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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12화 (212/375)

212화

두 사람의 전투는 길게 이어졌다.

신체 능력은 두 배로, 마나력은 세 배로 뻥튀기한 이대현과 광폭화 2단계를 패시브로 몸에 두른 한수호의 전투.

무려 10분이 다 되어가는 동안 두 사람은 단 1초도 멈추지 않고 줄기차게 싸우고 있었다.

미궁의 벽은 싸움의 여파로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미궁 곳곳에 숨어있던 몬스터들이 무너진 벽으로 몰려들었지만, 인간을 초월한 광전사들의 전장에 발을 디디자마자 머리며, 몸통이 퍽퍽 터져 죽어버렸다.

주변엔 중대형 몬스터들의 사체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 한 마리의 몬스터만은 두 사람이 싸우는 장소로는 아예 접근도 하지 않고 있었다.

크리스탈 골렘 사툴란.

놈은 이대현의 발화촉진 특성에 당해 온몸이 녹아 들어가고 있었으나, 절반쯤 녹았을 때 갑자기 온몸이 원상복구되었다.

심장에서 시작된 밝은 빛에 휩싸이며 완전히 멀쩡한 모습이 된 사툴란.

놈은 이상하게도 한수호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한수호의 시선이 잠시라도 자신을 스칠 때면, 움질하며 뒷걸음할 정도.

한수호는 이대현과 살벌한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그런 사툴란의 변화를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사툴란은 이 자식부터 처리하고 다시 생각하자.’

한수호는 다시 이대현에게 집중했다.

이대현의 신체 능력은 평균 200이 조금 안 되는 수준.

마나력은 4,600이나 되고 있어 지금까지 본 마공사들 중에는 단연 최강이었다.

하지만, 체질 개선을 2단계까지 마무리한 한수호에겐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굳이 광폭화 특성을 사용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특성을 몇 개나 지닌 거지?’

지금까지 이대현이 공격에 사용한 특성은 무려 7개.

한수호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사용한 특성도 3개나 된다.

거기에 원거리 공격과 위력 증강 특성, 마나 회복 특성까지 사용했으니 총 개수는 13개가 넘는다.

사실, 한수호는 일부러 적당히 공격을 피하고 막아내면서 약탈[2] 특성을 이용해 이대현의 몸을 약탈하려고 했었다.

이대현이 지닌 특성들 중에는 쓸 만한 것들이 상당했기에, 육체를 약탈한 뒤 인챈트 스톤을 사용한다면 특성석을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대현에겐 약탈[2]가 통하지 않았다.

이대현의 능력이 높기 때문인지, 아니면 한수호를 잔뜩 경계하고 있어 통하지 않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약탈이 안 통하다니 아쉽군, 아쉬워.’

한수호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대현이 대체 얼마나 많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했다.

그러다가 이대현이 모든 걸 다 쏟아부었을 때, 광폭화 특성의 패시브 능력을 시원하게 말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대현의 특성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았다.

기연에 기연을 얻어 꽤 많은 특성을 소유하게 된 한수호보다도 배 이상의 많은 특성을 지닌 이대현.

‘그 특성의 숫자만큼 많은 마공사들을 죽였다는 거겠지.’

한수호는 이대현이 마공사를 죽이고 그들의 특성을 흡수해 왔다는 걸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더 기다려 주는 건 시간 낭비야.’

한수호는 이쯤에서 끝내기로 했다.

평균 신체 능력이 600이 넘고, 순수 마나력은 9,000에 가까운 지금 이대현을 처참히 죽여버리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수호는 이제 마구잡이 식으로 날아들고 있는 이대성의 검을 한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카가각

검이 손바닥을 긁었지만, 피 한 방울 흐르지 않는다.

10여 분만에 처음으로 멈춰선 이대현.

그의 눈에 당혹감이 감돌고 있었다.

“슬슬 끝내자.”

한수호가 담담하게 꺼낸 말에 이대현의 얼굴이 또다시 일그러졌다.

