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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34화 (234/375)

234화

한수호는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바라보며 가만히 턱을 쓰다듬었다.

‘역시나 3백만 포인트하고, 초감각 수치 증가 항목은 쏙 빠져있네.’

‘라’의 블레이드와 ‘나’의 가드를 깨우게 되면서 이미 두 항목을 보상으로 받았기 때문에 중복으로 받을 수 없는 모양.

이번엔 어떤 선택을 할까 곰곰이 생각하던 한수호는 큰 고민 없이 500NP로 결정했다.

이미 쌓아둔 NP 수치가 480이나 되니, 이번 보상까지 합쳐지면 거의 1천에 가까운 포인트가 쌓이게 되는 것.

그 포인트를 신체 능력치에 모조리 투자하면 평균 능력치를 최소 100씩은 다 올릴 수 있었다.

한수호는 바로 500NP 항목을 선택했고,

>>500NP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유 포인트: 980NP / 5,491,000LP

분배하지 않은 포인트가 확 늘어난 걸 보고 있자니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든다.

‘이 포인트를 한꺼번에 분배하면 엄청나겠어.’

한수호는 당장이라도 포인트를 분배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며 다음 할 일을 하기로 했다.

남은 건, 전광의 검 칼리뿐.

한수호는 좀 전과 같이 칼리검을 왼손에 쥐고, 오른손에는 용맹의 검 로크를 소환시켰다.

빠지지직- 빠직.

두 개의 검 모두가 서로를 경계하듯 강력한 뇌전을 불똥처럼 튀어내기 시작했다.

‘칼리의 반응이 격렬한데?’

특히 칼리검이 뿜어내는 뇌전의 힘이 상당했다.

이 상태에서 로크를 다음 단계로 진화시키면 얼마나 더 날뛸지 조금은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멈출 생각은 없었다.

‘갈 때까지 가보자!’

한수호는 로크를 쥔 오른손에 벽력권의 기운을 힘껏 밀어 넣었다. 순간,

꽈앙

로크가 폭발하듯 터지며 산산이 부서졌다가 빠르게 재조합되었다.

회오리가 몰아치듯 한수호의 오른손을 휘감던 로크의 조각들은 어느새 크고 화려한 형태의 은빛 건틀릿으로 변형해 버렸다.

틈새라고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한몸처럼 만들어진 은빛의 건틀릿.

로크검은 건틀릿의 형태를 갖추자마자 한수호의 손에서 로켓포처럼 튀어 나갔다. 그리고는 왼손에서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는 칼리검의 검날을 콱 움켜쥐었다.

콰지지지지직-

건틀릿이 칼리를 거머쥐자마자 거실 전체로 엄청난 양의 뇌전이 뻗어나갔다.

한수호는 그 눈부신 광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로크는 칼리검을 바스러뜨리고 있었다.

처음엔 검날만 우그러뜨리더니 차츰 범위를 넓혀 검신 전체로 확대했고, 곧이어 검막이와 손잡이까지 전부 씹어먹듯 움켜쥐었다.

건틀릿의 힘에 의해 완전히 바스러진 칼리검.

검을 이루고 있던 금속 가루가 후두둑 떨어지는가 싶었는데, 곧장 떠올라 건틀릿 속으로 순식간에 흡수되어 사라졌다.

바로 그때였다.

휘우우웅!

허공에 떠 있던 건틀릿이 길쭉하게 늘어지면서 드릴처럼 뾰족하게 휘돌기 시작했다.

지난번 진화에 실패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엔 상앗빛으로 고정된 채 전혀 다른 형태로 모습을 변형시켰다.

길이 2미터에,

뭉툭하고 짧은 손잡이만 존재하는,

드릴처럼 길쭉한 창검.

굉장히 생소한 모습으로 변한 로크를 바라보던 한수호는, 곧이어 떠오른 정보창을 보고는 이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로크’의 코어]

-라그나로크의 코어 파트, ‘로크’가 깨어납니다.

-유사한 등급의 번개 속성의 오파츠를 두 개 흡수시켜야 발동합니다.

-주인의 마음을 굳게 잡아주며, 그 어떤 방어도 깨뜨릴 수 있는 파괴적인 힘을 선보입니다.

-‘로크’를 깨운 자에게 큰 보상이 주어집니다.

-라그나로크의 시험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드릴을 닮은 창검은 바로 라그나로크의 심장이었다.

