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천재 마공사-233화 (233/375)

233화

쌍어금검과 돋보기 단추, 그리고 스캔버클은 백진성이 쌍어궁의 궁주라는 증거 삼아 유대룡에게 넘겼다.

그 아티팩트들은 한수호도 그다지 효용성이 없어서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한수호는 물방울 모양의 푸른빛 보석이 체인에 달려 있는 귀걸이 한 쌍을 집어 들었다.

동화의 귀걸이.

이걸 착용하면 원하는 상대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서 상대의 감정을 조종하는 것까지 가능했다.

물론, 상대의 능력이 자신보다 아래인 경우에만 짧은 시간 동안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긴 하다.

‘이건 라라한테 주면 딱이겠네.’

세이렌의 여왕인 라라.

그녀가 이 귀걸이를 착용한다면 적어도 마나력 1,600이하의 마공사나 몬스터들은 라라의 감정에 동화시킬 수 있으리라.

단 몇 초뿐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비밀의 수첩은 월한테 주는 게 좋겠군.’

상대가 지닌 비밀을 훔쳐 와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아티팩트, 비밀의 수첩.

훌륭한 A.I를 지닌 월이라면 한번 들춰낸 타인의 비밀들을 자신의 저장 장치에 차곡차곡 쌓아둘 수 있을 테니, 언제든 그 기록들을 꺼내 볼 수 있었다.

‘마나 보충제하고 재생 밴드는 내가 가지는 거로 하고. 각반은 어떻게 할까?’

근력의 각반은 한수호에게 별로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다.

이미 근밀도강화법이라는 엄청난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각반은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백윤후가 딱이겠네.’

다른 생명체의 근육 뜯어먹는 걸 좋아하는 근육몬 백윤후.

도플갱어의 특성상, 근육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는 백윤후에게 근력의 각반은 최고의 효율을 낼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다음은 ‘환영 마스크’라는 이름을 가진 가면이었다.

이것도 사실 한수호에겐 그다지 필요가 없는 물건이었다.

돌파와 충파라는 강력한 이동기가 있는 한수호에게 기척을 지우고 접근할 때 필요한 환영 마스크가 필요할 리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건 내가 챙겨놓지 뭐.’

한수호는 환영 마스크도 일단은 자신이 챙기기로 했다.

대충 아티팩트들을 정리하고 나니 바닥에 남겨진 건 세 개의 무기였다.

전광의 검 칼리와 빙백의 검 훼인, 그리고 7대 마화기 중 하나인 미소마궁의 반지.

이것들은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한 단계 이상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엄청난 무기였다.

‘미소마궁은 그냥 내가 쓰자.’

한수호가 진.용마검으로 명인식 용의 폭주를 사용했음에도 비등한 위력을 내었던 무기, 미소마궁.

이건 다른 사람한테 넘길 수도, 그렇다고 라그나로크의 진화를 위한 먹이로 소모시킬 수도 없었다.

한수호는 미소마궁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반지가 끼워지자마자 묵직한 기운이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반지의 기운을 거부하지 않고 천천히 받아들인 한수호는 한 번 더 미소마궁의 정보를 살폈다.

[미소마궁]

-코스트: 99

-발자크가 아스루나에 뿌린 7대 마화기 중 하나입니다.

-보이지 않는 ‘투명시’를 발사하며, 한 발의 투명시에는 마나력 1,000의 위력이 담깁니다.

-미소마궁의 주인이 되면, 삼황의 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의: 강화 능력이 없는 자가 사용할 경우, 손가락을 모두 잃게 됩니다.

‘미소마궁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뭘까?’

한수호가 찰나적으로 그런 의문을 띄웠을 때였다.

띠링

>>미소마궁이 주인의 자격을 시험하려고 합니다. 이를 거부할 경우, 두 번 다시 미소마궁의 주인이 될 수 없습니다.

>>시험을 시작하겠습니까? YES/NO

선택의 여지를 없게 만드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한수호는 짙은 사기(私氣)를 뿌리기 시작한 반지를 잠시 응시했다가 고민 없이 YES를 선택했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지금 겪는 것이 나았으니까.

>>미소마궁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검망의 힘을 10분간 버텨내세요.

메시지가 떠오르자마자 반지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그물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그물과 같은 검기들.

검기의 날카로움은 웬만한 마나력으로는 막아내기 힘들 정도로 강력했다.

카가가가가가강

주변을 초토화시킬 작정인지, 반지가 뿜어내는 기운이 온 사방을 갈라내려 했다.

깜짝 놀란 한수호는 급히 마나를 뿜어내 반지를 중심으로 강력한 방어막을 형성시켰다.

콰가가가가가강

검망은 한수호가 둘러친 방어막을 마구잡이로 후려쳤다.

