보다 두세 배 강력한 4급짜리 몬스터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이대성만 찾자.’

한수호는 이 미궁에 숨겨져 있을 보물상자를 찾자고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는 건 관두기로 했다.

오늘 이대성이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깨끗하게 지워버리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일뿐.

‘있다!’

한수호는 드넓게 퍼트린 마나파동으로 이대성이 흘려놓은 마나의 흔적을 찾아냈다.

그 흔적이 남겨진 곳은 약 300여 미터 떨어진 장소.

거기서부터 추적을 시작한다면 이대성을 찾는 건 어렵지 않으리라.

파앙!

한수호는 그 즉시 바닥을 박차며 흔적이 남겨진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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