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215화 (215/375)

215화

진무현은 순식간에 상황을 정리했다.

응급상황실에서 대기 중이던 십여 명의 마공사들은 모두 국가수호대의 요원들이었고, 진무현을 보자마자 그와 동조하여 움직였다.

하공준이 아무리 감찰부의 이인자이고, 궁급에 이른 마공사라 할지라도 대통령 직속 기관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는 일.

하공준과 그가 데려온 감찰부 소속 마공사들은 어쩔 수 없이 국수대 요원들과 동행하여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하공준은 이자성 부맹주에게 연락을 취했다.

부맹주의 아들, 이대성은 게이트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며 아무래도 안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보고했다.

대한맹 감찰부 요원들과 국가수 요원들이 빠지자 진무현은 모두를 모아놓은 상태에서 게이트에서 벌어진 일을 대충 설명했다.

배도형 교수가 새한교라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중요 인물이며, 그에게 현혹된 학생 네 명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내용이었다.

그 과정에서 그들 다섯은 탐욕까지 부리다가 안개 미궁 속에서 죽임을 당했음을 공표했다.

더불어 특무부 요원들에게는 충주 아카데미를 철저히 조사하여 새한교 잔당들을 찾아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립니까? 우리 아카데미가 새한교와 작당을 했다고요? 배도형 교수가 새한교 교도라는 걸 어찌 믿는단 말입니까?”

진무현이 모든 사실을 공표하자 충주 아카데미를 대표하여 토너먼트에 참석했던 박지상 교수가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한발 물러서 있던 한수호가 품에 손을 넣었다가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작은 ‘메달’이었다.

모두가 보고 있는 곳에서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는 없었기에 일부러 품속에 손을 넣었다 빼는 속임수를 사용한 것이다.

“이 아티팩트는 배도형 교수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겁니다.”

한수호는 몬스터 메달을 특무부 소속의 한 마공요원에게 건네주었다.

그는 특무부 요원 김재우였다.

마공돔에서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을 들은 김재우가 윤재희까지 대동해 같은 특무부 마공 요원들과 함께 달려온 것.

김재우는 메달을 받자마자 아티팩트의 정보를 살폈다.

한수호는 굳이 손에 쥐지 않아도 개조 특성을 이용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직접 손에 쥐고 마나를 흘려보내야 정보를 볼 수 있었다.

[몬스터 메달]

-몬스터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특별한 메달입니다.

-박새한이 제작한 아티팩트로 오직 새한교의 세례를 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김재우가 볼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제한된 정보 속에도 필요한 내용은 모두 담겨있었다.

“이건…?”

“배도형이 새한교에서 세례를 받은 교도라는 증거죠.”

한수호가 담담히 꺼낸 말에 모두가 흠칫 놀랐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박지상 교수가 김재우의 손에서 메달을 빼앗듯 낚아챘다. 잠시 후, 그의 얼굴에도 경악의 감정이 떠올랐다.

“이럴 수가!”

메달은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며 배도형이 새한교의 교도였음을 증명해 주었다.

그러자 진무현이 쐐기를 박았다.

“게다가 이대성을 비롯한 다른 학생들이 공인되지 않은 강화제를 복용하는 것도 직접 목격했습니다.”

더 이상 반론은 나오지 않았다.

국가수호대의 특급 공무원증을 가진 진무현이 직접 목격했다고 하는데, 무슨 반론이 나올 수 있을까.

모두가 진무현의 말에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우태범이 한발 다가섰다.

“녀석들이 죽은 건 확실한가요?”

우태범은 조금은 분노가 누그러진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이에 진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 명은 안개 미궁을 둘러싼 성벽 근처에서 죽었고, 둘은 미궁 안에서 죽었습니다.”

“시체는요?”

“아마도 찾기 힘들 겁니다. 내가 뒤쫓아 갔을 땐, 이미 몬스터들의 손에 갈기갈기 찢겨나간 상태여서….”

“죗값을 치른 거군요. 빌어먹을 놈들.”