하지만 한수호의 방어막은 무려 2천이 넘는 마나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아무리 마화기라고 할지라도 쉽게 부숴버릴 수 없었다.

문제는 그 방어막 안에 들어가 있는 한수호의 팔이었다.

피잇-

검망이 한수호의 팔을 베어버리며 핏물이 튀었다.

팔에도 방어막을 덧씌웠는데, 놀랍게도 반지를 끼고 있는 팔은 검망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잘못하다간 팔이 잘리겠어!’

한수호는 마나력을 더 높이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방금 살펴본 미소마궁의 정보 중 한 구절이 떠오른 것이다.

-주의: 강화 능력이 없는 자가 사용할 경우, 손가락을 모두 잃게 됩니다.

‘강화 능력이 없으면 이번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는 말인가?’

한수호는 자신의 생각이 확실할 거라고 생각했고, 곧바로 강화 특성인 ‘쇄혼’을 발동시켰다.

파캉

쇄혼이 발동되자마자 한수호의 팔은 검붉은 빛으로 물들었고, 반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망을 곧장 튕겨내기 시작했다.

카강. 카가가가강.

검망은 쇄혼의 힘에 보호받는 팔에 아무 위협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검망의 날카로움은 점점 더 강력해졌다.

한수호는 그때마다 쇄혼에 투입되는 마나력을 높였다.

그 결과 10분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한수호의 팔에는 더 이상 아무런 상처가 생기지 않았다.

>>10분 경과.

>>미소마궁의 시험을 처음으로 완벽하게 통과하였습니다.

>>미소마궁이 당신을 완전한 주인으로 섬깁니다.

>>미소마궁이 껍질을 벗고 새로 태어납니다.

파아아아앗-

의미심장한 메시들이 떠오르더니 반지에서 눈부신 빛이 폭사되었다.

그 빛은 동공을 파고들 정도로 강렬했다.

극도로 단련된 눈을 지닌 한수호도 찰나적으로 눈을 감고 말았다.

아차 싶었던 한수호는 급히 눈을 떴고, 방금 전의 찬란한 빛이 모두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설마 미소마궁도 뭔가 변화가 생긴 건가?’

왠지 용마검이 봉인을 풀고 진.용마검으로 탈바꿈하던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한수호는 곧바로 반지의 정보를 다시 살폈고, 놀라운 것을 볼 수 있었다.

[삼황의 미소마궁]

-코스트: 299

-미소마궁의 주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아스루나 최강의 활입니다.

-무엇이든 꿰뚫을 수 있습니다.

-삼황의 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히든피스: 마나력 5천을 소모하여 삼황의 구를 하나로 압축한 무혼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건…!’

예상이 적중했다.

미소마궁이 더 강력한 무기로 거듭났다.

삼황의 미소마궁.

코스트가 무려 299나 되며, 아스루나 최강의 활이라는 타이틀까지 지녔다.

그런데, 한수호도 예상치 못한 내용이 하나 더 있었다.

‘히든피스가 있다고?’

용마검이 진.용마검으로 진화했을 때에도 볼 수 없었던 내용이 미소마궁의 정보에 등장했다.

무려 마나력 5천을 소모해서야 펼칠 수 있는 기술, 무혼시.

한수호는 백진성이 자신과 최후의 대결을 벌일 때, 왜 무혼시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곧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답은 미소마궁의 시험을 통과한 직후에 등장한 메시지들에 있었다.

>>미소마궁의 시험을 처음으로 완벽하게 통과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완벽하게’라는 문구.

만약 백진성이 미소마궁의 시험을 제대로 통과했다면 이런 문구가 등장할 리가 없었다.

‘뭔가 부족한 상태로 시험을 통과했던 모양이구나.’

그렇기 때문에 백진성은 히든피스에 속하는 기술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리라.

‘삼황의 구보다 강력한 기술이라…. 아마도 용형4식의 마지막 초식인 초월식 용의 권능에 버금가는 기술이겠지?’

용형4식의 마지막은 초월식 용의 권능이다.

현재의 한수호로서도 모든 능력을 다 사용하고 나서야 간신히 한 번 정도 펼칠 수 있는 기술이기에 아직까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더욱 중요한 건, 한수호가 아직 초월식의 술식을 심장에 새기는 데 익숙하지가 않다는 점이다.

‘무혼시와 용의 권능. 이 두 가지가 앞으로 나한테는 비장의 무기가 되는 셈이군.’

남들은 하나만 있어도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기술.

그런데 한수호는 그런 기술을 최소 두 개나 가진 셈이었다.

과연 7대 마화기의 힘은 인간이 생각하는 범주를 한참이나 넘어선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한수호는 미소마궁의 위력을 시험해 보려다가, 자신들도 봐달라며 희고 푸른빛을 내는 칼리검과 훼인검을 바라봤다.

