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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43화 (243/375)

243화

‘욕심도 참 많은 작자네.’

한수호는 조유현의 육체를 소유함으로써 그의 모든 정보를 원하는 대로 살펴볼 수 있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 몇 개를 알 수 있었다.

조유현은 무려 15개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공간 조작과 괴인혈을 제외하고도 13개나 되는데, 그 특성들은 죄다 쓸모가 없다는 게 함정이었다.

그래도 회귀자라고 미래 정보를 이용해 여기저기서 특성석을 선점한 모양인데, 한수호가 보기에 쓸모 있는 특성은 거의 없었다.

특성을 살펴보니 이러했다.

이단 점프, 매혹 걸기, 3초 비행, 광역 폭발, 가시 폭풍….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저 그런 효과를 지닌 특성들.

그나마 공간 조작과 괴인혈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수호는 다른 특성들은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고, 감정 또한 이상하게 무덤덤해지는 기분이라서 시간을 허투루 낭비할 수 없었다.

‘먼저 공간 조작부터.’

한수호는 바로 공간 조작 특성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

[특성: 공간 조작]

-10미터 범위 내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공간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조작 가능 범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세요.

-유지 시간은 기본적으로 1초이지만, 창의성과 독창성 점수에 따라 증가할 수 있습니다.(+1~+5초)

-쿨타임: 없음. 단, 중첩 사용 금지

-패널티: 중첩 사용 시, 일정 비율로 지능 하락 및 감정의 석화 발생

*정신력이 낮은 경우, 사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한수호는 정보를 보자마자 조유현이 왜 이렇게 바보 같아졌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중첩 사용으로 정신이 무너진 것이로군.’

공간 조작 특성은 쿨타임이 없는 대신, 중첩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다.

만약, 정신력이 높지 않은 사람이 마구잡이로 특성을 사용하게 되면 지능이 떨어지고 감정까지 메말라 버리는 것이다.

지금의 조유현이 바로 이런 상태였다.

‘그런데,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라니? 이건 또 뭔 소리지?’

한수호는 이 공간 조작 특성이 단순히 염력 같은 효과를 지닌 거라 생각했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히 쓸모가 많은데, 실제로 정보를 확인해 보니 그 이상의 효력을 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변화 가능 범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세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어떤 상상을 하느냐에 따라 공간 조작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상상한 무언가의 창의성과 독창성이 높으면 더 오래, 더 강력하게 효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특성인가.

‘이건 오히려 나한테 딱 맞는 특성이었네.’

한수호는 정신력이 높기 때문에 중첩 사용에 대해 특별히 조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 특성을 자신이 사용한다면, 굉장한 시너지를 일으킬 자신이 있었다.

‘일단 괴인혈애 대한 정보부터 살펴보고 스톤에 새기는 게 낫겠지?’

공간 조작 특성의 정보를 닫은 한수호는 바로 괴인혈 특성에 대한 정보를 눈앞에 띄웠다.

[특성: 괴인혈]

-마나력 1,000을 소모하여 육체를 수인화합니다.

-인간의 심장을 흡수하면 단계를 높일 수 있습니다.

-1단계: 수인화로 세 배까지 능력 증폭. 사용자에 따라 수인화 형태가 달라집니다.

-2단계: 수인화와 인간화가 자유로워집니다. 인간 상태에서도 수인화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3단계: 용인족으로 변이합니다.(잠김)

-2단계 진화율: 98%

-수인화 상태에서는 마나와의 친화도가 크게 증가하여, 동일한 마나로 30% 상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마나 수치가 3천 이하인 경우, 사용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보자마자 욕부터 나오는 내용이었다.

한수호의 전매특허인 광폭화처럼 능력을 세 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다는 건 차치하고, 단계 상승을 위해 인간의 심장을 흡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참으로 지독했다.

조유현의 2단계 진화율이 98%나 된다는 건, 그가 이미 상당한 숫자의 인간을 죽였다는 의미나 다름없었다.

‘특성 진화를 위해 인간을 죽이고 심장을 취해야 한다니….’

몬스터의 심장을 취하는 것과 인간의 심장을 취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한수호는 조유현이 공간 조작 특성 대문에 지능이 떨어진 데다가 감정까지 메마르게 되면서 아무렇지 않게 인간의 심장을 섭취해 왔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굳이 이 특성을 인챈트 스톤에 새길 이유가 있을까?’

도저히 인간의 심장을 섭취할 자신이 없었던 한수호는 괴인혈 특성을 영원히 묻어버리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보창의 하단부에 기재된 내용을 보고 생각을 바꿔야 했다.

-수인화 상태에서는 마나와의 친화도가 크게 증가하여, 마나를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문구가 게이트를 전투영역으로 끌어 올 수 있었던 현상의 핵심인 것 같았다.

조유현은 수인화 상태에서 게이트에 손을 댔었고, 기가 막힌 우연으로 딱 그 시점에 한수호가 조유현을 전투 영역으로 이동시킨 것이다.

마나와의 친화도 때문에 조유현은 게이트와 신체를 접촉할 수 있었던 모양.

