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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29화 (229/375)

229화

‘젠장. 눈치챘군.’

한수호는 아차 싶었다.

백진성이 생각보다 쉽게 넘어와서 생각할 시간을 너무 많이 줬다.

누가 봐도 구멍이 많은 거짓말이었기에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어야 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걸 알아내긴 했지만, 아직 결정적인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

바로 이프리트의 수장에 대한 정보.

과연 백진성이 이프리트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협력자 정도인지를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이미 늦은 건가?’

백진성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한수호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수호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실험해 보기로 했다.

백진성으로 하여금 흥분을 유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먹잇감.

그건 바로 한수호가 지닌 마화기, 용마검이었다.

‘용마검을 알아본다면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겠지.’

한수호는 백진성을 향해 한발 다가서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 행동을 공격 행위로 인식한 백진성이 곧바로 반응했다.

“네놈을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백진성이 눈을 빛내며 마나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순간,

파칭!

그의 손에 끼워진 반지가 폭발적으로 빛을 발하더니 한순간에 거대한 대궁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백진성의 왼손에 굳게 쥐어진 약 1.5미터 크기의 대궁.

새하얀 상아빛으로 이루어진 대궁의 중심에는 세 개의 구멍이 존재했고, 하얀 활시위에서는 스파크가 팍팍 튀고 있었다.

백진성은 화살도 걸지 않은 채 시위를 손으로 잡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한수호를 향하고 있는 세 개의 구멍에서 푸른 불꽃이 훅 하고 피어올랐다.

한수호는 푸른 불꽃에 개조 특성을 사용했고, 불꽃 세 개에 담긴 마나력을 읽어내고는 크게 놀라고 말았다.

*[마나] : 2,347

*[마나] : 3,122

*[마나] : 4,308

가장 약한 불꽃이 2천 수준이었고, 새파랗 게 활활 타오르는 세 번째 불꽃은 무려 4천이 넘는 마나력을 담고 있었다.

‘세 발을 한 번에 맞으면 위험하겠는데?’

한수호는 미소마궁을 잔뜩 경계한 상태에서 앞으로 뻗어낸 손에 용마검 팔찌를 구현시켰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손목을 휘감는 팔찌가 번쩍하고 등장하자 백진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용문양이 새겨진 팔찌에서 느껴지는 힘이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낀 것이다.

그런데, 한수호의 손목에 나타난 팔찌의 형태와 기운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백진성은 힘껏 당기고 있던 시위를 풀고, 미소마궁을 들고 있던 손마저 내려놨다.

그리고 한수호의 팔찌를 유심히 살폈다.

‘저건….?’

백진성은 팔찌의 정체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거의 20년 전에 친우들과 함께 팀을 꾸려 탐사에 나섰던 게이트 속에서 찾아냈던 대신전.

그 대신전에는 절대적인 힘을 지닌 7개의 아티팩트가 숨겨져 있었으며, 그곳에 함께 들어갔던 친우들과 하나씩 그 아티팩트를 나누어 가졌었다.

그 아티팩트들 중 하나가 바로 한수호의 손목에 채워진 팔찌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용마검!’

백진성은 7대 마화기 중 하나인 용마검의 이름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어째서 저 용마검이 한수호의 손에서 등장한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어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백진성의 반응을 지켜보던 한수호.

그는 백진성이 용마검을 알아봤다는 사실을 바로 눈치챘다.

“용마검을 알아봤다면, 용마검이 지닌 힘 또한 잘 알고 있을 터. 이제 순순히 목을 내놓는 게 좋을 거다.”

한수호가 무거운 얼굴로 꾸짖듯이 한 말에 백진성은 급히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흥. 이제야 알겠군. 한철형와 이태희의 손에 있었어야 할 마화기들이 그때 왜 보이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말이야.”

백진성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과거의 일을 회상하듯 입을 열었다.

“10년 전 그날…. 한 꼬맹이가 그 엄청난 포위망을 뚫고 도망을 쳤었지. 내가 한발 늦게 도착하지만 않았어도, 그 녀석이 도망치는 일 따위는 없었을 텐데…. 어쨌든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는구나.”

백진성은 잔잔한 음성으로 모든 사실을 밝히고 있었다.

그가 한수호와 가족들을 해치려고 한 가면인들과 한통속이었다는 것이 몇 마디 말로 증명되었다.

“네 녀석이 내 앞에 나타났다는 건, 이미 모든 걸 알아냈다는 거겠지. 어쨌든, 재밌구나. 그토록 찾아 헤매던 7대 마화기 최강의 무기가 제 발로 날 찾아오다니 말이야.”

“내가 이 자리에 나타난 건, 당신의 목숨을 거둬가기 위해서다!”

한수호가 이를 뿌드득 갈며 꺼낸 말에 백진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프리트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 진실된 정체는 아직 모르는 모양이구나. 뭐, 좋지. 좋아. 그게 궁금하다면 거래를 하자꾸나. 용마검을 내놓고, 날 본래의 자리로 되돌려 보내준다면 이프리트에 대한 모든 걸 알려주겠다. 내 제안을 받아들이겠느냐, 한.수.호!”