우태범은 그제야 속이 풀린다는 표정으로 차갑게 비웃음을 흘리고는 김유진에게 돌아갔다.

그런 우태범의 뒤를 지평학이 따라갔다.

“우태범 학생? 잠시 나와 이야기 좀 나누지 않겠나?”

지평학은 우태범을 데리고 마공돔의 한쪽 구석으로 걸어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는 한수호와 진무현에게 게이트 안의 일을 캐묻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안개 미궁이 어떤 곳이며,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질 뿐이었다.

진무현은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 주었다.

그러는 동안 한수호는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한수호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친구 중에서 그가 한수호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다 아니까, 그 못생긴 마스크는 좀 벗지?”

양소혜의 말에 한수호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마스크를 벗었다.

“아무래도 티가 좀 나긴 했지?”

“티가 나는 정도가 아닌데? 마스크를 쓰나 안 쓰나 딱 너였구만.”

“그래도 처음엔 다들 못 알아봤잖아. 안 그래?”

한수호가 최지혁을 바라보며 물었는데, 대답은 백윤후의 입에서 나왔다.

“후드티라도 안 입었으면 혹시나 하면서 의문은 가졌겠지. 너처럼 후드티 좋아하는 놈은 처음 봤다.”

“역시 후드티가 문제였나? 흠….”

한수호가 턱을 쓰다듬으며 진지한 표정을 짓자 친구들 모두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웃기는 자식. 뭐 어쨌든,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아무리 너라도 이번엔 좀 위험할 거 같아서 다들 걱정했거든.”

최지혁이 어깨동무를 하며 살갑게 굴자 장한설과 양소혜도 한수호의 가슴팍을 툭툭 건드리며 활짝 웃었다.

“살아 돌아왔으면 됐지 뭐.”

“아무튼, 장태산 이 녀석은 늘 걱정만 끼친다니까? 그러니 누나들이 곁을 지켜주는 수밖에 없지.”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한수호의 무사 귀환을 환영해 줄 때였다.

유독 이하윤만이 우울한 얼굴로 멀뚱히 서 있었다.

한수호에게 할 말이 있지만 친구들이 잔뜩 있어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한수호는 그런 이하윤을 바라보다가, 저 멀리서 지평학 교수와 대화 중인 우태범을 바라봤다.

‘우태범이 살의 열쇠가 맞다면, 이하윤과도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된다는 소린데….’

그때 한수호의 귓가로 지평학과 우태범의 대화가 조용히 스며들었다.

‘물론 제주 아카데미에도 매우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을 거다. 하지만, 네가 본교로 편입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나만이 가진 특별한 기술을 배울 수도 있고 말이지.’

‘특별한 기술이라니요?’

‘있지. 나만의 특별한 기술이. 이미 한 놈은 내 기술의 7할을 훔쳐 갔다. 저기 저놈 보이느냐? 방금 게이트에서 나온 장태산이라는 녀석 말이다. 그 녀석만큼은 어렵겠지만, 너라면 어느 정도 따라올 수 있을 것 같구나.’

‘장태산은 교수님의 특별한 기술을 배워서 그렇게 강했던 거군요?’

‘암, 그렇고말고. 그렇지 않고서야 저 나이에 어찌 저리 강해질 수 있었겠느냐. 하하핫. 그러니 잘 생각해 보려므나. 네가 원한다면 당장 다음 주부터라도 본교로 편입할 수 있게 해 주마.’

지평학의 적극적인 공세에 우태범이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며칠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아카데미를 옮기는 건 저한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서요….’

그렇게 이어지고 있는 두 사람의 대화.

그 대화 속에서 한수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지평학과 우태범의 만남이 어쩌면 우연이 아닌, 이미 회귀 전에도 한 번 발생한 적이 있는 필연적인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우태범이 비양도에서 열린 안개 미궁에 들어가 나샬을 얻은 다음, 김무성 어르신의 제자가 되어 근밀도강화법을 배운 걸 수도 있겠는데?’