‘시험은 나중에 해보고, 저 녀석들부터 처리할까?’

한수호는 우선 빙백의 검, 훼인을 왼손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그랑검을 소환시켰다.

새하얀 빛의 훼인과 차가운 한기를 뿜어내고 있는 희생의 검, 그랑.

한수호는 그랑검을 훼인쪽으로 접근시켰다.

그랑검이 훼인을 잡아먹고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지닌 채, 숨까지 멈추고 변화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반응이 없다.

고개를 갸웃한 한수호는 그랑검으로 훼인을 툭툭 두드리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랑검은 훼인을 먹어치우려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그랑검은 진화하는 방식이 다른 건가?’

잠시 의구심을 지녔던 한수호는 그랑검을 쥔 오른손에 얼음불 특성을 발동시켰다. 바로 그때,

차르르륵! 철컥!

수천 조각으로 분해되었던 그랑검이 재빠르게 재구성하여 방패의 모습으로 변했다.

살을 에일 정도의 한기를 뿜어내는 방패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우우우우우

빙백의 검 훼인이 갑자기 크게 진동을 일으키더니 한수호의 손을 벗어나려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반대로 방패가 된 그랑은 자석이라도 된 듯 훼인 쪽으로 움직였다.

한수호는 훼인과 그랑을 쥔 손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검과 방패가 위로 확 솟구쳤다.

훼인은 도망치려 했고, 방패는 그런 훼인의 뒤를 쫓았다.

한수호를 가운데에 두고 검과 방패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던 어느 순간,

쿠와아아아아악!

방패가 망토처럼 펼쳐지더니 훼인검을 휘감아 버렸다.

그리고 마치 음식을 씹어먹듯 꿈틀댔다.

잠시 후, 훼인을 삼킨 그랑이 한수호의 눈앞에서 팽이처럼 휘돌다가 천천히 모습을 변화시켰다.

새파란 빛을 줄기줄기 뻗어내는 그건 커다란 검의 손잡이였다.

두 손으로 쥐어도 될 정도로 길고 두꺼운 손잡이.

검날도 없는 뭉툭한 손잡이에는 한수호가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기이한 형태의 문양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손잡이를 꽉 움켜쥔 한수호.

그의 눈앞으로 손잡이의 정보가 영상처럼 떠올랐다.

[‘그’의 그립]

-라그나로크의 그립 파트, ‘그’가 깨어납니다.

-유사한 등급의 얼음 속성의 오파츠를 흡수해야 발동합니다.

-적의 빈틈을 정확하게 파고들며, 모든 속성 공격에 대한 내성이 크게 증가합니다.

-‘그’를 깨운 자에게 큰 보상이 주어집니다.

세 번째 라그나로크가 깨어났다.

‘나’의 가드와 ‘라’의 블레이드에 이은 세 번째 전설 ‘그’의 그립.

세 가지를 모두 합치면 하나의 거대한 검의 형태가 될 것이라는 게 눈에 훤히 그려졌다.

그렇다면 하나 남은 로크는 과연 어떤 파트를 맡고 있는 것일가?

한수호는 그런 의문을 품으며 ‘그’의 그립을 거머쥔 손에 마나력을 밀어 넣었다. 순간,

지이이이잉-

손잡이의 뭉툭한 끝부분에서 푸른빛의 기둥이 확 튀어나왔다.

1.5미터나 되는 빛의 기둥은 마치 우주 영화에 나오는 광선검과 같았다.

그걸 좌우로 살짝 휘두르자,

후웅. 훙.

정말 광선검이 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와, 씨. 이거 만든 사람 대체 누구야?’

아스루나의 전설이라더니 등장하는 무기가 죄다 무슨 영화를 오마주한 것 같다.

한수호는 라그나로크를 탄생시킨 자가 지독한 영화광이 아닐까 싶었다.

‘라그나로크는 폰노이만 박사가 살아있던 시대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아스루나의 고대 시기에 만들어진 무기라고 들었는데?’

거기까지 생각하자 설마 고대에도 지구에서 아스루나로 넘어간 존재가 또 있는 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들었다.

‘에이, 설마….’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렇게나 오래전이면, 지구는 이제 막 문명이 시작될 시점이기에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어쨌든, 굉장한 무기인 것만은 틀림없어.’

한수호는 광선검이 된 ‘그’의 그립을 몇 번 더 휘둘러 봤다.

그때, 앞선 두 번의 경우와 같이 한수호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라그나로크의 그립 ‘그’가 자신을 잠에서 깨워준 보답으로 큰 보상을 주고자 합니다.

>>다음 중, 원하는 항목을 하나만 선택하세요.

- 방어형 특성(궁급)

- 500NP

- 마나력 1,500

- 내성 30% 증가

- 방어력 50% 증가 아티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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