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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41화 (241/375)

241화

‘뭐야, 이 미친놈은!’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사내는 혼이 나갈 정도로 놀라버렸다.

자신이 부리고 있는 사령마들을 통해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던 사내.

특무부 요원으로 보이는 세 사내를 발견했을 때는 좋은 먹잇감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며 기분이 좋았었다.

그런데 어린 학생 놈 하나가 사령마 셋을 달고 도망치면서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일단 도망가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술래잡기를 하듯, 적당히 도망쳤다가 일부러 거리를 좁힐 시간을 주고, 다시 도망친다.

그때만 해도 그저 발만 빠른 애송이라고 여겼는데, 놈이 도망치는 방향이 하필이면 자신이 숨어든 공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사령마의 주인인 사내는 어린 학생 놈이 철문 앞으로 접근하자 철문 쪽으로 다가섰다.

철문이 열리면 바로 놈을 붙잡아 심장에 손가락을 꽂아 넣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놈은 이 때를 노렸다는 듯 사령마 셋을 단 두 번의 손짓만으로 깨끗이 처리해 버렸다.

그때 사내는 학생의 몸에서 분출되는 경악할 수준의 마나력을 감지했다.

찰나의 순간이긴 했지만, 학생 놈이 세 사령마의 몸통을 터트려 버릴 때 사용한 마나력은 궁급을 넘어 파급에 가까웠다.

사내는 도대체 어디서 저런 미친놈이 나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의 기억 속엔 저 어린 나이에 저 정도로 엄청난 능력을 지닌 인간은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이곳을 빠져나가려 했다.

사내가 이곳을 아지트로 삼은 이유 중의 하나.

그건 바로 어디든 마음먹은 곳으로 쉽게 여길 빠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내는 자신이 머물던 공간에서 빛이 드는 반대쪽 방향으로 움직였다.

지금은 한낮이기 때문에, 햇빛에 노출되면 피부가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때문에 빛이 들지 않는 쪽으로 도망쳐야 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실패했다.

자신이 움직이자마자 학생 놈이 벼락처럼 날아들었다.

무려 10센티가 넘는 철문을 종잇장처럼 짓이겨 때려 부수더니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곧장 사내를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사내는 맞받아치려다 왠지 모를 서늘함에 급히 뒤로 물러섰다. 그때,

콰과과과과광!

학생 놈의 발이 지하 건물의 벽을 모조리 때려 부수며 끝까지 사내의 팔뚝을 후려 찼다.

쩌엉-

사내의 두꺼운 팔뚝과 학생 놈의 발등이 부딪치며 충격파가 터졌다.

그 충격에 사내는 20여 미터나 튕겨져 나갔다.

그런데 학생 놈은 멀쩡했다.

아니, 돌려차기를 날린 자세 그대로 서 있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발을 접어 똑바로 섰다.

“뭐야? 박민재가 아니었어?”

사내는 학생이 꺼낸 말에 기겁하고 말았다.

‘저놈이 박민재를 어떻게 알지? 놈은 각성하기도 전에 내 손에 죽었으니, 놈을 아는 녀석이 있을 수가 없다고!’

사내는 저릿한 왼팔을 쓰다듬으며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탈출로를 가로막고 선 학생 놈을 자세히 살폈다.

180을 훌쩍 넘는 훤칠한 키.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갈색의 후드티를 걸쳤지만, 생긴 건 연예인 저리가라 할 정도로 기가막히게 잘생겼다.

사내는 아무리 기억을 뒤져도 궁급을 상회하는 능력을 가지고, 저런 엄청난 외모를 지닌 학생이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설마…. 저놈도 나와 같은….’

사내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학생 놈이 돌연 히죽거리더니 양손을 주머니에 푹 찔러 넣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꺼낸 한마디에 사내는 아예 돌처럼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아하. 이제 보니 당신이었군? 대한맹 밀양 지부장 조유현. 2056년 9월에 괴인 박민재 토벌 작전에서 활약했던 특무부 요원 말이야.”

놀랍게도 학생 놈은 사내, 조유현의 정체를 바로 알아보았다.

그것도 미래의 조유현을 말이다.

* * *

한수호는 자신이 마주한 범인이 예상과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괴인 박민재.

이번 사건의 범인이 당연히 그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눈앞에 두고 보니 전혀 다른 인물이다.

괴인 박민재가 지니고 있던 공간 조작 능력과 괴인혈 특성까지 모두 갖고 있지만, 박민재가 아니었다니.

그 사실을 깨달은 한수호는 빠르게 기억을 더듬었고, 괴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얼굴을 통해 한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다.

대한맹 밀양 지부장 조유현.

