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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천재 마공사-251화 (251/375)

251화

한수호가 협곡 안에 들어선 지도 어느덧 89분이 지났다.

그동안 한수호의 손에 죽어간 몬스터의 숫자는 7백이 넘는다.

1단계에서 100마리의 오우거 워리어를 상대했던 한수호.

단 5분 만에 오우거를 전멸시킨 터라 협곡의 시험을 다소 가볍게 생각했지만, 6단계가 넘어가게 되면서 그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2단계에서 등장한 몬스터는 트롤 위저드.

이놈들을 상대하는 건 오우거보다 오히려 쉬웠다.

수인화한 한수호의 육체는 사실상 마법 공격에 완벽한 면역이었으니까.

트롤 위저들은 원거리에서 무시무시한 불화살을 쏘고 얼음 쐐기를 내던졌으며, 땅을 뒤흔들고, 비바람과 폭풍에 벼락까지 일으켰다.

수인화 전이었다면 모를까, 수인화로 드래곤의 비늘을 피부로 갖게 되면서 그 어떤 마법 공격도 소용이 없게 되었다.

그 덕에 한수호는 아무런 타격도 없이 무인지경으로 트롤 위저드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면서 놈들의 머리만 집중적으로 베어버렸다.

트롤 위저들의 숫자는 90마리.

놈들이 전멸하는데 걸린 시간은 4분 15초였다.

한수호는 이번에도 심장을 모두 섭취했지만, 그 결과 괴인혈의 진화율 상승은 23%까지가 한계였다.

이번에도 진화율이 상승한 건 첫 세 마리까지.

두 번의 학습으로 진화율 상승에 대한 법칙을 알아낸 한수호는 3단계 웨이브부터는 딱 세 마리까지만 심장을 섭취했다.

3단계 웨이브의 주인공은 터틀 리자드였다.

크기는 오우거나 트롤보다 작아 2미터에 불과하지만, 이름처럼 무식하게 방어력이 높고 피부색 변화로 위장까지 가능한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이놈들도 수인화 하기 전이었다면 애를 먹었겠지만, 실제로는 너무 수월하게 상황을 끝내 버릴 수 있었다.

첫 공격에서 언월도가 터틀 리자드의 등껍질에 부딪혀 부러져버리면서 육탄 공격을 시작한 한수호.

그런데 놀랍게도 수인화한 한수호의 손톱은 그 어떤 무기보다도 뛰어난 절삭력을 지니고 있었다.

터틀 리자드의 등껍질은 쉽게 뚫을 수 없었지만, 힘으로 놈들의 목을 거머쥐고 배 쪽에 손을 박아 넣으니 너무도 쉽게 죽어 버렸던 것.

그렇게 해서 한수호는 7분 만에 터틀 리자드 80마리를 도륙해 버렸다.

이번에도 터틀 리자드의 심장 세 개를 섭취한 덕에 진화율은 35%까지 올랐다.

한수호는 이런 상승세라면 웨이브 6단계나 7단계에선 괴인혈 특성을 다음 단계로 진화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6단계에서 달라져야 했다.

4단계 웨이브도 어렵지 않게 완료하여 몬스터의 심장 세 개를 섭취했고 46%까지 진화율을 올릴 수 있었다.

5단계도 크게 어렵지 않아 8분 대에 몬스터를 전멸시켰으며, 그 덕에 진화율은 57%가 되었다.

문제는 6단계 부터였다.

그 뒤에 이어진 6단계 웨이브에서 한수호는 처음으로 벽이라는 걸 느껴야 했다.

여기서 등장한 몬스터는 1단계에서 등장한 오우거.

하지만 뿔이 세 개나 달린 진오우거였고, 오우거 워리어와 진오우거의 차이는 아이와 어른 수준이었다.

6단계 웨이브에서 등장한 진오우거의 숫자는 30마리.

하지만 놈들이 지닌 힘은 한 마리 한 마리가 궁급 마공사에 육박했다.

즉, 6단계부터는 궁급 마공사 30명과 동시에 싸우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진오우거들과의 전투는 평범하지 않았다.

놈들은 전투 진형을 짤 수 있었고, 한수호를 궁지에 몰아 집중 공격을 하는 지능도 가졌다.

그 결과, 한수호는 9분 52초가 되어서야 간신히 30마리의 진오우거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한수호는 6단계에서 무려 2천이 넘는 마나력을 사용해야 했다.

게다가 진오우거의 심장은 단 하나만 효과가 있어 진화율을 70%로 올리는게 다였다.

한수호는 여기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6단계에서 이 정도면, 과연 7단계는 어느 정도 수준이란 말일까?