백진성의 입에서 한수호의 이름이 정확하게 튀어나왔다.

“당신에게 선택권은 없어. 선택은 내가 한다.”

백진성이 이프리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는 건 확실해진 상황.

한수호는 말만으로는 더 이상 정보를 캐낼 수 없음을 깨닫고, 힘으로 백진성을 굴복시키기로 했다.

한수호가 뻗어내고 있던 손에 마나력을 잔뜩 밀어 넣자.

콰앙!

손목의 팔찌가 폭발하듯 터져버렸다.

수천 조각으로 갈라진 팔찌의 조각들.

차르르르륵. 철컥. 철컥!

조각들이 재조합되더니 화려한 붉은색 문양이 잔뜩 새겨진 백색의 대검으로 모습을 변형시켰다.

백적 드래곤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양의 검막이를 하고 있는 검.

바로 진.용마검의 등장이었다.

‘내가 이 검을 쓸 수 있는 건 길어봐야 1분. 그 안에 끝낸다!’

진.용마검을 소환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초당 100의 마나력이 소모된다.

백윤후의 생명 코어까지 합치고, 마나력 배터리 코어까지 활용한다면 1만 5천에 가까운 마나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 봐야 진.용마검을 2분 30초가량 사용하는 게 전부다.

모든 마나력을 백진성을 상대하는 데 소모할 이유가 없는 데다가, 1분이면 백진성을 굴복시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정의국 국장이자, 사대광마이기도 한 백진성을 상대로 자잘한 공격은 아무 소용이 없을 터.

한수호는 현재 자신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으로 백진성을 바닥에 눕힐 생각이었다.

‘명인식 용의 폭주.’

한수호는 진.용마검을 쥔 상태에서 용형4식 중 하나인 명인식을 심장에 새겨넣었다.

실전에서 명인식을 사용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한수호가 술식을 새겨넣는 과정은 빠르고 정확했다.

우우우우우우웅

심장에 명인식의 술식이 새겨지기 시작하자 한수호의 몸에서 강렬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백진성은 한수호가 엄청난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한수호! 네놈은 내 앞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다! 네가 아무리 한철형의 자식이고, 용마검을 손에 넣었다 해도 내 모든 걸 담은 미소마궁의 위력은 결코 버틸 수 없을 테니까!’

백진성은 자신이 지닌 힘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에게 폭마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그가 지닌 ‘폭렬지옥’이라는 특성 때문이었다.

폭렬지옥.

이 특성은 반경 10미터 범위 안에 들어선 모든 것을 시선만으로도 폭발시킬 수 있는 섬뜩한 위력을 지녔다.

사람이던, 바위던, 쇳덩이던 범위 안에만 있으면 단 3만에 완벽하게 폭발시킨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백진성이 지닌 폭렬지옥의 진정한 힘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단순한 폭발 능력은 폭렬지옥의 기본 능력일 뿐이며, 5단계 업그레이드를 마친 폭렬지옥은 그동안 그가 숨겨왔던 모든 힘을 방출시키는 열쇠와 같았다.

폭렬지옥 특성으로 생명체를 폭사시키면, 죽은 상대가 지닌 마나력의 10%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흡수한 마나력은 심장이 아닌 단전에 응축되며, 백진성이 폭렬지옥의 5단계를 발동시켜야만 비로소 심장으로 옮겨져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백진성이 폭렬지옥의 폭사로 죽인 마공사는 무려 74명.

그들을 죽임으로써 그가 응축한 마나력은 무려 6천이 넘는다.

그가 백진성의 신분으로 쌓아 올린 마나력이 1천 5백이 넘으니, 폭렬지옥의 5단계를 발동한다면 거의 8천에 가까워진다.

거기에 미소마궁의 힘까지 더해진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마화기 최강의 무기인 용마검이라 해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모든 걸 한 방에 끝내주마.’

백진성은 미소마궁을 들어올리고는 곧바로 시위를 힘껏 잡아당겼다. 그리고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폭렬지옥 5단계를 발동시켰다. 순간,

퍼어엉-

백진성의 몸에서 엄청난 기의 폭풍이 몰아치더니 사방을 휘젓기 시작했다.

콰우우우우우우우우

마치 토네이도가 발생한 것처럼 백진성을 중심으로 무섭게 회오리치는 기운들.

번쩍 들려진 미소마궁의 중심부 구멍으로 눈부신 세 줄기 빛무리가 뭉쳐 들고 있었다.

*[마나] : 7,838

한수호의 눈앞에 떠오른 백진성의 정보였다.

한수호로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엄청난 수치.

1만이 넘는 마나력을 가지고 있는 한수호도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거였구나!’

백진성을 처음 마주했을 때 봤던 능력치들은 백진성이라는 껍질이 지닌 능력일 뿐이었다.