“한수호…. 넌 뭐가 그리 당당한 거지? 네놈의 광폭화는 이제 20분도 남지 않았다! 그 시간이 지나면 네 힘은 고갈되고 결국 내 손에 죽게 된단 말이다!”

“내가 그 시간을 기다려 줘야 할 이유가 없잖아.”

“크하하하! 기다려 준다고? 네가, 날? 헛소리도 수준급이 되었구나! 흐흐흐.”

이대현은 음침하게 웃다가 검에 쥔 손에 마나를 확 밀어 넣었다. 순간,

우우우웅-

재샘의 검이 강렬한 진동을 일으켜 한수호의 손아귀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더니, 순식간에 일곱 개의 검으로 분열되었다.

한수호의 상하좌우 전방위를 둘러싼 일곱 개의 검들.

이대현은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에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네놈의 자만심이 또다시 죽음으로 이끈 거다!”

이대현은 자신이 쥐고 있는 검을 앞으로 쭉 밀어냈고, 동시에 다른 여섯 개의 검들도 일제히 쏘아졌다.

그때, 한수호가 오른손에 힘을 꽉 주며 한마디 했다.

“분검술 따위로 날 어쩔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한수호가 망치로 두더지를 패듯 우측 상단에서 날카롭게 날아드는 검을 후려쳤다.

꽈앙!

주먹에 맞은 검은 두더쥐가 구멍으로 다시 쳐박히며 바닥으로 깊숙하게 박혀들었다. 순간, 다른 여섯 개의 검들은 연기처럼 푸스슥 사라져 버렸다.

그 광경에 이대현이 경악하고 있을 때, 한수호가 다시 한마디를 덧붙였다.

“네 말대로 광폭화에는 30분이라는 제한 시간이 존재하지. 하지만, 그건 4단계까지만이다.”

차갑게 뇌까린 한수호.

그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투박해 보이는 세라믹 단검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인벤토리에 늘 여유분으로 넣어서 다니는 기본적인 단검.

그 단검에 한수호의 마나가 해일처럼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이대현이 멀찍이 물러나며 소리쳤다.

“헛소리 마라, 한수호! 네놈이 광폭화를 4단계 이상으로 진화시켰다는 말을 내가 믿을 성싶으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음성엔 약간의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를 눈치챈 한수호는 단검을 가슴 앞에 똑바로 세워들며 피식 웃었다.

“잘 들어. 광폭화는 7단계까지 존재한다. 그리고 5단계부터는 광폭화 능력을 아예 패시브로 갖게 되지. 그러니 30분이 지난다 해도 네가 바라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정확히는 12시간자리 패시브지만, 굳이 자세하게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이대현에게 더 큰 참담함을 선사해 주기엔, 지금이 더욱 좋았으니까.

“패시브? 말도 안돼! 그럴 리가 없잖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이냐!”

이대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마치 도망갈 기회를 찾는 듯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네게 마지막으로 선물을 하나 주도록 하지.”

한수호가 가슴 앞에 세워둔 단검에서 희뿌연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단검을 엷게 휘감으며 솟아오르는 기운.

그 기운에서 뿜어지는 마나력은 이전까지 한수호가 보여주었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한수호는 지금 처음으로 적을 상대로 용의 박동을 이용한 용형4식 중 하나를 펼치려는 것이었다.

츠츳츳츳츳

단검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이 아홉 갈래로 갈라지며 마치 뱀의 머리처럼 흐느적 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바로 용형4식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명인식, 용의 폭주’였다.

구룡, 맹룡, 격룡이라는 세 개의 기술로 이루어진 용의 폭주.

한수호가 펼치려는 것은 그중 ‘구룡’이었다.

그 모습을 본 이대현은 저 멀리 바닥에 꽂힌 재생의 검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검날의 절반 이상이 박혀 있던 검이 쑥 뽑히더니 이대현의 손으로 날아갔다.