‘게이트를 여기로 끌고 오려면 괴인혈 특성은 필수라는 말인데….’

한수호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에겐 개조 특성이 있었고, 그 특성이면 인간의 심장을 섭취해야 한다는 조건을 다른 것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을 테니까.

‘좋아. 이것도 스톤에 새긴다!’

빠르게 결정을 내린 한수호.

미리 꺼내 두었던 인챈트 스톤을 손에 쥔 그는 그곳에 특성을 새겨넣기 시작했다.

>>인챈트를 시작합니다.

>>인챈트 시전자의 각인 적합도는 96% 입니다.

>>마나력 1,500을 소비하여 궁급의 특성을 각인할 수 있습니다.

>>각인을 원하는 특성을 선택하세요.(공간 조작/괴인혈/이단 점프/매혹 걸기/3초 비행/광역 폭발/가시 폭풍….)

주르륵 떠오른 메시지를 살피던 한수호는 한 문구를 보자마자 눈을 부릅떴다.

‘적합도 96%?’

각인 적합도 최고치를 기록했던 진무현보다도 무려 8%나 높은 수치.

이는 조유현이 수인화를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마나와의 친화도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임이 틀림없었다.

‘거의 원판에 가까운 효율로 특성을 각인할 수 있겠어.’

한수호는 우선 공간 조작을 선택했고, 보랏빛의 인챈트 스톤에는 황금빛의 글자들이 빠르게 새겨졌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공간 조작 특성을 새겨넣은 한수호는 다른 인챈트 스톤을 쥐고 또다시 각인을 시작했다.

이번엔 괴인혈 특성이었다.

다시 1분이 지났을 때, 한수호의 손에는 두 개의 특성석이 쥐어져 있었다.

공간 조작과 괴인혈이 새겨진 특성석.

한수호는 천금을 주고도 얻기 힘든 엄청난 값어치를 지닌 스톤을 바라보다가 또다시 비틀거렸다.

이번엔 좀 전보다 더욱 고통스러웠다.

‘시간이 없어.’

더는 조유현의 몸에 머무르기 어려울 정도였다.

“살이. 범이. 둘 다 이리 와서 내 팔을 잡아라. 특성석은 월이 챙기고.”

한수호의 부름에 쿵쾅대며 달려온 살이와 범이.

녀석들은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한수호를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어쩔 수 없다 여겼는지 팔을 덥석 붙잡았다.

그사이 월까지 다가와서 한수호가 쥐고 있던 특성석 두 개를 잽싸게 낚아챘다.

덩치만 따져보면 괴인이 된 한수호와 버금가는 덩치를 지닌 살이와 범이.

두 거구가 양팔을 꽉 움켜쥐자 한수호는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내 명령 없이는 절대 팔을 놓으면 안 된다.”

한수호의 엄중한 경고에 살이와 범이가 눈으로 대답했다.

-알았다. 아니, 알겠습니다. 주인.

-그렇게 하겠습니다. 주인.

한수호는 대답을 확인한 즉시, 약탈[2]의 사용을 종료시켰다. 순간, 조유현의 거구가 휘청했다가 간신히 자세를 잡았다.

한동안 멀쩡해 보였던 두 눈에는 다시 핏발이 섰고,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끈적한 타액이 흘러내렸다.

“네놈들은 뭐냐! 당장 그 손 놓지 못해!”

곧바로 정신을 차린 조유현이 살이와 범이를 노려보며 발작하기 시작했다.

어떡하든 손을 뿌리치려고 발버둥 쳤으며, 자신이 지닌 특성들까지 마구 쏟아내며 온갖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살이와 범이는 꼼작도 안 했다.

두 몬스터 봇은 공격보다 방어에 특화되었기 때문에, 조유현이 궁급을 넘어서는 힘을 지녔더라도 쉽게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때,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한수호가 몸을 일으켰다.

“어우, 머리야.”

약탈[2]는 이게 문제였다.

약탈 대상의 몸에 아무 문제가 없으면 모를까, 약탈한 육체에 충격이 있으면 본래의 몸으로도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걸 받아라.”

월이 한수호에게 다가와서 방금 챙겨뒀던 특성석을 건넸다.

“고맙다.”

한수호는 특성석을 받자마자 바로 인벤토리에 넣어버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두 몬스터 봇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괴인 조유현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한수호가 가까워지자 조유현은 발광을 멈췄다.

한수호를 빨개진 눈으로 잡아먹을 듯 노려보던 그는 온몸에 힘을 주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네놈만큼은 반드시 죽여 버리겠다!”

조유현이 입을 쩍 벌렸다.

늑대와 사자를 합친 괴물이 입을 벌린 순간, 놈의 목구멍에서 검은빛이 빠르게 모여들었다.

그걸 본 한수호는 조유현이 ‘광역 폭발’ 특성을 사용하려는 것임을 바로 눈치챘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한수호는 오히려 조유현의 정면으로 바짝 다가서며 오른손을 쭉 뻗어냈다.

