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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20화 (220/375)

220화

“잠시 화장실 좀….”

한수호는 급히 화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정원 한쪽에 5평 정도의 작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화장실이었다.

워낙 정원이 넓어서 그런지, 정원에도 꽤나 널찍한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었다.

한수호는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주변에 CCTV가 있는지 철저히 확인했다.

다행히 어디에서도 감시 장치는 발견되지 않는다.

모든 감각이 극도로 민감해진 덕분에 마나력만 살짝 풀어내면 숨겨진 함정이나 카메라 같은 걸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용마검이 대체 왜 이러지?’

한수호는 용마검의 떨림을 확인하기 위해 화장실로 자리를 피한 것이었다.

인벤토리에서 착용구를 꺼낸 뒤, 검집의 외피 주머니에 넣어둔 용마검 팔찌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또 아무렇지 않았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평소의 용마검 팔찌 그대로일 뿐.

‘꼭 뭔가에 반응하는 것처럼 떨어대더니 지금은 멀쩡하네?’

떨림을 보일 때와 지금의 차이는 단 하나.

아까는 누군가가 근처에 있었고, 지금은 그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 누군가가 백진성이냐, 강우진이냐의 문젠데….’

한수호는 백진성의 곁에 딱 붙어 있던 구진철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구진철도 궁급에 오른 강자라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그 또한 용마검을 떨리게 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

‘용마검을 차고 다가가면 정확히 알 수 있겠지?’

한수호는 방금의 떨림이 주변에 다른 마화기가 있다는 걸 느낀 용마검이 공명 현상을 일으킨 거라고 생각했다.

염마갑의 경우엔 완벽한 마화기의 형태가 아니었기에 방금 전과 같은 공명 현상이 없었던 것일 터.

정확한 확인을 위해선 용마검을 손목에 착용해볼 필요가 있었다.

‘마화기를 지닌 상대도 공명 현상을 느낄 수 있으면 낭패인데….’

정말 그렇다면 용마검을 착용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한수호가 공명으로 또 다른 마화기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듯이, 상대 또한 한수호가 마화기를 지녔다는 걸 감지할 수 있을 테니까.

잠시 생각에 잠긴 한수호.

그는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단은 인벤토리에 넣고 있다가 15미터 떨어진 위치에 몰래 구현시켜보는 게 낫겠다.’

버젓이 용마검을 차고 나갔다가는 바로 상대에게 들킬 수 있으니 이 방법이 가장 안전했다.

한수호는 착용구와 용마검 팔찌를 따로 분리해서 인벤토리에 넣어버렸다.

용마검의 코스트가 123이나 되지만, 인벤토리 용량이 1천이나 되기에 여유량은 넘쳐 흘렀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 한수호.

화장실을 나와 다시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보니,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살짝 굳어진 표정을 하고 있던 백진성까지도 함께 어우러져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에 한수호도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진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용마검이 또 진동하고 있어.’

한수호의 예상대로였다.

이젠 이 진동이 과연 누구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내면 된다.

한수호는 용마검 팔찌를 구현시킬 장소를 물색하면서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하하하! 내 말이 거짓말 같지? 나도 그때 직접 목격하지 못했으면 절대 믿지 못했을 거라고. 백윤후, 저 자식 그땐 아주 꼴통이었다니까?”

강우진이 큰 소리로 웃으며 백윤후의 어렸을 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그것도 무려 11년 전의 일을.

“음…. 어, 우진 형. 뭔가 착각을 하신 모양인데…. 그때 돌멩이를 던진 건 내가 아니라 형이었습니다. 돌멩이에 맞아 머리에 구멍이 났던 것도 다른 아이가 아니라, 바로 저였고요.”

백윤후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과거의 일을 바로잡으려 했다. 그러자 강우진의 입매가 아주 미세하게 비틀렸다.

“그랬…던가?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하하하. 뭐, 어쨌든. 너나 나나 유년시절이 평범하진 않았었으니까. 안 그래?”

“그렇긴 합니다만, 이제 그때 얘긴 그만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백윤후가 강우진을 향해 사뭇 도전적인 눈빛을 쏘아 보냈다.

그러자 강우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훗. 백윤후, 너 많이 컸다? 예전엔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더니…. 몇 개월 못 본 사이에 너무 달라졌는데? 스승님이 보시기에도 그렇죠?”

강우진이 슬쩍 백진성을 이야기에 끌어들였다.

백진성은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은 얼굴로 질문에 대답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너를 닮아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이것도 다 네 덕분이니, 구속구는 이제 풀어주도록 하마.”