능력치를 평균 441까지 높이고 수인화를 사용한 뒤, 거기서 광폭화까지 발동시키지 않았다면, 6단계를 버티는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특성들과 아티팩트 사용이 잠기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6단계에서 실패를 겪었을 게 분명했다.

‘6단계를 클리어 하지 못했을테니 자동으로 7단계로 넘어갔겠지.’

그럼 7단계에선 목숨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6단계 웨이브 종료.

>>남은 시간 [00:08]

>>성과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시험을 종료하고 보상을 취하겠습니까? 아니면 다음 단계의 시험에 도전하여 보상을 업그레이드 하겠습니까?

한수호는 눈앞에 떠올라 있는 메시지를 1분째 노려보는 중이었다.

‘젠장. 특성만 사용할 수 있었어도 고민없이 도전해 보겠는데.’

특성이 잠긴 게 가장 컸다.

그나마 인벤토리는 잠기지 않아서 무기를 꺼내 쓸 수 있었지만, 다른 특성들은 죄다 잠겨버려서 전투에 도움이 되는 힘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그만 둬야 하나?’

앞으로 남은 시험은 4개.

그것만 통과하면 결과에 상응하는 엄청난 보상이 있을 텐데 여기서 포기하기가 너무 아까웠다.

‘쇄혼이나 돌파만 쓸 수 있어도 훨씬 할 만할…. 어? 잠깐만.’

생각을 거듭하다보니 자신이 지금 굉장히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한수호는 방금 깨달은 사실을 확인해 보기 위해, 처음 협곡에 들어왔을 때 떠올랐던 메시지를 찾아 다시 눈앞에 띄웠다.

>>침묵의 협곡에 입장하였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그 어떤 특성도, 그 어떤 아티팩트도 효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순수한 육체의 힘만으로 시험을 통과하세요.

메시지는 24시간이 지나지만 않았다면, 얼마든지 다시 찾아서 보는 게 가능했다.

‘개조는 특성이지만, 마나회로를 손보는 건 개조로 얻게된 내 고유의 능력이잖아?’

한수호가 잊고 있었던 것.

그건 바로 개조 특성 덕분에 생긴, 마나회로 개조 능력이었다.

개조 특성의 발동은 막혀있지만, 특성을 얻으면서 부차적으로 얻게된 개조 능력은 그대로일 터.

‘해 보자!’

한수호는 눈앞에 떠 있는 메시지에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문구를 개조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는 그 어떤 특성도, 그 어떤 아티팩트도 효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 문장.

한수호는 여기서 ‘그 어떤 특성도’라는 문구를 삭제해 봤다.

>>해당 문구의 삭제에는 100,000,000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

천만 포인트도 아니고 무려 1억 포인트가 필요한 개조였다.

깔금하게 이 문구의 개조를 포기한 한수호는 방향을 바꾸어 ‘그 어떤 아티팩트도’라는 문구를 삭제해 보려고 했다. 하지만,

>>해당 문구의 삭제에는 80,000,000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이것도 삭제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수호는 다른 방법으로 개조해 보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효력을 일부만 발휘하지 않습니다.’로도 바꿔 봤고,

‘10분동안 효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로도 변경해 봤다.

하지만 가장 포인트가 적게 들어봐야 5천만 포인트였다.

‘범위가 너무 넓어서 그런가? 필요한 포인트가 너무 높은데?’

경험상 정보를 개조할 때, 적용되는 범위가 넓으면 넓을수록 포인트가 치솟는다.

‘범위를 최소화해볼까?’

한수호는 ‘그 어떤 특성도’라는 문구를 ‘한 가지를 제외한 모든 특성도’로 변경해 봤다.

그 뒤로 떠오른 메시지는 한수호를 만족스럽게 했다.

>>해당 문구를 변경하는 데에는 5,000,000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드디어 적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포인트가 떨어졌다.

‘아예 특성을 지정해 볼까?’

한수호는 현재 자신이 가진 특성들 중 던전의 시험에 가장 필요한 특성을 제한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 특성은 바로, 상처회복이었다.

상처회복 특성만 사용할 수 있어도 능력 저하로 인해 수인화가 풀릴 걱정이 없다.

그럼 7단계가 아니라 그 이상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상황.

한수호는 메시지 문구의 마나회로를 조작해 ‘상처회복을 제외한 그 어떤 특성도’라는 문구로 변경했고, 그 결과를 지켜봤다.

>>해당 문구의 변경에는 3,000,000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필요한 포인트는 3백만.

지금 8백 60만 포인트 정도가 있으니 이 정도면 해볼 만했다.

‘특성보다 아티팩트를 사용하는게 나으려나?’

한수호에겐 불가사의한 능력을 지닌 아티팩트가 상당히 많다.

