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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24화 (224/375)

224화

달칵

강우진의 두 팔에 채워져 있던 구속구가 풀어졌다.

구속구가 풀리자 강우진은 손목을 쓰다듬으며 백진성을 향해 히죽 웃음을 그렸다.

“스승님과 한 팀이 된 이상, 직접 가르침을 받지 못하게 되었군요. 그건 좀 아쉽지만, 그래도 팀에 폐를 끼치진 않을 테니 걱정은 마시죠.”

“그러라고 구속구를 풀어준 것이니, 알아서 잘하거라.”

“제가 드린 선의를 더 큰 선의로 되돌려 주셨으니 저도 보답을 해야겠지요?”

강우진은 백진성을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건만, 고맙다는 말 대신 송지문 등을 끌어들여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백진성을 빤히 바라봤다.

“네 몫만 제대로 하면 된다.”

“그럼 오랜만에 마음껏 뛰어놀아 보겠습니다.”

강우진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유대룡 팀 쪽을 향했다. 순간,

푸하아아악

그의 발에서부터 피어오른 강한 기운이 불꽃처럼 뿜어지기 시작했다.

몇 미터 옆에서 그런 강우진을 바라보고 있던 한수호.

그의 눈에 놀라움이 가득 찼다.

‘이 기운은 대체…?’

강우진에게서 뿜어지고 있는 기운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왠지 모를 가슴 벅찬 희열에 가득 차게 만들었으며, 강우진을 세상에 다시 없을 정의감으로 가득 찬 영웅으로 돋보이게 만들었다.

강우진이 명령을 내린다면 당장이라도 무엇이든 그대로 행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불온한 기운이 정신을 교란시키려고 합니다.

>>의도가 불순하기에 즉각적으로 차단합니다.

눈앞에 갑자기 떠오른 메시지에 한수호는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었다.

정말 위험했다.

무슨 힘인지는 모르겠으나, 방금 강우진은 정신을 파고드는 강력한 마나 파동을 뿜어냈고, 그 파동에 닿는 순간 강우진의 의도에 휘둘릴 뻔했다.

‘정신 수치가 낮았으면 나도 당했겠는데?’

한수호는 다른 친구들을 돌아봤다.

그리고 그들이 묘하게 반짝이는 눈빛으로 강우진을 힐끔거리며 감동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음을 알아볼 수 있었다.

눈에 확 띄는 무언가를 발생시킨 건 아니지만, 강우진의 마나 파동에 닿게 되면 그의 요구나 말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되는 것 같았다.

‘특성이구나.’

이건 아티팩트 같은 물건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상대의 마음을 가로채거나 끌어당기는 능력.

강우진이 지닌 특별한 힘이 분명했다.

‘그런데, 강우진한테 이런 특성이 있었던가?’

회귀 전의 한수호는 강우진과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기에 그가 지닌 특성이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전투를 치르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일존사왕오패에 버금갈 정도로 강한 인물이라는 것.

백진성을 스승으로 두었지만, 백진성과 비교해도 절대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정의감이 철철 흘러넘쳐 흐르는 사내, 강우진.

어째서 이런 인물이 회귀 전의 삶에서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준비되었으면 시작하지.”

유대룡이 팔짱을 끼고 있던 손을 풀며 대결의 시작을 알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할 테니 진지하게 임해 주십시오!”

한수호의 친구들은 분위기에 편승해서인지, 아니면 강우진의 기이한 힘에 휘말려서인지 평소보다 훨씬 고양감이 높게 치솟아 오른 것 같았다.

“내가 너희들에게 줄 첫 번째 가르침은…. 바로 이거다.”

쿠웅

유대룡이 한 발을 들어 바닥을 찍어낸 순간이었다.

슈우우우욱

앞으로 달려나가려던 한수호의 친구들 모두 온몸을 짓누르는 강력한 힘에 덜컥 멈춰서고 말았다.

“윽!”

“억!”

“으으…!”

여기저기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마치 중력이 5배로 확 늘어난 것처럼 몸이 무거워졌다.

단순히 몇백 킬로의 물건을 손에 들고 있는 것과 자신의 몸 전체가 5배나 무거워지는 건 차원이 달랐다.

“이보게, 유 본부장. 시작부터 패왕압도를 쓰면 너무하지 않은가?”

백진성이 앞으로 나서며 손을 뻗어내자 상황이 또 달라졌다.

백진성의 몸에서부터 시작된 시원한 바람이 한차례 사방을 훑고 지나가자 일정 범위 내에서 유대룡의 힘이 사라져 버렸다.

한수호와 친구들은 재빨리 그 범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 불꽃 같은 기운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던 강우진이 송지문을 향해 벼락처럼 달려나갔다.

그는 유대룡의 특성, 패왕압도에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지 눈부신 속도로 움직여 송지문을 향해 힘찬 돌려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송지문도 그냥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치 자신을 노리고 달려들 것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부드러운 동작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빠르게 뽑아냈다.