손바닥을 활짝 편 채,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모습에선 그 어떤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피이이이이잉

한수호의 손바닥 앞으로 빛이 회오리치며 몰려들더니 탁구공만 한 붉은 구체가 생겨났다.

한수호는 그 상태로 더욱 다가섰고, 5미터까지 접근했을 때, 조유현이 머리를 앞으로 내밀며 입안에 뭉친 빛 덩이를 확 뿜어냈다.

쿠하아아아악!

마치 드래곤이 브레스를 쏘듯 뿜어진 검은 기운.

한수호는 처음부터 피할 생각이 없었는지 그 기운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며 당당히 걸어갔다.

콰과과과과과과

검은 기운은 한수호의 손바닥에 부딪히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한수호의 걸음을 조금도 막아내지 못했다.

손바닥 앞에 맺혀있는 붉은 구체는 조유현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폭포수 가르듯 찢어내고 있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낀 걸까?

조유현은 뒷 일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심장에 담긴 마나를 단 한 톨도 남겨놓지 않고 입으로 쏘아냈다.

그러나 그건 덧없는 발버둥일 뿐이었다.

“특성은 내가 잘 사용하도록 하지.”

한수호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파괴력만큼은 궁급에 준하는 광역 폭발 특성으로도 한수호의 몸에 티끌만 한 그을음조차 만들어내지 못했다.

위험을 느낀 조유현은 다급하게 소리쳤다.

“자, 잠깐! 날 살려주면 내가 지닌 모든 부와 능력을 너에게 넘겨….”

조유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한수호가 마나압축법으로 만들어낸 붉은 구체가 그의 가슴팍에 거의 닿았다.

그 순간이었다.

치익-

가스가 새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푸화아아아아아악!

한수호의 손바닥에서 시작된 거대한 불꽃이 조유현의 상체를 통째로 뒤덮으며 천장을 향해 폭발했다.

진입차단벽 내의 공간을 환하게 밝힌 염화의 불꽃.

눈부신 빛이 사라진 그곳에는 재가 되어 흩날리는 회색빛 가루뿐이었다.

살이와 범이는 꽉 움켜쥐고 있던 두 팔의 주인이 통째로 사라지자 굉장히 불괘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조유현의 팔을 내팽개쳤다.

바닥에 내던져진 두 개의 팔만이 방금 전 그 팔의 주인이 이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었다.

‘저건 뭐지?’

잿빛 가루만 수북이 쌓인 바닥에 주머니처럼 생긴 뭔가가 떨어져 있었다.

한수호는 그 주머니를 주워 들었다.

[특별한 복주머니]

-보유 포인트: 30,000LP

-각종 아티팩트가 숨겨진 대형 아공간 주머니입니다.

-최대 코스트: 200

>>포인트를 흡수하여 아티팩트를 파기하겠습니까? YES/NO

그건 조유현이 지니고 있던 아공간 주머니였다.

한수호는 의외의 소득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복주머니를 열어봤다.

복주머니의 아공간 속에는 여러가지 아티팩트들이 들어 있었다.

그 물건들을 살피던 한수호가 돌연 눈을 빛냈다.

‘이건….?’

복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내자 그의 손에 30센티 정도 길이의 자수정이 들려있었다.

한수호는 푸른 빛을 내는 자수정을 가만히 살펴봤다.

[게이트 점프석]

-코스트: 51

-지구와 이어진 아스루나의 결계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을 열 수 있습니다.

-최대 이동 가능 거리: 10km(지구 기준)

‘이걸 믿고 게이트를 열었던 거로구나.’

조유현이 갑자기 큐브를 던져 게이트를 열었던 이유를 이제야 납득할 수 있었다.

조유현은 지구에서는 한수호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기 어렵다는 걸 깨닫고, 게이트를 열어 그곳으로 뛰어든 다음 점프석을 이용해 다른 게이트, 혹은 던전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던 것.

만약 한수호가 조유현과 게이트를 동시에 이 전투 영역으로 끌고 오지 않았다면, 놈을 놓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래도 그때까지는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긴 했나 보네.’

공간 조작을 중첩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지능이 확 떨어진 건 그 이후였던 모양이었다.

한수호는 다른 아티팩트들도 살펴봤지만 별다른 건 없었다.

아공간에는 조금 커다란 언월도가 들어 있었고, 잡다한 포션들이랑 상당량의 현금다발, 그리고 최신형 드론 네 대와 폭발물 등이 있었다.

‘딱히 쓸 만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음?’

가로, 세로로 10개의 칸으로 되어 있는 복주머니의 인벤토리를 확인하던 한순호는 꽤나 이질감이 드는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유선형에 2센티 정도밖에 안 되는 매우 작은 크기의 그건, 분명 USB 장치였다.

‘조유현이 왜 아티팩트도 아닌 물건을 여기에 넣어뒀지?’

한수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일단 나중에 확인해 보기로 했다.

복주머니도 자신의 인벤토리 안에 넣어버린 한수호.

그는 전투 영역을 나가기 전에, 이곳에 함께 딸려 들어온 게이트의 정체부터 확인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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