경질화 특성을 지닌 우태범이 김무성의 근밀도강화법까지 배우게 된다면 나샬의 주인이 될 자격은 충분했다.

그런 가정을 해보니 이산이 말한 마지막 살의 열쇠가 우태범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산이 처음으로 회귀했던 세계에선 우태범이 나샬을 얻어 용갑의 주인이 되었다, 이건가? 우태범은 대체 무슨 이유로 살의 열쇠가 된 거지?’

계속해서 떠오르는 의문점.

지금의 우태범을 봐서는 발자크의 부활을 바라는 빌런이 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였다.

우태범이 어떤 이유로 살의 열쇠가 되어 발자크의 편에 서게 되는지를 알아내야 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우태범과 이하윤이 어떻게 연관되는지도 알아내야…. 잠깐!’

스스로에게 자문하던 한수호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우태범이 살의 열쇠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순전히 한수호 본인의 추측일 뿐이다.

또한 살의 열쇠가 발자크의 편에 서서 많은 사람을 살해했다는 사실 또한 전적으로 이산의 말에서 기인했을 뿐이고.

‘만약 애초부터 이산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 거였다면?’

활의 열쇠 네 명과 살의 열쇠 세 명에 대한 건 오직 이산만이 아는 사실이다.

이산이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을 경우엔, 그걸 바로잡을 방법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산의 말만 믿었다간 큰 실수가 생길지도 모르겠어.’

이미 이산이 경험한 미래와 한수호가 직접 경험한 미래는 달라져 있었다.

또한 한수호가 경험한 미래와 지금의 현실도 많은 것이 달라진 상태.

나샬이 우태범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이상 우태범은 살의 열쇠로 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내가 직접 확인한 것만 믿을 수밖에….’

회귀자가 여러 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젠 한수호 자신이 아는 미래 정보는 쓸모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수호가 그렇게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격렬한 마나의 파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한수호는 흠칫 놀라며 한 방향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거의 동시에 지평학 역시 같은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바라본 곳은 마공돔의 4번 출입구였다.

그곳엔 어느샌가 대한맹의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나 있었다.

딱 보기에도 잘 훈련된 마공사들.

그들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4번 출입구를 봉쇄하더니 중앙에 길을 텄다.

그 길을 통해 한 인물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흡사 늑대와도 같은 기운을 풍기는 덩치 좋은 중년의 사내.

코트를 어깨에 걸친 채, 한 손으로 시가를 피워대며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는 그는 형형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이자성…. 결국 직접 왔구나.”

지평학이 중년 사내의 정체를 알아보고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한수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저자가 대한맹의 부맹주인가?’

이대성의 아버지이자 서령 그룹 회장의 아들 이자성.

한수호는 회귀 전에도 이자성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지금이 첫 대면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솔직히 놀랍다.

이자성이 풍겨내고 있는 기운은 맹주인 서한광과 비교해서도 절대 밀리지 않고 있었으니까.

[머리] : 99(?)

[왼팔] : 99(?)

[오른팔] : 99(?)

[가슴] : 99(?)

*[마나] : 1,000(?)

[배] : 99(?)

[왼발] : 99(?)

[오른발] : 99(?)

한수호의 눈앞에 떠오른 이자성의 능력치 정보였다.

올 스탯 99에 수치 끝에는 물음표까지 붙어 있다.

김무성이나 서한광과 다를 바 없는 내용.

이 정보만으로는 이자성이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진 마공사인지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었다.

‘최소 사왕오패급이로군.’

한수호는 이제 능력치로 볼 수 있는 상대의 강함보다, 그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을 통해서 더 확실한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자성은 마공돔 경기장에 모여있는 많은 사람 중 오직 지평학 교수에게만 살짝 아는 척을 했다.

그리고는 딱 한 사람, 진무현만을 응시하며 한 발 한 발 다가섰다.

그가 다가오자 진무현을 둘러싸고 있던 마공사들이 알아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대성은 게이트에서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냐?”

이자성은 진무현과 3미터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아들의 실종으로 인해 분노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무표정한 얼굴.

진무현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고는 대답했다.

