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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30화 (230/375)

230화

“네놈을 반드시 죽여버리….”

팔 하나를 잃은 백진성이 악을 쓰며 남은 한 팔로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날아든 한수호의 검격에 그 팔마저 잘리고 말았다.

“크악!”

챙그랑….

바닥에 떨어진 검.

그 검을 쥐고 있는 팔 하나.

“이 빌어먹을 새끼가!”

백진성이 두 팔을 모두 잃은 채 소리를 내지를 때, 한수호는 그의 등 뒤로 돌아가 다리의 오금을 퍽 후려 찼다.

가벼운 충격이었지만, 백진성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한수호는 그런 백진성의 목덜미를 콱 움켜쥐었다.

“제발 죽여달라고 빌어도 죽을 수 없을 거다.”

뼈까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음성에 백진성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10년 전, 내 가족을, 내 아버지를 해치는 일에 가담한 자들의 이름을 모두 말해라!”

“모른다.”

백진성의 눈에선 더 이상 아무 빛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죽은 자의 눈빛.

한수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거칠게 목을 움켜쥐며 질문을 던졌다.

“이프리트를 이끌고 있는 자는 누구지?”

“모른다고 했다.”

목을 쥔 손의 악력이 보통이 아닌데도 백진성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한수호는 이런 식으로 백진성의 입을 열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럼에도 백진성을 고문하려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백진성을 압박하면서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수호는 고개를 슬쩍 돌려 뒤쪽으로 축 늘어뜨린 왼손을 바라봤다.

‘제길. 내가 너무 안일했나?’

손가락 끝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는 핏물.

한수호는 방금 전, 백진성과의 대결에서 상당한 상처를 입고 말았다.

광폭화 5단계로 모든 능력치를 두 배로 높였음에도 백진성이 펼친 미소마궁의 마지막 공격에 왼손이 심하게 찢어지고 말았던 것.

자칫 잘못했으면, 왼손이 통째로 날아갈 뻔했다.

근밀도강화법과 쇄혼 특성, 그리고 두 배로 강화된 능력치가 아니었으면 한수호의 왼팔도 몸에서 뜯겨 나갔으리라.

‘상처 회복 특성이 있어서 다행이야.’

한수호는 지금 상처 회복 특성을 발동시킨 상태였다.

완전히 회복되려면 다소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굳이 이 상처를 완벽하게 치료할 생각은 없었다.

전투 영역에서 빠져나가게 되면 모든 것을 백진성과 구진철에게 뒤집어씌워야 했기 때문.

오늘 백진성이 한수호와 친구들을 저택으로 불러들인 이유가 마공 아카데미의 우수한 학생들의 싹을 잘라버리려는 황도 13궁의 음모였다고 말할 계획이었다.

그 증거는 구진철이 남긴 각종 아티팩트들과 셀 부스터, 그리고 방금 백진성이 떨어뜨린 검 한 자루면 충분했다.

아티팩트들의 출처를 밝히다 보면 모든 것이 황도 13궁의 소유였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날 터.

특무부 본부장인 유대룡이 현장에 있었던 데다가, 셀 부스터에 의해 아들 유재형이 괴물로 변하는 모습을 그가 직접 목격까지 했으니 문제는 없었다.

한수호가 백진성의 음모였다는 배경 위에 약간의 양념만 치면 이번 일은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백진성과 구진철은 도망친 걸로 하면 되겠지.’

어차피 자기 혼자서 두 사람을 죽였다고 말해봐야 누구도 믿지 않을 상황.

두 사람 모두 시체조차 남지 않았으니 죽었다는 증거를 내밀 수도 없다.

이후의 일을 모두 계획한 한수호는 왼팔이 적당히 치료되자 바로 특성을 거둬들였다.

위중한 상처만 회복시키고, 겉으로 보기에 심각해 보이는 상처만 그대로 두었다.

그냥 봤을 땐, 정말 큰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

‘폭마 박준규…. 이산의 미래에서는 살의 열쇠 중 하나였지만, 결국 내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구나.’

이산이 말한 미래에서 인류의 멸망을 이끌어 내는 살의 열쇠는 세 명.

그중 한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던 박준규였지만, 지금의 세상에선 결코 살의 열쇠가 될 수 없게 되리라.

솔직한 마음으로는 백진성에게 죽지도 살지도 못할 처참한 고통을 안겨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들 아버지를 잃고, 가족과 헤어진 채로 살아온 10년의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기에 분노를 가라앉혔다.

“오중헌, 박혜리, 당채룡. 이 이름들을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한수호가 담담히 꺼낸 이름을 들은 백진성이 찰나에 몸을 떨었다.

그 이름들이 한수호의 입에서 흘러나올 줄은 백진성도 예상을 못 했던 것.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놀란들 무슨 소용일까.

“할 말 없다. 그냥 죽여라.”