“지금 당장 널 죽여주겠다!”

이대현도 자신이 지닌 최강의 특성을 준비했다.

특성의 이름은 천지조화.

4천의 마나력을 쏟아부어야만 간신히 한 번 성공시킬 수 있는 막강한 위력의 특성.

이 특성을 펼쳐내면 그가 지닌 마나력의 8할 이상이 사라진다.

게다가 신체 강화제와 마나 증폭제의 효력도 한순간에 끝나버린다.

이대현은 모든 걸 잃을 각오로 천지조화를 재생의 검에 담기 시작했다.

콰우우우우우

재생의 검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너무도 막대한 힘이 밀어닥치고 있었기 때문에 검이 격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마주선 상태로 대치하고 있던 어느 순간,

“지옥으로 가는 건 네 놈이다!”

이대현이 먼저 공격에 나섰다.

콰과과과과과

이대현이 날아들자 그가 스쳐가는 자리로 마나의 폭발이 일어났다.

혜성이 산을 관통하며 쏘아져 오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의 강력함.

이대현이 뻗어낸 검 앞으로 푸른빛을 뿜어내는 거대한 검이 천지를 가를 듯한 기세로 날아들었다.

한수호는 그저 가만히 서 있다가 허리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한 발을 크게 내디디며 단검을 아래에서 위로 크게 휘둘렀다.

후우우우웅

마치 태풍이 몰아치는 굉음.

그 굉음이 공간을 꿰뚫 듯이 뿜어졌고, 이대현이 뻗어낸 검의 기세와 정면에서 부딪쳤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릴 듯한 폭발이 터지며 엄청난 폭풍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터더더더더덩

폭발의 튕겨나간 돌조각들이 미궁의 벽을 마구 후려쳤고, 주변을 단숨에 폐허로 만들었다.

바로 그때, 거대한 폭발 속에서 한 사람이 솟구치듯 튕겨져 나왔다.

그는 이대현이었다.

검을 쥐고 있던 팔 하나가 통째로 날아간 상태로 피를 흘리며 공중으로 튀어오른 그는 비명을 흘리지 않으려고 이를 앙다물고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도 이제 깨달은 것이다.

한수호가 한 말에는 조금의 거짓도 섞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로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가공할 능력의 마공사.

한수호가 바로 그런 마공사라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대현의 깨달음은 늦어도 너무 늦어버렸다.

쿠허어어어엉!

크와아아악!

커허어엉!

폭발의 화염 속에서 여덟 마리의 용이 승천하듯 튀어나왔다.

한 마리 한 마리의 머리가 집채만 한 크기인 여덟 마리의 용.

명인식 용의 폭주 중 하나인 구룡(九龍)이었다.

총 아홉 마리의 용이었으나, 방금 이대현이 발동시킨 천지조화와 부딪쳐 한 마리가 상쇄되었다.

그 어마어마한 폭발이 고작 한 마리 용이 만들어낸 결과였으니 나머지 여덟 마리 용이 한곳으로 퍼부어진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만들어 질까?

이대현은 여덟 용을 보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뜯겨져 나간 팔에서 폭포수처럼 핏물을 흩뿌리며 비참한 모습으로 도망치는 이대현.

‘살아야 해. 살기만 한다면 언제든 복수할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그에겐 이재춘의 재력에, 이자성의 권력이 있었고, 폭마 박준규라는 무서운 배경까지 있었다.

게다가 새한교의 교주인 박새한이 박준규의 친동생인 이상, 세상에 두려울 게 없었다.

‘여길 벗어나면, 가장 먼저 네놈 주변의 친구들부터 없애 주….’

피맺힌 복수를 다짐하던 이대현은 자신의 머리 위를 뒤덮는 검은 그림자를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이대현의 사방을 완전히 뒤덮으며 날아든 여덟 마리의 용들.

이대현은 죽음의 그림자가 이렇게까지 가까워졌는지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멍청함을 마음속 깊이 후회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이런, 씨발.”

