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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26화 (226/375)

226화

“크으… 젠장.”

한수호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구멍 밖으로 나섰다.

유재형과 백윤후가 초음파에 반응하는 것에 신경 쓰다가 유대룡의 검에 정통으로 얻어맞았다.

다행히 본능적인 반응으로 가슴 앞에 나샬검을 소환한 덕분에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누가 볼 재빨리 나샬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한수호는 저 멀리서 괴물의 모습이 되어버린 유재형을 바라봤다.

‘어떻게 인간이 저런 괴물로 변할 수 있는 거지?’

한수호는 유재형을 괴물로 만든 범인이 구진철이라는 걸 안다.

그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에서 초음파가 뻗어 나왔고, 그 초음파가 뭔가를 자극해 유재형의 신체에 변이를 일으켰다.

그런데 초음파가 백윤후한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의외였다.

한수호는 지금의 이 상황을 만들어낸 구진철을 향해 안력을 돋우었다.

모두가 놀란 상태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지만, 구진철만은 모르는 척 손으로 가슴팍을 쥐고 있었다.

시야가 단숨에 몇십 배로 확대되었고, 구진철의 손 틈으로 동그란 메달 같은 것이 보였다.

한수호는 그 메달이 보이자마자 개조 특성을 사용해 정보를 읽어냈다.

[셀 부스터]

-초음파로 몬스터의 세포에 담긴 파괴본능을 일깨우는 장치입니다.

-초음파는 오직 특수세포가 주입된 몬스터에게만 영향을 끼칩니다.

-마나력 1,500을 소모하여 반경 10미터 내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의 사고기능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파괴본능이 일깨워지면 두 번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역시나 구진철의 메달이 문제였다.

‘초음파로 파괴본능을 일깨워? 그런데 왜 백윤후까지 저 지경이…. 아!’

한수호는 셀 부스터라는 아티팩트가 특수셀이 주입된 몬스터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으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백윤후가 도플갱어로서 특수세포를 지녔다는 소리구나.’

그 말은 곧, 유재형의 몸에도 누군가가 특수세포를 주입했다는 의미였다.

유대룡의 아들인 유재형에게 특수세포를 주입한 자는 보나 마나 구진철이나 백진성일 터.

황도 13궁 쌍어궁의 궁주인 백진성의 마수는 이미 유대룡의 자식에까지 손을 뻗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수호는 유재형으로 인해 유대룡이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구진철에게서 ‘셀 부스터’를 빼앗아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때, 괴물이 되어버린 유재형이 새빨간 눈을 뒤룩거리다가 두려운 듯 주춤거리며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아버지인 유대룡이 도무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데다가 다른 사람들도 괴물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이 자리를 피하고 싶었던 것.

유재형이 흉측한 몰골로 트레이닝룸의 천장을 향해 날아오른 그 순간,

콰앙-

한 사람이 유재형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도망치려는 괴물 유재형과 그를 향해 날아든 한 사내.

두 존재가 허공 12미터 지점에서 강렬한 충돌을 일으켰다.

쿠아아아앙!

튕겨 나간 건 유재형이었고, 그를 튕겨낸 존재는 바로 강우진이었다.

7미터를 훌ᄍᅠᆨ 넘기는 거대한 체구의 유재형이 그에 비해 너무나도 작은 강우진의 일격에 바닥으로 내팽개쳐졌다.

“유재형! 여길 빠져나가려거든 목을 내놓고 가라!”

강우진이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핏줄기가 가득했고, 두 주먹은 뼈가 바스러질 정도로 꽉 움켜쥔 상태였다.

“크르르르르…”

유재형이 바닥에 처박혔던 몸을 일으키며 강우진을 노려봤다.

그런 유재형을 향해 강우진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콰강!

꽝꽝꽝!

일말의 양보도 없는 무식한 공격.

강우진은 유재형을 당장에 죽여버릴 것처럼 무섭게 공격했다.

그런 강우진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유재형이 특무부 본부장 유대룡의 아들이라고 해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갑자기 괴물로 변이했으니 누구도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유재형의 아버지인 유대룡조차, 자신의 아들이 흉측한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강우진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음껏 유재형을 향해 폭풍처럼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백진성은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유재형의 몸에 심어놓은 M 바이러스가 제대로 발동된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하지만, 셀 부스터에 영향을 받은 건 유재형 하나가 아니었다.