“하. 죽이라는 소리가 그리 쉽게 나오나? 당신은 자식처럼 키운 박현을 새한교에 세작으로 심었다가 쓸모가 없어지니 죽든 말든 관심도 갖지 않았지. 게다가 이젠 친자식인 백윤후에게까지 뮤턴트 셀을 주입해 쌍어궁이 세상을 무너뜨리는 일에 앞잡이로 써먹으려고 했고. 악독한 심성만큼이나 남다른 면모를 보여주는군.”

“윤후에게 뮤턴트 셀을 주입해? 그게…. 무슨 소리지?”

백진성은 자신이 백윤후에게 뮤턴트 셀을 주입했다는 말에 당황한 듯 보였다.

“셀 부스터에 백윤후가 반응하는 걸 직접 보고서도 발뺌하다니. 정말 지독하군, 지독해.”

“뭔 헛소리야! 내가 내 아들의 몸에 뮤턴트 셀을 주입하다니? 네놈이 알파 몬스터인 것처럼 속임수를 써서, 박새한에게 받은 M 바이러스를 윤후 몸에 심은 게 아니고?”

백진성의 반응으로 보아 그가 백윤후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진짜인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은 개미를 밟아 죽이듯 쉽게 죽이면서, 자식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안절부절못한다.

“이거 흥미로운데? 당신도 아니라면 대체 누굴까? 새한교? 아니면 다른 황도 13궁의 궁주? 뭐, 어차피 나한텐 중요한 게 아니니 관심 가질 필요도 없겠지.”

“내 아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게 내버려 둬라.”

분노를 억지로 참아내며 꺼낸 말이었지만, 음성엔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오고 있었다.

“평범? 당신이 지금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자기 자식의 안전을 요구하는 백진성의 말에 한수호는 열이 뻗쳤다.

평범했던 한 가족을 처참하게 무너뜨려 놓은 장본인이 그 피해자 앞에서 어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네 아비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으니 날 증오하는 건 당연하겠지. 하지만, 난 변해버린 세상에 모든 인간이 적응하길 바라고 있는 것뿐이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게 된 지금의 세상에서 약자를 밟고 올라 정점에 서고자 한 것이 어찌 잘못된 것일까? 후후후. 나와 함께 큰 뜻을 펼치자는 제안을 거절한 한철형이 병신인 거다. 그래서 죽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그따위 궤변으로 내 가족 모두를 해치려고 한 짓을 정당화하려고?”

“난 내 신념을 누구한테도 강요한 적이 없다. 난 나대로, 넌 너대로. 해야 할 일을 하면 되는 것이겠지.”

백진성은 차분하게 눈을 감았다.

이미 그의 몸은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두 팔이 뜯겨 나간 자리에선 끝없이 핏물이 흘러나왔고, 미소마궁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충만했던 마나력은 텅텅 비어버렸다.

한수호와의 전투로 인해 온몸의 근육까지 가닥가닥 끊긴 상태.

더 싸우려야 싸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신에 대한 모든 걸 한수호가 알게 된 지금, 이곳에서 살아나갈 방법은 전무했다.

그러니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깨끗하게 죽음을 택하려는 것이다.

“더 할 말은?”

한수호는 백진성이 죽음을 각오했음을 느끼고 그 바람을 들어주기로 했다.

목을 움켜쥐었던 손을 푸는 대신, 그 손에 단검 라뮬을 거머쥐었다.

“10년 전, 그날 네 놈을 놓쳤던 것이 천추의 한이로구나. 그때, 네놈과 다른 가족들까지 전부 죽였어야 했….”

백진성이 거기까지 말을 꺼낸 순간,

푸욱

한수호가 백진성의 목에 라뮬을 푹 쑤셔 넣었다.

“크헉…!”

백진성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성을 토해냈다.

입으로 핏물을 울컥 토해내며 몸에서 힘이 쫙 빠진 듯 중심을 잡지 못하는 백진성.

그런 백진성을 향해 한수호가 차갑게 한마디 했다.

“백윤후가 살길 원하나?”

백진성이 흠칫하며 억지로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목에 박힌 라뮬검 때문에 고통만 더해질 뿐 목은 돌아가지 않았다.

한수호는 백진성의 몸에서 라뮬을 뽑아내며 피식 웃었다.

“진짜 백윤후는 내 손에 죽은 지 이미 오래다.”

청천벽력과 같은 말에 백진성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눈을 부릅떴다.

“너… 크륵! 이, 새끼….”

순간,

서걱

한수호가 라뮬검으로 백진성의 목을 가볍게 베어버렸다.

푸슈슈슈슈슈

잘린 목에서 피 분수가 뿜어졌을 때, 라뮬검이 새빨간 화염을 토해냈다.

화염은 잘린 백진성의 머리를 단숨에 불태워 버렸고, 몸만 남은 백진성의 시체까지 활활 불태웠다.

화르르륵.

라뮬의 화염은 몇 초도 되지 않아 백진성의 모든 것을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시켰다.