‘라’의 블레이드.

‘그’의 그립.

‘나’의 가드.

그리고 ‘로크’의 코어.

이름과 형태로 보았을 때, 이 네 개의 무기는 하나로 합쳐져야 완벽한 라그나로크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중앙이 비어있는 형태인 ‘라’의 블레이드에 이 ‘로크’의 코어를 박아 넣는 게 핵심인 듯 보였다.

한수호는 곧바로 나머지 세 개의 검을 모두 소환시켰고, 얼음불 특성에 쇄혼까지 발동시켰다. 그러자,

파칭-

꽈광!

퍼엉!

라뮬, 그랑, 나샬이 모두 최종 진화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었다.

네 개의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보니 정말 무슨 합체검의 부속품이라도 되는 듯, 아귀가 딱딱 들어맞게 생겼다.

한수호는 가운데가 텅 빈 포크 모양의 블레이드 ‘라’에 뭉툭한 막대기 형태의 그립 ‘그’를 끼웠다.

달칵 소리가 나며 블레이드의 손잡이가 그립 속으로 끼워졌고, 블레이드의 빈 공간 속으로 드릴 형태의 로크도 끼워 넣었다.

로크는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정확히 블레이드의 중앙에 끼워졌다.

마지막은 ‘나’의 가드.

수많은 비늘검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검 형태인 나를 합체검 근처로 가져다 댄 순간,

촤르르르르륵

‘나’의 가드가 합체검을 덩굴처럼 휘감아 버렸다.

그리고 합체검을 쥐어짜듯 꽉 조였다.

하지만 그 광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인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모조리 흩어져 버렸다.

카강. 탱. 태르르르르….

라그나로크는 다시 네 개의 무기로 쪼개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진화의 모습은 사라지고, 본래의 단검 형태로 돌아온 상태.

한수호는 라그나로크의 전설이 아직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라그나로크의 시험을 아직 통과하지 못해서겠지.’

로크가 진화를 성공했을 때, 떠올랐던 정보창의 마지막 부분에 해답이 있는 것 같았다.

-라그나로크의 시험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시험은 시작되었으나, 성공했다는 메시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어떤 시험인지도 모르고 있는데 무슨 수로 시험을 성공할 수 있을까.

‘완전한 형태의 라그나로크를 얻는 건 아직 무리인가?’

시험을 통과해야만 네 개의 검이 하나로 완벽하게 합쳐질 수 있는 게 분명했다.

한수호가 아쉬움에 한숨을 내쉴 때, 시야 한쪽으로 뒤늦은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라그나로크의 코어 ‘로크’가 자신을 잠에서 깨워준 보답으로 큰 보상을 주고자 합니다.

>>다음 중, 원하는 항목을 하나만 선택하세요.

- 방어형 특성(궁급)

- 마나력 1,500

- 내성 30% 증가

- 방어력 50% 증가 아티팩트

어김없이 등장한 보상 메시지.

한수호는 이미 이 메시지가 등장할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저 없이 마나력 1,500을 선택했다.

>>마나력 1,500을 획득하였습니다.

-[마나] : 6,115(+780)/99999

단숨에 마나가 6천까지 뛰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마나력이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떠오르자마자 한수호의 온몸에서 황금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리고 피부에 거미줄 같은 금이 쭉쭉 생기더니 하얗게 변한 피부 조각들이 허물처럼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한수호는 이 생소한 경험에 놀라며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봤다.

그 와중에도 얼굴에서 허물 조각들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그때부터 일어났다.

손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눈앞으로 자신의 능력치 항목이 떠올랐다. 그런데 능력치가 고정되지 않고 실시간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신체외적능력] : 342/999

[신체외적능력] : 343/999

[신체외적능력] : 345/999

[신체외적능력] : 351/999

..

초 단위로 1씩 상승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2씩, 3씩 확확 증가했다.

그렇게 십여 초가 흘렀을 때,

[신체외적능력] : 400/999

능력치는 400에서 딱 멈춰 섰다.

“….!”

그 순간 한수호는 용솟음치는 강렬한 힘을 느꼈고,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꽉 움켜쥐어야 했다.

몸이, 근육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뛰고 있었고, 지금 이 상태로 무엇이든 때려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런 엄청난 힘이라니!’