촤앙

청명한 검명이 울려 퍼진 순간, 검과 발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카앙-!

놀랍게도 쇳소리가 터져 나왔고,

“…!”

송지문이 크게 놀란 눈으로 다섯 걸음이나 뒷걸음질 쳤다.

우우우우웅

송지문의 손에 들린 검이 엄청나게 떨리고 있었다.

반면 강우진은 오히려 앞으로 달려나가며 양손을 갈퀴처럼 만들어 무서운 속도로 휘둘렀다.

웅크리고 있던 호랑이가 먹이를 향해 튕겨 나가며 강력한 앞발로 후려치는듯한 공격.

이것이 바로 강씨호왕가의 비기인 호왕기였다.

강씨호왕가의 후예들은 이 호왕기만으로도 웬만한 마공사들에 버금갈 정도로 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 그들이 특성까지 각성하게 된다면 얼마나 강하겠는가!

현 강씨호왕가의 가주인 강지훈과 그의 아들인 강우진이 바로 그러했다.

카강!

캉! 콰앙!

맨손으로 검을 후려치고 있는데, 정신없이 밀리는 건 오히려 송지문이었다.

송지문이 위험해 보이자 권열이 바로 지원에 나섰다.

권열 또한 일패검 권현수의 아들.

아버지 권현수의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천룡십자포를 8할까지 익혀낸 권열은 자신의 강함에 자신이 있었다.

수많은 마공가문들 중에서도 최상위 가문에 속하는 평창권가.

그 평창권가의 최고 기술이 바로 천룡십자포였다.

온몸을 무기화시켜, 전차가 포격을 하듯 거침없이 파상 공격을 가하는 천룡십자포.

권열은 강우진을 향해 십자형태의 포격을 뿜어냈다.

꽈과과과과광

특별한 제한이 없는 대결이었기에 권열은 마나를 가득 실었고, 그 위력은 정말 강력했다.

그런데도 강우진은 권열의 모든 공격을 호왕기만으로 받아내면서, 송지문을 향한 압박을 조금도 거두지 않았다.

강우진 혼자서 송지문과 권열을 상대해버리자, 백진성 팀은 여유가 많았다.

유재형은 그나마 가장 만만해 보이는 백윤후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고, 신소이와 이하윤은 구진철을 좌우에서 몰아붙였다.

장한설, 양소혜, 최지혁은 대담하게도 유대룡을 노렸는데, 백진성이 ‘무풍지대’라는 특성으로 중력 공격을 해소해 준 상태라 움직임이 매우 가벼웠다.

아직 상대를 찾아 움직이지 않은 건, 한수호 한 명뿐.

‘이게 진급 이상의 마공사들이 집단으로 벌이는 전투로구나.’

한수호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요동치는 박력 있는 전투를 빠르게 훑어봤다.

꽈광!

콰과과과광!

사방에서 폭음과 폭발이 터져 나왔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들이 움직이는 것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전.

사실 한수호는 유대룡과 백진성의 눈치를 봐가며 적당히 발을 빼고 있었다.

한수호가 팀 대결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간단했다.

백진성으로 하여금 자신을 분석할 만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유대룡의 정신을 분산시킴으로써,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그 생각은 적중했다.

백진성은 학생들을 향한 유대룡의 공격을 대신 막아 주는 데에 정신이 팔려 한수호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반대로 유대룡은 백진성을 믿고 집요하게 달라붙고 있는 학생들 때문에 한수호를 크게 신경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백진성이 이 자리를 만들기 위해 꽤 신경을 쓴 듯한데, 이렇게나 쉽게 그의 계획을 무너뜨렸다는 사실이 굉장히 거슬렸다.

‘뭔가가 더 있거나, 아니면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건가?’

한수호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결에 임해 보기로 했다.

나중에 뒤통수를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백진성이 준비한 계획을 철저히 깨부숴 줄 필요가 있었다.

한편,

“다수의 적을 다수로 상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광역 공격에 대한 대비다.”

유대룡은 장한설의 빠른 검격을 물 흐르듯 피해내며 끊임없이 가르침을 내리는 중이었다.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광역 공격으로 내 편의 진영이 크게 흔들리게 되면, 그것만큼 위험한 일이 없다. 때문에 항상 내 진영에는 광역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무속성의 디버프 각성자나, 그와 유사한 아티팩트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이지.”

유대룡은 방금 전, 무려 반경 10미터라는 엄청난 범위를 지닌 광역 공격용 특성을 사용했다.

만약 백진성이 없었다면 모두가 발이 묶여 굉장히 불리한 입장에서 전투가 시작되었을 터라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 이제 두 번째 가르침이다.”

유대룡의 시선이 한수호 쪽으로 향했다.

“아무리 작은 구멍이라도, 한 번 구멍이 뚫리면 집단 전투에서는 그 구멍을 쉽게 막을 수 없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담담하게 흘러나오는 말.