백진성이 묘한 말을 꺼내며 구진철에게 눈짓을 하자 곧바로 강우진에게 다가갔다.

구진철은 품에서 열쇠 같은 걸 꺼내 들었다. 그걸 본 강우진이 찰나적으로 눈을 빛냈다.

“이런, 이런…. 스승님은 제가 이 구속구 때문에 여길 찾아온 거라 생각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잘못 생각하셨네요. 이 구속구는 스승이 제자의 수련을 위해 달아주신 사랑의 족쇄인데, 어찌 제가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구속구를 푸는 건 제힘으로 해낼 테니 걱정 마십시오.”

강우진은 말을 하며 양손을 들어 올려 보였다.

그의 두 손목에는 알록달록한 구슬이 주렁주렁 달린 팔찌가 채워져 있었다.

한수호는 그 팔찌들을 보자마자 단숨에 정보를 읽어냈다.

[신체 봉인구]

-착용자의 신체능력을 봉인한다.

-봉인 범위: 10%~90%

-적용 수치: 50%

[마나 봉인구]

-착용자의 마나력을 봉인한다.

-봉인 범위: 900~9,000

-적용 수치: 2,000

‘…!’

한수호는 속으로 숨을 헉하고 들이켜고 말았다.

신체와 마나를 봉인하는 아티팩트.

그 말은 즉, 지금 강우진은 저 엄청난 봉인 아티팩트를 몸에 찬 상태에서도 이렇게나 강한 기세를 뿜어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봉인구가 풀리면 얼마나 더 강해진다는 거야?’

비슷한 또래 중에서는 네 번째로 마주하는 엄청난 강자였다.

첫 번째는 이하이였고, 두 번째는 대법원 게이트에서 만났던 황도13궁의 가면인 청년이었다.

세 번째는 이대현이었지만, 얼마 전 한수호의 손에 죽었으니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자였다.

그리고 네 번째가 바로 저 앞에 앉아 있는 강우진.

진무현이나 우태범도 강우진에겐 상대가 안 될 것 같았다.

‘백진성이 수련을 핑계로 강우진에게 저 봉인구들을 채운 건가?’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는 백진성과 강우진이 스승과 제자 관계이긴 해도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한수호가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 강우진에게 다가섰던 구진철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제가 오늘 스승님의 명령을 어기고 이곳을 찾아온 건, 한 가지 소식을 전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전화로 하기엔 너무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서, 직접 얼굴을 뵙고 말씀드리려고요.”

“중요한 문제라….”

백진성은 습관처럼 손가락으로 식탁을 톡톡 두드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여기서 이 자리에서는 말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럼 잠시 따로 시간을 내주시겠습니까?”

강우진의 말에 백진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하게도 개인적인 일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구나. 금방 올 테니까 다들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즐겨줬으면 좋겠다.”

백진성은 그렇게 말하고는 강우진과 함께 어딘가로 사라졌다.

백진성의 그림자와 다름없는 구진철까지 함께 자리를 뜨자 친구들은 신나게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장한설과 양소혜는 강우진의 외모 칭찬에 여념이 없었고, 신소이는 왠지 우울해 보이는 백윤후의 표정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최지혁은 식탐 삼매경에 빠져 정신없이 음식을 위 속으로 집어넣는 중.

오직 이하윤만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수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수호는 그런 이하윤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지만, 딱히 신경 쓰고 있지는 않았다.

지금 그에겐 더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 사람 다 뭔 비밀이 이렇게 많은 거지?’

한수호는 방금 전,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의 정원수 아래에 구현시켰던 용마검을 다시 인벤토리로 수납시키며 미간을 찌푸렸다.

백진성과 강우진이 살짝 긴장감 도는 대화를 하는 동안, 한수호는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용마검 팔찌를 정원수 아래에 구현시켰었다.

용마검은 구현되자마자 강렬한 진동을 일으켰는데, 그 진동이 어찌나 강한지 한수호의 눈에 진동의 파동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파동은 한수호를 제외한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백진성도, 강우진도, 구진철도.

파동의 존재 자체를 아예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수호는 용마검의 파동이 오직 자신에게만 보이고 있다는 걸 알고 안심할 수 있었다.

파동은 한 방향으로 집중적으로 쏘아졌다.

그곳에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백진성.

용마검이 공명 현상을 보이는 대상은 바로 백진성이었고, 파동의 목적지는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용 문양의 반지였다.

한수호는 시력을 돋우어 용 문양 반지를 자세히 살폈다.

반지는 먼 옛날 유럽의 귀족들이 사용하는 인장용 반지를 닮아 있었다.