이중 괄호라는 이상한 수치가 읽힌 건, 백진성의 진짜 능력이 가짜 껍질 속에 감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폭마 박준규의 진정한 능력이었어.’

한수호는 과연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심장에 새긴 술식을 마무리 지었다.

츠츠츠츠츠츠

한수호의 몸에서도 강렬한 기운이 용솟음쳤다.

한수호와 백진성은 15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 선 상태로 각자가 지닌 모든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꽈악

진.용마검을 양손으로 굳게 움켜쥔 한수호가 한 발을 앞으로 크게 내디디며 검을 아래에서 위로 비스듬히 올려쳤다.

후웅-

짧고 강한 울림.

하지만 그 울림이 만들어 낸 결과는 엄청났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

검이 휘둘러진 자리를 따라 땅바닥이 깊숙하게 파였고, 검이 허공을 힘차게 베어낸 순간, 검 끝에서 백적의 드래곤이 튀어나왔다.

크아아아아앙!

10미터가 훨씬 넘어 보이는 거대한 드래곤이 입을 쩍 벌리고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땅을 뒤엎고, 공간을 찢어내며 지옥의 사자처럼 모든 걸 뜯어 먹으려는 듯 백진성을 향해 짖이겨 들었다.

콰드드드드드득

용의 박동 명인식, 용의 폭주.

그중에서도 ‘광룡’이라는 이름을 지닌 절초 중 하나였다.

그때, 미소마궁의 시위에 걸린 백진성의 손가락 세 개 중 하나가 살짝 튕겨졌다.

투웅-

미소마궁에서 빛이 뿜어졌다.

묵직한 파공음을 내며 뿜어진 빛의 구체는 정면으로 날아드는 거대한 백적드래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드래곤과 빛의 구체가 허공에서 맞부딪친 순간,

꽈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이 사방을 뒤덮었고, 진입차단벽 전체가 무너질 듯 크게 뒤흔들렸다.

하지만 한수호도, 백진성도 누구 하나 물러서지 않았다.

곧바로 백진성이 시위에 걸고 있던 두 번째 손가락을 튕겼고,

투우웅!

방금 전보다 더욱 강력한 힘이 소닉붐을 터트리며 쏘아졌다.

푸아아아아아악

빛은 공간을 꿰뚫고 폭발의 화염까지 단숨에 꿰뚫었다.

빛이 지나가는 자리로 반경 3미터짜리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그때, 한수호가 올려쳤던 검을 우측으로 확 꺾어 내렸다가 적의 목을 베어버리듯 가로로 쭉 그어버렸다.

그 순간이었다.

퍼버버버버벙

검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정면을 향해 아홉 마리의 드래곤이 날아올랐다.

처음의 드래곤보다는 작은 크기였지만, 한 마리 한 마리가 5미터 이상이나 된다.

용의 폭주 중에서도 ‘구룡’이라고 이름 붙여진 초식.

아홉 마리의 드래곤은 사방으로 비산하여 흩어졌다가 한수호 쪽으로 날아드는 빛의 구체를 향해 자폭하듯 내리꽂혔다.

꽝! 꽈과과과광!

아홉 번의 폭발.

그중에서 마지막 폭발은 백진성의 코앞에서 일어났다.

“크윽!”

백진성이 폭발에 휘말려 몇 미터 뒤로 튕겨 나갔다.

하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미소마궁의 시위를 튕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투우우우웅-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울림을 흘리며 튕겨 나간 눈부신 빛의 구체.

하지만 이번 구체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어린아이가 던진 공처럼 느릿하게 날아가는 2미터 크기의 구체.

그 구체는 폭발로 흩어진 흙먼지와 열기를 깨끗하게 지워내며 한수호를 향해 뻗어나갔다.

한수호는 이 구체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한 발을 크게 내디딘 한수호는 좌측으로 쏠렸던 체중을 중앙으로 옮기며 휘말아 올린 진.용마검을 수직으로 힘껏 내리그었다.

용의 폭주, ‘격룡’.

명인식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마지막 초식이 펼쳐졌다.

그런데, 이번 초식에선 그 어떤 드래곤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저 바람이 스치는 것마냥 정면을 수직으로 그었을 뿐.

하지만 검이 수직으로 떨어지며 바닥을 찍는 순간이었다.

쩌어어어엉-

귀를 찢는 음파가 터져나오더니,

쮸아아아앙!

검이 그어진 방향 그대로의 모습으로 반월형의 검세가 레이저처럼 뿜어져 나갔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죄다 갈라버린 반월의 검세.

마치 드래곤이 브레스를 일자로 뿜어내는 것 같은 형상이었다.

촤아악악!

반월의 검세는 그대로 빛의 구체를 갈라버렸고, 그 뒤에서 미소마궁을 겨누고 있던 백진성의 몸까지 가르고 지나갔다.

백진성의 머리 위로 튀어 오르는 핏물.

곧이어 누군가의 답답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커억!”

핏물과 함께 허공으로 튀어 오른 것은 다름 아닌 미소마궁을 쥔 백진성의 왼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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