라뮬, 그랑, 나샬, 로크의 전설급 무기도 있고, 7대 마화기 중 용마검과 미소마궁도 가지고 있다.

이 중 하나만 제 위력을 발휘하게 제한을 풀어 두면, 이후의 시험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용마검을 쓰는 걸로 해볼까?’

한수호는 ‘그 어떤 아티팩트도’의 문구를 ‘용마검을 제외한 그 어떤 아티팩트도’로 변경시켰다.

>>해당 문구의 변경에는 3,000,000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나쁘지 않은데?’

특성의 제한을 변경하는 것보다 소모되는 포인트가 적었다.

이어서 라그나로크를 하나 하나 적용해 보니, 라뮬의 사용 제한을 풀었을 때 가장 낮은 백만 포인트가 소모되는 것으로 나왔다.

잠시 고민에 빠진 한수호.

생각 같아서는 용마검의 제한을 풀어버리고 싶었지만, 진.용마검을 사용할 수 없다면 반쪽짜리밖에 되지 않는다.

‘확실하지 않은 일에 3백만 포인트를 소모할 수는 없지.’

한수호는 아티팩트 대신, 상처회복 특성에 대한 제한을 푸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마음을 정한 한수호는 곧장 문장을 수정시켰다.

>>여기서부터는 상처회복을 제외한 그 어떤 특성도, 그 어떤 아티팩트도 효력을 발휘하지 않습니다.

한 번 더 문구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한수호.

>>해당 문구의 변경에는 3,000,000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확인 메시지가 떠오르자 그대로 적용시켰다.

적용과 동시에 메시지에서 묘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한수호를 휘감았다가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 직후, 한수호는 자신의 특성 중 ‘상처회복’이 사용 가능한 상태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 이제 상처 걱정 없이 마음껏 육탄전을 펼쳐도 되겠어!’

비록 한 번 사용으로 5초 동안 찰과상, 타박상, 자상, 절상을 회복시켜 주는 정도였지만, 다른 특성이 모두 침묵에 빠진 상태에서 이런 회복 효과는 큰 도움이 된다.

몬스터 웨이브가 진행되는 시간은 10분.

대충만 계산해도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상처회복 특성을 2번까지는 사용할 수 있었다.

상처회복으로 치료되는 상처는 절상까지.

베이는 상처까지는 어떤 것이든 회복시킬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정도 회복력이면 충분했다.

‘이제 준비는 됐으니 다시 도전해 볼까?’

한수호는 선택을 망설이게 만들었던 메시지를 가만히 노려봤다.

>>시험을 종료하고 보상을 취하겠습니까? 아니면 다음 단계의 시험에 도전하여 보상을 업그레이드 하겠습니까?

‘다음 단계로 간다!’

한수호는 선택했고, 그 즉시로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훌륭한 선택입니다.

>>10초 뒤, 7단계 시험이 시작됩니다.

>>10

>>9

..

>>2

>>1

>>0

숫자가 0이 되었을 때, 어김없이 협곡 위의 하늘에 균열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몬스터들을 응시하다가 인벤토리에 넣어 두었던 고니를 조용히 소환시켰다.

“여기서부턴 네 도움 좀 받자.”

캬악! 캬아아악!

고니는 왜 이제야 불렀냐며 따지듯 성질을 부리다가 귀여운 얼굴을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작은 앞발로 바닥을 콩 찍으며 머리를 길게 내밀어 크게 울부짖었다.

크허어어어엉!

작은 몸집에서 울려퍼진 소리는 협곡을 뒤흔들 정도로 크고 거칠었다.

그와 함께 작고 작디작은 고니의 몸집이 분열과 재조합을 거치며 순식간에 거대해졌다.

폭 20미터의 협곡이 꽉 차고도 남을 정도로 거대해진 고니.

녀석은 거대괴수 드래고니안의 모습으로 변하자마자 균열에서 떨어져 내리는 9미터 크기의 사이클롭스들을 마구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를 신호로, 한수호 역시 선제공격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몬스터들이 공격해 오기를 기다리는 입장이었지만, 이제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단 1분 1초라도 아끼기 위해 아직 착지도 하지 못한 몬스터들을 향해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부었다.

4미터의 수인이 된 한수호는 노련한 사냥꾼과 같았다.

협곡의 가파른 절벽을 자유자재로 타고 오르며 두 배나 큰 몬스터들에게 달려들어 목을 뽑아내고, 팔다리를 잘라냈으며, 가슴에 구멍을 내 내장을 마구 뜯어냈다.

사이클롭스들이 오히려 당황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고, 그 결과 20마리였던 놈들은 단 5분 만에 10마리 이하로 확 줄어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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