한수호는 자신의 몸속에 자리하기 시작한 강력한 힘이 너무나 놀라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체 항목이 100을 넘기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젠 모든 신체 항목이 400을 달성했다.

목표에 비해 4배나 되는 능력치.

당채룡이나 박혜리 같은 엄청난 마공사들도 신체 항목이 200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볼 때, 이 400이라는 수치가 지닌 의미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우드드드득

다시 한번 주먹을 움켜쥐자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난다.

실제로 뼈가 부서진 건 아니었고, 손을 이루고 있는 근육의 밀도가 너무 높아서 그런 소리가 난 것이다.

비록 라그나로크의 시험은 통과하지 못했지만, 대신 육체의 힘이 엄청나게 강해졌다.

한수호는 한껏 고조되었던 감정을 차분히 다스리며 잔뜩 긴장해 있던 몸을 편하게 풀어주었다.

‘꼭 환골탈태한 기분인걸?’

지금 한수호의 기분은 실로 묘했다.

전에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고양감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자신감을 가득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만족하면 한수호가 아니지!’

한수호는 더 높을 곳으로 오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었다.

모든 무기를 인벤토리 속에 넣어버린 뒤, 다시 베란다로 향한 한수호.

슬쩍 수련장 쪽을 바라보니 큰 소음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월과 라라의 대결이 심상치 않은 듯했다.

‘잘됐네. 나도 가서 한바탕 어울려줘야겠어.’

한수호는 씨익 웃음을 그리고는 베란다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좌우로 크고 작은 두 존재를 소환시켰다.

오른쪽에 나타난 작은 솜털 같은 존재는 바로 고니였다.

작은 사막여우의 모습을 한 고니는 나타나자마자 한수호의 걸음에 맞춰 가랑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왼쪽에 등장한 존재는 엄청난 거구의 골렘, 사툴란이었다.

쿠웅. 쿠우웅.

사툴란이 한 발 한 발 움직일 때마다 땅이 들썩거렸다.

머리가 거의 3층 집 창문까지 닿고 있는 거구의 골렘이 주는 압박감은 엄청난 것이었다.

한수호는 그런 고니와 사툴란을 번갈아 바라보며 즐거운 듯 미소를 그렸다.

“오랜만에 너희들 재롱 좀 보자. 이기는 녀석한테는 선물로 A급 마나 코어 쏜다!”

한수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고니가 움찔하더니 허공으로 팍 튀어 올랐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전혀 다른 존재로 모습을 변형시켰다.

차르르륵. 철컥! 차르륵!

덩치는 작지만 새까맣고 단단한 쇳덩어리 느낌의 소형 배틀 모빌 형태가 되어버린 고니.

눈 대신 일자로 빛을 내고 있는 붉은 레이저 불빛이 좌우로 움직이며 묘한 기계음을 내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좌우 어깨에 달린 4연발 포신이 사뭇 위협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적극적인 모습은 고니만 보이는게 아니었다.

쾅쾅쾅쾅.

쿠워어어어어억!

덩치에 비해 짧은 두 발을 최대한 벌리고 선 사툴란이 제 가슴을 마구 두드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누구든 덤비기만 하면 다 때려눕혀 주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한 외침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것일까?

소란스럽던 수련장이 갑자기 침묵에 빠졌다.

잠시 후, 수련장 입구가 열리더니 네 개의 얼굴이 도미노처럼 쏙 튀어나왔다.

키가 가장 작은 월부터, 라라, 그 뒤로는 범이와 살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들은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사툴란과 이미 전투 준비를 마치고 바퀴가 달린 네 발로 여기저기를 빠르게 오가는 고니를 빤히 쳐다봤다.

“오라버니. 쟤들은 왜요? 설마, 쟤들하고도 싸우라는 건 아니죠? 에이…. 저 둘은 체급이 아예 다르다고요.”

라라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자 한수호가 히죽 웃음을 그렸다.

“1시간이 지난 뒤에도 꼿꼿이 서 있는 녀석이 있으면, A급 마나 코어 선물로 줄게.”

“오? 정말요?”

라라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고, 그건 월과 범이, 살이도 마찬가지였다.

몬스터도, 몬스터봇도 마나 코어는 능력을 크게 성장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물건이었고, 이곳에 있는 모두는 강해지는 것에 매우 목이 말라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진입차단벽 못지않게 크게 지어진 수련장 안에서는 한참 동안 온갖 폭음이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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