그는 2056년도에 밀양에 숨어 있던 박민재를 처리하기 위해 가장 큰 역할을 수행했던 대한맹의 지부장이었다.

박민재가 아닌, 조유현이 공간 조작 능력과 괴인혈을 얻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당연히 조유현이 박민재의 능력과 특성을 가로챘다는 말이 된다.

즉, 미래의 박민재에게서 놈이 그 능력들을 어떻게 얻었는지를 알아냈던 조유현이 과거 시점으로 되돌아왔으며, 박민재가 그 능력들을 얻기 전에 먼저 차지했다는 뜻이다.

그 말은 곧, 조유현 또한 회귀자라는 의미였다.

김명중은 말했다.

김명중은 자신과 이산 말고도 회귀자가 여섯 명이나 더 존재한다고 알려주었다.

총 여덟 명의 회귀자들.

그들은 회귀 직후 각자의 과거 모습으로 되돌아간 터라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그나마 시간이 좀 지나면서 기억을 되살려 나머지 회귀자 여섯 중 셋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찾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도 말해주었다.

한수호는 그 사실에 근거하여 조유현이 회귀자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챘다.

그리고, 지금.

한수호가 미래의 사건을 언급하자마자 조유현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만 봐도 그가 회귀자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너, 정체가 뭐지?”

조유현은 괴인혈을 얻은 이후, 처음으로 경악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조유현이 공간 조작 능력과 괴인혈 특성을 얻은 건, 지금으로부터 2년 전.

원래는 2056년도의 미래에서 괴인이라고 불리웠던 박민재가 얻게 되는 특성이었다.

하지만 그 특성을 조유현이 먼저 가로채버렸다.

2056년도의 조유현은 박민재를 붙잡았을 때, 그로부터 두 개의 특성을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를 몰래 캐물었다.

놈을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비밀을 얻어냈지만, 조유현은 박민재를 가차없이 죽여 버렸다.

그래서 과거로 회귀했을 때 박민재보다 한발 앞서 특성을 가로챌 수 있었고, 그 특성을 이용해 각성조차 못한 박민재를 가장 먼저 희생양으로 삼았다.

조유현은 2058년도에서 2041년도로 회귀한 인물이 자신 말고도 7명이나 더 존재한다는 걸 잘 안다.

회귀 전에는 조유현 또한 이산과 함께 세상을 멸망의 늪에서 구원하고자 뜻을 모았던 정의로운 인물이었으니까.

하지만, 적은 너무도 강했다.

아직 발자크가 봉인에서 풀려나지도 않았던 시점이었는데도 놈이 부리는 마왕군의 힘은 그들만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1급 게이트에서 끊임없이 밀어닥치는 수많은 몬스터들.

거기서 끝나지 않고 헬급 게이트가 열리고 악몽급 게이트까지 열리게 되면서 세상은 멸망으로 치달았다.

조유현은 그 과정을 생생하게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미래는 바꿀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세상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발자크와 싸워봐야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은 조유현.

그는 마지막 순간이 오면 혼자라도 살기 위해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조유현은 운명처럼 시간을 거슬러 왔다.

나스타샤라는 젊은 여인과 함께 있었던 발자크 대항 세력의 중심 인물 여덟 명. 그들 모두의 세월이 무려 17년이나 되감겼다.

2041년으로 되돌아온 조유현은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즉시, 신분을 감추고 세상에서 자신의 흔적을 지웠다.

21살의 젊은 청년으로 되돌아오자마자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미래 지식을 이용해 부를 축적했으며, 특별한 특성들을 선점해 나갔다.

그러다 회귀 전의 삶에서 그를 가장 힘들게 했었던 빌런, 괴인 박민재의 특성까지 손에 넣게 된 것이다.

박민재의 대표적인 특성은 공간 조작 특성이었지만, 그가 지닌 최강의 특성은 괴인혈이다.

공간 조작 특성은 파괴적이고, 효용성이 뛰어난 반면, 그걸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할수록 인간으로서의 감정이 사라지는 패널티가 존재했다.

적어도 인간으로서의 감정은 잃고 싶지 않았던 조유현은 되도록이면 공간 조작 특성을 사용하지 않았고, 대신 점점 진화하여 강해질 수 있는 괴인혈 특성을 주특기로 삼았다.

괴인혈은 총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에서는 마나력 500으로 자신의 신체를 수인화 시킬 수 있었다.

괴인혈로 수인화가 되면 인간일 때보다 세 배나 강한 능력을 지닌 강력한 괴물로 변신하게 된다.

수인화한 상태에서 인간의 심장을 일정량 이상 섭취하면 2단계로 진화하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인간과 수인화 상태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게 된다.