“후우우….”

한수호는 라뮬을 인벤토리에 넣은 뒤, 긴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를 죽게 만든 원수 중 하나를 죽였음에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는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을 죽여야 할까?’

후회가 아닌, 깊은 상실감이 밀려든다.

10년이 넘도록, 아니 회귀 전까지 치면 27년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가슴 속 깊은 곳에 꽉 박혀 있던 응어리를 풀기 위해선,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가면인 모두를 죽여야 하는 걸까?

백진성 한 명을 죽이는 데도 이렇게 몸과 마음이 지치는데, 그 사건에 연관된 모두를 죽이게 되면 얼마나 더 큰 상실감을 느끼게 될까?

‘살아있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지!’

한수호는 잠시 약해지려던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푼 한수호.

그는 진입차단벽 출구에서 대기 중인 월을 불렀다.

“월. 여기 정리 좀 부탁할게.”

진입차단벽 내부는 엉망진창이었다.

월이 직접 개발한 특수합금으로 건축된 장소였지만, 한수호와 백진성이 뿜어낸 마나가 워낙 강했기에 벽이며 바닥이 죄다 부서져 있었다.

게다가 구진철이 폭사하며 남긴 피와 시체 조각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저 멀리 진입차단벽의 출구가 열리고 월과 살이, 범이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도 한수호가 방금 이곳에서 얼마나 흉험한 전투를 벌였는지 알고 있었기에 별말 없이 주변을 정리하고, 수리하기 시작했다.

그사이 한수호는 백진성과 구진철이 남긴 중요한 물건들을 수습했다.

가장 먼저 재가 되어버린 백진성의 팔 옆에 떨어져 있는 용 문양 반지를 집어 들었다.

[미소마궁]

-발자크가 아스루나에 뿌린 7대 마화기 중 하나입니다.

-보이지 않는 ‘투명시’를 발사하며, 한 발의 투명시에는 마나력 1,000의 위력이 담깁니다.

-미소마궁의 주인이 되면, 삼황의 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의: 강화 능력이 없는 자가 사용할 경우, 손가락을 모두 잃게 됩니다.

미소마궁의 정보를 읽어낸 한수호.

과연 백진성이 보여준 위력만큼이나 대단한 무기였다.

미소마궁은 일반 공격이 투명시였다.

그것도 한 방에 마나력 1,000의 위력을 낼 수 있는.

복싱으로 치면, 견재용 잽이 궁급 마공사의 강력한 한 방에 맞먹는 위력을 지녔다는 의미다.

‘삼황의 구라…. 백진성이 마지막에 사용한 기술 같은데?’

삼황의 구를 사용하려면 미소마궁의 주인이 되어야 했다.

한수호는 미소마궁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인벤토리에 넣었다 빼봤다.

-코스트: 99

인벤토리에 들어갔다 나오니 코스트가 부여되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코스트가 그리 높지 않다.

‘라뮬이나 그랑보다 살짝 높은 정도네.’

아무래도 미소마궁의 주인으로 인정을 받아야 제대로 된 코스트가 부여되는 모양이었다.

다시 미소마궁을 인벤토리에 넣었을 때, 월이 손에 뭔가를 잔뜩 들고 다가왔다.

“잘 다져진 고깃덩이들 주변에 떨어져 있었다.”

월이 두 손에 올려놓은 물건들은 구진철이 몸에 지니고 있던 아티팩트들이었다.

생각보다 개수가 많아 무려 8개나 된다.

이미 한수호가 챙긴 셀 부스터와 칼리검, 훼인검까지 치면 혼자 11개의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

‘백진성이 구진철을 엄청나게 밀어줬었나 본데?’

그렇지 않고서야 보좌관에 불과한 인물에게 이토록 귀한 아티팩트를 잔뜩 넘겨줬을 리가 없다.

한수호는 월이 건네준 아티팩트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돋보기 단추]

-지정한 상대의 신체 능력을 훔쳐봅니다.

-황도의 기물

[스캔 버클]

-지정한 상대에게 무형의 빛을 쏘아 마나력을 스캔합니다.

-황도의 기물

[동화의 귀걸이]

-상대와 감정을 공유합니다.

-공유한 감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황도의 기물

[비밀의 수첩]

-상대가 감추고 있는 비밀을 들추어냅니다.

-들춰진 비밀은 영상으로 재생해 볼 수 있습니다.

-수첩에 비밀이 새겨집니다.

-마나력 500을 소모하여 기억을 훔쳐 올 수 있습니다.

-황도의 기물

[마나 보충제]

-알약을 흡수하여 마나력 500을 충전합니다.

-남은 알약: 179개

[근력의 각반]

-착용 시, 근력을 20% 상승시킵니다.

[환영 마스크]

-착용 시, 모든 기척이 사라집니다.

[재생 밴드]

-밴드를 부착하여 중상을 치료합니다.

-남은 밴드: 8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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