한수호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을 향해 움직이는 섬뜩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목표인가?’

본능적으로 유대룡이 자신을 목표로 삼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떤 공격일지는 모르지만 유대룡이 한 번 목표로 잡은 이상,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고 숨겨 놓은 능력을 전부 끄집어낼 수는 없는 일.

‘일단, 근밀도강화법으로….’

한수호는 김무성에게 전수받은 근밀도강화법을 펼쳐냈다.

근육을 잔뜩 응축시키고, 응축된 근육에 마나력을 코팅한다.

코팅이 끝나면 쇠를 담금질하듯, 다시 한번 근육을 응축시킨 뒤, 그 위에 또 다른 마나코팅을 덧씌운다.

한수호가 두 번의 근육 응축과 두 번의 마나코팅을 끝마친 그 순간,

스슥

꽤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유대룡이 순간이동 하듯 한수호의 등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유대룡의 왼쪽 주먹에서 빛이 번쩍했다.

꽈가가가강

빛은 한 번뿐이었는데, 한수호의 몸 위로 떨어진 빛의 타격은 다섯 번이었다.

한수호의 머리, 목, 가슴, 배, 허리에서 터져 나온 강렬한 빛과 충격.

유대룡은 장한설, 양소혜, 최지혁의 합공을 너무도 여유롭게 빠져나와 한수호에게 공격을 적중시킨 것이다.

너무도 강력한 충격에 한수호는 몸을 웅크린 채 뒤로 쭉 밀려나고 말았다.

근밀도강화법으로 단단히 방어해 두지 않았다면, 이번 공격에 뼈 여러 군데가 부러지고도 남았을 만큼 강력한 공격.

무려 5미터나 밀려난 한수호는 웅크렸던 몸을 펼치며 양팔을 흔들어댔다.

“어우, 엄청나네요.”

팔뚝에 전기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저릿저릿했다.

유대룡은 그런 한수호를 바라보며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로서도 한수호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방금의 공격을 받아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방금 그가 펼친 공격은 유대룡이 지닌 특성, ‘화산신권’이었다.

화산신권은 그 어떤 포위망에 갇혀 있다 해도 8미터 거리를 점멸하듯 건너뛰어 하나의 타겟을 향해 폭발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이때 퍼부어지는 공격은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위력을 발휘하게 되고, 이 공격에 제대로 격중하면 뼈가 되었던, 근육이 되었던, 모조리 파열되고 만다.

설사 무기나 방어구로 공격을 막아낸다 해도 일단 타격 범위에 들어섰다면, 멀쩡하게 막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한수호는 그 공격을 맨몸으로 맞았는데도 멀쩡했다.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몸을 가졌군.’

유대룡은 한수호가 궁급 마공사 중에서도 중상급에 들 정도로 강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지닌 ‘심연의 눈’으로 한수호의 정보를 살펴본 결과는 아직도 시야에 떠올라 있었으니까.

>>탐색 대상의 능력치는 171 입니다.

>>탐색 대상의 마나력은 2,308 입니다.

>>탐색 대상의 특성은 불꽃, 얼음, 폭주 등입니다.

이 정도면 궁급을 크게 상회하는 능력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한수호가 지닌 특성이 세 종류로 표시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게 다가 아닌 것인지 마지막에 ‘등’이라는 글자까지 표시되어 있다.

유대룡이 지금까지 봐온 젊은이 중, 그를 가장 놀랍게 만든 인재는 강우진이었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찾아온 백진성의 저택에서 강우진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닌 19살짜리 학생을 마주했으니 어찌 놀랍지 않을까.

유대룡은 이 학생에 대해 좀 더 자세한 것을 알아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백진성이 일부러 자신과 한수호의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그런데, 실제로 손을 섞어보니 생각보다 더욱 강했다.

삼패창 강지훈의 아들, 강우진도 나이에 비해 전투 경험이라던지 전투 센스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한수호는 그보다 더한 느낌이었다.

‘어디,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는지 한번 볼까?’

유대룡은 짧게 생각을 마치고, 곧장 한수호를 향해 미끄러져 갔다.

“피하지 말고 계속 막아 보거라.”

유대룡이 엄중하게 한마디 하며 주먹을 가볍게 뻗는 순간,

번쩍!

좀 전과 같은 번쩍임이 일더니 한수호의 눈앞에서 무려 열 개의 빛이 폭발했다.

‘주먹에 진심이 실린 것 같은데?’

한수호는 화산신권에 대해 꽤 자세히 안다.

회귀 전에는 유대룡이 양아버지였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수호에게 특별훈련을 시켰기 때문.

그 과정에서 한수호는 유대룡의 특성 ‘화산신권’에 신물 나게 당해봤었다.

화산신권은 기본 위력 자체도 엄청나지만, 특성의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력한 어드밴티지가 생긴다.

그중 한 개가 바로 중첩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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