2단계에서는 인간인 상태에서도 평소의 세 배나 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며, 수인화로 변이하면 재생력까지 크게 증가하여 웬만한 상처는 아무렇지 않게 수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3단계는 최종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적어도 50명 이상의 인간 심장을 섭취해야 도달할 수 있는 단계로, 수인화를 넘어 용인족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3단계였다.

조유현은 이 3단계를 이루기 위해 대구로 스며들었고, 용인족으로의 진화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이 중요한 시점에 자신이 회귀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적을 마주하다니.

조유현에게 있어 한수호의 등장은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었다.

“그 대단한 대한맹의 밀양 지부장님이 이 더러운 지하실에서 무슨 헛짓거리실까? 미래의 인류를 구원하는데 지쳐서 일찌감치 노선을 갈아타신 건가?”

한수호가 조롱조로 말하자 조유현은 눈을 얇게 떴다.

“네놈…. 이산의 끄나풀이냐?”

조유현은 한수호가 이산의 손에 키워진 마공사라고 생각했다.

회귀 전의 삶에서도 이산은 발자크를 없애기 위해 모든 걸 바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그런데 이제 회귀까지 한 지금, 이산이라면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하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사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로군. 회귀라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어 놓고, 기껏 한다는 게 빌런 나부랭이의 특성이나 훔치는 거라니….”

“닥쳐! 네깟 놈이 뭘 안다고 지껄이지? 네가 참혹한 미래의 모습을 본 적이라도 있나? 인간을 몇 배나 초월한 힘을 가지고도 1급 게이트 하나에서 쏟아지는 하급 몬스터들조차 제대로 막아내기 힘들다는 걸 알기나 하냔 말이다!”

조유현은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눈에는 핏발이 섰고, 인간의 형태였던 체형이 조금씩 거대화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예 다 포기하고 빌런이 되기로 했다? 이게 뭔 개떡 같은 소리래?”

“난 이미 내 삶의 대부분을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바쳤었다. 하지만, 그래서 얻은 건 아무것도 없더군. 내 가족들까지 희생하면서 인류를 위해 싸웠지만 멸망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다고!”

“인류의 멸망을 제대로 본 것도 아니면서 어찌 그리 확신하지?”

한수호는 자신이 회귀를 일으킨 시점이 2058년도 2월이기 때문에, 인류 멸망의 시점보다 무려 3개월이나 앞서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니 조유현도 인류의 멸망을 직접 본 것이 아닐 터.

이미 한 번의 회귀를 경험했던 이산의 말만 듣고 인류가 멸망한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직접 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발자크는…. 대마왕 발자크의 힘은 너나 나 같은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변명도 참 가지가지네. 그냥 의지가 약해서 운명에 무릎을 꿇은 것뿐이라고 말하는 게 그리 어렵나?”

“네놈이야말로 내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거다! 이산에게 무슨 얘길 들었는지는 몰라도, 네놈이 날 이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걸 알아야 할 거다. 흐흐흐.”

조유현이 음침하게 웃으며 상체를 팍 웅크렸다.

순간, 그가 대충 걸치고 있던 옷가지가 퍽퍽 터져나가며 육체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체격이 두 배나 커지면서 온몸에서 갈색 털이 돋아났다.

순식간에 3미터까지 커진 조유현.

그는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을 하고있지 않았다.

머리는 늑대와 사자를 합친 것 같은 괴물의 형상이었고, 허벅지처럼 굵어진 두 팔은 거의 2미터까지 길어지며 손가락 끝에 날카로운 칼날 같은 손톱이 자라났다.

“크르르르… 네놈의 심장을 씹어먹어 주마!”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는 조유현.

한수호는 괴물이 된 조유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평균 수치 240이라…. 확실히 그 정도면 무서울 게 없긴 하겠어.”

“…. 240?”

괴인 조유현이 한수호가 말한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의아해할 때였다.

“하지만, 난 너보다 100이 더 높거든. 평소 상태로도 말이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한수호가 몸을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 순간,

한수호의 몸 주변에 소닉붐이 일어나며 주변 공간이 충격파에 휩싸였다.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좇을 수 없는 속도로 20여 미터를 단숨에 건너 뛴 한수호.

조유현이 위험을 느끼고 두 팔을 몸통 앞에서 엑스자로 교차시켰다. 그때,

꽈아앙!

눈부신 폭발이 일어나며 조유현의 상체가 뒤로 확 젖혀졌다.

그와 함께 허공으로 피 분수가 튀어올랐다.

피 분수 속에서 핑그르르 회전하며 날아오른 물체 하나.

그건 강력한 충격파에 그대로 뜯겨져 나간 조유현의 오른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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