“안타깝게도 이대성 학생은 몬스터들의 손에 죽었습니다.”

살짝 긴장한 말투였지만, 사실을 말함에 있어 두려움은 없었다.

그런 진무현의 당당함에 이자성이 한쪽 눈썹을 꿈틀했다.

“대성이가 죽었다는 게 거짓은 아닌 모양이군. 그렇다고 누굴 탓할 생각은 없으니 긴장을 풀게나. 그보다…. 충주 아카데미가 새한교의 소굴이라는 소리가 들리던데, 사실인가?”

의외로 덤덤하게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자성.

진무현은 이자성이 호통을 치거나 분노를 표출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자 오히려 당황했다.

“어, 음…. 일단, 적어도 교수 한 명과 학생 네 명이 새한교의 교도라는 사실은 확인되었습니다.”

“새한교라….”

이자성은 무뚝뚝하게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돌려 처음으로 한수호를 바라봤다.

묘한 눈길로 한수호를 바라보던 이자성.

“재밌군. 내 아들은 죽었는데, 녀석의 흔적을 몸에 달고 다니는 놈이 이곳에 있다니….”

그 말에 한수호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자성이 한수호의 몸에서 이대성과 전투를 벌인 흔적을 찾아낸 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마나의 흔적.

어쩌면 이자성은 한수호가 챙겨온 재생의 검에서 그 흔적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안개 미궁 앞에서 이대성이 저 학생을 죽이려고 했었죠. 저 학생이 반격하자 바로 꽁무니를 빼고 도망쳤지만요.”

진무현이 한수호를 대신해 상황을 설명했지만, 이자성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대신 한수호를 향해 몸을 완전히 돌렸다. 순간,

푸슷

이자성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지더니, 20여 미터 떨어져 있던 한수호 앞에 귀신처럼 나타났다.

동시에 한수호의 얼굴을 향해 눈부시게 빠른 주먹을 뻗어냈다.

퍼억

주먹은 한수호의 손바닥에 막혔다.

하지만 힘이 만만치 않았는지 한수호는 주먹을 막아선 자세 그대로 5미터나 주르륵 밀려났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한수호가 표정 하나 일그러뜨리지 않고 묻자,

“대성이 녀석보다 확실히 강해.”

단번에 한수호의 실력을 파악한 이자성이 피식 웃음을 그렸다.

그는 바로 손을 거두고는 뒤로 훌쩍 물러섰다.

그리고 주변을 쓰윽 둘러보며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입을 열었다.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추궁하지 않겠다.”

놀랍게도 이자성은 자식의 죽음에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의 지금 모습만 봐서는 자식을 잃은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왼손에 쥐고 있던 시가를 다시 입에 문 이자성.

그는 어깨에 걸친 코트의 먼지를 툭툭 털더니 시원하게 몸을 돌렸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돌린 상태로 한수호에게 한마디를 추가로 남겼다.

“어차피 자격이 안 되는 놈이었다. 그러니 그 검은 네가 알아서 잘 처리해라.”

그 말이 끝이었다.

이자성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떠났다.

이자성을 비롯한 대한맹 감찰부 핵심 인력들이 썰물 빠지듯 사라지자 한수호는 속으로 침음성을 흘렸다.

‘내가 이대성, 아니 이대현을 죽였다는 걸 이미 알고 있어!’

게다가 이대현의 검까지 챙겼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날 그냥 둔다고?’

한수호가 자식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조금의 분노조차 내보이지 않았던 이자성.

한수호는 이자성이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진짜 이대성은 수개월 전에 이미 죽었으며, 그 자리를 이대현이 대신 차지했다는 사실까지 모든 걸 안다면 방금 전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자성은 모든 걸 알고 있었기에 가짜 이대성의 죽음을 알면서도 담담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이자성도 두 가지만은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수개월 전, 진짜 이대성을 죽인 자가 다름 아닌 한수호이며, 오늘 한수호의 손에 죽은 가짜 이대성 또한 10년 전 행방불명된 쌍둥이 아들 이대현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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