한수호가 그 반지의 문양을 정확히 파악해낸 순간이었다.

>>용마검이 또 다른 마화기를 발견했습니다.

>>발견된 마화기에게 부여된 이름은 ‘미소마궁’입니다.

>>미소마궁은 격이 높은 용마검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눈이 번쩍 뜨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화기 미소마궁.

용마검, 염마갑에 이은 세 번째 마화기의 등장.

그 마화기의 주인은 백진성이었다.

정확히 어떤 형태의 무기이며,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스루나 대륙으로 인류의 멸망을 가져온 발자크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설의 무기가 마화기인 이상 대단한 위력을 지녔을 것은 뻔한 일.

그런 미소마궁이 백진성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강우진은 일부러 백윤후를 자극하려고 여길 온 것 같고.’

강우진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니, 마치 백윤후가 옛일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시험해 보려고 일부러 비틀어서 말하는 것 같았다.

백윤후 본인이 아니라면 절대 알아챌 수 없게끔 교묘하게 진실 속에 거짓을 살짝 보태서 이야기를 꾸몄다.

도플갱어가 백윤후의 기억까지 모조리 흡수한 게 아니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가짜라는 사실이 들켰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것만 봐도 강우진이 지금 백윤후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든지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것뿐인가?

구진철은 그저 백진성의 지시만 따르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한수호를 향해 온갖 해괴한 짓을 시도했었다.

한수호의 감각이 인간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지 않았다면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을 은밀한 행위들.

그건 한수호를 향한 스캔 작업이었다.

구진철은 누군가에게 어떡하든 한수호의 정보를 캐내라는 명령을 받기라도 했는지, 수시로 장비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스캔을 시도했다.

스캔 시도에 쓰인 아티팩트 장비만 다섯 개.

그중 어느 것 하나 한수호의 능력치를 제대로 읽어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한수호가 지닌 높은 정신 수치에 있었다.

>>불온한 기운이 신체 능력을 스캔하려고 합니다.

>>저항 방법을 결정해 주세요.

-100% 저항

-80% 저항

-50% 저항

-30% 저항

한수호의 높은 정신력은 능력치를 스캔하려는 행위를 적의 공격으로 인식하였고, 자세한 대처법까지 내놓았다.

한수호는 고민 없이 80% 저항을 선택했다.

그로 인해 한수호의 능력치는 20% 수준으로 감소되어 구진철에게 전달되었다.

그러자 구진철은 뭔가 이상하다는 듯, 다른 아티팩트로도 스캔하기 시작했다.

>>불온한 기운이 마나력을 스캔하려고 합니다.

>>불온한 기운이 감정 상태를 스캔하려고 합니다.

>>불온한 기운이 숨겨진 비밀을 캐내려 합니다.

>>불온한 기운이 기억을 추출하려고 합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스캔.

하지만 한수호는 그 모든 걸 경고 메시지로 확인하고 있었고, 상황에 맞게끔 자신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넘겨주었다.

그 결과 구진철은 자신이 원하는 그 어떤 정보도 제대로 얻지 못했다.

한수호가 구진철에게 놀란 건, 그가 스캔을 시도하는 데 사용한 아티팩트들 때문이었다.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면 아티팩트의 정보를 읽을 수 없었지만, 경고 메시지에 등장하는 문구만 봐도 그것들이 얼마나 대단한 아티팩트인지 충분히 알고도 남았다.

‘신체 능력부터, 마나, 감정, 비밀에 기억까지 스캔이 가능한 아티팩트가 존재할 줄이야….’

그 아티팩트가 마공사의 특성으로 만들어진 거라면 이산에 버금가는 제작자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아스루나에서 획득한 아티팩트라면 구진철이 속해있는 조직이 정말 엄청나다는 의미였다.

백진성, 강우진, 구진철.

이 세 사람의 정체가 무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셋이 같은 조직에 속해 있을 경우, 그곳이 바로 이프리트일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백진성과 강우진의 사이가 좋지 않아 보여 다행이랄까?

‘일단 무슨 이야길 하는지 들어볼까?’

한수호는 백진성과 강우진이 그다지 먼 곳까지 이동하지 않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높은 키의 정원수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불과 30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 정도면 한수호가 감각의 파동을 뿌리는 것만으로도 대충은 훔쳐 들을 수 있는 거리였다.

한수호는 음식을 먹는 척하면서 감각을 극대화했다.

순식간에 30미터 밖으로 뻗어 나간 감각의 파동.

그때부터 한수호의 귀로 대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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