어찌 된 일인지 그의 아들인 백윤후가 셀 부스터의 초음파에 반응하여 고통에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셀 부스터에 자극을 받게 되면 육체를 몬스터로 변이시킬 수 있는 M 바이러스.

백진성은 이 바이러스를 게이트 너머의 세상, 아스루나에서 찾아냈고 그걸 몇몇 주요 인물들의 몸에 주입해 왔다.

오직 ‘셀 부스터’로만 자극을 받는 M 바이러스는, 아무리 별 볼 일 없는 신체를 가졌더라도 엄청난 힘을 가진 몬스터로 변이시켜버리는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M 바이러스를 주입받은 적이 없는 아들 백윤후가 초음파의 영향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알파 몬스터의 영향력이 이렇게나 대단하단 말인가?’

백진성은 백윤후가 알파 몬스터에게 조종당하고 있기 때문에 저런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의 시선은 자연적으로 한수호를 향했다.

‘장태산… 네 놈이 내 아들의 목숨까지 위험하게 만들고 있구나!”

M 바이러스를 추출할 수 있는 몬스터는 바로 뱀파이어였다.

따라서 셀 부스터에 반응한다는 건 뱀파이어와 깊게 연관이 되어있다는 의미.

뱀파이어에게 완전히 몸을 빼앗긴 한수호가 멀쩡한 것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그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백윤후가 반응하고 있으니 한수호가 뱀파이어라는 건 거의 확실했다.

백진성은 한수호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마지막 작전에 돌입했다.

[구진철! 셀 부스터를 최대치로 발동시켜라!]

마나전음으로 구진철에게 명령을 내렸고, 그 즉시 구진철이 셀 부스터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키이이이이이이잉-

좀 전보다 더욱 강력한 초음파가 뿜어져 나왔고, 그로 인해 유재형의 사고가 뚝 하고 끊어져 버렸다. 순간,

“크와아아아아아악!”

유재형이 거구의 몸에 모든 힘을 쏟아부으며 괴성을 내질렀다.

강우진의 공격에 피동적으로 반응하던 유재형이 이젠 본격적으로 살심을 드러내며 오히려 공격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마치 드래곤의 것처럼 두꺼워진 피부는 강우진의 공격을 모두 소용없게 만들었고, 단 두 번의 주먹질로 강우진을 20미터 밖으로 날려버렸다.

귀찮게 하던 강우진이 날아가 버리자, 유재형의 시선이 한수호를 향해 고정됐다.

“크아앙!”

유재형은 한 번의 발돋움으로 30미터나 떨어져 있던 한수호를 향해 날아들었다.

눈 한 번 깜빡일 짧은 시간에 한수호의 코앞에 당도한 유재형.

7미터가 넘는 거구가 뻗어내는 주먹은 흡사 미사일을 방불케 했다.

순식간에 목표를 바꿔 공격이 날아들자, 한수호는 근밀도강화법에 쇄혼을 덧씌워 몸을 보호했다. 그리고 날아드는 주먹을 향해 팔꿈치를 올려쳤다.

콰앙!

어른 몸통만 한 유재형의 주먹이 위로 확 솟구쳐 올랐다.

“크허헝!”

유재형은 오직 한수호를 죽여버리겠다는 살심만 가지고 있는지, 방금의 충격에 손뼈가 박살이 났음에도 아랑곳없이 재차 주먹을 내질렀다.

후우우웅

공간을 가르며 날아드는 주먹엔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한수호는 자신을 죽일 듯이 노리는 유재형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재형이 형….’

회귀 전에는 유대룡의 양아들로서 친형제처럼 지냈던 유재형.

그가 괴물이 되어 이성을 잃고 자신을 죽이려 들자 이 상황이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

괴물이 된 유재형의 마나력은 무려 3천이 넘는다.

신체 능력의 평균 수치는 280.

궁급 마공사를 월등히 뛰어넘는 강력한 존재로 탈바꿈했다.

아무리 한수호라도 이렇게 변해버린 유재형을 별 탈 없이 제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

유재형의 마나력이 고갈될 때까지 방어에 전념하던가, 유재형을 죽일 각오로 반격에 나서던가 둘 중 하나였다.

한수호는 피와 살점이 튀고 있음에도 무식하게 날아드는 주먹을 일일이 쳐내면서 최선의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몬스터 메달로 제어가 되지 않을까?’

안개의 미궁에서 배도형에게 빼앗은 아티팩트 ‘몬스터 메달’.