꽈과과과과과과과과광------

이대현의 목소리는 폭발에 완전히 파묻혔다.

여덟 마리의 용은 이대현은 물론이요, 그가 서 있던 주변까지 모조리 파괴했다.

흡사 폭격기가 휩쓸고 간듯한 엄청난 폭발들.

안개 미궁의 보스방은 더 이상 방이라고 부를 수 없는 폐허가 되고 말았다.

미궁의 절반이 폭발에 휘말려 박살이 나버렸다.

대부분의 벽들은 완벽에 가깝게 무너졌고, 바닥엔 거대한 크레이터까지 파였다.

폭발의 화염이 사라지고, 처참한 파괴의 현장이 드러났을 때.

어디서도 보이지 않고 있던 한수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나타난 곳은 놀랍게도 이대현이 도망치려고 한 방향에서 30여 미터나 더 앞선 장소였다.

“후….”

한수호는 긴 한숨을 쉬며 살짝 비틀거렸다.

어딘가를 다쳤거나, 마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무려 5천이나 되는 마나가 한순간에 소모되면서 발생한 허탈감 때문.

‘정말 엄청나구나.’

한수호도 처음 사용해 보는 기술이었기에, 적잖이 놀란 상태였다.

문득 손에 쥐고 있던 세라믹 단검을 내려봤다.

푸스스스

단검이 가루로 화해 허공으로 흩날렸다.

예상대로 용마검이 아니고선, 용형4식의 위력을 제대로 버틸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휘리리리릭

허공에서 뭔가가 휘도는 소리가 나더니,

푸욱

파란 빛의 검 한 자루가 바닥에 꽂혔다.

재생의 검.

이대현이 소중히 여기던 검이었다.

한수호는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꽂힌 검 쪽으로 다가갔다.

푹 박힌 검을 쥐고 뽑아드니, 검에 대한 정보가 눈앞에 펼쳐졌다.

[재생의 검]

-코스트: 62

-검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재생합니다.

-마나력 500을 소모하여 검에 깃든 특성, 분검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미스릴로 만들어져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이대현과의 전투 중에 이미 확인한 내용이었지만, 다시 봐도 대단한 효과를 지닌 검이었다.

‘재생에 분검술까지 지니고 있는 검이라…’

코스트가 62나 되는 걸로 봐선, 혼마기에 버금가는 굉장한 무기였다.

하지만….

‘나한텐 굳이 필요없는 무기잖아?’

한수호는 이미 상처 회복이라는 특성이 있었고, 이 검보다 뛰어난 검이 네 개나 있었다.

분검술이 살짝 좋아 보이긴 하지만, 어차피 7개의 분검 모두가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강력한 마공사에겐 큰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한테 그냥 넘겨주고 싶진 않고.’

한수호의 머릿속에는 이 재생의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묘안이 바로 떠올랐다.

‘상처 회복 특성에 이 검을 먹이로 주면 되겠네.’

재생의 검을 상처 회복의 먹이로 주면 분명 한 단계 더 높은 특성으로 진화할 수 있으리라.

한수호는 재생의 검을 바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때, 멀리 물러나 있던 사툴란이 쿵쿵 소리를 내며 한수호 쪽으로 달려왔다.

한수호는 사툴란이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가만히 서서 기다렸다.

빠르게 다가온 사툴란.

한수호의 머리 위로 사툴란의 거구가 그림자를 드리운 순간,

쿠웅

사툴란이 한수호를 향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 손을 푹 박아 넣더니 뭔가를 꺼내 한수호에게 공손히 바쳤다.

한수호는 사툴란의 행동에 살짝 놀랐다가, 놈이 두 손으로 받쳐 든 뭔가를 보고는 더욱 크게 경악했다.

그건 로크검과 흡사하게 생긴, 하지만 순백의 로크와는 달리 칠흑처럼 어두운색으로 된 짧은 단검, 나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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