유재형이 몬스터화 되었으니 몬스터 메달로 제어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한수호는 최대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몸을 움직이다가 인벤토리에 넣어둔 몬스터 메달을 손에 구현시켰다.

메달에 마나를 불어넣자, 곧바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반경 100미터 내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원하는 명령을 선택하세요. 최대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특정 목표 공격

-공격 행위 중지

-공격을 받을 경우 반격

-특정 목표 보호

-방어진 구축

-음성 명령 수행

-자폭

한수호는 일곱 가지나 되는 명령을 훑자마자 바로 두 가지를 선택했다.

그가 바라는 명령은 ‘공격 행위 중지’와 ‘공격을 받을 경우 반격’이었다.

>>3초 후, 해당 명령이 하달됩니다.

>>3

>>2

>>1

>>0

키이이이이이잉-!

몬스터 메달에서도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영역의 초음파가 발생했고, 초음파는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었다.

이것으로 유재형의 공격성이 잠재워질 거라 생각한 한수호.

그는 곧바로 구진철을 향해 달려들 준비를 했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상황이 발생했다.

>>경고! 경고!

>>동일한 수준의 명령이 충돌합니다.

>>명령이 제대로 하달되지 않습니다.

>>발동 실패로 1시간 동안 메달의 사용이 중단됩니다.

생각보다 셀 부스터의 효력이 강력한지, 몬스터 메달의 힘마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예 통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우아아아아악!”

유재형이 자기 머리를 붙잡고 온몸을 휘청거렸다. 그러다 거대한 두 주먹으로 바닥을 찍고, 근처의 시설물들을 마구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앞에 사람이 있으면 무작정 공격을 펼쳤고, 벽이 가로막으면 가루가 될 때까지 때려 부쉈다.

그건 백윤후도 비슷했다.

유재형처럼 괴물의 모습으로 변이하지 않았을 뿐, 시뻘게진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아무나 눈에 걸리면 공격을 가했다.

“야, 백윤후! 정신 차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친구들은 백윤후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크게 놀라며 이리저리 피하기만 할 뿐, 제대로 된 반격은 할 수 없었다.

그때, 한수호는 구진철을 향해 뛰쳐나갔다.

약 17미터 정도의 거리.

한수호에겐 한 호흡도 안 되는 시간에 건너뛸 수 있는 거리였다.

슈악-

미끄러지듯이 구진철에게 달려든 한수호가 그의 가슴팍의 메달을 손으로 낚아채려는 순간,

“무슨 짓이냐!”

어느새 백진성이 옆에 나타나 한수호의 손을 쳐내려 했다.

급히 손을 회수한 한수호.

빠르게 자세를 낮춘 그는 백진성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구진철의 측면으로 바짝 따라붙었다.

“어린놈이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구진철은 일부러 언성을 높여 소리쳤다.

하지만 한수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백진성이 2차 공격을 가하고, 구진철이 회피 동작을 취하는 시점에 딱 맞춰 ‘돌파’를 펼쳐냈다.

퍼엉!

한수호가 있던 자리에서 소닉붐이 터져 나왔고,

“크윽!”

구진철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더불어 허공으로 몇 방울의 핏물이 튀었을 때, 한수호는 어느새 그로부터 20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이걸로 재밌는 장난을 치셨더군요.”

한수호는 30센티 길이의 작은 목걸이를 흔들어 대며 차갑게 말했다.

“네 놈이….”

구진철은 목 옆으로 쭉 그어진 핏줄기를 손으로 닦아내며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그는 설마 한수호가 이렇게나 빠르게 움직일 줄 상상도 못 했다.

그가 사용한 셀 부스터 아티팩트는 인간의 몸으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유대룡 같은 대단한 인물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데 한수호는 단번에 셀 부스터의 존재를 눈치채고 그것만을 노렸다.

구진철은 대련을 위해 억눌러 놓았던 마나력을 서서히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백진성이 한수호를 향해 말없이 돌진했다.

파박. 팍!

두 번의 발돋움.

두 번의 방향 전환.

눈 깜짝할 사이에 한수호의 뒤를 선점한 백진성은 그의 뒷목을 갈고리 같은 손으로 콱 움켜쥐었다.

“누구 앞에서 잔머리를….!”

백진성이 승리를 예견하며 차갑게 쏘아붙이려는 순간,

스르륵

한수호의 몸이 허상처럼 사라져 버렸다.

“제 앞에서 속도를 논하면 안 되죠.”

이번엔 한수호가 백진성의 뒤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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